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글 Re:3월17 나귀의 행복

[엘리.]

성령 묵상회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나는 자연스럽게 본당에서 

성령 기도회를 이끌게 되었는데, 그런 가운데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서 많

은 이들을 치유시켜 주시는 것도 체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할머니들에

게 안수를 해주면서, ‘내가 이런다고 병이 나을까?’ 의심도 했지만 점

점 내 기도로 치유되었다고 감사하는 많은 이들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이렇게 부족한 나도 당신 도구로 쓰시는구나’ 하고 감사하게 되었다. 


안식년 동안 성모성지를 순례하던 중 치유기도를 해준 인연으로 맺어진 

벨기에 양어머니를 만나러 갔는데, 결혼생활 9년에 임신하지 못한 부인

이 나를 찾아와 기도를 청하였다.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기도를 해주었

을 뿐인데 얼마 후에 아기를 낳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둘째를 낳

을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는 청과 함께. 


이런 부탁을 받을 때마다 ‘나 같은 사람이'….’ 하는 마음이 먼저 들지

만 곧 예루살렘 입성 때 주님께서 타셨다는 나귀 생각이 난다. 주님은 한

번도 사람을 태워 본 적이 없는 어린 나귀를 택하셨다. 만일 그 나귀가 

“나는 힘도 부족하고 경험도 없고, 그러다가 주님을 떨어뜨리기라도 하

면 어떡해요? 나는 할 수 없어요. 다른 나귀를 택하세요”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주님께서 쓰시겠답니다” 그러면 “예, 좋습니다. 고맙습니

다” 하고 얼른 등을 내어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가르침 봉사도 하고, 치유 봉사도 한다. ‘잘 살지도 못하

면서 위선이 아닐까?’ 잠시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주님께서는 훌륭한 목

수이시라 연장 탓을 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응하면 당신의 영

광을 보여주시는 주님을 뵙게 된다. 그리고 내 믿음이 조금이라도 더 크

다면 더 큰 영광을 보게 되리라는 것도 분명하다. 다만 그 영광이 십자가

라는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임문철 신부(제주교구 서문 천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