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났다.
몇 년만에 만나도 하룻만에 만난 것 같은 친구들과 다음과 같은 호박씨를 깠다.
환율, 경제, 사업, 어제 동창회, 동북공정, 압록강부근의 인민해방군 배치, 뉴네오콘, 통일, 386세대, 행정수도 이전, 승진, 은행장, 반도체, 일본, 산악반, 이라크 파병, 터키, 지진, 국운, 부가세, 생명공학, 생명의 신비, 뇌, 뇌세포와 혈액, 경영, 조직관리, 개미, 분자생물학, 주름살, 보톡스, 8등신미녀(병신, 등신, 배신, 귀신, 망신, 굴신, 맹신...), 청와대, 국회의원 친구, 명퇴한 친구,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부산상고, 육참총장, 광주사태, romantic socialist, 보수, 기득권, 미국출장, 햄버거장사하는 친구, 중국현지사업, 입시, 환차익, 청계산, 세무서장, 대만독립, 국가전략, 건강, 피부관리...
대충 두어 시간 호박씨를 까고나니 껍질만 즐비하다.
예전에 우리가 밤새워 까던 수박씨, 인생과 진리와 사랑과 깨달음은 벌써 다 까먹었기에, 호박씨를 까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와 같이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기차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이라 샤워는 못하고 손발만을 씻고 누웠다.
꿈하나 꾸지않고 새벽까지 내쳐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