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자원봉사활동 한해를 마감하면서
국립과천과학관과의 인연은 2008년 8월 1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국과학 기술정보원에서 퇴직과학기술인 활용 ReSeat프로그램으로 전문연구위원을 모집하였다. 과천과학관의 큐레이터로 주 2일은 과학관에 출근하고 1일은 자택근무 하면서 수당도 월 70만원 지급된다는 전제이었다. 과천과학관에 18명의 전문연구위원이 배치되었고 개관 전 8월 1일부터 주로 제작 중인 전시물의 해설 내용을 검토하고 잘못된 것을 정정 내지는 교정하는 업무와 설치중인 전시물 현장 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과학관개관은 원래의 계획보다 다소 지연되어 11월 14일 개관하였고 관람객을 맞이한 후부터 본격적인 전시해설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해설 활동을 시작하였지만 할 일이 없었다. 워낙 자동해설 설비, PDA (Personal Digital Assistant), 해설도우미 등 잘 갖추어져 있어 전문해설 자가 해야 할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였다. 단체로 관람을 신청한 경우는 도우미들이 여러 사람을 인솔하면서 해설하였고, 개인 관람객들은 자동해설 또는 PDA를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소위 전문 큐레이터인 나는 오히려 관람자가 원하는 관람 장소, 화장실, 출입구, 식당, 휴게실, 전시물 위치 등을 단순한 안내역할이 전부였다. 그나마 유일하게 전문지식을 요하는 일이라고는 살아 있는 전시물 관리였다. 첨단관의 분자농업 코너에 전시되어 있는 배무채, 형질전환체인 도마도, 아기장대, 끈끈이주걱, 무지개장미와 국화들은 생체 전시물이기 때문에 관수, 비배관리, 병충해 예방, 환경조절 등 재배관리 가 전문지식을 요하는 부분이었다. 개관 후 12월 말까지는 무료입장인데다가 처음 개관한 과학관이라서 인지 매일 3~4만 명의 관람객이 입장하는 바람에 관람장은 내내 대만원으로 혼잡하였다.
이러한 상태로 2개월 쯤 지난 후 어느 날 새로운 걸 터득하게 되었다. 대체로 관람객을 크게 구분하여 1) 일반 단체관람객, 2) 과제물 해결을 위한 관람객 3) 지식 탐구를 위한 관람객으로 구분 할 수 있었다.
일반 단순 시각 위주의 단체관람객은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전시물을 모두 보아야 함으로 전시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을 요하지 않았다. 관람객이 전시물 앞에 도달하면 자동해설 장치로 부터 해설이 나오고, 더욱 자세한 설명을 개별적으로 듣고자 하는 관람객은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를 별도로 빌려 사용할 수 있다. 특히 PDA는 우리말은 물론,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번역하여 해설해주기 때문에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편리하게 해설을 듣게 된다.
단체 관람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도우미가 전시물을 일일이 인솔하여 해설을 해주게 됨으로 다수의 단체관람객을 위한 해설에는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소수의 단체 혹은 개인이 현장에서 즉석 해설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별도의 해설이 필요하였다. 또한 도우미의 해설이 불충분 하거나 도우미자신의 이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보충해설 또는 교육이 필요하였다.
과제물해결을 위한 관람객은 해당분야 코너를 찾아 과제물 학습장에 해답을 기록하여 스스로 해결하는 학생과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이 있어 후자의 과제물 해결에 도움을 요청하면 과제물의 내용과 일치하는 전시물위치도 안내해 주어야 하고 부가설명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내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지식탐구를 위하여 관람하는 우수한 학생을 접견하는 것이다. 이 학생은 전시물 하나하나를 진지한 태도로 관람하는데 이런 학생을 알아 볼 수 있는 안목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런 관람객은 대부분 시·청각과 촉각까지 동원하여 관람한다. 보고, 듣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정성스럽게 메모까지 한다. 특히 학부모와 같이 진지하게 관람하는 이런 관람객은 틀림없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판단해도 좋다.
이런 학생 옆에 조용히 접근하여 질문이 없느냐고 물어 보면 상상을 초월한 질문을 받게 된다. 그 학생의 학년과는 전혀 걸맞지 않는 아주 수준 높은 질문을 한다. 이 학생에게는 그 분야의 지식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면 이해도 빠르고 헤어질 때 매우 공손하게 인사를 두세번씩 하면서 고마움을 표한다. 이런 학생과 같이 온 부모들은 한결같게 자기들로서는 이 학생의 수준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학생들 중에 장차 노벨상감의 훌륭한 과학자가 탄생한다면 과학관의 근본 취지에 꼭 들어맞는 과학꿈나무양성이란 목적이 달성되는 것 아니겠는가? 참으로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이다. 이런 우수한 학생을 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뿌듯하고, 한 없이 기쁘고, 희망과 미래가 있는 나라가 되겠구나 생각한다. 개관 후 지금까지 약 1년 동안 우수한 학생의 접견사례는 아래와 같다.
우수학생 소속 학교 및 학년
첫댓글 유급 큐레이터로 출발하여 자원봉사자로 자처하시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존경스럽습니다. 벼가 익어서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참으로 완숙된 훌륭한 자원봉사자상을 이박사님에게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분을 옆에서 보게되니 행복합니다. 새해에도 더욱 건안하시고 소망 이루시길 기도합니다....이봉재
이영일 박사님! 큐레이터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잘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문 해설자의 표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판에 박힌 수박 겉핥기식 해설이 아니라 그 분야의 최신 지견까지 꼼꼼히 챙기는 모습, 존경스럽스럽습니다. 영재들의 수준 높은 질문을 유도하고 그 질문에 자신있게 설명해줄 수 있는, 그래서 한 학생이라도 더 이공계로 끌어들이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해설봉사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세 부류의 관람객이 있듯이 해설자에게도 그에 준하는 세가지 타입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과학관과 미래의 과학자가 될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자원봉사정신이 대단하십니다. 귀감이 되실 이박사님 건강하셔서 늘 그자리에서 뵙길 바랍니다.
과학관을 활성화 하는 첩경은 훌륭한 큐레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이박사님과 같은 자원봉사자가 하루속히 많이 모여 과학관의 각 전시물이 관람자의 지식으로 연결되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주입식이 아니라 질문유도식 방식이 꿈나무들에게는 필요합니다.어떤분들은 잘 관람하고있는 아희들을 오라고하여 데리고 다니면서 주입식 해설을 하고있는데 과학영재 양성을 위하여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지않습니다.
전문 큐레이터로 출발하였다가 지금은 자원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모습에서 정말로 자원봉사자의 표상을 보는듯 합니다. 우리 모두 본받아야할 본보기인듯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