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충분하다
마음이 며칠 무겁다. 나 같은 어리숙한 사람도 장바구니 기운을 느낀다. 장난처럼 만 원의 행복이니 하면서 주머니에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넣고 산책하고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리는 행복감이 먼 얘기가 되었다. 좋아하는 빵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아서 몇 개만 쟁반에 담는 나를 보면서 웃을 때가 있다. 생각 없이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지만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으면서 가격을 확인하면서 살지는 않았다.
소비 패턴이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 동네 마트에서나 조금 큰 마트에 가서도 육류를 살 때 외에는 누구나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사는데 돈을 지출한다. 우리 형편에 맞게 살면서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이렇게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음을 몸소 느끼는 것이 나이 탓인가 하면서 철이 든 것인지 아니면 물가가 나 같은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느낄 만큼 심각한 것인지 아니면 철이 들어가는 것인지 혼자 곰곰이 생각하며 보내고 있다.
다 괜찮다.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하게 살아간다. 조금씩 걱정하며 절약하면서 살아내는 것이다. 맛있는 밥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음이 행복하다. 팥이 듬뿍 들은 제과점 빵을 간식으로 커피와 마실 때 나는 정말 행복하다. 토종닭 한 마리를 사러 근처 마트로 남편과 손잡고 갈 때 백숙을 끓여서 닭 다리를 아들과 남편에게 쥐여주면서 맛있게 먹으라고 할 때 내가 엄마임이 아내임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괜찮다고 남편이 나에게 닭 다리를 양보할 때 가슴살만 먹는 나에게 양보하려는 남편의 마음이 고와서 예쁜 잔에 소주를 따라서 건네준다.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힘든 생각이 들거나 우울할 때 나는 얼른 감사 일기를 쓴다. 그러다 보면 감사할 일이 너무 많음에 놀란다. 밤늦도록 남편과 거실에서 영화를 본다. 맛있게 익어가는 홍시도 아이스크림처럼 먹고 도넛도 먹으면서 겨울밤을 알콩달콩 보내고 있다. 이렇게 세월은 가는 거다. 하루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다. - 2023년 1월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