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그 때가 호시절이었습니다. 강구막회에서 불과 200m 거리에 제법 마실만한 생맥주를 파는 야끼도리야(쿠시쿠마)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흔한 호프집(치킨집)과 비교하면 비록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잘 관리된 생맥주와 진짜 참숯불로 구은 꼬치구이를 먹을 수 있었기에 갑판장에겐 오히려 만족도가 더 높은 술집이었습니다.
이젠 문을 닫은 쿠시쿠마
쿠시쿠마는 2017년 어느 날 소리 소문도 없이 쓸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갑판장이 애정했던 인생극장(쪽갈비집)에 이어 쿠시쿠마 마저 문을 닫자 갑판장은 한동안 맨붕에 빠졌었습니다. 강구막회의 영업을 마친 야심한 시각에 아내와 둘이서 반주를 겸해 요기를 하러 종종 들리던 지근거리의 단골집들이 몽땅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먼 길 마다않고 부러 강구막회를 찾아와준 지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자 갑판장이 주로 데려가던 2차집이기도 했었는데 말입니다.
이젠 문을 닫은 인생극장
강구막회에서 이미 쐬주로 달렸으니 2차집으로는 시원한 생맥주나 꼬슨 소맥을 말아 마시기 좋은 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주와 요기를 겸하면서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집이면 딱 좋지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문을 닫은 인생극장과 쿠시쿠마 외에는 강구막회의 지근거리에서 그럴듯한 2차집을 찾아내지를 못했습니다.
지근거리에서 2차집을 못 찾았으니 어쩔 수 없이 반경을 조금 더 넓힐 수밖에요. 닭발(또는 닭내장볶음)을 먹으러 다니던 1km 남짓 거리의 닭발집은 초심을 잃었는지 자꾸 과도한 주문을 해줄 것을 노골적으로 티내기에 점차 안 가게 되더라구요. 1.1km 거리에 있는 24시간 중국집에도 한동안 이과두주를 마시러 다녔었는데 동네가 동네인지라 저렴한 가격에 방점을 둔 집이라 역시 점점 멀어져만 가더라는...요즘엔 거의 안 다닙니다.
옛날닭꼬치 부대찌개/가산동
전전긍긍하던 차에 간판에 ‘옛날닭꼬치’를 커다랗게 써 놓은 집을 발견했습니다. 강구막회와 한동네인 가산동이기는 한데 위치가 좀 애매합니다. 지도검색을 해보니 강구막회에서 최단거리 814m가 나옵니다. 설렁설렁 걸어가면 못 갈 거리는 아닌데, 가는 길이 좀 으슥합니다. 낮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밤이 되면...헐리우드 영화에 나옴직한 매우 우범지대스러운 거리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입니다. 가로등이 훤하게 들어오는 큰길이지만 공장이나 창고, 철망이 쳐진 울타리 등이 보이고 대형 화물차나 관광버스가 도로변에 주차된... 그래서 밤이면 인적은 물론이고 차량통행도 드문 그런 구간을 통과해야 합니다.
보시다시피 세라믹 석쇠구이
옛날닭꼬치집이 들어오기 전에는 공실이었었고, 그 전에는 청진동해장국인가 하는 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갑판장은 낮에 산책을 다닐 때랑 집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산디지탈단지역으로 갈 때 지나치는 곳이라 그 곳의 지형지물에 매우 익숙한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으슥한 느낌이 드는데 이 동네가 낯선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지 싶습니다.
밤 9시 이전까진 요런 분위기
목이 목이니 만큼 손님이 적은 것이 당연할 것 같은데 이 집은 술 마시기 딱 좋을 시간에 가면 늘 손님으로 붐빕니다. 갑판장의 목격담으론 밤 9시를 기점으로 붐비고 안 붐비고가 갈립니다. 갑판장이야 그 집이 이미 한바탕 난리부르스를 뽀개고 난 야심한 시간에 다니기에 이용하는데 별 불편함이 없습니다.
국내산 생닭이라 주장하는 옛날닭꼬치
미국산 돼지고기 석쇠불고기
이 집의 킬링메뉴는 국내산 생닭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옛날닭꼬치이지만, 갑판장은 미국산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석쇠불고기에도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꼬슬하게 익힌 석쇠불고기를 파무침과 함께 먹으면 술이 술술 넘어갑니다. 닭꼬치나 석쇠불고기나 매한가지로 단짠단짠한 소스에 재워 놓은 것을 세라믹구이기에 석쇠를 올리고 터프하게 구워줍니다.
메뉴판(2017년 5월)
질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에 방점을 둔 집이라 동네사람이 한 잔 생각날 때 솔방솔방 드나들기 좋습니다. 요런 비슷한 닭꼬치집으론 서울역 뒷편 염창교 인근에서 성업 중인 호수집이 가장 유명하지 싶습니다. 또 충무로 필동분식도 나름 닭꼬치에 쐬주 마시기 좋은 집이고, 화곡터널 까치산역 인근에 있는 까치산닭꼬치는 생맥주를 몹시 부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한다는데 밤 11시 이후로는 심야직원들만 근무합니다. 고로 심야에는 닭꼬치와 석쇠불고기를 굽는 스킬도 달리지더라는 경험담을 투척합니다.
첫댓글 사장님 퇴근하시기 전에
폭풍 주문을 해둬야겠구만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5.12 17:47
갑판장은 호, 선장님은 불호입니다. 참고하시라고요.
@강구호 갑판장 그럼 저는 호, 사자는 불호겠군요^^
위치가 외지지만 신대방역 닭꼬치집을 안가도 될것 같습니다 ^^
닭꼬치라면 언제든 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