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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 보다가] 02
씬/1 지수집 외경 (오후)
씬/2 지수집 거실 (오후)
동백이 서 있고, 맞은 편에 지수, 연경이 서 있다.
동백 :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지수 : 저랑 사귀는 사이로 해 주실 수 있냐구요.
동백 : (지수를 보다가, 장난인가 싶어 웃는) 헤.. 장난하시는 거죠 지금?!
지수 : 진심입니다.
동백 : (놀라서) 에..? (지수가 왜 이러냐는 듯 연경을 본다)
연경 : 부탁드리겠습니다.
동백 : (그제서야 진지하게) 아니.. 진짜신가 보네..?
지수 : 지금 저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 구동백씨 밖에 없습니다.
동백 : 아니.. 왜 저밖에..?
지수 : 죄송합니다. 자세한 사정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동백 : (혼란스러운 얼굴이다) 후...! (은단 통을 꺼내고는 은단을 한 알 꺼내 입에다 털어 넣고는 급하게 빨아 먹는다)
지수 : 저랑 사귀는 사이라고 사람들을 속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걸 잘 압니다. 더구나 제가 사람들 관심 속에 있는 사람이라서
더욱 쉽지 않을 거구요. 그렇지만 전 구동백씨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동백 : 그럼요.. 사귀는 걸로 한다는 게요.. 한지수씨랑 저랑 사귀는 사이라고 말만 한 번 하면 되는 건가요?
그때 운전 제가 했다고 한 것 처럼요?
지수 : 한 번이 아니고.. (어렵게) 6개월 동안 입니다.
동백 : (더욱 놀라) 에에~~~? 6개월이요?! (더욱 초초해져서 손까지 떨며 은단 통에서 은단 한 알을 급하게 꺼내 입에 넣고는
더 급하게 빨아 먹는다)
지수 : 도와만 주시면 구동백씨 힘든 일 없도록 제가 최대한 노력할게요. 6개월이 짧은 시간이 아닌 건 잘 압니다.
정말 무리한 부탁이지만.. (진지하게) 부탁드립니다. 저랑 사귀는 사이로 해 주세요.
동백 : 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저기 잠깐..!
씬/3 지수집 화장실 (오후)
동백 : (찬물을 틀어 세수를 급하게 하더니) 후~~~ 후~~~ 후~~~ (고개를 들어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본다. 이해가 안 된다)
씬/4 지수집 거실 (오후)
동백 : (급하게 걸어 나오며,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근데요 저한테 그런 걸 해 달라 그러셔서 저는 참 영광인데요.. 진심입니다.
근데 제가 딱히 내세울 게 없는데 사람들이 제가 한지수씨랑 사귄다고 그러면 그걸 믿을까요?
저 같은 사람 사귄다고 한지수씨 인기가 떨어지고 그러면..
지수 :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괜찮아요.
동백 : (의외라는 듯) 괜찮아요?! (잠시) 하.. 저야 팬으로서 정말 영광입니다만.. 진심입니다.
근데 제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연기자도 아니고.. 한지수씨 애인인 척.. 잘 해야 되는데..
연기해 본 건 교회에서 어렸을 때 동방박사3 해 본 거 말고 없는데..
연경 :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수가 다 알아서 잘 할 거예요.
동백 : 아, 그래요? 후~~~ 그러니까 앞으로 6개월을.. 제가 한지수씨 애인이라고.. 아~~
(힘이 풀리는 지 쇼파에 털썩 주저 않는다)
씬/5 동백집 마당 + 지수 이동차 (오후)
민지가 평상에 앉아 마늘을 까고 있는데, 승은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승은 : 민지야~ (치킨박스를 흔들어 보인다) 치킨 먹어라!
민지 : 어? 한참 손님 많을 시간 아니야?
승은 : (민지 옆에 앉아 박스를 열며) 나 오후 내내 닭 양념했잖아. 아~ 냄새 지겨워 가지구 엄마 몰래 도망 나왔어. 오빠는..?
민지 : 맨날 칼 퇴근인데 오늘은 뭐 하는 지 늦는다. (다리를 먹는다)
(지수 이동차)
지수, 동백, 연경이 탄 이동차가 달리고 있다. 세 사람은 긴장 된 표정들이다.
승은 : 야야! 다리 먹지 마. 다리 니네 오빠 거야!
민지 : 그럼 다리로만 싸오든가! (얼른 먹어 버린다)
승은 : (편하게 툭 던지듯) 근데 니네 오빠.. 아직도 사귀는 사람 없냐..?
민지 : 없어 없어. 평생 여자가 한 명이 없어.
승은 : (쑥스러운 지 웃으며) 있잖아.. 헤.. 니네 오빠 내가 한 번 사겨 볼까?
민지 : 난 우리 오빠 장가 못 갈까봐 심각하거든. 장난 하지 마라.
승은 : (딴 데 보며) 완전 장난은 아닌데..
민지 : (놀라 승은을 본다)
(지수 이동차)
지수는 기운 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연경은 지수와 동백에게 프린트 된 종이를 각각 내민다.
연경 : 지수하고 구동백씨하고 어떻게 처음 만났고 지금까지 어떻게 사귀어 왔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동백 : 예... (프린트 내용을 읽는다)
민지 : 너 진짜 마음 있어 우리 오빠..?
승은 : (헤~ 웃는) 아니.. 쭉 지켜보니까.. 나쁘진 않다 뭐 그런 거지..
민지 : (웃고는) 허~! 맨날 우리 오빠 말 많다고 수다쟁이라고 뭐라 그러더니?
승은 : 무게 잡는 거보단 말 많은 게 낫더라고.. 딴 놈들 만나 보니까..
민지 : (믿기지 않아 웃는다) 허~! 너 그럼 진짜 사겨 볼래? 내 새언니 할래?
승은 : 아이~ 얘 또 앞서 간다. 괜히 얘기 했어. 그냥 니네 오빠 사람 좋고 잘 웃고 그래서.. 쪼금 괜찮다구..
너 또 니네 오빠한테 얘기 하지 마!
민지 : (킥킥~ 웃으며) 알았어 알았어.. 큭큭.. 우와~ 니가 우리 오빨..
승은 : 얘 불안한데 이거?
민지 : (킥킥~ 웃으며) 우리 오빠 최고의 날이다 오늘.. 큭큭..
(지수 이동차)
연경이 동백에게 수영복이 들어 있는 가방을 준다.
동백 : ...?
씬/6 호텔 정문 앞 (저녁)
지수의 이동차가 들어온다.
씬/7 호텔 수영장 VIP 개인 탈의실 (저녁)
지수는 자켓을 벗는다. 연경은 모든 게 걱정스럽다.
연경 : 난 구동백씨가 걱정이다. 도와주겠다는 건 다행인데, 생각하는 거 보다 힘들고 귀찮은 일이 될 게 뻔 하잖아.
인생이 180도 바뀔 수도 있는데.
지수 : (미안해진다) 내가 잘 할 거야. 그 사람 힘들지 않게 신경 쓸 거야.
연경 : (체념 한 듯) 그래.. 어쩌면 그 날 차사고 난 자리에 있었던 게, 그 사람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수영복을 가방에서 꺼내 준다)
지수 : (받는다)
씬/8 호텔 수영장 남자 탈의실 내 화장실 (저녁)
가방과 짧은 사각 수영복이 테이블 위에 올려 져 있다.
동백 : (초조한 얼굴로 손톱을 깨물며 수영복을 쳐다보고 있다)
씬/9 강모 집 거실 (오후)
창가에 서서 창밖을 보고 있는 강모에게 문자가 도착한다.
문자를 확인한다. '파인 에비뉴 호텔 수영장' 라고 찍혀져 있다.
씬/10 호텔 수영장 (저녁)
아무도 없다.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동백이 지수가 있는 지를 살핀다.
동백 : 아직 안 나오셨네? (풀 가까이 가서 앉아 손으로 몸에 물을 몇 번 끼얹고는 풀 안으로 쏙 들어간다)
지수 : (가운을 입은, 걸어오면서) 지금 들어가시는 거 아니예요. 나오세요.
동백 : 아, 예! (얼른 물 밖으로 나온다)
지수 : (비치 의자를 향해 걸어간다)
동백 : (젖어서 몸에 딱 붙은 수영복을 떼어내며 비치 의자로 간다)
비치 의자에는 쥬스와 스넥, 비치 타월이 이미 세팅되어 있다.
지수 : (동백에게 쥬스를 준다)
동백 : 네.. (받고는 빨대로 쥬스를 마시는데, 수영장 통유리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1,2,3을 발견하고는 긴장한다) 기자들..?
지수 : (자연스럽게 웃으며 동백에게 친한 척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작은 소리로) 편하게 저랑 놀러 오셨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좀 웃으세요.
동백 : (어색하게 크게 웃는다) 하하하~~
지수 : (비치 의자에 앉으며) 앉으세요.
동백 : 네! (비치 의자에 얼른 앉는다) ... (허리를 세우고 꼿꼿한 자세다)
지수 : 저녁도 못 드셨는데, 이것 좀 드세요. (동백 옆에 있는 스넥 접시를 집다보니, 지수가 동백과 매우 가까워진다)
동백 : (초긴장한 얼굴로 시선을 어디에 둘지 불안한) 아...
지수 : (소스가 잔뜩 올려 진 나초 하나를 집어 동백에게 내민다)
동백 : (잔뜩 긴장해서 딱딱하게 입만 내밀어 받아먹는다)
지수 : (미소를 유지한 채) 절 보셔야 되요.
동백 : (얼어서) 아, 예.. (몸을 돌려 지수를 본다)
지수 : (동백에게 웃으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인다)
동백 : (알아차리고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다)
지수 : (미소를 유지한 채) 팔을 제 어깨에 둘러보시겠어요?
동백 : 아.. (난처한) 예.. (어색하게 팔을 들어 지수 어깨에 올려놓는다)
지수 : (미소 지으며) 웃으세요.
동백 : (힘들게 기계적으로 웃는다) 하하.. 하하..
(몽타쥬)
C#1 지수가 동백과 쥬스를 마신다. 지수가 동백에게 귓속말을 한다. 기자1이 사진을 찍는다. 찰칵 소리와 함께 다정한 모습 스틸.
C#2 지수와 동백이 풀까지 달려와 풍덩 뛰어 든다. 지수는 자연스럽지만 동백은 여전히 긴장한 표정이다. 찰칵 소리와 함께 스틸.
C#3 풀 안에서, 지수가 물속에서 물 밖으로 나오는 동백의 얼굴을 장난스럽게 물속으로 집어넣는다. 찰칵 소리와 함께 스틸.
지수 :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를 일부러 본다)
동백 : 푸악~~!! (얼굴에 흐르는 물을 쓸어내리며 숨을 몰아쉰다) 헉~~ 헉~~
지수 : (나직이) 이제 된 거 같아요. 들킨 것처럼 급하게 나가시면 됩니다.
동백 : 아.. 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씬/11 호텔 로비 + 지수 이동차 앞 (저녁)
지수, 동백, 연경이 급하게 뛰어 간다. 그 뒤로 기자1,2,3이 쫓아온다.
기자들 : 한지수씨~~ 잠깐만요~~ / 한지수씨 한지수씨~~
소란해지자 호텔에 있는 주변 사람들이 이들을 쳐다본다.
지수와 동백, 연경이 급하게 호텔을 나와 이동차로 달려간다.
동백 : (정신없이 달리다가 슬리퍼 한 짝이 벗겨지자) 어, 슬리퍼..!!
지수 : (동백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냥 가세요.
기자 1,2,3이 뒤를 따라 간다.
지수, 동백, 연경이 이동차 안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기자들이 달려와서 이동차 문을 두드리며 소리친다.
기자들 : 한지수씨 인터뷰 좀 부탁할게요. / 같이 계신 분이 누굽니까?
/ 한지수씨 두 분 연인 사이 맞으세요? / 사진을 공개해도 되겠습니까?
이동차가 시동을 걸자, 기자3이 이동차 앞을 막아선다.
기자3 : 한지수씨 나오세요~ 안 나오면 못 가~
잠시 후, 하는 수 없다는 듯 지수와 로드매니저가 차에서 내린다.
지수 : (기자1에게) 안녕하세요 박기자님.
기자1 : (웃으며) 어떻게 된 거에요? 안에 누구에요?
지수 : (난처하다는 듯) 이러지 말아 주세요. 이러면 제가 정말 난처해집니다.
기자2 : 한가지 만 대답해 주세요. 저 두 분 진짜 연인 사이십니까?
기자1 : 저도 정보 듣고 왔는데 사실이예요?
지수 : (하는 수 없다는 듯) 흠.. 아니라고 그래도 제 말 안 믿으실 거잖아요.
기자들 : 진짜 맞아요? / 언제부터 사귀신 거죠? / 남자 분 뭐 하시는 분이에요?
지수 : (그런 기자들을 본다)
씬/12 지수 이동차 안 (저녁)
동백 : (창가에 붙어 밖을 살펴보고 있다)
연경 : 신경 쓰실 거 없으세요. 지수가 알아서 할 거예요.
동백 : 네에..
연경 : 고생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동백 : 뭐가 또 감사합니까. 벌써 감사하다는 말씀 열 번도 더 하셨어요.
연경 : 열 번도 부족하죠. 오늘로 끝나는 일도 아니고, 앞으로 저희 땜에 일부러 시간도 내주셔야 되는 데요. 많이 바쁘실 텐데..
동백 : 아닙니다. 저는 우체국 다니는 거 말고는 바쁜 일이 없습니다. (핸드폰이 울린다) 어? 민지네? 동생이요 여동생..
(받는) 어, 민지야?
민지 : (흥분한, OFF) 오빠 지금 어디야?! 왜 이렇게 안 와?!
동백 : 어? 어.. 오빠 일이 좀 있어서..
민지 : (OFF) 오늘 같은 날 하필 일이 생기냐! 많이 늦어?
동백 : 아니, 이제 갈 거야. (연경에게 작게) 이제 가는 거 맞죠?
연경 : (고개 끄덕이며) 예..
동백 : 어, 지금 간다 지금 가. 그래.. 끊어끊어.. (끊고는) 맛있는 거 해 놨나? 빨리 오라 그러네요?
연경 : (미안해지는) 동생 분한테까지 숨기셔야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동백 : 우리 민지요? (씁쓸하게 웃고) 하... 걔는 뭐 오히려 좋아 할 겁니다. 제가 주변머리가 없어서 연애도 못하고 친구도 없고
그래서 맨날 제 걱정 하고 있거든요. (겸연쩍게 웃는) 우리 민지 오늘 놀라 쓰러지겠네.
씬/13 인서트
C#1 강모 차 안 + 광화문 사거리 (밤)
사거리 신호에 강모의 차가 멈춰 선다. 대형 전광판 뉴스 자막이 눈에 들어온다.
내용은 '배우 한지수 열애 중.. 상대는 평범한 우체국 직원으로 알려져.. 3개월 전 팬 미팅에서 처음 만나 연인으로 발전'이다.
사람들이 자막을 보고 웅성거린다. 강모는 착잡한 심정이다.
C#2 스카이라운지 (밤)
김정욱과 최회장이 와인을 마시고 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전광판 뉴스에 지수의 열애설 뉴스 자막이 김정욱의 눈에 들어온다.
김정욱은 안도하며 밝게 웃고는 와인을 마신다.
C#3 백기자 사무실 (밤)
백기자는 인터넷을 통해 지수의 열애설 보도를 보고 있다. 사진들을 보며 구겨지는 얼굴. 책상을 내리친다.
씬/14 동백 집 앞 (밤)
지수의 이동차가 집 앞에 멈춰 선다. 동백과 연경, 지수가 내린다.
동백 : (집을 가리키며 부끄럽게 웃는다) 여기.. 살아요. 쬐끔합니다!
연경 : (미안한 듯 웃으며) 이제부터 좀 시끄러워 질 거에요.
동백 : (환하게 웃으며) 아~~ 괜찮습니다.
지수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백 : 아니요! 집까지 이렇게 데려다 주시고.. (고개 숙여 인사) 감사합니다.
연경 : (고개 숙여 인사)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동백 : (고개 숙여 인사) 매니저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수 : 그럼. (가볍게 목례하고 차에 올라 타 버린다)
동백 : 아, 예!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안녕히 가십시오.
연경 : (인사를 하며) 들어가십시오.
동백 : (인사를 꾸벅하며)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연경이 차에 탄다.
동백 : (차를 향해 꾸벅꾸벅 인사를 한다) 살펴가세요. 멀리 안 나가겠습니다.
차가 출발한다.
동백 : (가고 있는 차를 향해 한 번 더 인사를 하고는 힘들었다는 듯 심호흡을 한다) 후.... (아직까지도 정신이 없다) 하~~
(담벼락에 털썩 등을 기대어 선다. 앞 집 담벼락 위에서 동백을 지켜보고 있는 고양이가 눈에 들어온다. 괜히 뻐기듯)
너 지금 저 차 타고 간 이쁜 여자 봤어? 봤겠지 거기 있었으니까.. 그 여자 누군지 알아? (고양이는 가만히 동백을 보고있다)
한지수야. 한지수. 영화배우. 알고나 있어라. 자식, 너 운 좋았다. (이 상황이 믿어 지지 않는 지 피식 웃는다)
씬/15 동백 집 마당 (밤)
민지 : (문을 열어 주며) 왜 이렇게 늦었어? (동백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준다)
동백 : (뭔가 싶은) ...?
민지 : 오빠! (축하한다는 듯 동백을 껴안는다) 승은이가 왔어~
동백 : (영문 모르는) 승은이가 왔는데.. 뭐..?
민지 : (다정하게) 들어가자. (손을 잡고 들어간다)
동백 : (영문 모르는) ...? (따라 들어간다)
씬/16 동백 집 거실 (밤)
민지가 동백을 끌고 들어온다. 술상(맥주+치킨)이 차려져 있다.
TV에서 방송되는 연예 뉴스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승은이 일어난다.
민지 : (웃음을 참으며) 승은아, 우리 오빠 퇴근 하셨네?
승은 : (민지에게 그러지 말라는 듯 흘기며, 반갑게) 오셨어요?
동백 : 어, 승은이 왔구나..
민지 : 앉아 앉아. (동백을 승은 앞에 앉히고 자신은 승은 옆에 앉는다) 승은아, 다리 좀 쫌만 옆으로 치워 줄래?
(하며 일부러) 고마워.. 어머, 넌 다리가 왜 이렇게 예쁘니? 오빠, 그치?
동백 : 어.. 그래.. 이쁘네.
승은 : (그러지 말라는 듯 민지 허벅지를 안 보이게 꼬집는다)
민지 : 아아~~!! (꼬집는 승은 손을 잡아당기고는) 어머, 얘 손가락 쭉쭉 잘 빠진 거 봐. 손가락이 몸매라 그러던데.
(동백에게 승은이 손을 내밀며) 오빠, 승은이 손 좀 만져 봐 봐.
승은 : (손을 확 빼며, 작게) 너 이러지 마.
동백 : (이상한 듯 둘을 보고, 일어나려 하며) 그럼 두 사람 마셔.
민지 : (동백을 잡아 앉히며) 앉아! 같이 마셔. 어! 승은이 맥주 떨어졌네? 자작하면 재수 없어.
(동백에게 맥주병을 주며) 오빠, 한 잔 따라 줘.
동백 : (별 생각 없이 맥주를 따른다)
승은 : (받고는) 오빠도.. 받으세요.. (동백에게 술을 따라준다)
민지 : 큭~~ (고개를 숙이고 웃는다) 술 따랐으면 오빠랑 승은이랑 러브 샷!
승은 : (민지를 노려본다) 무슨 러브 샷이야..? (쑥스러운 지 TV만 보고 있다)
민지 : (승은이 TV만 보자 리모컨 집고) 텔레비전 끄고 우리 얘기 하고 놀자!
승은 : (쑥스러운 지) 그냥 놔 둬.. 나 보는데..
민지 : 어? 그럼.. 소리 좀만 줄여. (하고는 볼륨을 다 줄인다)
동백 : (TV가 신경이 쓰여 흘끔흘끔 본다. TV에선 ‘긴급 취재 한지수 열애 중’이라는 자막과 함께
동백과 지수의 데이트 사진이 나온다)
승은 : (쑥스러운 지 TV만 보고 있다) 한지수 누구 사귀나 보네..?
동백 : (긴장한다) ...!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냥 니네끼리..
민지 : (동백을 잡아당기며) 맥주 맛이 오늘 왜 이래? 난 영 술이 안 땡긴다. 오빠가 승은이랑 마셔 줘.
난 TV나 보다 대충 자야겠다. (승은의 얼굴을 동백 쪽으로 돌리고) 승은이는 TV 그만 보고.. 나는 TV 보고..
(TV화면에 나온 동백을 보고는) 어..? (TV 속의 동백을 관찰하듯 본다)
동백 : (자신의 얼굴이 계속 화면에 나오자 난처한 얼굴이다)
승은 : (TV 속 동백을 보고) 어..?
민지 : (설마 하는 표정으로) ...? (동백과 TV 화면을 번갈아 본다)
승은 : (놀라) 저기.. 저 사람.. 오빠 아니에요..?
동백 : (난처한지 슬쩍 일어난다)
TV 자막에,‘평범한 우체국 직원 구동백씨’라고 뜬다.
민지 : (매우 놀라 TV를 가리키며) 평범한 우체국 직원 구동백씨?!
승은 : (놀라서) 니네 오빠 맞나 봐!
동백 : (얼른 방 쪽으로 간다)
승은 : (가는 동백을 향해 소리친다) 오빠 한지수랑 사겨요?!
민지 : (리모컨으로 볼륨을 키우며, 완전히 얼이 빠져서) 이게 뭐야?
리포터 : 두 사람은 3개월 전 한지수씨의 팬미팅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는데요..
씬/17 동백 방 (밤)
동백 : (들어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한다)
민지 : (거실에서, 비명소리, OFF) 우리 오빠 맞아!!!
동백 :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문이 벌컥 열리고 잔뜩 흥분한 민지와 놀란 승은이 들어온다.
민지 : (상기 된) 오빠... 저기... 오빠... 그러니까... 오빠가... 탤런트 한지수랑.. 둘이 진짜..?
동백 : (찔리지만 어쩔 수 없이) 그래 맞아.
민지 : (비명을 지른다) 아~~~~ (동백을 마구 때리며) 왜 말 안 했어! 왜왜!!
동백 : (민지에게 맞으며) 아! 야~~ 아파~~
승은 : (의아한) 오빠.. 한지수랑 진짜로.. 진짜예요?
동백 : 어.. 어..
승은 : (믿을 수 없는) 어떻게 오빠가 한지수랑..
민지 : (갑자기 생각나는) 그래! 사인! 그때 시상식 날 사인 잔뜩 받아 온 거! 둘이 사귀니까!! 아우~~ 그걸 내가 눈칠 못 챘어!!
(승은에게 흥분해 소리친다) 우리 오빠 한지수랑 사귀는 거 맞아!! 오빠 미안해~ 오빠가 한지수랑 사귀는 지도 모르고
내가 이런 얘를 들이댈라 그랬어!!
승은 : (믿을 수 없는) 말도 안 돼..
민지 : 오빠~~ (동백 목을 끌어안고 좋아한다) 어떡해 어떡해~~
동백 : (말리며) 야야~~ (웃는다)
씬/18 치킨 호프집 (밤)
팀장, 경애, 명진, 윤섭, 태완이 놀라 얼어붙은 채 벽에 붙어 있는 TV를 응시하고 있다.
TV에선 지수와 동백의 열애설을 보도 하고 있다.
팀장 : (놀라 더듬거리며) 구동백한테.. 누가 전화 넣어 봐.. 확인 좀 해 봐..
윤섭 : 저는.. 구선배 전화 번호 없는데요..?
팀장 : (다급해지는) 태완이 너는?
태완 : (핸드폰에서 이름을 찾으며) 내가 입력한 기억은 없는데..
팀장 : 이런!! (소리치는) 박경애씨는!!
경애 : 저야 당연히 없죠.
팀장 : 아~~!! (명진에게) 명진이 넌? 넌 있지? 제발 있다고 말 해~ 제발~ (일동 기대하며 명진을 바라본다)
명진 : (번호가 없는, 고개를 젓고) 팀장님은요?
팀장 : (소리치는) 내가 있으면 너희들한테 물어 보겠냐!! 그러게 내가 비상 연락망 만들어 놓으라 그랬잖아. 그게 그렇게 힘들어?
그럼 집이 어딘 지 아는 사람?!
일동 : (몰라서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젓는다)
팀장 : (방방 뛰며 버럭버럭 소릴 지른다) 어떻게!! 구동백하고 같이 일을 한 게 몇 년인데!! 전화번호를 한 사람도 모르고!!
집도 모르고!! 니네들이 구동백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어!! 그러고도 한지수씨가 사 준 털게를 쳐 먹었어?!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 가든!! 이 양심에 털 난 것들아!! 아~~~!! 우리 동백이가 한지수랑 사귀고 있었어!!
특별한 팬이라 그러더니 그 말이 즉! (테이블을 탁~ 치며) 애인이란 말이었어!
씬/19 요양원 로비 (밤)
지수가 지친 듯 힘없이 서 있다.
이때 수녀간호사가 휠체어를 탄 지수모(당뇨 합병으로 앞을 보지 못하고, 두 다리가 마비 상태라 걷지 못한다)를 데리고 온다.
지수 : (애써 밝게 웃으며) 엄마.
지수모 : (웃으며) 지수 왔니?
씬/20 요양원 정원 (밤)
지수가 지수모의 휠체어를 밀며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지수모 : 무슨 일 있니?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네?
지수 : (기운을 내서) 아니. 별 일 없어. (휠체어를 세우고 지수모 앞에 앉는다) 수녀님이 엄마 식사 잘 하신다 그러더니..
혈색도 좋고 예뻐졌네?
지수모 : (웃고 손을 뻗어 지수 얼굴을 만진다) 너는 근데 왜 이렇게 야위었어?
지수 : 영화 땜에.. 바빠서..
지수모 : 바빠도 잘 챙겨 먹어. 강모는 왜 같이 안 왔어? 많이 바쁘니?
지수 : 그렇지 뭐..
지수모 : 니들 결혼은 정말 안 할 거야?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냐만, 니가 일 하는데 방해 된다고 자꾸 미루는 게 아닌가 싶어서
엄마는 걱정이 된다. 내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 지도 모르는데.. 니들 결혼하는 건 봐야지.
지수 :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오래 사셔야지.
지수모 : 미안하다. 다 내가 챙겨야 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서.. (눈물이 흐르는지 손으로 닦아 낸다)
지수 : (그 모습에 속상해서) 우리 결혼 할 거야. 누가 안 한대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엄마 건강 챙기세요. 음? 알았어?
지수모 : 그래그래.. (지수의 손을 잡는다)
지수 : (마음이 무겁다)
컷 튀면, 지수가 휠체어를 밀며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
지수가 엄마를 침대에 눕히는 모습,
지수가 잠든 엄마를 바라보는 모습,
지수 : (OFF) 엄마.. 나 오늘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거 했다. 사람들을 속였어. 다른 사람까지 이용하면서.. 나쁘죠.. 나쁜 거 알아..
근데, 강모씨 지켜 내고 싶었어.. 어쩔 수 없었어요..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엄마 나 혼내지 마. 혼내면 안 돼.
그러면.. 나 너무 힘드니까.. (잠든 엄마의 손을 잡는다. 힘이 드는지 눈물이 흐른다)
씬/21 달리는 지수차 안 (밤)
지수 : (창밖을 힘없이 보며) 6개월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어 언니..
그냥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다 지나가 있었으면 좋겠어..
연경 : (운전 중이다, 안타깝다)
씬/21-1 동백 방 (밤)
동백 : (자려고 누워 있다)
민지 : (동백 옆에 앉아 쫑알쫑알 질문을 한다) 한지수랑 사귄 지 3개월이나 됐다면서? 근데 어떻게 나한테 한 마디도 안하고
감쪽같이 속이냐?
동백 : (대충) 비밀로 해야 되니까.. 민지야, 그만 가서 자. 12시 넘었다.
민지 : 나는 오빠가 한지수 팬미팅 그런 데도 가는 지 진짜 몰랐네. 호박씨도 이거 웬만큼 호박씨여야지.
오빠 주변머리에 웬 팬미팅?
동백 : 민지야 오빠 좀 자자. 내일 출근해야지.
민지 : 어, 그래 미안. (하고 나간다. 다시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근데 오빠 맨날 칼 퇴근 했잖아?
언제 그렇게 데이트를 한 거야 둘이?
동백 : (긴장하는) 어?
민지 : 조퇴하고 한 거야? 한지수가 아무 때나 시간이 안 나니까?
동백 : 어, 그렇지.
민지 : 그러면은..
동백 : (말을 자르며) 민지야! 오빠 좀 자자!
민지 : 알았어. (일어나 가려다 다시 앉으며) 한지수가 오빠 어디가 그렇게..
동백 : 민지야 제발! 오빠 지각하겠다! (이불을 뒤집어쓴다)
민지 : 궁금하니까 그렇지!! (잠시 있다가 살그머니 이불을 걷으며 다정하게) 오빠..?
(동백을 이불을 확 다시 뒤집어쓰자 삐쭉거린다)
씬/22 우체국 정문 앞 거리 (아침)
동백 : (시계를 보며 정신없이 뛰고 있다) 늦었다. 팀장님한테 죽었어. (코너를 돌아 정문으로 향하는데 정문 앞에
팀장, 윤섭, 태완, 명진을 포함한 많은 우체국 직원들이 동백의 열애 기사가 난 연예 신문을 들고 동백을 기다리고 있고
기자들도 여럿 와 있다. 그 모습에 멈춰 선다)
팀장 : (동백을 보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구동백이다!!!
일동 : 와~ / 구동백씨~ / 구선배~ (동백에게 일동 달려간다)
기자 : (마구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동백 : (매우 놀라 움찔하며 서 있다) ....!
씬/23 우체국 로비 (아침)
윤섭과 태완이 손으로 가마를 만들어 동백을 태우고 일동과 들어온다.
일동 : (구호 외치듯) 구! 동! 백! 구! 동! 백! 구! 동! 백!
동백 : (민망해하며) 아.. 그냥 내려 줘.. 야야.. 왜 이러냐..
팀장 : 구동백 너 임마 섭섭하다! 내가 너랑 한지수씨랑 열애하는 걸 신문을 보고 알아야겠냐? 우리가 그거밖에 안 돼 임마?
일동 : (아우성) 섭섭해요~ / 너무 했어~~ / 구동백씨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동백 : 아~~ (난감해 한다)
팀장 : (핸드폰이 울린다. 받는) 네, 국장님! 구동백씨 출근했습니다!
동백 : (팀장을 본다) ...?
씬/24 우체국 국장실 (아침)
동백, 팀장이 국장 앞에 앉아 있다. 비서가 차를 내려놓는다.
국장 : (근엄하게) 들어요.
동백 : 네.. (하고 어려워하며 차를 마신다)
국장 : 가까이서 보니까 인물이 훤하시구만. 그런 말 자주 듣지요?
동백 : 아니요.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국장 : 겸손하시네. 그래서 그렇게 탤런트들이 좋아하고 들끓는 모양이구만.
동백 :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장 : 나는 어저께 우리 딸내미하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리 중앙 우체국 직원이라 그래서, 내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그래서 오자마자 인사카드를 가져 오라 그래서 봤어. 근데 실적은 없더구만.
동백 : (민망한) 아.. 예..
국장 : 연애를 하시느라 바빴나 봐. (농담했다는 듯) 하하~
동,팀 : (억지로) 하하.. / 하하하~ 그랬을 껍니다!
국장 : 내가 구동백씨 바쁘실텐데 왜 보자 그랬냐면 말이야. 우리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홍보대사가
탁구선수 홍 머시기로 돼 있어. 근데 사람들이 그 선수를 잘 몰라요. 그래서 내 생각은 한지수씨 정도가 홍보대사를 해주면
좋지 않겠나. 그래서 장관님을 만나면 그런 얘길 한 번 해 볼라 하는데, 구동백씨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
동백 : (난감한) 예?
팀장 : 아~ 뭐 그 정도가 어렵겠습니까? 열애 중인 애인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 주겠죠. (동백을 툭툭 치며) 그렇잖아?
동백 : 예.. (마지못해) 얘기는 한 번... 해 보겠습니다.
국장 : 뭐 또 너무 내 말에 부담 갖진 말고.. 식기 전에 들어요. 귀한 차야. 내가 최장관님 오셨을 때 처음 내 놓고
오늘 두 번 째 내 놓는 거야.
팀장 : 아우, 어쩐지 맛이 대단하다 했습니다.
동백 : (국장과 눈이 마주치자) 좋네요.. (억지로 하~ 웃는다)
이때 기자들이 몰려 와 밖이 시끌시끌하다.
기자들 : (OFF) 구동백씨 여기 계십니까?/ 구동백씨 안에 계시죠?/ 구동백씨!
국장비서 : (OFF) 여긴 들어가시면 안 되요. 저기요!
국장 : 이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십 여 명의 기자들이 국장실로 들이닥친다)
기자들 : (서로 밀치며 경쟁적으로 동백의 사진을 마구 찍어댄다) 구동백씨 이쪽 좀 봐 주십시오~
/ 밀지 좀 맙시다~ / 여기 좀 봐 주세요~
동백 : (놀라 정신이 없다)
팀장 : (말리는 척 소리를 지르면서도 사진이 찍히자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듬는다) 이 사람들 어디까지 들어 와서
사진을 찍는 거야?! 이거이거 허락 받고 하는 거예요? (동백 옆으로 다가간다)
국장 : (자신도 사진이 찍히자 은근히 미소를 지으며) 거 대충들 해 둡시다. (다정한 척 동백의 어깨에 손을 살며시 올린다)
동백 : (정신없는 얼굴로 계속 사진을 찍힌다)
씬/25 지수 명상방 (아침)
편안한 복장의 지수가 아로마 향초에 불을 붙인다. 명상 음악을 틀고는 정좌하고 앉아 명상을 시작한다.
잠시 후, 연경이 노크하고 들어온다.
연경 : 미안! 이따 얘기하자.
지수 : (명상하던 채로) 아니야, 얘기 해.
연경 : 한지수 미쳤다. 한지수 특이한 남자 좋아 한다. 이 십 프로.. 한지수 멋있다. 동화 같은 사랑 부럽다, 팔 십 프로..
지수 : (명상하던 채로) 그래? 다행이네.
연경 : 기사 나가고 광고주들 어떻게 나올까 난 아주 조마조마 했는데, 되려 광고가 더 들어온다.
지수 : (명상하던 채로) 언니 설마 하겠다고 한 건 아니지?
연경 : (장난스럽게) 휴대폰 광고는 액수가 좀 쌔던데, 하나만 할까?
지수 :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연경을 본다)
연경 : 농담입니다. 얼굴 한 번 보려고 그랬어요. 아무튼 우리 예상보다 사람들 반응이 너무 커서 난 신경이 좀 쓰인다.
알고나 있으라고. (나가려다 걱정스러운) 참, 시드니.. 어떻게 연락 할까? 상철이 걔도 기사 다 볼 텐데.
지수 : (착잡하다) 됐어. 어차피 진짜도 아닌데.
씬/25-1 시드니, 상철 방 (낮)
상철이 인터넷을 통해 지수의 열애설 기사를 보고 있다.
수영장 사진 위에 카피, <배우 한지수 평범한 우체국 직원과 특별한 사랑>
상철 : (놀라는) 이게 뭐야.. 팬하고 사겨..? (기막힌) 강모 그 자식하고는 끝낸 거야? (기막힌 듯 사진 속 동백을 노려본다)
씬/26 박의원 사무실 (낮)
박재삼 의원이 지수의 열애 기사가 실린 신문을 보더니 김샌다는 듯이 백기자 쪽으로 툭 집어 던진다.
백기자는 억울한 표정이다.
백기자 : 그 기사 믿으시면 안 됩니다! 다 숍니다 박의원님!
박의원 : 쇼라고..? 그럼 이 사람들이 자네보다 재주가 좋은 거잖아? 자네만 아니었으면 나도 이 쇼에 넘어갔을 거야.
쇼가 아주 볼만 하거든.
백기자 : (할 말이 없다) 그럼 제 기사는..?
박의원 : 무슨 기사? 여론이 이미 한지수랑 우체부 아저씨한테 열광하고 있는데, 한지수랑 누구누구 아들이 사귀는 사이라고,
그 따위 기사를 쓰겠다고?
백기자 : (억울하다) ....!
박의원 : (소리 지른다)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아직도 모르겠어?!
백기자 : (지지 않으며 박의원을 똑바로 쳐다보며) 박의원님..! 쇼는 언젠가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죠. 박의원님과 한 배를 타고 싶었는데.. 절 너무 얕게 보셨네요. (나간다)
씬/27 사진 스튜디오 (낮)
김정욱은 포스터용 사진을 찍고 있다. 승자의 미소를 짓는다.
포토 : 의원님, 조금 많이 웃으셨습니다.
김정욱 : 그런가? 내가 요즘 웃을 일이 많아서 그래. 하하~~
강모 : (들어온다)
씬/28 사진 스튜디오 일각 (낮)
강모와 김정욱이 쇼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눈다.
김정욱 : 이번엔 운 좋게 잘 끝났다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스캔들 정도론 어림도 없다.
명심해 둬. 백기자,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놈이야.
강모 : ...
김정욱 : (재밌다는 듯) 한지수 그 아이 이번에 열애설 터지면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더구나.
그 아이 이번 바자회 때 좀 나오라 그래.
강모 : 아버지 원하시는 대로 다 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수는 그냥 두세요.
김정욱 : 알았다. (기분 나쁜 걸 참으며) 싫으면 안 해도 돼. 가 봐. (강모를 외면하고 소리친다) 사진 어떻게 나 왔어? 가져와 봐!
강모 : (목례를 하고 나간다)
김정욱 : (가는 강모를 마음에 안 드는 듯 본다)
씬/29 우체국 국장실 (낮)
국장이 결재철을 책상 위에 던진다. 팀장이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인다.
국장 : 고팀장? 한글 읽을 줄 알면 이거 한 번 읽어 보세요.
팀장 : (작은 소리로) 영업부.. 지방 발령 대상자 추천 보고.. 구동백..
국장 : 누구?
팀장 : (작게) 구동백..
국장 : 더 크게 읽어 보세요.
팀장 : 죄송합니다 국장님.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국장 : 구동백씨는.. 우리 중앙 우체국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입니다. 그런 사람을 지방으로 보내요? 누구 좋으라고?
어느 지방 우체국장 좋으라고!!
팀장 : 죄송합니다. 보고서는 신속하게 폐기처분 하겠습니다. (서류를 챙긴다)
국장 : 고팀장님, 일 똑바로 해 주세요.
씬/30 스튜디오 (낮)
국장 : (OFF) 구동백씨는 우리 중앙 우체국 마스코틉니다!!
양복을 잘 차려 입은 동백이 여러 안내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작가 : (사진 찍으며) 조금 더 웃어 주시고요. 예, 좋습니다.. 손 반대편으로.. 다음은 아래쪽 가리키시고요..
동백 : (지시에 따라 어색하게 포즈를 취한다)
씬/31 우체국 여러 일각 (낮)
우체국 입구를 비롯해서 여러 곳에 동백 사진 안내판이 세워진다.
‘어서 오세요’, ‘여기는 EMS' , '보험 상담은 이곳에서’, ‘여기는 소포 업무’라는 문구들이 각각 붙어 있는 안내판이다.
점잖게 뒷짐을 진 국장이 팀장의 안내 하에 임원들을 데리고 동백의 안내판이 세워진 곳을 순시 중이다.
국장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팀장의 어깨를 두드려 격려해 준다. 팀장은 인사를 한다.
씬/32 우체국 후문 주차장 (낮)
팀장이 자신의 경차 앞에 서 있고, 윤섭이 동백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나온다.
경애, 명진, 태완이 뒤따라 나온다.
팀장 : (버럭) 빨리빨리 좀 나오지 뭣들 하느라 이제야 나오냐! 배고프잖아~!
윤섭 : 구선배가요 화장실 간다고 그래서 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잖아요.
팀장 : (얼른 온순해 지는) 아, 그랬니?
태완이 앞자리에 타려고 차 문을 연다. 그 사이 명진, 경애, 윤섭이 뒷자리에 얼른 탄다.
팀장 : 어이, 김태완이~ 너 비켜, 앞자리는 우리 동백이 꺼.
동백 : 전 그냥 걸어갈게요. 자리 모자라서 원래 그랬잖아요.
팀장 : 야, 동백아! 너 걸어오면 사람들이 알아 봐서 한 시간 걸려! (동백을 앞자리에 태우고 문을 닫는다)
넌 걸어 와. 알아보는 사람도 없는데! (차가 쌩~ 출발한다)
태완 : 너무들 하네!! 아~~ 한지수는 내가 진짜 광팬인데, 누가 봐도 내가 훨 난데. 왜 구선배야! 왜! 왜! (터덜터덜 걸어간다)
씬/33 청계천 광장 주변 도로 + 지수 차 안 (낮)
일각에 지수 차 와서 멈춘다.
연경 : (화가 난)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내가 강모 만나 볼게. 스캔들로도 모자라서 지 아버지 홍보에까지 널 동원해? 말이 돼 이게?
지수 : 흥분하지 마. 언닌 차에 있는 게 좋겠다. 내가 알아서 할 게. (내린다)
연경 : 참, 양심들도 없다. (걱정된다)
씬/34 청계천 광장 (낮)
김정욱이 주최하는 '소년소녀 가장 돕기 바자회'가 열리고 있다.
태완 : (터덜터덜 걷는데, 지수가 걸어가는 걸 본다) 어! 한지수네. (지수 쪽으로 가려는데, 김정욱이 보좌관과 함께
지수에게 가고, 지수가 김정욱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보인다. 아쉬워하며 가던 길을 간다)
김정욱 : (온화하게 웃으며) 요즘 많이 바쁠 텐데, 내가 귀한 사람을 내 일에 막 불러 낸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염치 불구하고 양해 좀 구합시다.
지수 : (웃으며) 아니에요. 좋은 일 하는 자리에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정욱 : (웃으며 보좌관에게) 한지수씨 안내 좀 해 드리지.
보좌관 : 네. (지수를 안내한다) 이쪽입니다.
지수 : (김정욱에게 인사를 하고는 보좌관을 따라간다)
김정욱 : (가는 지수의 뒷모습을 싸늘하게 바라본다)
씬/35 식당 룸 (낮)
동백 : (놀라) 네? 체육 대회 때요..? (난감하다)
팀장 : 국장님께서 조용히 부르시더니, 우리 체육 대회 날 한지수씨가 와서 자리를 빛내 주면 얼마나 좋겠냐고..
식당주인 : (50대 아줌마, 해물 파전 두 접시를 들고 들어온다) 자, 서비스서비스~~ 우리 한지수씨 애인한테 해물 파전 서비스~~
윤섭 : (반기며) 와~~ 이게 얼마짜리야!
경애 : (싫은 듯) 몇 년째 단골인데, 여태 쌩까시더니, 쳇!
명진 : (신이 나서) 어우~ 오징어 깔아 주신 거 봐. (급하게 뜯어 먹는다)
팀장 : (말을 잇는) 그러니까 동백아, 국장님께서 워낙 강력하게 말씀을 하시니까 니가 어찌 해야겠어?
너 어제 점심도 국장님한테 회 얻어 먹어.. (은행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 1, 2가 들어온다)
여직원1 : 한지수씨 애인 맞죠? 사진 좀 찍어 주세요~
팀장 : 아~~ 진짜! 문 좀 닫아! 중요한 얘기 하는데!
동백 : (어색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준다)
여직원2 : 되게 귀여우시다. 애기 곰 같으세요.
경애 : (기가 막혀서 작게) 애기 곰? 허~~
팀장 : 찍었으면 나가요. (내보내고, 룸 문을 닫아 버린다) 그러니까 동백아, 확답을 줘.
내가 들어가서 국장님한테 보고를 해야 하거든. (기대하며 웃는) 한지수씨 데려 올 수 있지?
동백 : (난감하다) 그게.. (고민을 하다가) 지수씨가 요즘 많이 바빠서요.
윤섭 : 애인인데, 하루 스케쥴 좀 빼라고 구선배가 어떻게 좀 해 봐요.
동백 : 나도.. 너무나 그러고 싶은데.. 안 될 꺼야. 스케줄이라는 게..
팀장 : 임마, 넌 한 번 얘기도 안 해 보고 안 된다고 단정을 지어 버리냐!
경애 : (괜히 싫은) 안 되다고 그러잖아요! 왜 자꾸 졸라요? 존심도 없으세요?
팀장 : 경애 저..! 쟤 요즘 왜 저렇게 밉상이니?
경애 : (기가 막힌) 허?! (소리치는) 밉상이라니요!!
동백 : (중재하듯 얼른) 알겠습니다..!! 지수씨한테 얘기는 해 보겠습니다.
팀장 : 얘기는 해 보겠다니~ 그렇게 성의 없이 나오지 말고, 올 수 있게..
태완 : (문을 열고 들어온다)
팀장 : (버럭) 누구야 또!!
태완 : 저예요. (자리에 앉으며) 구선배, 요 앞에서 한지수씨 바자회 하던데?
동백 : 어? (주위 눈치 살핀다)
팀장 : (반기며) 그래? 잘 됐다! (동백에게) 가자. 가서 체육 대회 얘기 하자.
윤섭 : (신나서) 그래요 그래요~
동백 : (놀라) 아니.. 제가 배가 고파서.. 마저 먹고.. (먹는다)
팀장 : (동백을 일으키면서) 가자가자~ 가자!
동백 : 나중에요~ 나중에 제가 얘기 할 게요~
팀장 : (동백을 앞장 세워 밀며) 가자!! 지금 가가~~ 얘기 해~~
윤섭 : 가요~ (하고 신나서 팀장과 동백을 밀면서 나간다)
경애 : 난 이 상황이 도대체가 안 믿겨진다. 걔네들 뭐 있는 거 아니야? 바로 얼마 전까지 나 좋다고 수작 걸고 그래 놓구선!
명진 : 어이구, 지만 좀 쳐다보면 다 지 좋아한대. 병이 깊어. (파전을 한 입에 털어 넣고 나간다)
경애 : 분명히 나한테 시상식 같이 가자고 그랬는데.. 뭐야 그때 그건?!
씬/36 바자회장 (낮)
<소년 소녀 가장 돕기 바자회>라 쓰여 있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김정욱이 시민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다. 홍보용 사진을 찍는다.
강모 : (정욱에게 와서) 연설문은 이택진 작가한테 부탁 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최우식 작가는 제가 방금 만나고 왔는데
(하다가 일각에 서 있는 지수를 발견한다. 놀라 김정욱을 본다)
김정욱 : (아무렇지 않게) 내가 불렀다.
강모 : (화가 난다) 하...
컷 튀면, 강모가 지수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한 화면 안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전화 통화를 한다)
강모 : (아버지에게 화가 나서 괜히 지수에게 언성을 높인다) 니가 여길 왜 왔어? 뭐 하러 이런 데까지 불려 다녀?
못 온다고 거절했어야지!
지수 : 화 내지 말아요. 나 괜찮으니까.
강모 : 너까지 아버지 일에 동원 되는 거 싫으니까, 지금 가.
지수 : 내가 지금 가 버리면 강모씨 난처해지잖아. 나 여기 강모씨 땜에 온 거야. 그러니까 고맙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되요.
괜히 화내지 말고.
강모 : .... (괴로운지 전화를 끊는다)
지수 : (속상한 얼굴로 강모 쪽을 바라보며 전화를 끊는다)
팀장 : (OFF) 한지수씨~~~
지수 : (소리 나는 곳을 본다)
팀장이 동백을 밀며 윤섭, 태완과 함께 온다.
동백 : (지수와 눈이 마주치자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숙인다)
지수 : (당혹스럽다) ...?
팀장 :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한지수씨. 저 고팀장입니다. 기억하시죠?
지수 : (억지로) 예.. (불편한 표정으로 동백을 본다) 점심은 드셨어요?
동백 : 예..? 예.. (난감하다) 후..
팀장 : (동백을 쿡 찌르며) 이제 좀.. 말씀을 드리지? 점심시간 다 끝났는데.
지수 : 무슨.. ?
동백 : (난처한) 그게 저기..
팀장 : (동백이 말을 못하자 옆구리를 쿡 더 세게 찌른다)
동백 : (얼결에 확) 주말에요~
지수 : 네.
동백 : (당연히 거절할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없게) 우체국 체육대회가 있는데, 그때 오실 수 있을 지.. 스케쥴이 많아서 바쁠 텐데..
(고개를 숙인다)
지수 : (흔쾌히) 알았어요. 시간 내 볼게요.
동백 : (놀라 고개를 들어 지수를 본다)
계,윤,태 : (좋아한다) 아싸! / 와~!
동백 : (의외의 지수의 대답에 좋아 웃는다)
팀장 : 한지수씨 고맙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동백 : (좋아서 웃는) 그럼. 들어가 볼게요.
지수 : 네. 들어가세요.
팀장 : (동백을 부축하며 윤섭, 태완과 함께 뛰어간다)
동백 : (좋아 미소 짓는다)
윤섭 : (웃으며) 한지수씨 구선배 좋아하긴 되게 좋아하나 봐요. 체육대회도 흔쾌히 온다 그러구.
팀장 : 남자친구 체육대횐데 당연히 와야지.
지수 : (우루루 가는 동백과 직원들을 보고는 웃음이 사라진다. 한숨을 짓는다) ...
(가려고 뒤를 도는데 강모, 김정욱, 수연이 서 있다. 놀란다)
강모 : (억지로 서 있는 표정이다)
김정욱 : 아~ 한지수씨. 진작 인사를 했어야 되는데 기자들한테 여태 붙잡혀 있었어요.
바쁜 와중에, 이렇게 도와주러 나오시고, 고마워요.
지수 : 네.
수연 : (밝게) 감사합니다.
지수 : 예... (안 좋은 표정으로 강모를 한 번 본다)
강모 : (미안한지 지수를 보지 못하고 서 있다)
김정욱 : (지수와 강모의 표정을 보고는 일부러) 방금 왔다 가신 분이 한지수씨 지금 사귀시는 애인 맞죠?
지수 : (그 말에 기분이 상한다. 억지로) .....네.
김정욱 : 우체국 공무원이시라고..?
지수 : (억지로) .....네.
김정욱 : 멋진 배우시라 그러신 지 연애도 아주 멋있게 하십니다. 두 사람 참 잘 어울려 보이던데... (강모에게) 안 그러냐 강모야?
강모 : (참기 힘들다) ...
지수 : (그런 강모를 보다 나서서)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연 : (미소 지으며) 올해 좋은 일이 많으시네요. 좋은 상도 받으시고 좋은 사람도 만나시고..
지수 : 네.. 그러네요..
김정욱 : 그럼 한지수씨 앞으로도 좋은 연기 보여 주시고, 연애도 좋은 결실 이루길 바랍니다.
지수 : (꾹 참고 억지로) 네.
김정욱 : (돌아서며, 들으라는 듯) 아가야, 나 오늘 타이가 튀지 않았냐?
수연 : 좋으세요. (타이를 매만져준다) 젊어 보이시구요.
김정욱 : 그래? 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예술 하는 사람 안목이니 정확하겠지.
강모 :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
수연 : 강모씨. (강모의 팔짱을 끼고 데려 간다)
지수 : (수연과 가는 강모의 뒷모습을 본다. 이 상황에 비애가 느껴진다)
씬/37 지수 차 안 (낮)
지수 : (힘든 표정으로 올라와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다. 핸드폰이 울린다. 강모다) .... (받는) 아까 강모씨가 가라 그럴 때 갈 걸..
괜히 착한 척 했나 봐.. 좀 힘드네..
강모 : (한숨, OFF) 오늘 저녁, 같이 하자. 6시로 예약 해 놓을게.
연경 : (들어와 앉으며) 강모야?
지수 : (핸드폰 끄며) 최감독님 영화 시사회 취소해 줘.
씬/38 동백 사무실 (낮)
동백 :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다. 웃다가 책상에 켜져 있는 컴퓨터로 인터넷 기사를 본다. 한지수의 기사가 있다.
<한지수, 촬영 기자클럽에서 최고의 배우로 선정>이란 헤드 카피가 보인다. 반갑다) 어? 지수씨 또 상 타네...
촬영기자 클럽에서 뽑은 최고의 배우 상이면 이거 대단한 건데.. 야, 지수씨 좋겠다.. (하다가 고민스러운) 잠깐만..
이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내가 축하를 해줘야 되나? (머리 긁적이며) 몰랐으면 모를까 알았는데 모른척하기도 그렇고..
(지수 사진을 보며 고민에 빠진다) 지수씨는 내 생일도 챙겨 주고 체육대회도 와 주는데...
씬/39 일식집 룸 (오후)
강모와 김정욱이 마주 앉아 있는데, 술상이 한 상 차려진다.
강모 : 저녁 약속 있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김정욱 : 알아. 근데 그 약속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오기로 했으니까 앉아있어.
강모 : (싫은) 죄송합니다.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장인과 수연이 들어온다. 강모가 장인을 보고는 놀란다)
김정욱 : (반기며) 아유~ 사돈, 어서 오세요.
최회장 : (들어오며) 부자지간에 오붓한 시간 가지시는데 껴도 되는 겁니까?
김정욱 : 별 말씀을요. (수연에게) 애기도 잘 왔다.
강모 : (어쩔 수 없다. 인사하는) 오셨습니까?
씬/40 레스토랑 룸 (저녁)
지수 : (시계를 본다. 6시 40분이다)
연경 :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를 해주던가. (하며 전화를 건다. 신호가 몇 번 울리고 저절로 끊긴다) 뭐야? 왜 안 받아?
지수 : (불안한 표정이다) ....
씬/41 일식집 룸 (저녁)
최회장 : (술을 한 잔 들이키고, 술을 정욱에게 따르며) 그런데요 사돈..
정욱 : (받으며) 예..
최회장 : 얘들 약혼 기간이 너무 긴 거 아닌 가 모르겠습니다.
강모 : (불안한 표정으로 최회장을 본다)
최회장 : 일 년이 다 되가는데, 젊은 애들 약혼 기간이 길어도 좋지가 않습니다.
정욱 : 물론.. 옳은 말씀입니다만 제가 선거를 앞두고 있는 게 좀 마음에 걸립니다. 정치인과 언론인의 유착이다 뭐다
말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결혼은, 선거 후에 하는 것이 양가에 다 좋을 듯 싶습니다.. (수연에게) 애기야, 미안하구나.
니가 날 좀 이해해 다오.
수연 : 아니에요 아버님.
강모 : (결혼 얘기에, 술을 들이킨다)
최회장 : 하긴.. 우리 사돈께선 더 큰 그림을 그리셔야 할 분이신데, 뭐가 됐든 잡음이 있어선 안 되죠.
정욱 : (웃으며) 큰 그림은요. 하하~ 제가 그럴 그릇이 되어야 말이죠.
최회장 : 무슨 말씀이십니까. 차고 넘치십니다. 하하~
강모 : (힘들다)
정욱 : (강모 잔에 술을 따라 주며) 한 잔 더 해.
씬/42 레스토랑 룸 (저녁)
연경 : (시계를 보고는) 한 시간도 더 기다렸다. 전화 한 번 더 해보고 계속 안 받으면 그냥 가자. (전화를 하려는데)
지수 : 내가 해 볼게. (전화를 건다)
씬/43 일식집 앞 + 레스토랑 룸 (저녁)
술 취한 강모를 보좌관이 부축해 차에 태운다.
정욱이 옆자리에 앉는데 강모의 쟈켓 주머니에서서 핸드폰이 울리자 핸드폰을 꺼내 받는다.
지수 : (OFF) 강모씨. 무슨 일 있어요?
김정욱 : 아, 한지수씨?
지수 : (놀란다) 저... 강모씨는..?
김정욱 : 우리 애기 하고 술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인데, 무슨 일이신가?
지수 : ... (어렵게) 아닙니다..
김정욱 : 내가 두 사람 대학 선후배 사인 거 알고는 있는데, 글쎄.. 약혼한 남자한테 사사롭게 전화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지수 : (매우 속상한 얼굴로 전화를 받고 있다)
김정욱 : (OFF) 나 한지수씨 스마트 하게 봤는데, 이러는 거 좀 미련스러워 보이는 군. 이만 끊습니다. (끊는다)
지수 : (힘없이 전화 받던 손을 툭 내려놓는다)
연경 : (걱정스러운 듯) 누구야? 혹시.. 강모 아버지시니..?
지수 : (울컥하는 걸 억지로 참는다) ... (가방을 들고 벌떡 일어나서 나간다)
연경 : (걱정스럽다) ... (따라 나간다)
씬/44 청담동 명품 샾 (저녁)
평정심을 잃은 지수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연경이 걱정스럽게 따라 들어온다.
샾 매니저와 직원들이 지수 앞으로 달려와 인사한다.
지수는 인사도 받지 않고 물건들을 마구 고르기 시작한다. 연경은 그런 지수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샾 매니저 직원들에게 고개 짓을 하면 직원들이 매장 셔터를 내려 버린다.
씬/45 지수 집 드레스 룸 (저녁)
어지럽게 널려 있는 수많은 쇼핑백 위로, 지수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지수가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씬/46 지수 집 앞 (저녁)
동백이 작은 선물 상자를 들고 온다. 기대에 차서 초인종을 누른다.
씬/47 지수 집 드레스 룸 (저녁)
연경 : (노크 소리, OFF) 지수야? 잠깐 나와 봐.
지수 : (손으로 눈물을 닦아 낸다)
씬/48 지수집 거실 (저녁)
지수와 연경이 오는데, 동백이 서 있다.
동백 : (작은 선물 상자를 들고) 안녕하셨어요? 저 왔습니다.
지수 :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동백 : 아닙니다. 문제가 생겨서 온 건 아니구요. 한지수씨 촬영기자 클럽에서 상 받으셨잖아요.
제가 축하를 해 드려야 될 꺼 같아서요.
지수 : (기가 막혀서 동백을 쳐다본다)
동백 : (혼자 신나서) 한지수씨는 대단하신 거 같애요. 상이란 상은 다 휩쓰시고 하하~ (상자를 내밀며) 이거 별 건 아닌데요.
선물 작은 거 하나 준비 했습니다. 한지수씨 같은 분한테 뭘 사드려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이번 달이 보너스 달이 아니라서요. 너무 약소해서 손이 좀 민망하네요. 그래도... 받으세요...
지수 : (싸늘하게) 이걸 제가 왜 받아요?
동백 : (순간 당황한다) 네?
지수 : 이걸 구동백씨한테 제가 왜 받냐구요?
동백 : (난감해서 억지로 웃으며) 아니.. 저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지수 : 우리가 무슨 사인데요?
동백 : (말이 막힌다)
지수 :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하...... (뭔가 결심한 듯) 구동백씨.
동백 : 네?
지수 : 확실히 해야겠네요.
동백 :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지수를 본다)
씬/49 자동차 영업소 안 + 영업소 앞 거리 일각 (저녁)
에쿠스 급의 대형 세단 앞에 동백, 지수, 연경이 서 있다.
지수 : (냉정하게) 무슨 색이 좋겠어요? 세단인데 검정색이 낫겠죠?
동백 : (왜 이러나 싶은) 차는 갑자기 왜...?
지수 : (단호하게) 그럼 검정색으로 하세요. 언니 가서 계약 좀 해 줄래?
연경 : (지수를 말리는) 지수야..
지수 : 얼른.
연경 : (하는 수 없이 간다) 하..
지수 : 계약서 가져 오면 사인하세요.
동백 : (왜 이러지 하는 얼굴이다) 저는 차 필요 없습니다.. 우체국도 가까워서 걸어 다니구요..
그리고 이렇게 큰 차는 저한테 맞지도 않아요..
지수 : (화난 얼굴로 동백을 본다)
컷 튀면 영업소 밖 한적한 곳이다. 지수와 동백이 서있다.
지수 : (냉정하게) 구동백씨, 당신이 날 도와주는 댓가로 이 차를 드리는 거예요. 이제 구동백씨하고 난 정확하게 거래를 한겁니다.
우린 필요할 때만 만날 뿐이지, 절대 사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어요. 오늘처럼 약속도 없이 불쑥 불쑥 찾아오는 일
또 없었으면 좋겠네요.
동백 : (난감해 고개를 숙인다) 아~ 제가 연락도 없이 찾아 와서, 그래서 화가 나셨나 보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고마워서.. 바쁘실 텐데, 저희 체육대회도 흔쾌히 와 주신다 그러고.. 그러니까..
지수 : (기막혀) 허. 구동백씨.
동백 : (지수를 본다) 네?
지수 : 제가 체육대회 가겠다고 한 거, 설마 진짜라고 생각 하신 거예요?
동백 : (놀라서) 아닌...가요...?
지수 : 우체국 사람들 우르르 몰고 와서 물어 보는데, 어떻게 그 앞에서 안 된 다고 거절해요? 내가 가겠다고 말했어도
그게 진심이 아닌 거쯤은 눈치 채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일일이 설명 해 드려야 되는 건가요?
동백 : (실망스럽고 창피하다) 아~ 그런 거였군요.. (창피해져서 고개를 못 든다) 하~~ (괜히 얼굴을 비비며) 예! 무슨 말씀 인지
잘 알겠습니다. (창피한 지 이 상황을 피하고 싶다) 오늘은 제가 실수를 여러 번 한 거 같네요.
(인사를 꾸벅하며) 죄송합니다. 앞으론 이런 일 없을 테니까, 화 푸시고.. 이 차 얘기는 없었던 걸로 해 주십시오.
그럼 전 이만.. (도망치듯 돌아서 간다)
지수 : (소리친다) 언제까지 그렇게 혼자만 착한 척 할 거예요!
동백 : (멈춰 선다)
지수 : (감정적으로) 거래라고 했잖아요! 내가 구동백씨한테 도움을 받으니까 구동백씨도 이 차를 받아야
거래가 성립될 거 아니예요! 내 말 못 알아들어요?! 이해 못해요?!
동백 : (지수의 말에 다소 화가 난다) ..... (돌아선다. 지수를 본다) 우리가 거래를 한 거 였군요.. 저는 그냥 팬으로써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시길래.. 도와 드리고.. 그 댓가로 그냥.. 친구가 되는.. 뭐 그런 걸 생각했습니다.
지수 : (단호하게) 내가 구동백씨한테 지불할 수 있는 댓가는 이 정도예요. 친구는 될 수 없습니다.
동백 : (실망스럽다)
지수 : (단호하게) 그러니까 이 차 받으세요.
동백 : (화가 난다) 그럼 전 더 이상 한지수씨를 도와 드릴 수 없습니다.
지수 : (기가 막혀 동백을 본다)
동백 : 제가 사람들을 속이면서도.. 제 동생까지 속이면서도.. 웃을 수 있는 건 한지수씨를 돕는 게 그냥 기쁘기 때문입니다.
한지수씨가 저같은 사람한테 그런 특별한 부탁을 해 주신 게.. 그게 그냥 기뻐서.. 그런 제 마음을 이 차와 바꾸려고 하시면
전 더 이상 도와 드릴 수 없습니다.
지수 : (듣고 있다가 한숨) 하... 그럼 어쩌라는 거예요? 구동백씨는 차를 받을 수 없고 난 친구가 돼 줄 수 없는데,
날 더러 어쩌라는 거예요?
동백 : .... (잠시) 친구가 되 주길 바라지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차도 물러 주세요.
지수 : 그럼 난 구동백씨 도움을 그냥 받기만 하라는 거군요? 어떡하죠? 그건 불편해서 싫은 데요.
뭐든 댓가를 지불해야 내 마음이 편해지겠는데요!
동백 : (자신의 호의를 안 받아 주는 지수가 야속하다) 좋습니다. 뭔가 꼭 저한테 해줘야겠다면 이 차 대신에
우체국 체육대회에 와 주십시오.
지수 : (기가 막힌다)
동백 : 그런 자리 오는 거, 불편해 하시는 거 압니다만.. 저한테 필요한 건 그겁니다.
그 날 직원들이 짓궂게 굴더라도 절 봐서 참아 주십시오. 그럼. (인사를 하고 돌아 서서 나간다)
지수 :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고) 하.. (답답하다)
연경 : (이런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서 있다)
씬/50 거리 (밤)
동백이 힘없이 걷는다. 건물위에 지수의 광고판을 본다. 속이 상하다.
씬/51 달리는 지수 차 안 (밤)
지수 : (눈을 감고 있다)
연경 : 너 오늘 힘들었던 거 아는데, 그래도 엉뚱한데다 화풀이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지수 : (마음먹고) 언니, ** 선생님 패션쇼에 구동백씨 불러 줘.
연경 : (의아한) 거길 왜? 기자들도 많이 오고 불편한 자린데.
지수 : 그 사람한테 확실히 보여줘야겠어. 이건 쇼니까 착각하지 말라고.
연경 : (기막힌) 지수야! 너 정말 왜 이러니? 그 사람 너 도와주고 있는 거야!
지수 : 그렇게 해 줘. (다시 눈을 감아 버린다)
씬/52 동백 집 앞 (오후)
지수의 로드 매니저가 차를 대고 동백을 기다리고 있다.
씬/53 동백방 (오후)
동백 : (거울 보며 양복 상의를 입는다. 카메라가 상반신만 비춘다)
민지 : (부러운) 씨.. 명품 양복 입고 지수 언니 패션쇼도 가고, 좋겠다.
동백 : (마음이 불편하고, 기운이 없다)
민지 : (애처롭게) 나도 좀 거기 데려 가면 안 될까? 이참에 언니랑 인사도 하고 딱 좋은데.
동백 :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다듬는) 다음에.
민지 : (버럭) 맨날 다음에다음에! 그렇게 안 보여 줄 거면 사귄다는 얘길 하질 말던가. 뭐야? 애들은 한지수 봤냐구 맨날 와서
물어 보는데.. 내가 못 봤다 그러기 창피해서 봤다고 맨날 뻥 쳐! 알기나 해 내 입장?
동백 : (민지 등을 달래 듯 치고는) 갔다 올게. (하고 방 밖으로 나가는데, 화면에 추리닝 바지를 입은 것이 보인다)
민지 : (그런 동백을 한심하다는 듯) 얼씨구얼씨구... 패션 리더 나오셨네..
동백 : (잠시 후닥닥 들어온다) 아유, 나 이러고 나갔다. (바닥에 있는 바지를 집으며) 너는 임마 봤으면 말을 해 줘야지.
민지 : 뭐가 이뻐서! 좋은 데 혼자만 가는 이기주의자를! (동백을 툭 밀치고 나간다)
동백 : (휘청하고는) 자식... (신이 나질 않는다) 민지 저 놈이나 보냈으면 좋겠네.. 왜 이렇게 불편하냐.. 하~ (한숨을 쉰다)
씬/54 패션쇼장 무대 뒤편 (저녁)
여러 모델들이 메이크업과 헤어 손질을 받으며 패션쇼를 준비하는 분주한 모습들.
그 중에 지수도 메이크업 마무리를 받고 있다.
지수 : (핸드폰이 울린다. 받는다)
연경 : (OFF) 구동백씨 도착했어. 나와.
씬/55 패션쇼장 앞 복도 (저녁)
지수가 나오자 기자들이 지수에게 몰려든다. 사진을 찍는 기자들.
기자1 : 한지수씨, 오늘 남자 친구는 안 오시나요?
지수 :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걸어간다)
맞은편에서 동백과 연경도 한 무리의 기자들에 둘러싸여 걸어온다.
동백은 정장 차림에 헤어스타일도 신경을 쓴 모습이다.
기자2 : (동백에게) 구동백씨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연경 : 죄송합니다. (기자들을 피해 동백을 에스코트 하며 지수에게 간다)
동백 : (자신에게 걸어오는 지수를 본다) ....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지수 : (진짜 애인처럼 활짝 웃으며) 왔어요?
동백 : (경직된 얼굴로) 네.. 네에.. (힘들게 웃는다)
기자들 : (경쟁적으로 후레쉬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다) 두 분 다정한 포즈 부탁드립니다. / 이쪽도요. / 여깁니다.
동백 : (애써 웃으려 노력한다) 하... 하...
지수 : (의도적으로 더 동백의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고, 옷을 매만져 주는 등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다)
동백 : (지수가 다정하게 할 때마다 매우 불편하다) ... (억지로 웃는다)
연경 : 그만 끝내겠습니다. (팔짱을 낀 동백과 지수를 에스코트 하면서 대기실로 간다) 죄송합니다. (길을 만들며) 죄송합니다.
기자들 : (따라 붙으면서 사진을 찍는다)
씬/56 패션쇼장 지수 대기실 안 (저녁)
지수는 들어오자마자 동백과 팔짱을 풀어 버리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붙이지 않는다.
지수가 화장대 앞에 앉아서 생수를 따서 마신다.
연경 : (들어온다.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려고 동백에게) 차 한 잔 드실래요?
동백 : (주눅이 들어서) 아니요.. 괜찮습니다..
연경 : (동백을 신경 쓰며) 양복 잘 어울리시네요. 멋있으세요.
동백 : 양복이 멋있는 거죠.. 제가 뭐..
지수 : (말을 자르는) 언니, 내 구두 좀 확인 해 줄래? 바뀔 거라 그랬는데.
연경 : (싸늘한 지수를 보며) 그래.. 알았다.. (동백에게 웃으며) 잠시만요.
동백 : 예..
연경 : (신경이 쓰이지만 나간다)
지수 : (동백을 무시한 채 콘티를 보고 있다)
동백 : (무안한 얼굴로 조용히 서 있다) ... (그렇게 침묵이 흐른다)
씬/57 패션쇼장 (저녁)
쇼가 시작 되지 전이다. 동백과 연경이 나란히 자리에 앉아 있다.
동백 : (가만히 앉아 있다)
연경 : (그런 동백을 살피며 안타까운) .... 지수 땜에 마음 많이 상하셨죠?
동백 : 아닙니다 뭐.. (힘없이 웃는다)
연경 : 하.. 이런 말씀까지는 안 드리고 싶었는데.. 구동백씨가 지수를 오해 하실까봐.. 지수가 나쁜 애가 아니에요..
힘들어서.. 투정하는 겁니다.. 지수가 만나는 사람.. 다른 여자랑 약혼했거든요..
동백 : (놀란다)
연경 : 지수랑은 대학 때부터 사겼는데, 그 사람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했어요.
동백 : 한지수씨 같은 분을 왜..?
연경 : 그 사람 아버지가 정치하는데, 도움이 될 사돈을 맞고 싶었던 거죠. 자기 아버지 선거 끝나면 돌아온다니까
지수 기다리고 있는데 그게 참..
동백 : (지수가 가엽다) 한지수씨.. 많이 힘드시겠네요..
연경 : 그렇죠. 그 날도 그 사람 아버지한테 상처를 좀 받았어요. 근데 그 불똥이 구동백씨한테 튄 거 같아요.
동백 : (알겠다는 듯) 아....
연경 : 지수가 힘들어서 실례를 했던 거니까, 이해를 좀 해 주세요. 그리고 지금 얘기는 지수한텐 절대 모르는 척 해주세요.
동백 : 네.. 그럴게요..
강모 : (그때 둘 앞을 지나 동백 옆자리에 앉는다)
연경 : (강모를 보고 모르는 척 한다)
강모 : (팜플렛만 뒤적인다)
동백 : (더워서 재킷을 벗다가 강모의 팔을 친다. 강모의 팜플렛이 떨어진다) 아, 죄송합니다.
(팜플렛을 얼른 주워 툭툭 털고 강모에게 준다) 여기!
강모 : (그런 동백을 슬쩍 본다. 팜플렛을 받으며) 아. 예.
동백 : (미안한 웃음을 짓고는 자리에 앉는다)
연경 : (그런 동백과 강모를 본다. 불편하다)
쇼가 시작된다. 오프닝으로 화려한 차림의 지수가 등장한다.
동백과 강모는 지수를 바라본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로 가득하다.
동백 : (지수가 측은하다) ... (그래서 열심히 박수를 친다)
지수 : (워킹하면서, 동백과 강모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 .... (무대 끝에 서서 멋진 포즈를 취한다.
두 사람을 동시에 보자 현실이 느껴진다. 포즈를 취하고 돌아서자 웃고 있던 표정이 싸늘해진다)
씬/58 패션쇼장 지수 대기실 안 (밤)
연경 : (지수를 보다가 넌지시) 강모 왔던데, 끝나고 보기로 했니?
지수 : (대답 없이 가방을 챙긴다)
연경 : 약속 없으면 구동백씨랑 저녁 같이 하면 어때?
지수 : (그럴 생각 없다는 듯 대답이 없다)
연경 : 그 사람 오늘 기자들한테 많이 시달렸어. 이대로 보내기 좀 그렇잖아.
지수 : (여전히 대답이 없다)
연경 : 하.. (체념)
씬/59 야외 주차장 일각 (밤)
연경이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동백이 보인다.
차마 나가지 못하고 서 있다.
연경 : 아, 저 사람들.. (급하게 동백에게 달려간다)
동백 : (후레쉬가 연신 터진다. 기자들의 취재 경쟁에 진땀이 난다)
기자들 : 패션쇼 보신 소감이 어떠세요? / 역시 한지수씨가 제일 예쁘셨나요?
동백 : (힘들게 대답하는) 예... 예...
기자들 : (동시에) 구동백씨, 달라진 생활에 대해서 말씀 좀 해 주세요. / 두 분 첫키스는 언제 하셨습니까?
/ 연예인이라는 게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동백 : (정신없어 한다) 예.. 그냥..
연경 : (동백에게 와서) 죄송합니다. 오늘 그만하겠습니다. (동백을 데리고 지수가 있는 건물 안으로 간다)
지수 : (문을 닫고는 건물 안에 서 있다) .... (동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동백과 연경이 들어온다.
동백 : (웃으며) 기자분들.. 진짜 대단하네요. 몰래 나가려고 주차장으로 빠져나왔는데, 어떻게 알고들.. 진땀 뺐습니다.
연경 : 힘드셨죠?
동백 : 아니요 뭐.. (말없는 지수를 본다)
지수 : (동백의 시선을 피해 가만있다)
동백 : (어색하다) 음.. 그럼 전 더 해야 될 일 없으면 그만 가 보겠습니다.
지수 : (담담하게) 수고하셨어요.
동백 : 그럼. 또 연락 주십시오. (인사를 하고는, 계단 쪽으로 간다)
연경 : 언제까지 이럴 거야? 저녁 같이 먹자.
지수 :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연경 : 너 지금 마음 불편한 거 다 알아. 얼른 불러.
지수 : (갈등한다)
강모 : (OFF) 지수야.
지수 : (돌아본다)
강모 : (꽃다발을 뒤로 안보이게 들고 서 있다가 지수에게 살짝 내보인다) 그 날 저녁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오늘은..
(핸드폰이 울린다.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배터리를 빼버리며) 저녁 꼭 같이 하자.
지수 : (그런 강모를 보자 마음이 녹는다)
씬/60 패션쇼장 앞 거리 (밤)
동백이 힘없이 걸어가는데, 지수를 태운 강모의 차가 옆으로 지나간다.
씬/61 동백집 거실 (밤)
동백이 늦은 저녁을 먹고 있고 민지는 옆에 있다.
민지 : 근데 오빠 지수 언니 전화번호 뭐야?
동백 : 왜?
민지 : 하두 안 보여 주니까 직접 전화해서 만날라 그런다. 번호 뭐야?
동백 : 몰라~
민지 : (기막혀 하며) 차.. 가르쳐주기 싫으면 싫다 그래. 몰라가 말이 돼?
동백 : (기운 없이) 몰라~
민지 : 안 가르쳐 주면 내가 찾으면 되지. (하고 동백의 핸드폰을 집어 통화기록을 보며) 한지수 아니면 지수씨. 뭐 그런 거 아니면
이쁜이, 까꿍이, 뭉뭉이 이런 거지.. (하다가) 한지수 매니저?
동백 : (얼른 핸드폰을 뺏는다) 이리 줘.
민지 : (삐친다. 소리친다) 왜 그러냐? 내가 챙피하냐?
동백 : 그런 거 아니야.
민지 : (화를 낸다) 그럼 뭐야? 왜 소개를 안 시켜줘.
동백 : 아.. (난처해 하다가 대충) 싸웠어.
민지 : (걱정스럽게) 왜? 심각해? 둘이 헤어지는 거야? (혼자 오바) 오빠 둘이 헤어지면 안 돼.
동백 : (씁쓸하게 밥을 먹는다)
민지 : 아이 참.. (동백을 보다가) 하긴, 그 언니가 스탄데 좀 까탈스럽겠어. 오빠 쥐었다 놨다 하지? 성깔두 장난 아니지? 그치?
뻔하지 뭐.
동백 : 그런 사람 아니야.
민지 : 나한테까지 속일 필요 없어. 그렇게 이쁘게 생기구 탑 여배운데 뭐 아쉬운 게 있겠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하고 살겠지.
동백 : (지수를 생각하며)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야. 남 모르는 상처도 있고.. 많이 힘들구.. 그래서 나한테 좀 섭섭하게 했는데
내가 속 좁게 똑같이 굴었다. (엷게 웃는다)
민지 : 진짜? 오빠 미친 거 아니야? 한지순데.. 그깟 섭섭 정도에! 그보다 더 한 거라도 꾹 참아야지!
동백 : (웃으며) 그러게..
민지 : (금방 말 바뀌는) 잘해라. 그 언니가 오빨 만나는 거 보면 조건 같은 거 따지는 그런 삼류가 아니야.
사람 심성하나 보구 만나는 건데 얼마나 착해. 그런 착한 사람한테 화를 내? 올챙이적 생각 못하구 스타랑 사귄다구
어깨에 뽕 확 들어 가지구.. 그러지 마. 그럼 못써.
동백 : (엷게 웃으며) 넌 임마. 어떻게 그렇게 금방 말이 바뀌냐.
민지 : 빨리 화해해라. 오빠가 잘못했다. (반찬을 하나 손으로 집어 먹는다)
동백 : (씁쓸하게 웃는다)
씬/62 동백 집 마당 (밤)
동백 : (쭈그리고 앉아 하늘을 본다. 지수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씬/49, 인서트)
동백 : 뭔가 꼭 저한테 해줘야겠다면 이 차 대신에 우체국 체육대회에 와 주십시오. 그런 자리 오는 거, 불편해하시는거 압니다만..
저한테 필요한 건 그겁니다. 그 날 직원들이 짓궂게 굴더라도 절 봐서 참아 주십시오.
동백 : (후회스러운지 한숨을 쉰다) 하... 너 왜 그랬냐...
씬/63 지수 집 아침 외경
(E) 핸드폰 벨 소리
씬/64 지수 방 + 동백 방 (아침)
연경 : (지수에게 핸드폰을 내민다) 구동백씨다.
지수 : (받는다) 네.
(WIPE IN)
동백 : 안녕하세요. 바쁘실텐데 용건만 간단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저희 우체국 체육대회가 말입니다.
갑자기 취소가 되 가지구요. 안 오셔도 됩니다. 그거 땜에 전화 드렸습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끊는다)
지수 : (듣고 있다)
(WIPE OUT)
지수 : (핸드폰을 끊는다)
연경 : 뭐야?
지수 : 오늘 체육대회 취소됐다구. 안 와도 된다구.
연경 : (믿기지 않는 듯) 그래? 왜 갑자기 취소가 됐을까? 그것두 당일 날 아침에.. (창밖 보며) 날씨도 좋은데..
지수 : (연경의 말이 맞다) ...!
연경 : (지수에게 넌지시) 취소 된 게 맞을까?
지수 : (더 생각하기 싫은 듯) 취소 됐다잖아.
연경 :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장감독님 미팅하러 가자. 준비해라.
지수 : (테이블 구석에 놓여 있는 동백이 준 선물 상자를 발견하고 집는다)
연경 : 어.. 그거..? 구동백씨가 저번에 가져 온 니 선물. (나간다)
지수 : (잠시 보다가 열어본다. 상자 안에는 핸드폰 줄과 작은 카드가 들어있다. 핸드폰 줄은 작은 거북이 모양의 누런 황금이다.
촌스럽다는 듯 피식 웃는다. 카드를 집어 열어본다. 카드에 다음과 같이 씌여 있다)
동백 : (OFF) 친애하는 한지수씨께. 촬영 기자클럽에서 선정한 최고의 배우가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한지수씨 앞 날에 축하받으실 일만 가득하시길.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구동백 드림.
지수 : (카드의 좋은 친구라는 문구를 보자 지난일이 떠오른다)
(씬/49, 회상 인서트)
동백 : 우리가 거래를 한 거 였군요.. 저는 그냥 팬으로써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시길래.. 도와 드리고..
그 댓가로 그냥.. 친구가 되는.. 뭐 그런 걸 생각했습니다.
지수 : 내가 구동백씨한테 지불할 수 있는 댓가는 이 정도예요. 친구는 될 수 없습니다.
지수 : (회상에서 돌아온다. 마음이 편치가 않다. 심호흡을 한다) 하....
씬/65 지수 차 안 (오전)
연경이 운전을 하고 옆에 지수가 앉아 있다.
지수 : (계속 동백이 신경 쓰이는 표정이다)
연경 : 권선배 딸 낳았다고 그러던데. 병원에 한 번 가볼래? 귀찮으면 내가 선물만 보내고.
지수 : (화창한 하늘을 본다. 고민하는) 언니. 체육대회 진짜 취소 된 걸까?
연경 : (지수를 본다)
씬/66 한강 고수부지가 내려다 보이는 곳 (오전)
지수의 차가 와서 멈춘다. 지수가 차에서 내려 고수부지를 내려다본다.
우체국 직원들이 같은 체육복을 입고 발야구를 하고 있다.
지수 : (그 모습을 보고 미안한 듯) 하..
씬/67 한강 고수부지 (오전)
우체국 직원들이 발야구를 하고 있다. 동백이 공격을 할 차례다.
동백 : (손을 번쩍 들어 자기 편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친다) 파이팅!
팀장, 윤섭, 태완을 비롯한 우체국 직원들은 모두 심통이 난 얼굴로 아무도 호응을 하지 않는다.
팀장 :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파이팅은.. 지 혼자 신났어.
동백 : (공을 뻥 찬다. 멀리 날아간다. 동백 신나하며) 와~ (1루로 달린다)
팀장 : (공이 세게 차자 더 심통) 얼씨구.. 아주 신났구만 뻥뻥 차대고. 누구는 기운 쭉쭉 빼 놓구선 지 혼자 펄펄 날아.
윤섭 : (신나지 않는다) 아~ 난 어제 파마 괜히 했어. 한지수 오지도 않는데.
태완 : 온다 그래 놓고 안 오고... 사람 가지고 노는 거야?
팀장 : 구동백이가 우릴 우습게 보는 거지 스타 좀 사귄다고. 지 애인 이런 먼지 구뎅이 데리고 오기 싫다 이거야.
동백 : (3루를 지나 홈으로 온다)
팀장 : (심통 나서 툴툴거린다) 저거봐라 저거봐라. 3루 찍구 홈으로 들어온다. 그라운드 홈런이냐. 아이구 잘났네.
스타 애인 둔 놈은 틀리네.
동백 : (홈을 밟고는 신나 펄쩍펄쩍 뛰고는) 홈런 홈런.. (신나 자기 편 사람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양 손을 든다) 와..
팀윤태 : (셋 다 팔짱을 낀채 반응 싸늘하다)
동백 : (손이 민망한지 혼자 박수를 친다) 와! 일 대 영! (아무도 동조를 안 하자 박수가 잦아든다. 힘들다) 후~ (고개를 숙인다)
명진 : (OFF, 놀라 큰 소리로) 악~ 한지수다!
동백 : (소리 나는 곳을 본다)
직원일동 : (소리 나는 곳을 본다)
지수, 연경, 도시락 집 점원들이 손에 가득가득 도시락을 들고 일동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직원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지른다.
동백 : (지수의 모습에 매우 놀란다)
팀장 : (신나 동백 얼굴을 양손으로 부비며) 이런 깜찍한 놈. 너 성공했다. 우릴 깜짝 놀래 킬라 그런 거지?
니 깜짝쑈 성공이야. 대성공이야.
지수 : (일동을 향해) 아직 점심 안 드셨죠?
일동 : (큰소리로) 네에~~~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얼떨떨하다)
씬/68 고수부지 일각 (낮)
연경과 도시락집 점원이 우체국 직원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지수는 우체국 국장에게 도시락을 주고 그 옆에 동백과 팀장이 있다.
국장 : (매우 좋아한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냥 오시기만 해도 자리가 빛날 텐데, 뭘 이런 거 까지.
지수 : (웃어 주며) 늦어서 죄송합니다.
국장 : (좋아하며) 한지수씨가 그렇게 웃어주니까 이 늙은 고목에도 꽃이 피겠습니다. 하하하~
팀장 : (같이 웃는다) 하하하~
명진 : (일각에서, 밥을 먹으며) 눈으로 직접 보니까 어때? 이제야 믿어지냐?
경애 : (도시락을 열며 딴소리 하는) 돈 좀 쓰지. 도시락 참 겸손하다. (먹기 시작한다) 새우튀김에.. 겨우 광어회..?
대스타가 챙피한 줄 알아야지 뭐니 이게!
명진 : (정신없이 먹으며 작게 중얼거린다) 지가 어디 가서 광어회를 얻어먹는다고.. 얻어 먹어봐야 커피에 쥬스 깡통이지..
경애 : (명진을 노려본다)
동백, 지수가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다.
동백과 지수가 도시락을 먹다가 눈이 마주친다. 민망하고 어색한 지 서로 시선을 천천히 피한다.
지수 : (밥을 먹으며 작은 소리로) 왜 거짓말 했어요?
동백 : (밥을 먹으며)... 근데 왜.. 왔어요?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지수를 본다)
지수 : 할 얘기 있어서요.
동백 : (무슨 얘기를 하려나) ...?
지수 :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동백이 선물로 준 핸드폰 줄이 달려 있다) 이거요.. 진짜 촌스러워요. 그 얘기 하려고 왔어요.
동백 : (당황해서는) 아.. 그거.. 많이 촌스럽나요? 거북이 말고 양도 있었는데, 양을 할 껄 그랬네요.. 거북이가 좀 촌스럽죠?
지수 : 거북이라서 촌스러운 게 아니라, 누런 황금이라 촌스러운 건데.
동백 : (민망한) 아! 그런 겁니까? 전 황금이면 최고니까. 황금은 팔 때도 제값을 받을 수도 있고.. 하~~ 제가 안목이 이렇습니다.
지수 : (마음이 편해지는지) 농담이에요.
동백 : 아? 농담입니까? 전 진담인 줄 알고.. 제가 농담하고 진담을 잘 구분 못합니다. 하~~ 제가 이렇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밥을 먹는다)
씬/69 체육대회 몽타주
C#1 계주 경기
일동 응원을 하고 있고 마지막 주자로 동백과 직원1이 서 있다.
직원2가 먼저 직원1에게 바통을 전해주고 팀장이 뒤늦게 동백에게 바통을 전해준다.
동백이 힘껏 달려 따라 잡는다.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동백이 역전해서 우승한다. 동백 편 직원들이 기뻐 날뛰고 지수도 박수를 쳐준다.
동백은 직원들의 환호에 수줍게 머리를 긁적인다.
C#2 기념촬영
지수와 동백을 중심으로 직원 일동이 모두 모여서 기념촬영을 한다.
모두 환하게 웃으며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스틸된다.
씬/70 동네 거리 + 동백 집 앞 (밤)
동백 : (지수와 함께 우체국 전 직원이 단체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며 걷는다.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민지야~~ 오빠 왔다~~ (들어간다)
씬/71 동백집 마당 + 대청마루 (밤)
동백이 들어오는데, 대청마루에는 다 먹고 마신 빈 술상이 있고 그 옆에 누군가 엎어져 있다.
동백 : (엎어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놀라) 어!!.. 누구야..? (쓰러진 사람을 흔들며) 이 봐요.. 저기요..
(몸을 뒤집으면 백기자다, 놀라) 어!
민지 : (취해서, 설탕물을 들고 오며) 우리 집은 가난해서 꿀도 없고.. 설탕물도 되나..? (동백에게) 어.. 오빠 왔어..?
동백 : 이 사람 여기 왜 있어?
민지 : 아까아까부터 오빠 취재 한다고 왔는데.. 오빠랑 지수 언니랑 (구역질이 난다) 우억~! 내가 마셔야 겠다.
(설탕물을 마시는데 반을 흘린다)
동백 : (난감한 듯 백기자를 본다) 이 사람 내 보내야 돼.. (백기자를 당겨보다가 여의치 않자, 혼자 업어 보려는데 힘들다)
민지야, 좀 업혀 봐!
민지 : (귀찮은지) 아.. 왜.. (하면서 동백 등에 자기가 업힌다)
동백 : 야~~ 너 말고 이 사람~~ (민지를 내려놓는다)
민지 : (그 바람에 마루에 대자로 뻗는다) 아우.. 머리 박았다.. (졸려 스르르 잠이 들며) 근데 오빠.. 한지수랑 사귀는 거 가짜야..?
동백 : (그 소리에 놀란다)
민지 : 기자님이 그러는데.. 그런 루머가 있다고..
동백 : (놀란다)
씬/72 동백방 (밤)
동백 : (다급하게 들어오면서 전화를 건다) 매니저님? 구동백 입니다. 백기자가 저희 집에 와 있어요.
씬/73 지수집 거실 (밤)
연경 : (놀라) 백기자가요?
지수 : (놀라 연경을 본다)
동백 : (잔뜩 흥분해서는, OFF) 술에 잔뜩 취해서 쓰러져 있는데 제 동생한테 저랑 지수씨랑 사귀는 거 가짜라구
다 얘기 했나 봐요.
연경 : 구동백씨 진정하세요. 제가 지금 갈 테니까 기다리세요.
씬/74 동백 방 (밤)
동백 : (기절할 듯한 얼굴로) 어떡하죠? 그 소릴 듣고 제가 너무 가슴이 벌렁대고 떨려 가지구요.. 아 예, 알겠습니다. (끊고는)
아.. 진짜.. 이 사람 왜 이렇게 끈질긴.. (하고 방문을 여는데, 백기자가 소형 녹음기를 들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서 있다)
허억..! (매우 놀라는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