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浪)은 물[水]과 량(良)이 결합된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였으나 물이 의미요소, 량(良)이 소리요소로 변하여 형성(形聲)에 속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갑골문(甲骨文)에 보이는 량(良)은 광선(光線)이 창문이나 구멍, 또는 지붕을 통하여 투과되고 있는 형상을 나타낸 것으로 밝은 빛, 꿰뚫다 등이 본래의 의미였다.
이러한 량(良)이 소전(小篆)에 이르러 물과 결합함으로써 나타내고자 한 의미는 햇빛을 받아 밝게 반짝이는 물결, 바위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였다.
자휘(字彙)에서는 파랑(波浪)이라 하였고[浪, 波浪也], 정자통(正字通)에서는 물이 바위에 부딪히고 바람을 만나 생기는 것[水激石遇風則浪]이라 하였다.
이른바 격랑(激浪), 풍랑(風浪)의 의미이다.
물결의 의미로부터 물결처럼 일렁이는 사물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벼가 익어 바람에 못이겨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는 것을 황금물결이라 하듯, 곡식의 그러한 광경을 맥랑(麥浪)이라고 한다.
물결이 바람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이는 데서 방탕, 방종, 무절제의 의미가 파생되어 방랑(放浪), 유랑(流浪), 낭비(浪費) 등과 같이 쓰인다.
낭만(浪漫)이란 말은 세월은 가고 불현듯 삶이 뜬구름과 같음을 깨달았으니 이제는 삼오(三吳)처럼 마음껏 즐겨 보리라[年來轉覺此生浮, 又作三吳浪漫游]고 한 소동파(蘇東坡)의 시 맹진동유상주승사(孟震同游常州僧寺)에 나오는 말이다.
물결처럼 마음대로 하며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의 낭만(浪漫)을 오늘날 로맨틱(romantic)의 음역으로 차용한 것도 시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깊은 바다의 물결이 좁쌀처럼 가벼운 것은 바람의 호흡이 부족한 때문이지.
사람도 그와 같으면 하는 말이 무거울리 없지.
망언, 허튼소리를 낭설(浪說)이라 한다.
남의 것을 마음대로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니 말이다.
김영기.동서대 외국어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