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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지금은 에르스(Eerth)라고 불리고 있는 우리의 고향 행성에서 있었던 수많은 사건들 중 특별히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골라 엮은 것이다. 아직 이 역사서는 완성된 것이 아니며, 우리는 계속해서 개정판을 발간할 것이다.
이 행성은 불과 몇천 년 전까지만 해도 웨더브레스(Weatherbless)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밝혀지겠지만, 에르스는 웨더브레스의 가이아를 계승한 새로운 세대의 가이아를 지칭하는 말이며, 그것을 우리는 그대로 행성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 역사서를 최초로 기록한 이는 고대 드워프들이다. 드워프는 원래부터 이 행성의 토착 생물이 아니고 자이렌(Zairen)이라는 행성으로부터 날아온 외계인이었으며, 그래서 그들 이전의 엘프의 역사는 기록 문서로써는 존재하지 않는다. 엘프들은 웨더브레스의 가이아에 텔레파시 형태로 역사를 기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엘프들의 기록 보관소인 웨더브레스 가이아를 탐색하는 장비가 개발되어 극히 일부분이지만 그들의 역사 일부까지 밝혀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엘프의 기원부터 시작한다.
고대 드워프의 역사 기록 외에도 여러 중요한 기록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고로 꼽는 것이 다섯 드래곤이 저술한 저서들이다. 특히 골드드래곤 레타리마의 '엘프 이야기', 블루드래곤 아시마타의 '중간계 이야기', 그린드래곤 네오라스의 '5왕국 건국사' 등은 웨더브레스의 역사를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드워프의 역사 기록은 고대도시 수메르의 멸망 직전까지는 대부분이 드워프에 의해 기록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웨더브레스의 역사는 거의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대 상인 가문인 하이브레인가의 장서관에서 발견된 사료로 채워져 있다. 즉, 이 웨더브레스 역사서의 절반 이상의 역사 기록은 모두 인간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우리 에르스 역사편찬위원회에서는 인간 외 종족의 역사적 소외를 방지하고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의 중립을 지키고자 이 웨더브레스 역사서 외에 자이렌 역사서, 유니토피아 역사서를 추가로 발간했다. 또한 같은 인간의 역사이지만 불행한 사건으로 인하여 700년간 단절된 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따로 기간티아 역사서에 정리했다. 그 외 자이렌 역사서를 편찬한 쪽에서 따로이 발간한 드림 랜드 이야기까지 총 다섯 개의 역사서가 이 에르스의 고대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미래에 우리의 역사서를 읽는 사람들을 위해 첨언하겠다. 현재 에르스에는 인간이 68%, 드워프가 0.7%, 유니토피아인 31%(퍼펜 13%, 라트 11%, 슈펜 6%, 케로로 1%), 기타 종족이 0.3% 차지하고 있다. 68%의 인간 중 얼마간은 기간티아에서 온 사람이지만, 원래 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데다가 단절 기간이 700년에 불과해 구분하지는 않고 있다. 아르타누스 시절 1.7%에 불과했던 유니토피아인이 이 정도까지 발전한 것은 역사적인 기적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유니토피아 역사편에 정리했다.
이 웨더브레스 역사편은 다른 역사서의 기준 역사서이다. 「드림 랜드 역사편」을 제외한 모든 역사서는 이 웨더브레스 역사편과 상호 참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유니토피아 역사편을 만든 위원과 자이렌 역사편을 만든 위원들 사이의 교류보다 그들과 우리들 사이의 교류가 훨씬 많았다. 또한 우리 역사편찬위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 공들여 제작한 것이 이 웨더브레스 역사편이다. 웨더브레스의 가장 오래된 역사를 다루고 있으면서 가장 자세한 역사를 담고 있으며, 이 웨더브레스의 주역이었던 엘프와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 역사서를 자랑스럽게 세상에 발표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역사서를 읽고 우리의 조상들이 걸어왔던 눈부시도록 찬란한 역사를 체험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 에르스 역사편찬위원회 -
이 이야기는 웨더브레스에서 엘프 다음으로 가장 오래 살았던 위대한 현자 골드드래곤 레타리마의 저서 「엘프 이야기」를 상당 부분 참고하여 만들었다. 그리고 기타 다른 문헌들을 발굴하여 이 문헌 중 잘못되거나 언급되지 않은 것을 보강하였음을 밝히는 바이다. 사실 우리는 엘프들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엘프 역사편」에 기록하려고 하였으나 그 양이 얼마되지 않고 또 엘프는 에르스의 이전 이름인 웨더브레스의 원래 주인이며 현재의 에르스 가이아를 지탱하고 있는 주역이기에 이 곳에 통합하여 발표하기로 하였다.
드워프들이 이 행성에 발을 들여놓기 훨씬 전, 엘프들은 놀랍게도 드워프와 비슷했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오랫동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학자. 과학자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웨더브레스의 역사서에 이 비밀스런 엘프의 역사를 밝히고자 한다.
이들은 자이렌의 선조들과 비슷한 생활을 했었다. 화학 에너지를 주종으로 사용하고, 전기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화학과 전기학의 발달은 행성을 병들게 했다. 이에 대한 걱정을 일찍부터 하고 있던 이들은 새로운 대체 과학의 개발에 온 힘을 다했으며, 드디어 그들은 신들의 영역이라 생각해 왔던 생명 과학을 발달시키게 되었다. 이들의 수명이 무한에 가까운 것도, 이 행성의 생명체들이 현재 우리들에게 유용한 의약품이 되어주는 것도 다 이들의 생명 과학 덕분이다.
이들은 생명 과학을 이용해 그때까지보다도 훨씬 더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생명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유용한 어떤 것을 생산해 내는 동식물들을 만들어 내었고 그들은 그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지금까지 이들이 창조한 생명들은 이 대지 위에 널리 존재하고 있다. 우리들이 약초라고 부르는 식물들, 이것들을 최초로 재배한 자들이 그들인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이 생명 과학에 힘입어 무한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영생을 얻은 이들을 첫 엘프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최초의 생명과학자들은 아직 가이아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였다. 몇몇 소수의 철학자들이 '행성은 살아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아무도 그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우리는 가이아를 모르고서 어떻게 생명을 창조할 수 있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어느 시기, 이들은 생명의 기반을 이루는 어떠한 것을 발견해 내었다. 이들은 이것을 연구하는 중에 기존 에너지 체계와 반대 작용을 하는 어떠한 힘을 발견해 내었다. 처음에 이들은 이것을 실험 오차로 생각했으나 실험 장치가 점점 개선되면서 이들은 이 힘에 대해 인지하게 되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은 이 에너지를 '가이아 포스'로 명명하게 되었다. 다른 힘들은 가만히 놓아두면 점점 그 세기가 감소하는데 이 가이아 포스는 어떤 임계값 이상에서는 오히려 증가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이 제 2 임계점에 다다르면 기존의 다른 힘들로 그 성질이 변화되면서 특이 현상을 일으켰다. 이 제 2 임계값이 바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열쇠였던 것이다.
이들은 가이아 포스의 발견으로 엄청난 속도로 생명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들은 가이아 포스를 이용하여 많은 신종 생명들을 창조해 내었다. 참 신기하게도 이 새로운 생명과학에 힘입어 창조된 생명들은 거의 대부분 기존 생태계에 마치 이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융화되어 들어갔다. 아마 거대한 가이아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내는 생명들이어서 그랬던 것 같았다. 많은 연구 팀이 여러 신종 또는 변종 생명들을 창조해 내었고, 나중에는 누가 더 귀엽고 쓸모있는 생명을 만들 수 있는지를 겨루는 대회를 열기도 했다. 한때 이들의 동물학 사전은 작은 도서관 하나를 가득 메우는 규모가 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과학자들은 상수로만 알고 있었던 가이아 포스의 제 1임계값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에 대해 조사하던 중, 가이아 포스가 우주 전체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이아 포스는 이 행성에만 아주 농밀하게 분포되어 있었고 그 외의 우주에는 매우 희박한 양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상에 너무 많은 생명들이 넘쳐나자, 여분의 가이아 포스가 고갈되어 그만큼 임계값에 이르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생명의 수를 조절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많은 포식자를 창조해 냈다. 적자생존 원칙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모든 생명들의 상대 비율을 유지시키면서 총 생물량을 감소시켰다. 몇 세대가 지나자 가이아 포스는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기에 이르렀고, 또 몇 세대가 더 지나자 기존의 많은 생명들 때문에 행성의 가이아 포스는 오히려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총 생물량이 가이아 포스 발견 이전의 1.5배 수준에 이르자, 행성의 가이아 포스는 제 1임계값에 거의 근접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행성 전체가 가이아 포스 제 1임계값에 도달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들은 기다렸다. 그리고 2907년 7월 5일... - 이것이 언제를 기준으로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 행성 전체의 가이아 포스는 제 1임계값에 도달했다.
갑자기, 행성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진은 아니었다. 땅은 흔들리지 않았고 단지 공기가 조금 떨렸을 뿐이었다. 어떠한 관측 장비도 잡아낼 수 없을 정도의 미약한 진동. 그러나 그 진동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마음속에서부터 떨림이 전해졌던 것 같았다. 지진계는 반응이 없었고, 풍향계도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개의 계기는 이 떨림을 감지해 내었다. 바로 우주 가이아 포스 측정기 포스 파인더가 우주의 가이아 포스가 급격히 행성으로 빨려들고 있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행성 전체가 엄청난 속도로 제 2임계값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2908년 3월 4일. 행성의 가이아 포스는 드디어 제 2임계값에 도달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말았다.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마치 투시 능력이 생긴 듯, 행성 전체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들은 행성의 모든 생명들과 상호 텔레파시가 통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꽃이나 나비에게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방과 의사소통할 수 있었다. 행성에 어떤 변화가 생겨도 그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생명이 행성의 가이아와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행성 전체가 하나의 생명으로서 태어난 것이다!
엘프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엘프들은 이 행성을 웨더브레스라 부르고 있는데, 그들은 이전부터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름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생겨났으며, 이 행성은 그 이전에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이름은 엘프들도 기억하지 못했다.
엘프들은 가이아와 공명한 이후로 자신의 행성에 대한 모든 것을 깨닫고 있었다. 예로부터 엘프들은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알고 있었고, 자신이 대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엘프 사회는 대자연의 한 부분이었고, 서로 어떠한 모순이나 충돌 없이 조화롭게 운영되었다. 이 조화는 너무나 완벽해 외부의 어떠한 변수가 있지 않고서는 절대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변수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바로 멸망한 행성 자이렌에서 수천 광년을 날아온 신세계 탐사 우주선 넥서스 트루퍼가 충돌한 사건이었다.
넥서스 트루퍼 제 7호 우주선 드리코타호가 웨더브레스를 발견했을 당시, 그들이 망원경으로 본 것은 또 하나의 자이렌이었다. 그들은 이 곳을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웨더브레스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웨더브레스가 가까워짐에 따라 그들은 많은 데이터를 받게 됐는데, 놀랍게도 웨더브레스는 자이렌과의 환경 유사성이 99.8%나 되었다.
한편, 평소 때와 마찬가지로 하늘을 관찰하고 있던 엘프들은 어떤 거대한 혜성이 웨더브레스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목격했다. 혜성 치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웨더브레스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그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그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넥서스 트루퍼는 두 번의 궤도 수정을 했고, 엘프들은 혜성의 궤적마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불안해했다. 거기다 궤적이 계산을 벗어날 적마다 이것은 점점 웨더브레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엘프들은 혜성을 파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전 세계의 엘프들이 웨더브레스의 동쪽 대륙으로 모여 그 혜성을 폭파하기 위한 거대 마나 캐논인 스톤 헨지를 건설했다. 지금 남아 있는 스톤 헨지는 사실 그것의 가장 안쪽 동심원일 뿐이다. 엘프의 역사 자료에 따르면 그 스톤 헨지는 모두 168개의 동심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동심원의 가장 안쪽, 그러니까 스톤 헨지의 정 중앙에 한 명의 장로가 섰다. 그리고 첫 번째 원에는 두 명의 엘프가, 다음 원에는 세 명의 엘프가, 다음 원에는 다섯 명의 엘프가... 이런 식으로 모두 7만 6천 1백 28명의 엘프들이 각각의 동심원에 섰다. 모두가 제자리에 서자, 스톤 헨지 중앙의 장로는 텔레파시로 모두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이 힘은 우리가 이제껏 사용했던 그 어떠한 힘보다도 강한 힘이다. 이 힘의 사용으로 가이아는 많이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형제들이여. 너희들은 걱정할 것이 없다. 가이아의 힘은 너희들 중 그 누구와도 충돌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의 힘에 간섭할 자는 오직 나와, 너희 자신이 속한 동심원의 형제들 뿐이다. 나는 너희들이 각각 1천 명의 형제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168개의 동심원을 준비하라고 일렀다. 형제들이여. 자신감을 가져라. 그리고, 나를 믿어라."
그리고 엘프들은 의식을 시작했다. 의식은 7일 정도 계속되었고, 가이아의 힘은 엄청나게 증폭되었다. 그런데, 엘프들에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자이렌인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의 넥서스 트루퍼를 감속시키기 위해 오르콘 제네레이터를 가동시키자, 가이아의 힘이 그 쪽으로 쏠려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168개의 동심원 중 바깥쪽의 13개 동심원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그 불협화음은 가이아의 힘을 폭주하게 했으며, 곧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가장 안쪽 동심원의 세 명의 엘프를 제외한 나머지7만 6천 1백 25명의 엘프들이 폭사당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세 명의 엘프들은 남아 있는 힘을 넥서스 트루퍼를 향해 방출했다. 그러나 그 힘은 충분하지 못해 넥서스 트루퍼는 앞쪽의 방어벽 일부가 깎여 나가는 피해를 입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넥서스 트루퍼의 오르콘 제네레이터가 그 힘의 영향을 받았고, 축적된 오르콘 에너지의 흐름이 엉망이 되어 버린 넥서스 트루퍼는 그대로 웨더브레스의 동방 대해로 추락해 버리고 말았다.
넥서스 트루퍼의 웨더브레스 충돌로 웨더브레스에는 대 재앙이 닥쳤다. 거대한 해일이 육지를 덮쳤고, 수백만의 엘프들과 생명체들이 그 해일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해일이 지나가자, 이제는 끝없는 암흑이 대지를 덮쳤다. 두터운 먼지구름은 그나마 남아 있던 많은 식물들을 고사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넥서스 트루퍼는 이 거대한 재앙을 뒤에 남기고 바닷 속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이 가라앉는 넥서스 트루퍼를 구해 줄 승무원은 한 명도 남아 있지 못했다. 넥서스 트루퍼 제 7호 우주선 드리코타호는 결국 선발대로 뽑혔던 약 천여 명의 자이렌인만을 이주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계의 신 디스럽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이 드림 랜드를 구하기 위해 드림 랜드의 데이터를 백업한 다섯 드래곤을 인큐베이터에서 합성해 내었다. 그는 드래곤이라면 저 바깥의 거대한 수압을 이겨내고 여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켜졌다.
자이렌인은 드림 랜드 사건이 일단락되자 자신들도 새 터전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자이렌인의 옛 수도 수메르는 그 때 만들어진 것이다. 자이렌인은 이 새로운 행성에 대하여 더 알기 위해 세계 각지로 탐사대를 파견했다. 그리고 그러는 과정에서 가끔씩 엘프들과 접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싫어했기에 되도록이면 충돌을 피했다. 그리고 절대로 서로의 영역에 간섭하지 않았다. 엘프들은 이들 자이렌인을 난쟁이라는 뜻에서 드워프라고 불렀다.
한편, 엘프들은 뜻밖의 손님을 맞게 되었다. 바로 넥서스 트루퍼에서 탈출한 골드드래곤 레타리마와 접촉한 일이었다. 그는 엘프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드림 랜드 중간계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엘프들은 그 이야기에 감동받았고, 그에게 엘프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해 주었다. 그는 약 1000년간 그들과 함께 있었다.
"만약, 드워프들이 드림 랜드를 다시 만들 수 있게 되면, 그 때 저는 다른 네 드래곤들과 여길 다시 찾겠습니다. 수십억 휴머노이드들이 이 땅에 넘치게 되면, 그 때에야 비로소 저와 다른 네 드래곤의 임무는 끝이 납니다. 저는 그들도 생명이므로 계속해서 이렇게 가둬 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들도 이해해 주겠죠? 아마 그들은 저 자이렌인들보다는 더 착할 겁니다. 중간계의 신 루나가 그들을 그렇게 설계했기 때문이지요. 전 그녀를 믿습니다." - 레타리마 「엘프 이야기」
레타리마는 다른 네 드래곤이 가지지 못한 한 가지 특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변신 마법 '폴리모프'이다. 이 폴리모프를 사용하여 여러 종족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레타리마는 역사의 뒤편에서 이 웨더브레스의 역사를 좌지우지하였다.
엘프와 드워프는 예나 지금이나 앙숙 관계이다. 하지만 종족간의 반목은 개인에게까지는 미치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명의 남자 드워프와 여자 엘프가 서로 사랑을 나누고 몸을 섞는 일이 발생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자이렌 역사편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그들은 스리프와 노세스라는 두 명의 인간 아이를 낳았으며, 그 두 명의 인간은 수메르의 멸망 때까지 수메르의 인공낙원 에덴에서 거주했다.
수메르 멸망 후, 스리프와 노세스는 에덴에서 떠나 실버로드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 현재의 아이언드 유적지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모든 것이 통제되던 에덴과 달리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용케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런데, 인간은 두 종족의 단점만을 골라 가져 버린 것이었다. 엘프의 자기중심적인 삶과 드워프의 야망, 그리고 엘프의 질투심과 드워프의 파괴 본능 등등... 이 저주받은 조합이 가져다 준 유일한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그들은 멸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두 종족의 나쁜 습성이 상호 작용을 일으키자 나타난 결과였다. 어느 종족에도 뒤지지 않는 무시무시한 생존 본능, 희망이 있었기에 인간은 절대로 멸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인간은 행성 전체를 뒤덮었으며, 우주로 진출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엘프와 드워프의 만남으로 탄생한 이 인간은 우주의 역사가 다할 때까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인간은 웨더브레스의 서방 세계에 터전을 닦았다. 방황하던 많은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마을을, 도시를 이루고 각각의 장소에 뿌리를 내렸다. 마을의 족장이 생기고 외곽에 나무로, 때로는 돌로 된 성곽이 세워졌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문명을 발전시켜 나갔다. 드워프들도 역사적으로 수천 년을 투자하고야 알 수 있었던 것들을 그들은 단 몇백 년만에 이룩하곤 했다. 떠돌이 드워프들이 기술을 전수해 준 것이 가장 크겠지만 그것을 소화해 내고 또 발전시켜 나갔다는 사실은 당시 인간들이 얼마나 영리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 믿을 수 없는 빠른 발전은 엄청난 부작용을 낳았다. 그들에게는 희망의 상징이었으나 웨더브레스에게는 파멸의 씨앗이 된 마나발전기의 건설 사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엘프들은 인간을 몹시 싫어했다. 드워프와 자신의 더러운 혼혈이라는 사실이 그들을 못 견디게 했다. 자이렌 역사편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확실히 밝히는데, 엘프들은 자이로 마나 월의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인간을 사냥한 게 아니었다. 반대로 인간들이 자꾸만 사냥당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자이로 마나 월을 건설한 것이다. 자이렌 역사서를 편찬한 위원들은 인간들이 처음 자리를 잡을 때 엘프들이 그들을 그냥 놔두었다는 점을 근거로 엘프들은 자이로 마나 월을 저지하기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한 「엘프 이야기」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나 하이브레인가의 장서관에서 발견된 오래된 사본에는 '엘프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방책 위에 가시덤불을 놓아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는 기록이 존재한다. 아직 이 사본의 진위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자이렌 역사편찬위원들은 자신들의 견해 그대로 자이렌 역사서를 발표했다.
엘프에게 오랜 세월을 시달린 인간들은 엘프와 드워프의 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어떠한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엘프가 사용하는 가이아 포스와 드워프(자이렌인)이 사용한 오르콘 에너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드워프에게 접근해 그 신비한 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이라도 그것의 이해는 어려웠다. 바퀴를 발명하기 전에 자동차를 발명하려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인간들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 내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나발전기 자이로 마나 월의 건축을 성공하였다.
드워프들은 자이로 마나 월의 핵심부품인 코어의 설계법을 전수해 주었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의 문명 기반이 모두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것의 제어 장치는 만들어주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엘프들의 텔레파시를 연구하여 제어장치 없이 그것을 제어하는 것에 성공했다. 많은 도시에 마나 타워가 건설되었다. 그리고 가이아의 힘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한때 엘프들은 인간들도 생명이므로 이들의 마음이 가이아와 공명하기만 한다면 가이아 포스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인간들은 가이아와 전혀 공명하지 않았다. 이것은 서로가 마음의 장벽을 쌓고 모두를 의심하고 질투하는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엘프들은 이 사실을 알고 한탄했다. 그리고 엘프들은 가이아의 힘을 발동하여 마나발전기들을 하나 둘 부숴나가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엘프들과 전쟁을 벌였다. 가이아의 힘 앞에서 인간들은 무력할 뿐이었다. 엘프 한 명은 백 명의 인간을 상대할 수 있었다. 인간들은 숲에 불을 지르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엘프들을 완전히 압도할 수는 없었다.
한편, 드워프들은 그 전쟁에 관여하지 않고 단지 지켜보기만 했다. 가이아에 대한 인식이 없어 드워프들은 엘프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고향 행성 자이렌이 오르콘 제네레이터의 과다 사용으로 멸망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인간들은 계속해서 밀리고, 결국 홀스테논과 아르타누스의 두 도시까지 밀리게 되었다. 이 두 도시의 발전기마저 파괴된다면 인간들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인간들은 모든 기술력을 총 동원해 극적으로 마나 저장과 정류를 담당하는 두 번째 코어 플로트 마나 루프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두 도시에 강력한, 그 어느 것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어막을 쳐 버렸다. 엘프들은 그 방어막을 뚫으려고 가이아의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이미 가이아의 힘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엘프들은 숲 속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살아남은 두 도시는 다시금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해 나가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마나발전기의 상호 방위 범위에 드는 지역에 있던 세 도시를 탈환할 수 있었다. 그것들의 이름은 각각 린데그란트, 락토펠린, 그레나이트였다. 이 다섯 도시는 오각별의 꼭지점 위치(아르타누스 도시는 그것들의 중앙)에 자리잡고 매우 강력한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인간들은 아르타누스의 승리에 취해 자신들을 아르타누스인이라 불렀다.
그러던 중, 린데그란트 도시의 퀴논 칼리지에서 한 여대생 펠링 키아스가 도시를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는 한 휴머노이드(퍼펜)을 데리고 있었다. 그 퍼펜은 바로 그녀가 해부하려던 실습 표본이었다. 이들은 도시를 탈출하여 많은 일을 겪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난 후, 그녀는 유니토피아라는 신 세력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유니토피아 역사편에서 다루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우리들은 아르타누스 - 유니토피아 전쟁에 대해 인간의 시각에서 기록하기로 하겠다.
아르타누스 - 유니토피아 전쟁은 사실 에포크 도시건설계획의 일부로써 오키프 인첸티어스가 꾸민 음모로 일어난 전쟁이다. 아지랑이의 언덕 헤이즈 힐에 대한 기습 폭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유니토피아 역사상 가장 불행한 비극으로 기록되어 있다.
아르타누스인들은 많은 해부 실험과 마나의 연구로 수많은 몬스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골렘이니, 비홀더니 하는 특이 몬스터들은 이들이 생산해낸 것이었고, 그 외에 이런 몬스터의 능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에고 소드 같은 마법적인 무기도 생산해 냈다. 펠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사피리스와 오키프를 비난했지만, 바벨 타워 연구소장 사피리스 매그조네스는 이 한마디로 그 모든 비난을 일축했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결국 펠링은 마녀입니다. 온 생명의 수호를 부르짖고 있지만, 이전 민간 비행선 격추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그녀가 소리치는 '온 생명'에 아르타누스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아르타누스인이 다른 모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사피리스와 어느 신문기자와의 인터뷰 기사 중 발췌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아르타누스인들이 바벨 타워를 이용, 인간 신격화 프로젝트인 모세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무섭게 많은 마나를 소모했다. 그리고, 마나발전기는 그 많은 마나 소비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폭주해 버리고 말았다. 제어가 되지 않았다. 마나발전기는 엄청난 마나를 스스로 끌어모았고, 마나의 덩어리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져갔다. 모든 도시의 방어벽도 사라져 버렸다.
펠링 키아스는 그 마나의 덩어리로 들어갔다. 정령의 수호를 받으며 들어간 펠링은 바벨 타워의 중앙 코어로 들어가 그 마나를 자기 몸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우주 저편으로 쏘아 올렸다. 이 어마어마한 힘의 사용으로 펠링 키아스는 숨졌지만 가이아는 간신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아르타누스 도시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땅 아래는 그대로였지만 그 위쪽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르타누스 도시는 엄청난 마나의 흐름에 묻혀 허차원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아르타누스인들은 다시 스스로를 인간이라 불렀다. 엘프들은 가이아의 힘을 복구하기 위해 모두 은둔하고, 드워프들은 마나발전기가 제공했던 능력을 대신 제공하는 기계들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공급했다. 드워프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았다. 낙천적이었으니까. 사람들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빠른 속도로 신문명을 건설하고 살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세계 각지로 흩어져 나름대로의 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많은 소국들이 생겨나고 여기저기서 국지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전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자, 세계는 몇 개의 큰 나라와 작은 나라로 구성되었다. 먼저 마법사의 나라 아이언드. 최초로 생긴 나라이고 인간들의 나라였다. 이 왕국을 구성한 가문의 장군은 용병술에 능했다. 그래서 도시 체계도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 정비될 수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하지만 이 나라는 규모가 커지면서 각종 비리와 스캔들에 시달려야 했다.
두 번째로 국가 체제가 정비된 나라는 실버이글이다. 아이언드에서 실버로드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실버로드강과 랜드러시강이 합류하는 비옥한 토지가 있는데, 이 곳을 그들의 터전으로 삼았다. 기사도를 숭상하는 나라답게 도시는 깨끗하고 조용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서민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기록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라는 사람의 발길이 닿은 곳 중에서는 최고의 곡창지대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큰 나라로는 윈디힐이 있다. 윈디힐은 특이하게 인간 100명 당 드워프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았다. 기술과 과학, 그리고 상업을 숭상하는 이 윈디힐은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인쇄기도 이 나라에서 먼저 발명되었다.
또 하나, 비밀의 도시 알베히트가 있다. 깊은 산속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나라라서 세계의 정세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실제로 가본 여행자들은 이 나라의 괴기한 분위기에 눌려서 돌아오곤 했다. 이 나라는 과거 에포크 도시건설 예정지 위에 건국되었는데, 건국 이념도, 건국 목표도 모두 불투명한 이상한 나라였다.
마지막으로, 밀리온푸트라고 하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어떤 탐험가가 배를 타고 가 발견한 섬인데, 백만 걸음으로 섬을 한바퀴 돌았다고 해서 밀리온푸트라고 이름붙였다. 모험가들의 나라, 사나이의 로망이 숨쉬는 나라라고 해서 이 나라에 속해 있는 도시의 분위기는 상당히 활기차고 밝았다.
이렇게 인간들은 몇 나라로 흩어져 그들 나름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베히트 출신 마법사 돌 코크가 어느 날 아이언드 마법사대회장에서 테러를 일으켰다. 돌 코크는 고대 왕국 아르타누스의 테라로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마법사대회장에 있는 어떤 마법사의 로드보다도 등급이 높은 것이었다. 마법사들은 속수무책으로 테러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엘프의 마법인 상상마법제를 사용할 수 있었던 마법사 라미르 에펠테르에 의해 이 테러는 진압되었고, 돌 코크는 사망하였다.
하지만 골드니들은 여기서 모은 몇 개의 로드들을 가지고 탈출에 성공하였고, 넥서스 트루퍼 코어에 거대 마나를 송전하여 코어를 재시동시킴으로써 마나발전기의 재건에 성공했다. 코어는 힘차게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골드니들과 그 동료들은 새로운 마법 문명의 태동을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엘프들은 골드니들이 마나발전기를 가동하였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그것을 파괴하려고 했다. 하지만 과거 마나발전기의 약 1천 배 정도의 마나를 발전할 수 있는 넥서스 트루퍼 코어에는 경미한 타격도 주기 어려웠다. 엘프들은 최후의 보루로 그들의 최종병기 스톤 헨지로 모여들었다.
엘프들은 마나발전기를 정지시키기 위해 최후의 가이아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골드니들이 그것을 감지하고, 가이아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엘프 진영 한가운데로 마나 캐논을 쏘아 버렸다.
이 가이아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동원된 것은 그야말로 모든 엘프였다. 마나 캐논과 축적된 가이아 에너지는 서로 충돌해 또 한번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불과 1초 만에 엘프들과 그들이 있던 장소를 그야말로 분해해 버렸다.
그런데, 마나발전기가 갑자기 이상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마나 캐논을 사용하기 위해 엑사급의 마나를 소모한 마나 코어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고, 갑자기 무한대의 마나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드워프들은 그 때서야 마나발전기의 실체를 깨닫게 되었다. 무한대의 마나를 끌어모으며 폭주하는 마나발전기 주변에서 자이렌의 이상 기후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마나 코어는 자체 중력 붕괴를 시작했다. 그대로 놔두면 코어 내부에서 생성된 블랙홀에 행성 전체가 빨려들어갈 판이었다.
이제는 시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선 것은 바로 과거 아르타누스의 모세 프로젝트에 의해 신이 된 자들이었다. 이들은 웨더브레스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 강력한 EMP충격파를 마나발전기 안으로 송신했다.
이 충격파는 간신히 마나발전기 내부에서 생성되고 있던 미니 블랙홀을 분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에너지의 사용으로 신들마저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돌 코크의 야망이 부른 행성 규모의 대재앙이었다.
마나발전기가 파괴되자, 사라졌던 도시 아르타누스가 이 세계로 귀환하였다. 그동안 이 도시의 시간은 700년이 지나 있었다. 이들이 어떻게 허차원 속에서 700년이나 버텨낼 수 있었는지 그것은 불가사의였다. 물론 도시 외의 구역도 함께 사라졌으니 경작할 땅 같은 것은 있었겠지만 해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곡식이 자랄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거기 있었다. 아르타누스 도시 --- 700년이 흐른 현재 도시의 이름은 아르고스로 변경되었다. --- 의 사람들은 다시 보는 웨더브레스의 모습에 감격했다. 아마겟돈에서 살아남은 인간들도 자기들 나름의 역사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한편,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소수의 엘프들은 이 행성의 가이아를 복구하기 위해 모두 웨더브레스의 가이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들이 현재의 에르스 가이아를 지탱하고 있는 원동력이며, 현재 이 에르스에 단 한 명의 엘프도 없는 이유인 것이다.
"생명. 펠링 키아스가 최후까지 지켰던 가이아의 의지. 우리는 그것을 반만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간신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웨더브레스역사상 최대 최고의 영웅이며, 또 사상 최고의 현자이다. 모든 휴머노이드의 어머니이며 웨더브레스의 숨은 구원자. 정령술의 창시자이며 유니토피아의 초대 여왕, 대지의 정기를 이어받은 가이아의 후손이며 피닉스의 전설을 일구어낸 자.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 타우레 나이센더. 그녀의 이름은 그렇게 기록될 것이며, 그렇게 전해질 것이다." "웨더브레스의 역사서는 이것으로 끝난다. 새로운 세대의 역사서는 웨더브레스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의 이름을 에르스(Earth)라고 부르겠다. 이것은 새로운 가이아를 위한 선물이며, 과거의 잘못을 모두 청산하는 상징이다. 우리는 웨더브레스의 좋은 기억들만을 간직하며 새로운 시작의 여명을 밝힐 것이다. 우리는 여기 웨더브레스의 역사서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 우리의 아들딸들이여. 웨더브레스의 역사를 기억하라. 그리고, 에르스의 역사서를 아름답게 치장하라. 그리고, 그것을 너희들의 후손에게 물려주어라.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찬 에르스의 역사를..."
위에 인용한 문구는 우리 에르스 역사편찬위원회가 생기기 이전 네오 하이브레인씨가 지은 '웨더브레스 역사서'의 머리말 부분이다. 비록 그의 저서에 기록된 내용은 역사적으로 심한 오류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채택되지 못했지만 너무나 멋진 문구이기에 여기 인용한다.
첫댓글 그냥 위키를 들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소는 맨 밑에 [원본 주소] 라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