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 누구를 위한 수작인가?]
한여름, 국회에서 참 희얀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와 민주당의 제멋대로 보완수사권 폐지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없이 경찰이 부실수사로 종결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이다.
권력은 견제를 없애고, 국민은 마지막 방패를 잃는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사법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죄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고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아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본질이다.
그런데 정부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하면서 국민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개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경찰 수사가 미흡하거나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을 때 추가 수사를 요구하거나 보완하도록 하는 장치다. 수사기관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부실수사와 오판을 줄이기 위한 견제 장치였다. 사람이 하는 수사는 언제든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믿는 제도가 아니다.
권력이 잘못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도록 설계한 제도다.
따라서 보완수사권은 검찰의 권한이기 이전에 국민의 권리였다.
그런데 이제 그 마지막 안전장치마저 없애겠다고 한다.
경찰 수사가 미흡해도 이를 바로잡을 장치는 약해지고, 피해자는 사건이 충분히 규명되지 못한 채 종결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힘없는 국민이다.
정부는 "수사절차를 단순화하고 수사권 조정을 완성하기 위한 개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민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지금인가.
왜 사회적 갈등이 큰 시기에 검찰의 견제 기능을 더 축소하는가.
왜 먼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체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는가.
국민의힘은 "이재명은 지키고 국민은 버렸다"는 문구를 내걸고 이번 제도 개편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 관련 사법 절차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 속에서 제도 변경의 시기와 방향을 문제 삼는 정치적 주장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특정인을 위한 입법이 아니라 검찰개혁의 연장선이라고 반박한다.
문제는 진실이 무엇이냐보다 국민이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느냐이다.
법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
국민 다수가 "혹시 권력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는 순간,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는 흔들린다.
신뢰를 잃은 사법은 정의를 실현하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경찰 수사의 오류를 시정할 장치가 줄어들고, 피해자 권리구제가 약화될 수 있으며, 실체적 진실 발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물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국민의 권리 보호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은 언제나 견제를 불편해했다.
입법부를 약하게 만들고, 언론을 압박하고, 사법기관의 견제를 줄이려는 유혹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반복됐다.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권력기관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다.
헌법이 권력분립을 채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권력이 한곳으로 모이면 효율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자유는 줄어든다.
효율만을 앞세워 견제 장치를 허물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국민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오늘 권력을 가진 사람이 내일도 권력을 가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사법제도는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5년 후·10년 후에도 국민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원칙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국민은 특권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공정한 수사, 공정한 재판, 공정한 법 집행을 원할 뿐이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말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면 정부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왜 견제 장치를 없애도 국민의 권리가 더 두텁게 보호되는지, 어떤 새로운 안전장치를 마련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국민은 계속 묻게 될 것이다.
이 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인가, 권력을 위한 것인가.
사법은 권력의 울타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은 언제나 국민의 최후의 방패여야 한다.
2026. 08.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