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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추켜 세우게 만드는 어느 초겨울 날 난 아무런 행장도 없이 오리털 파커에
등산화 하나 달랑 신고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직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매사에 의욕을 잃고 방꾸석에서 천정 만을 바라 보다 불현듯 생각난 것이 도명산에 있는 마매삼존불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하던 사업 다 말아 먹고 백수가 되어서, 듣기 좋은 말로 만행을 떠나는 것인데 하던 일 엎어 먹을 때 마다
내가 늘 취했던 최상의 도피 행각이란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학소대 못 미처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 요기를 하면서 쥔장 아저씨께 계곡길 오다 보니 겨울철이라 입산을 통제하는 팻말이
보이더라고 하니 요즘같은 겨울철 평일에 산에 오르는 놈팽이는 당신같은 사람 뿐인데 어느 누가 입산을 통제를 할 것이냐며
걱정하지 말고 계곡 쪽에 있는 철다리를 건너라는 것이다.
길눈이 어두운 난 아마도 계속해서 계곡길을 올랐던 모양이다.
삼존불 그림자도 보질 몬하고 바위가 꽤 괜찬아 보이는 어느 능선에서 주머니에 넣고 올라 간 참이슬 한빙을 단숨에
해치우고 오징어 다리 질근 씹으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 왔을 뿐이었다.
반가웁게도 우리 명품 느림보 산악회에서 화양 구곡과 도명산을 이번 주의 산행지로 삼았다는 산행 계획표를 보면서
마음이 몹시도 설레었다.
충북 괴산이 강 대장님 나와바리 이여서가 아니라 아마도 태백산님께서 강추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지면으로 대신함 이지만
몹시도 감사함을 정중히 표하고져 합니다.
산행이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데 아침부터 한소리 들으면 그 날은 해 떨어질 때 까지 재수 완조니 옴 붙는다.
구래서 어제 저녁에 이미 꾸려 둔 베낭 살짝 울러 매고 현관쪽으로 그림자처럼 미끌어져 나오다가 난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
언제 기침을 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두 새볔부터 낭창 낭창한 소데 나시 롱드레스를 옆구리가 미어 터질듯이 휘어 감고는
눈에는 푸르딩딩한 마스카라 꺼정 황칠을 한 예팬네가 실눈을 가늘게 뜨고 서 있질 멉니껴
이렇게 비가 초장 초장 내리는 날은 배추적이나(안동지방에서는 부침개,찌짐,전을 적이라고 합니다.) 매운 고추 얼기 설기 썰어 넣은
정구지적 (부추) 노릇 노릇 구워서 당신이 좋아 하는 쐐주 거하게 한잔 하시고 보일라 살짝 돌린 따땃한 아랫목에서 요 깔고 둘이
자빠져서 손이라도 함 제대로 잡아 보는...
이 마한너무 예팬네가 남사스럽게 생전 안하던 짓꺼리를 하긴 했지만 정구지적에 쐐주 한잔은 정말 내 의지를 시험해 보는
무시 무시한 사탄의 유혹임은 틀림 없었다.
화양 구곡은 산수가 절경을 이루는 워낙이 알려진 유명소라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양 구곡을 찾으면서 산천의 아름다움이나 유유 자적한 모습의 정자같은 유적들을 보면서 무심히 지날 뿐이지만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보면 엄청나게 쓰린 역사의 반면 교사가 숨 죽이고 있다는 건 잘 모른다.
화양 구곡의 제 일곡은 계곡에 도로가 개설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 감상을 못하고 그냥 자동차로 지나 쳐서 주차장에서 부터
계곡을 올라 간다. 우리 느림보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계곡 초입에 있는 경천벽이 제 일곡이다.
하늘을 떠 받히고 있다는 뜻이며 바위 밑에 화양동문이란 우암 송 시열의 글씨가 있는데 이곳 경천벽에서 조선 중기의 무장이셨던
임 경업 장군이 무예를 수련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충주 건국대에서 수안보 쪽으로 향하는 지방도 좌측에 보면 임 경업 장군을 모시는 충렬사라는 사당이 있다.
그리고 제 3곡인 읍궁암 위쪽에 있는 화양 서원과 만동묘가 위치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아주 묘한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아는 부분은 생략을 하고 오늘은 임 경업,송 시열,대원군에 관계된 상당히 생소한 부분들만 기술해 본다.
만동묘는 우암 송 시열을 모시는 화양 서원 맨 뒷쪽에 위치한, 임진왜란 때 이 여송을 파병한 명나라 황제 신종과 마지막 황제
였던 의종을 모시는 사당이며 실제 올라가 보면 만동묘를 오르는 돌계단이 엄청 좁고 가팔라서 쉽게 접근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
명나라 황제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라는 것인데 대원군도 아들이 임금이 되기 전에 이곳을 찾아서 계단을 오를 때 옆에서
모시던 사람이 대원군을 부액(부축)하고 오르다 건방지다며 발을 걸어 버렸다는, 말을 타고 그냥 만동묘를 지나 치다 이곳에 있는
유생들로 부터 발길질을 당했다는 등 등의 일화가 있듯이 이곳 화양 서원의 위세와 그에 따른 민폐가 몹시 심했었었다고 한다.
후일 서원 철페령이 있을 무렵 임금으로 부터 직접 현판을 사사 받은 즉 사액 서원은 그 화를 면했지만 이 화양 서원은
그러한 사유로 철페가 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임 경업 장군은 병자 호란을 맞아 친명배청파로 항전했던 장군이며 우암 송 시열 또한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항복을 하고 내려 와
삼전도에서 청나라 황제에게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찧는 현장을 목격한, 최 명길과 함께 전형적인 친명파의 인물이다.
청나라는 만주족이 세운 오랑캐라고 하여 나라가 무너 지는 그 순간까지도 명나라에 대한 모화 사상에 젖어 어리석은 처신을 했던
몇 몇 위정자들의 쓰린 발자취가 이곳 만동묘와 화양 서원이란 사실을 알고 나면 영 속이 개운한 곳은 물론 아니다.
전쟁 준비를 완전히 갖춘 왜놈들이 오늘 내일하며 쳐들어 올 그 순간까지도 당쟁이나 일 삼으며 중국땅 만을 바라 보았던
나라가 우리 조선이다.
왜놈들이 부산포와 동래성에 첫 발을 딛고 수도 한양을 점령해 들어 갈 때 까지 대충 보름 정도가 걸렸다고 하면 정규군의
제대로 된 저항은 거의 없이 유람 삼아 슬슬 행군을 했다는 것인데, 문경 새재를 비워 두고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던 신립 장군과
상주에서 오합지졸 몇 몇 데리고 도망가기 바빴던 이일 장군 또한 싸움같은 싸움도 못해 보고 몰살 당한다.
나라 임금인 선조는 도망을 아니 가겠다고 백성들에게 굳게 약속하는 그 시간에 장대비를 철철 맞으며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도망가기 바쁘다.
나중에 왕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대원군은 경복궁을 재건하다 나라 살림이 무척 어렵게 되었는데 경복궁을 불 태운 건 왜놈들이
결코 아니다.
백성들을 버리고 저 살기에 바쁜 임금이 도망간 텅 빈 궁궐을 분노한 제나라 백성들이 불을 질러 버린 것이다.
46인의 천안함 호국 영웅들의 가족들 가슴에 여직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이나라 백성이란 어떤 수염 기른 멍청한 작자는
갖은 법을 어기며 국외에 나가 제나라 대통령을 손가락질 한다.
만동묘 앞에 서니 만감이 교차하며 참으로 답답하고 분통이 터질 뿐인데 길 옆 식당 앞에 있는 수족관에선 메기와 빠가사리(동자개)
들이 돈 한푼 아니 생기는 씰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매운탕이나 드시라며 요란한 몸짓을 한다.
라이언킹님! 어제 애교 만점의 막내둥이님께서 매운탕이 무척 먹고 싶다고 하시던데 그 돈 애껴서 살림에 마니 도움이 되셨습니껴?
히 히.
아니면 우리들 몰래 두 분이서만 뒷풀이를 마다 하고 매운탕을 드셨을까? 궁금.
도명산은 어쩜 어느 분이 작심을 하고 조성한 잘 꾸며진 정원처럼 올망 졸망 아름다운 산이다.
습한 날씨에 계곡길을 오르니 고기 국물은 얼굴을 타고 끊임없이 흐르지만 고대했던 마애삼존불을 모셔 둔 거대한 바위가 그 모습을
드러 내는 순간 반가움과 놀라움으로 입이 딱 벌어 진다.
부처님을 한분만 모시면 독존불, 세분이면 삼존불인데 중앙은 본존불이라고 하고 좌우의 부처님은 협시불이라고 한다.
중앙과 우리가 보는 방향에서 우측에 계시는 분은 선각으로 조성되어 있고 좌측에 계시는 부처님은 단비님이 말씀하신 대로
불두 부분은 약간의 양각 즉 돋을 새김이며 옷자락 등은 선각의 형태로 조성되어 있었다.
그 옛날 인적이 드문 이곳에 올라 불상을 새기며 신심을 키웠던 선조들의 노고와 정성을 생각하며 잠시 시공을 초월한 무언의 대화를
나누곤 이어 부처님께 정중히 인사 올리며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다.
남들처럼 돈 마니 벌어서 예팬네 성형수술해 주고 능력남이란 소릴 듣자는 그런 거창한 소원은 물론 아니다.
좀 있다 정상에 올라 구져 배 고푸지 않게 점심이나 잘 챙겨 먹고 하산해서 뒷풀이 할 적에 늦지 않게 당도하길 바라는 아주
소박하고 실속있는 약간의 바램일 뿐인데... 아무래도 재수가 옴이 붙었던 가 보다.
정상에 오르니 조 대장님을 비롯한 선두 일행이, 그리고 후미로 오셨던 강 대장님 일행이 순식간에 합세를 한다.
도명산 정상이 한순간 느림보님들로 가득해 지며 사진을 박느라 개폼을 잡느라 난리가 난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이다 보니 우린 무리를 나누어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난 적당한 조에 붙어 바위벽에 등을 대고 철의자를
펼치고 앉았다.
옆에 계셨던 유 고문님과 정신없이 권커니 자커니 하면서 일배 일배 두일배 무진장 마신것 까지는 괜찮았었는데
영양 실조가 아닌 가 싶을 정도로 몸이 배실 배실한 두 여인네가 다요트를 한다는 핑계로 빈가방을 매고 왔는지, 달랑 와리바시
한짝만을 들고는 우리 자리에 몸을 나투시더니 우리 밥상을 메뚜기 떼가 지나 간 것처럼 초토화를 시켜 버리곤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예팬네가 힘 좀 쓰라고 정성스레 까서 담아 준 의성 육쪽 마늘과 강원도 고냉지 고추 절임은 눈까리를 씻고 봐도 보일질 않고
먹다 남은 고추장에 멸치 대가리 두개만 겨우 눈에 띈다. 밥 담은 통에 밥풀은 약간 붙어 있긴 있었지만 잠시 고개를 돌려
마애삼존불이 계시는 아래 쪽 암벽을 원망의 눈으로 내려다 보는데 창자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한번만 더 빈가방 매고 산에 오기만 해 봐라 시이. 아이디가 먼지 내가 몰라서 입을 꾸욱 다물고 있는건 절대 아님.
철철 넘쳐 내리는 화양 계곡물에 옷을 입은 채 풍덩 뛰어 들었다.
정말이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만에 행하는 일탈의 행동이다.
오줌이 슬 슬 나올 듯한 시원함에 온 몸을 맡기고 나니 내가 진정한 자유인이란 생각이 펀득인다.
링컨님께서 내가 산도적을 만나 점심을 굶은 걸 아셨는 가 보다. 연신 손짓을 하시며 뒷풀이에 오라고 재촉을 하신다.
오늘도 힘든 봉사를 자원하신 두발로님께서 국수면을 곱배기로 담자 옆에 계시던 앙드레 총무님이 금방이라고 침이 흘러 내릴 듯한
시큼한 열무 물김치를 철 철 넘치게 엎어 주신다.
이런 순간이면 김 정일이 놈이 부럽겠습니껴? 클라크 게이블이 부럽겠습니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가구 장사를 한다던 인물이 에 머라고 했는데 오늘 따라 기억이... 껏 머였던가?
인산 김 일훈 선생님이 쓰셨던 신약이란 책에 열무를 소개하기를 산삼 다음으로 인체에 좋은 보약이 여름철 열무라고 하더군요.
뛰어 난 조리 솜씨에 계절에 맞는 별식을 준비하시느라 늘 수고가 많으신 강 대장님 내외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탄천변에서 배가 고푼 점박이 하이에나 돌삐 드립니다.
첨언 ; 집에 돌아 와 산도적을 만나 점심을 강탈당한 얘기를 마눌님께 일러 바쳤지 멉니껴?
옷을 챙겨 입으시라기에 아이디만 겨우 알지 집은 모른다고 했더니 한참을 식 식 거리며 분을 삭이더만요.
탄천에서 워킹 연습 마니 하여 조만간 산행에 나오셔서 두 여인네 머리 끄댕이라고 잡아야 겠다고 난리 발광을 치는데
정말 산행을 나오는 것 아닌지 무척 걱정됩니다.
글구 강 대장님! 제 예팬네는 두 좌석을 혼자서 써야 겨우 앉을 수가 있는데 구러면 산행 회비도 따블로 꼬옥 내야 됩니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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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려 들어 뺏어먹은 분들.......
돌삐님..신행 회비는 일인분만 내시면 되구여..
열무국수 한그릇에 클라크케이블 안 부럽다는 소박하심..차라리..구엽습니다.
후환이 드려워 이실직고 하건데..
마눌님이 힘쓰라고 넣어주신 의성마늘 저도 두쪽 먹었씀다
잘 꾸며진 정원처럼 어여쁜 도명산을 오르기로 한건..
화양계곡 시원한 물에서 울님들 땀 식히시라고
산나리가 선정한 장소 이옵니다.
글구...도명산에서 돌삐님 점심
담주에 돌삐님 점심 싸오셔요..
돌삐님 마나님이 쫓아나오기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케 된게 아지매들이 어르신 도시락을 뺏어 드신데요?? 경우도 이런 경우는 조선천지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모님한테 정말 경을 쳐도 단단히 치겠군요...제가 다 걱정스럽습니다...ㅋㅋㅋ
졸음이 실실 밀려오는 오후 나절에 잠이 확 다 날아가는 유익하고 정말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
어머니나 이젠 느림보를 어떻게 가나~~~
분명 안먹는다고 했는데 굿이 먹으라해서 먹었구
의성마늘은 절대로 안먹었습니다요
밥은 그냥 다이어트안해도 된다는 말씀에 속아 먹어 드렸는데 그리도 배가 곱팠는교?
오메 담번에 꼭 제가 쌓가게습니다
큰일이데요 사모님오심 머리에 쑷이많이있어 머리끄딩이 잡혀도 되지만 많이 아플것이 두럽네요 ㅎㅎ
역쉬 일망타진 때론 사모님의 푸지시다는 잔소리에도,,,유혹에도 굴하지않으시공 잼 납니다요... 하시겠지만, 담주 산행백이 좀 무거워지셔야 하겠는걸요 신경 좀 써 드려야 할듯
참 말씀인지는 모르겠사오나, 정성 어리신
일탈을 위하시는 하소연 이야기는 늘
에쉴리님
맛있는 것 싸올 때는 나 같이 한 쪽에서 혼자 먹고 들고 좌우를 잘 살펴 상다리 부러질 것 같은데로 끼어 들어야 하는데
도시락이 부실할 때는
아직 내공이 덜 쌓였나 보다.
에구에구 !!...줄을 잘 스셔야죠 .....돌삐님 의성 마늘 두쪽 나눠먹을때 그윗쪽 동네에선 엊그제 바다 낚시가서 잡아 왔다는
민어찜에 계란말이 두부전 호박전 .황태구이찜에 .풋고추에 견과류넣은 쌈장에....그외 몇가지기본 반찬 까지 ...잔치집이 따로 없었답니다...
아 !!..션한 막걸리까지 .........다음엔 한바퀴 둘러보고 자릴 잡으셔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돌삐님의 산행이야기부터 댓글까지 너무,너무재미있게 쭉~읽어내려갔습니다,돌삐님 사모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가 동생들 교육을 잘못시켰군요!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안되겠습니껴? 지난번 래프팅할때 의성마늘에 꽃님이가꽂혀있더니만 드뎌 일을냈군요! 쯧 쯧 다요트 핑게대고 어르신변또 후려먹은동생들 호되게 혼내겠으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