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신안 섬티아고를 다녀오다
섬티아고를 5월4일 출발하려 했다가 날씨 때문에 6일 새벽 5시50분에 집을 나섰다. 신안군 압해도 송공항에서 9시 30분 출항한 배는 당사, 소악, 매화,
소기점을 거쳐 1시간만에 대기점 선착장에 도착했다. 약 40여명 대부분이 섬티아고를 목적으로 온 모습인데 자가용으로, 또 자전거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섬 입구에 “불편한 섬, 불편함을 즐기는 순례자의 섬” 이란 프랑카드가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에 걷기다운 걷기를 하게 되었다.
대기점 선착장에 세워진 첫 번째 건강의 집은 열두제자 중 맏이인 베드로의 집이다. 그리스 산토리니 풍으로 순례의 시작점을 알리는 작은 종이 있다.
나는 출발을 알리는 종을 때리고 느린 걸음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른쪽 길로 900m 거리에 두 번째로 생각하는 집인 안드레아의 집이다. 노둣길을 배경으로 실내 디자인이 독특하고 주변 풍광과 어울리며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다시 600m를 가면 나즈막한 산 아래에 세 번째로 그리움의 집인 야고보의 집이다. 디자인은 심플하고 지붕은 붉은 기와를 얹고 나무기둥이 있어
안정감이 돋보이는 집이다.
오던 길로 도로 내려오다 중간에 왼쪽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1,100m를 가면 네 번째 생명평화의 집 요한의 집이다. 외곽이 원형이며 천정의
스테인드그라스가 빛에 따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다시 오던 길로 돌아 왼편으로 600여m 내려가면 소악으로 가는 노둣길 입구에 다섯 번째 행복의 집인 필립의 집이다. 스페인과 프랑스 작가가
공동으로 설계한 프랑스풍의 독특한 집으로 지붕 꼭대기의 물고기 모형이 독특하다.
노둣길을 건너 400m를 가면 여섯 번째 감사의 집인 바르톨로메오의 집이 작은 호수위에 꽃송이처럼 떠있다. 색유리가 빛을 받아 물에 비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길을 계속 가다가 게스트하우스가 보이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1,400m를 가면 일곱 번째 인연의 집인 토마스의 집이다. 단정한 사각형의 흰색 작품이다.
200m 쯤 내려가면 순례자의 집인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었지만 12사도 길을 다 걷고 쉴겸해서 소악도민박으로
예약을 했기에 이곳에서는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순례자의 집에서 훤히 보이는 갯벌위에 황금빛 지붕이 빛나는 여덟 번째 기쁨의 집, 바로 마태오의 집이다. 러시아 정교회를 닮았다.
노둣길을 건너 1,200m를 가면 아홉 번째로 소원의 집인 작은야고보의 집이다. 프로방스 풍으로 아름다운 오두막을 연상시킨다.
잠시 바다를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쉬었다가 노둣길 삼거리에 있는 열 번째 집은 칭찬의 집, 유다 타대오의 집이다.
뾰쪽지붕과 외부 타일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오른쪽 길로 600m를 가면 시몬의 집으로 사랑의 집이다. 진섬 솔숲 해변에 있고 열한 번째다. 앞뒤로 터져있어 자연을 안으로 받아들인 시원한
작품이다. 아름다운 이곳에서 약 30여분을 쉬었다.
섬티아고 마지막 코스는 열두 번째로 지혜의 집인 가롯 유다의 집이다. 진섬 건너 딴섬에 위치하고 있으며 멀리서 보면 ‘몽쉘미셀’의 성당을
연상시키게 하는 첨탑이 매력적인 집이다. 또 바로 옆에는 종이 달려 있는데 나는 순례를 마친 기념으로 열두 번 타종을 하였다.
너무나 오랜만에 조금 먼거리를 걸었더니 호흡이 가쁘고 거기에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겼다.
천하의 도보여행가라는 라파엘의 발에 물집이 생기다니....
그러고 보니 약 1년 8개월 동안 도보다운 도보를 하지 못했었구나.
길에서 만난 충주에서 왔다는 율리안나 자매는 나더러 그런다.
"아픈 분 같지를 않은데요!"
나는 속으로
"에구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드는데..."
소악선착장 옆에 위치한 소악도민박집에서 저녁밥을 먹은 뒤 대충 샤워만 한 채 피곤에 겨워 그대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오늘(7일) 새벽에 일어나니 날씨가 흐려 보이기에 해돋이를 포기하고 도로 눕고 말았는데 정작 날이 밝으니 햇빛만 쨍쨍하였다.
가성비 최고(?)인 8천원짜리 누룽지 한 그릇으로 아침을 먹으며 오지랖 넓어 보이는 주인아주머니에게, 현재 12사도 이름을 딴
작품들을 만들었는데
가롯 유다 대신 새로 12사도가 된 마티아의 이름으로 한 곳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건의를 해당 지자체에 했으면 어떻겠느냐는 나의 의견에
동조하며 건의를 해보겠단다.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으로 연결된 섬티아고를 뒤로 하고 첫배인 천사아일랜드호를 타고 목포로 나와 산정동 레지오마리애
기념성당과 광주대교구 역사박물관이 있는 목포성지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묵상을 하며 돌아본 뒤 그리운(?) 집으로 돌아왔다.
섬을 나오는 도중에 친구에게서 안부전화가 왔다. 물론 건강하게 지내는지 궁금했겠지만 이런 안부전화 하나가 나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보양식이다. "친구, 고마워~♡"
“이틀간 발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온삭신이 아프지만~ 구경 한 번 잘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