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1차전에서 판정승을 거뒀을 뿐 정부의 산업육성 기조의 의약품 배달정책이 거둬지지 않으면 제 2의 닥터나우가 나올겁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닥터나우 어플내에 가입하지도 않은 약국들의 정보가 검색되면서 약사들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약사회를 중심으로 정보삭제를 요구하는 약사들의 위임장이 모아졌다.
위임장은 업체측에 전달될 예정으로 향후 어플내의 모든 약국들의 정보가 삭제되면 이른바 '닥터나우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약사공론은 대한약사회 정수연 정책이사(사진)를 만나 최근 닥터나우를 비롯해 ‘정부의 의약품 배달정책 기조’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정수연 이사는 "닥터나우측에서 공공데이터라는 이유로 약국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던 것"이라면서 "특히 각 지부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해줘서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다. 업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소송 등의 대책도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임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약사들이 배달약국 문제에 대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의약품 배달정책이 계속 이어진다면 제 2의 닥터나우는 또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은 짚고 분명히 넘어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10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경제인간담회 자리에서 규제챌린지 추진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의 육성을 위해 '해외'와 비교해 과도한 국내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없애는 '챌린지'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대해 정수연 이사는 현재 정부가 국내의 보건의료시스템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미국 등 해외의 사례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는 단일보험체계지만 미국은 다수의 보험이 자리하고 있으며 환자들과 약사와 의사들이 처방전이 나올때마다 보험사와 협상을 한다"면서 "필팩은 이 과정을 대신하면서 마진을 가져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미국은 전문약의 약값마진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대형 조제약국을 통해 필팩은 부가적인 이윤을 챙길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 약국에서는 전문약 마진이 없고 오로지 수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은 배달 등의 건수를 늘리기 위해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닥터나우의 탄생배경은 코로나 상황에서 의료기관내 감염을 막기위한 한시적인 조치였지만 현재 피부약·탈모약·발기부전치료제 등 필수적인 의료와는 거리가 먼 처방과 조제가 다수 이뤄지고 있어 코로나 이후에도 유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약 배달 서비스는 업체의 처방량 증가 노력에 따른 국민들의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는 물론 약국의 접근성을 이용해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오던 사업들이 정면으로 위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약국은 사람이 들르지 않고 약만 들렀다가 가는 곳으로 전락되면서 약국만의 네트워킹을 이용한 방문약료, 자살예방, 치매안심지킴이 등 국민건강 증진사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가 약 배달 정책 기조를 보이면서 약국가에서는 실망감이 크다. 그동안 국민건강을 위해 방문약료 등 각종 사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약사들은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수연 정책이사는 "이번 사안은 약사직능이 닥터나우라는 일개 업체를 대상으로 싸웠던 것이 아니다"라면서 "보건의료인으로서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약 배달 서비스 정책이 분명히 잘못됐음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