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와대 앞에서 시작하여 평택 대추리까지
나흘간의 평화 대행진..
둘쨋날, 과천 종합청사에서 수원역까지.
시간내서 하루는 참여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오늘이 적당했다.
9시에 모여 전날 보고 겸 기자회견 가지고
10시에 출발했다. 구간구간 부분참여도 있지만
첨부터, 첫날부터 걷는 전구간 참여자가 많다.
오늘은 제천 간디학교 아이들도 함께했다.
이 평화행진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만이 아니라
한미 FTA 협상 반대도 함께 내걸고 있는데,
나흘간 285리를 걷는다고 한다.
(대추리, 도두리 285만평을 살리자는 뜻이라고..)
오늘 걷는 거리는 26~27킬로미터.
(시간으로는 일고여덟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녹색평론 사이트에서 읽고 알게 됐는데,
글을 올리거나 알려준 이는 오늘은 참여 못해
나 혼자 걸었다. 뭐, 걷는 데는 오히려 혼자가 낫다.
중간중간 쉬는 거, 밥먹는 것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날씨는 선선한 편이어서 걷기에 다행이었다.
끝에 가서 비가 퍼붓긴 했지만, 그때까진
사이사이에 오는둥 마는둥 하면서 크게 내리진 않았고..
휠체어로 이동하시는 문정현 신부님은 아주 많이
화가 나 있었다. 분노하고 계셨다.
기다란, 허연 수염이 덮인 얼굴에서 표정은 잘 살펴볼 수 없었지만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그동안의 과정이 다 담겨 있는 듯하다.
단식도 계속 하셨다던데...
그리고 ..
거기서 뜻밖에도 대학 동창을
이십여 년 만에 봤다. (평화행진을 이끄는 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졸업하고 처음이지.. 아니 그전부터 쳐서..
언제까지 학교에서 봤는지도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난 보는 순간..은 아니지만,
이내 알아차렸는데(긴가민가했지만)
그 친구는 전혀 모르는 거라..
결국 점심먹고 쉼터에서 쉴 때
내가 다가가서 먼저 인사를 했..건만,
못 알아보더라 날..
그 친구 아마, 1학년 초부터 워낙에
수업보다는 학과 행사보다는,
딴 데 관심이 가 있었을 테니
수업시간에도 거의 못 봤다. 그러니 그럴밖에...
(그래도 그렇지, 내 이름도 기억 못하두만. - -;)
하긴 난 그사이 들은 얘기가 있었으니까..
녹평의 준민씨 통해서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한단 소리,
그리고 동생이 분신사한 얘기는 예전에 들었고 책으로도 읽었고..
텔레비전에서도 스치듯 언뜻 본 적 있고..
아무렴 괜찮았다.. 못 알아보는 것도, 별 말 없는 것도.
'이 아이는 여전히 외곬으로 자기 길을 가고 있구나..'
수원역에 도착해서 저녁들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갈 때
나는 그만 돌아간다며 인사하고 헤어졌다. 먼저 손내밀며
"끝까지 잘 해나가길 빌게"라고 말해줬다.
뭐랄까..
학교다닐 땐 한 번도 한 자리에, 같은 생각으로
앉아 있은 적 없었을 텐데, 이렇게 이십년 세월이 흘러
함께 한 자리에 있을 수도 있구나. 같은 길에서
만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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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나도 한때는 평화는 싸우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평화를 외치며 피터지게 싸우는 이 모순은 평화가 아니라고...
맞겠지. 그렇지만 평화가 그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가만히 조용히 있어도 평화가 유지되지 않는 세상이 있다..
는 사실도 이젠 안다.. 머리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겠다.
그날의 멘트 중 하나..
"평화는 낙타걸음으로 온다.."고,
그렇지만 우리의 작은 한걸음 한걸음이 평화로 이어지리라고..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걷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