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카세트 절대강자, MP3시대 맞아 위상 추락
작년 매출 10년전의 절반…“새 패러다임 적응 못한탓”
기념행사 대신 개혁 착수“30주년 행사는 없습니다. 조용히 넘어가렵니다….”
다음 달 1일, 일본 소니의 간판 브랜드이자 전 세계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고유명사였던 ‘워크맨(Walkman)’이 탄생 3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소니의 ‘브랜드&크리에이티브 센터’ 모리타 마사오(
盛田昌夫) 시니어 부사장과 워크맨 브랜드 매니저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마사오는 워크맨을 처음 시장에 내놓은 고(
故) 모리타 아키오(
盛田昭夫)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최근 소니는 워크맨 30주년 기념식 대신 내부 개혁 전담팀인 ‘트랜스포메이션’팀을 만들고 워크맨에 대한 개혁 의지를 밝혔다. 얼마 전에는 그룹 내 브랜드를 2개로 통합하면서 워크맨과 비디오 게임 ‘플레이스테이션’을 모두 ‘네트워크프로덕트&서비스그룹(NPSG)’ 안으로 묶었다. 회사는 ‘정규 직원 5% 감축’이라는 쓰라린 계획도 밝혔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워크맨 브랜드, 서른 살 잔치는 끝난 것일까?
○ 혁신의 1979년, 쓰라린 2009년
30년 전 워크맨은 우연한 계기로 탄생했다. 모리타 당시 회장은 직원들이 해외 출장을 갈 때 음악을 듣기 위해 큼지막한 오디오 세트를 챙겨 가는 것을 봤다. 그는 크기를 줄여 휴대하기 편한 카세트 플레이어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소니의 공동 창립자인 이부카 마사루(
井深大)와 함께 개발에 착수했다. 모델은 당시 기자들이 주로 쓰던 휴대용 녹취기 ‘프레스맨’. 이들은 녹음 기능을 빼고 재생 기능만 넣어 무게 390g짜리 최초의 워크맨 ‘TPS-L2’를 만들었다.
워크맨의 탄생으로 음악을 듣는 장소는 실내에서 길거리로 확대됐다. 20대 젊은 층에는 야외활동 시간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영향을 줬다. 5년 만에 세계 판매량은 1000만 대를 돌파했다. 1986년에는 ‘문법에 맞지 않는 엉터리 영어’라는 조롱을 받는 ‘워크맨’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워크맨은 CD플레이어인 ‘디스크맨’과 미니디스크(MD) 플레이어를 잇달아 내놓고 브랜드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 나갔다.
하지만 영광스러운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 MP3플레이어 시대가 되면서 워크맨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2001년 애플이 ‘아이튠스’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내놓았다. 아이팟은 6년 만인 2007년 판매 1억 대를 돌파하며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소니 역시 움직이는 MP3플레이어 ‘롤리’나 이어폰 일체형 MP3인 ‘W시리즈’ 등을 내놓고 디지털 시대를 쫓아가려 애쓰지만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소니 워크맨 브랜드의 세계 휴대용 디지털 음악플레이어 시장 점유율은 7%에 불과했다.
○ 해답은 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에
지난해 소니는 29년간 워크맨 브랜드 제품 누적 판매량이 3억8500만 대라고 밝히며 올해 4억 대를 넘길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와 미래다. 1999년 소니 워크맨 브랜드(오디오 부문) 매출은 약 9340억 엔이었으나 지난해 약 4539억 엔으로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최근 소니는 전략을 바꾸었다. 주변 소음을 최대 75%까지 줄여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비롯해 기술 및 소스를 공개하는 ‘오픈 플랫폼’ 전략을 쓰는 등 ‘기기’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력 기반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