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간의 일촉즉발의 충돌이 봉합된 후에도 잠재적인 뇌관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관전자들의 시각입니다.
윤석열대통령은 임박한 총선을 앞두고 공멸을 우려한 나머지 표면적으로는 한동훈 위원장과 화해하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내심 이런 독백을 하지 않았을 까 하고 상상해 봅니다:
“바른말을 따르지 않을 수 있으랴마는 그 말에 따라 그릇 된 것을 고침이 중요하다. 부드럽게 타이르는 말을 기뻐하지 않을 수 있으랴 마는, 그 말의 참뜻을 찾아 냄이 중요하다. 기뻐하면서도 참뜻을 찾아 내지 않고 따르면서도 그릇된 것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로 서도 그러한 사람을 어찌 할 수가 없구나.” 이 말은 논어 제9편 자한 23장에서 공자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 바로 앞장에 “젊은 사람은 무섭다(後生可畏). 앞날이 지금만 못하리라 고야 어찌 알겠느냐?” 운운에 후속해서 나오는 공자님의 혼자 말입니다.
문맥상으로 봐서 잘못이 있는 후배에게 혹은 못 마땅한 후배에게 시정을 촉구해보고 그래도 잘못된 행실을 고치지 않으면 결별을 감수하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작심을 하며 혼자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논어 택스트에서 받은 느낌은 공자님과 후배의 관계가 수직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윤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 위원장의 관계는 그렇지 않음이 입증되었습니다. 김건희여사 명품 백 사건을 두고 한동훈 위원장이 “국민의 눈높이”운운 하며 수직적 당정관계를 벗어나 자기의 길을 가겠다는 듯한 발언을 하자 대통령실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며 윤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시켜 한위원장의 사직을 종용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윤대통령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하면서 두사람의 관계가 충돌양상으로 비치게 된 것입니다.
두사람의 충돌사태가 어렵게 봉합된 지금은 더 이상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사건에 대해서도 한동훈 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도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양측에서 의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더 이상 충돌을 자제하면서 작전상 소강상태로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총선을 70여일 앞둔 즈음에 한국 갤럽에서 조사한 2024년 1월 4주차 여론조사에 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1% 부정 63%로 집계되었습니다. 부정평가 이유 상위 다섯가지를 살펴보면 첫째 경제,민생, 물가 16%, 둘째, 소통미흡 11%, 셋째, 김건희여사 행보 9%, 넷째,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7%, 그리고 다섯째, 독단적, 일방적 7% 순 이였습니다.
제22대 총선은 윤석열대통령 임기 3년차에 실시되는 선거로서 윤석열대통령 치적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짙습니다. 국민의 힘 입장에서는 한동훈 비대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워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치루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한국갤럽 1월 4주 정당대표역할 수행 평가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잘하고 있다” 가 52%이고 “잘못하고 있다” 가 40%입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의 역할수행 “잘하고 있다”가 35%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59%로 한동훈 위원장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의 정치신인의 프리미엄 까지 고려 하면 제22대 총선구도를 가급적이면 한동훈대 이재명 으로 가져 가는 것이 윤석열대 이재명구도로 가져가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게 작용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한동훈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비대위원장 직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인 선결 조건입니다. 소위 말하는 한동훈 위원장의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급 선무입니다.
한국갤럽의 1월 4주 여론조사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윤석열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 중 “김건희여사 행보”가 9%로 부정평가 이유 상위 5가지중 세번째로 자리매김하면서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윤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두번째 이유가 “소통 미흡”입니다. 윤석열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대통령실을 옮기는 명분으로 내세웠던 이유가 바로 국민과의 소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윤대통령이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간 국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와중에 해도 바뀌고 해서 자연히 대통령 신년 기자 회견 이야기가 나올 법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오불관언(吾不關焉)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월 30일 신년 기자 회견을 연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극을 받을 만합니다만 아직은 뚜렷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윤대통령이 특정 방송국과 대답 형식으로 신년 기자 회견을 대신한다는 풍문만 있을 뿐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듯합니다.
윤석열대통령이 신년 기자 회견을 망설이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기자 회견을 하면 기자들이 총선과 관련된 윤대통령의 비전을 물을 것입니다. 경제와 민생회복의 문제도 제기될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사건 그리고 한동훈 위원장 거취 문제 등에 대해서 질문 공세가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에 대해서 함정취재, 피해자 논리 그리고 선물의 국고 귀속으로 인한 선물 되돌려주기 불가론, 선물을 준 목사가 공산당원이라는 등 좀 억지스럽고 구차한 논리로 대한민국 최고 선출직공무원 가족의 처신에 관한 윤리적인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에 몰두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논리를 가지고 기자 기회견을 하면 과연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 가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에 관해서는 유감표명이나 변명이 아닌 진심 어린 사과를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이라고 확신 합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백번 양보를 해서 지금 사과를 한다 해도 이미 때가 늦어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 수입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한다 해도 엎드려 절 받는 모양새가 되여 국민들도 뒷맛이 개운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이 이렇게 눈 굴리듯이 커진 데는 윤대통령과 참모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국민으로부터 면죄부를 받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호의(狐疑)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이는 무도(武道)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매사에 지나치게 의심한다는 뜻입니다. 여우는 의심이 많아 꽁꽁 얼은 강을 건널 때도 얼음이 깨지지는 않을지 얼음아래 희미한 물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호의(狐疑)’라는 말은 이런 여우의 동물행동학적 관찰을 근거로 만들어진 표현입니다.
얼음아래 희미한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상태가 무도적으로 가장 약한 상태입니다. 무엇이 일어나는지 기다리는 구조는 원리적으로 선수(先手)를 빼 앗깁니다. 아무리 신속하고 적확하게 반응 한다 해도 본디 반응하는 게 선제기술보다 늦은 것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신체 기술의 경우 상대가 이 미 호의(狐疑) 상태에 있을 때 가장 대처하기 쉽게 적수가 되는 상대방이 양동작전을 쓰면서 조작할 수 있습니다.
호의(狐疑)상태에 머무는 인간은 외부로부터 조작적인 개입을 지극히 예민하게 받아들입니다. 약간의 입력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따라서 대적하는 상대방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 원하는 자세를 취하게 만들 수 있는 약점을 노출합니다. 즉 자기도 모르게 과민 반응하는 과정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맙니다. 결국 호의(狐疑)에 머무는 자의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은 기술을 거는 상대진영이 쥐고 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윤석열대통령이 김건희여사 명품백 사건과 관련하여 호의(狐疑)상태에 있기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 맞는’처리를 한동훈 위원장이 이야기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시켜 한동훈 위원장의 사표를 강요 했지만 이를 한 위원장이 단적으로 거절 함으로서 윤대통령은 더 이상 월권행위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애매하게 봉합하는 상태로 파열이 가봉(假縫)이 된 듯 합니다.
그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사건을 주도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호의(狐疑)상태에서 극도로 긴장하여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그때 그때 반응하는 식으로 대처한 것이 대통령실의 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여사 사건이 외신을 타고 해외에 보도되여 윤대통령은 일국의 지도자로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되었습니다. 윤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내부의 권력 암투에서도 밀리고, 야당의 공세에도 밀리면서 명분과 실리 모든 면에서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세간의 억측과 달리 윤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간의 갈등은 약속 대련이 아니고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호의(狐疑)상태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이 월권을 하며 한동훈 위원장을 순간적으로 몰아 치려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하며 황급하게 사태악화를 가봉(假縫)한 실제 상황입니다.
제22대 국회의원 지역구 공천자 심사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간에 충돌할 소지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추진하는 시스템공천과 윤심의 지원을 받는 후보들의 낙하산식 공천 따내기 전쟁도 눈여겨 볼만한 일입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 쇼에 출연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 기반과 열성적인 활동가들이 한위원장 쪽으로 옮겨 간 것이 거의 명백하다면서 윤대통령과 한위원장의 갈등에 대해 ‘일종의 궁정 쿠테타’”라고 말했습니다.
신평 변호사는”윤석열 대통령이 가지는 카리스마, 강한 리더십이 있다” 며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아직은 이 소동이 진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윤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간의 협력과 갈등 상황은 앞으로 사태의 추이에 따라 어떤 양상을 띌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순자 대략편에 35장에 망인호독(亡人好獨)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망하는 사람은 독선(獨善)이나 독단(獨斷)을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중 다섯번째로 비중이 높은 항목이 ‘독단적, 일방적’입니다. 국민들 눈에 그렇게 비친 것입니다.
독단에 빠진 사람들은 대다수가 자기 틀에 갇혀 사는 사람들입니다. 독단에 빠진 사람에게 말은 독단을 관철하는 도구로서 만 기능합니다. 따라서 독단에 빠진 사람에게 말은 공격용 무기 일뿐 대화의 도구로 기능하지 않습니다.
독단의 반대는 이해입니다. 이해를 갖추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하고 특히 대중적 언어에 민감해야 합니다. 대중은 이론전개에는 약해도 현실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대중의 생생한 언어로 현실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일정한 역할을 합니다. 지도자는 말을 통해 들려오는 세상의 참모습을 잘 포착해서 세상에 대한 바른 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순자 대략(大略)편 35장 망인호독(亡人好獨) 이 나오는 문장을 김학주 교수님의 저서 순자(荀子)에서 일부 인용합니다:
“망하는 사람은 독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경에 ‘내 말 잘 따르고, 비웃지 말기를! 옛 분들 말씀에 나무꾼에게도 일을 물으라고 하셨다네.’라고 읊고 있다. 널리 물어보아야 함을 노래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관계는 독립적이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독립적이지 않는 관계는 결코 진실한 관계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미래 보수의 지도자로서 적합한가?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섬김과 통합의 리더쉽을 더 잘 발휘할 품성을 갖춘 보다 헌신적인 사람이 미래 보수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구약성서 지혜서에 해당하는 코헬렛서 10장 1-2절에 아래와 같이 지혜의 말씀이 적혀 있습니다.
“죽은 파리 하나가 향유제조자의 기름을 악취 풍기며 썩게 한다. 작은 어리석음이 지혜와 명예보다 더 무겁다. 지혜로운 마음은 오른쪽에 있고 어리석은 마음은 왼쪽에 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발간한 성경 중에서.
‘죽은 파리 하나’ 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사건 인지 그 사건이 계기가 되여 파생한 윤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간의 갈등 관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혜로운 마음은 오른쪽에 있다는 진리의 말씀에 전적으로 희망을 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