지금 밀롱가에 나오지 않는자, 유죄 - 얌희경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귀차니즘에 시달렸다.
동호회 활동을 할땐 더더욱이 그랬다.
동호회에 나갈듯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반드시 참석한다거나,
담에는 꼭 나간다던지, 밀롱가 공지에 참석한다는 댓글은 달지 않았다.
내게 동호회는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참석은 하고싶지라고 말하고, 나갈지 모른다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동호회 모임때는 간다만다 말고 깔끔하게, 잠수~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욕먹지 않고 잘하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밀롱가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뒷풀이에만 참석했고,
춤을 제대로 춰보지 않았기 때문에 동호회 생활에 싫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춤을 추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와 미치도록 춤을 추어보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솔로 땅고는
내가 먼저 참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주는 죽은인연과 같았다.
내게 가르침을 주셨던 그 싸부,
그 싸부께선 매번 모임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반장과 뒷풀이에 보내고,
그 다음엔 강습에 쁘락에 레슨에 가네진에 투자하였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밀롱가에 나간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춤을 추다보니, 장가도 가더라.
그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가정을, 댄스를 얻었는데,
나는 소심히 방구석만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밀롱가에 나오지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이 홀딩할지 모를 대상 수십명을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토요일엔 난 감옥같은 방에서 탈출하여,
반성의 의미로 토밀지기에 봉사하련다.
💖 토요밀롱가에 솔땅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안녕하세요 이번주 토밀지기 얌전 세피 여신 인사드립니다.
날이 추워진 요즘 토요일 집에만 계시지 말고 토밀에 와서 따뜻한 아브라소와 함께 꼬라손넘치는 감성디제이 레이님이 계신 토밀에 놀러오세요.
* 일 시 : 2023년 10월 28일(토요일) 저녁 8시~11시
* 장 소 : 솔로땅고 스튜디오 (마포구 홍익로5길 57)
* D J : RAY
* 입장료 : 4,000원(125기 3,000원)
* 토밀지기 : 얌전, 여신, 세피 (OneDay124기)
#까베 매너 준수 : 무례한 까베로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론다 매너 준수 : 탱고 음악이 시작되면 론다에 입장하시고, 꼬르띠나가 시작되면 론다에서 나와 주세요.
#방역 수칙 준수 : 철저한 개인위생으로 사랑스러운 파트너를 지켜 주세요.
첫댓글 아놬~ ㅋㅋㅋ 장편소설 인줄~~~ 흐흐흐흐
가네진이 나올줄이야😂
그분이 저희집 가장입니당 😆 😆 😆
유죄를 안 저지르려고 나갑니다~ 이번주 토밀 화이팅~
정모에 나와야하는 쏠땅인의 의무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가네진!!
ㅎㅎㅎㅎ
아 진짜 미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미친 필력 뭐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박대박
ㅋㅋㅋㅋㅋ같이 갑시다~~ 토밀
동기들과 함께면 다 이겨낼 수 있지~! ㄱㄱ
👍 👍 👍
한편의 에세이 같아요. +.,+ 토요일에 꼭 홍보하겠습니다.
오예~~ 125기도 파이팅~
얌희경씨 말씀 격공합니다!!!! 토밀 나오지 않는 자 모두 유죄 ㅋㅋㅋㅋㅋ
죄짓고 살고 싶지 않은 선한 저는 토밀 참석갑니드아~~~ ^^
아싸~~~ 토밀 화이팅~~
우와~~~ 소름돋는 명문이네요!!!
글 처음보며 내가 동호회 활동을 잘못하고 있는줄 ㅎㅎ
끝까지 보니 명언일쎄!!
글 흡입력이 장난 아니십니다!!!!
솔땅으로 소설 하나 쓰세요! 넘나 재밌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