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그 울음소리가 구슬퍼서 처량한 정서를 나타내 주는 새이다. 또, 암컷과 수컷이 의가 좋은 동물로 알려져 있어 홀아비나 홀어미의 외로운 신세를 "짝 잃은 기러기 같다"고 하며, 짝사랑하는 사람을 놀리는 말로 '외기러기 짝사랑'이라는 속담도 있다. 따라서 처자식을 외국에 보내고 홀로 남아 외롭게 지내는 아빠의 모습을 비유한 말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기러기 아빠가 외국에 남은 가족을 방문하는 것이 철새인 기러기가 이동하는 것 같다는 이미지도 엿볼 수 있다.
아빠는 어디갔나 어디서 살고 있나
아- 우리는 외로운 형제 길잃은 기러기
이미자 '기러기 아빠'
'기러기 아빠'라는 용어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69년 TBC 라디오 연속극 제목이다. 해당 드라마는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이미자가 부른 동명의 주제가 역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여기서 기러기 아빠는 지금의 뜻과는 조금 다르다.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살다가 아버지를 찾았지만 아버지가 월남에 파병 가 전쟁에서 죽고 그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이 노래의 영향인지 1970~90년대 기사에서는 고아들을 돕는 독지가를 '기러기 아빠'[2]라고 지칭하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미망인들의 모임을 '기러기 모임'이라고 하거나[3] 2000년에 연재된 소설에서 남편을 사별한 것을 '기러기가 되었다'라고 표현[4]하는 등 아빠나 남편을 잃은 존재를 기러기로 지칭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