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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누스의 『제1호교론』
나 유스티누스는 부당하게 미움을 받고 박해를 당하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서, 그들 모두를 위하여 우리의 요구와 주장을 이렇게 내세우는 바입니다. [1]
이성은, 참으로 경건한 사람들이나 철학자들이 진리만 바라고 추구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성은, 선조들의 생각과 의견이 거짓이라면 그것을 따르지 않도록 합니다. 건전한 이성은 어떤 그릇된 것을 향하거나 가르치는 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심지어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올바른 것을 말하고 실천하도록 합니다. [2,1]
우리가 여러분께 이 글을 쓰는 것은 여러분의 비위를 맞추거나 호의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고 정확한 이성에 따라 정의로운 판단을 내려주기를 청하는 바입니다. 즉, 그 어떠한 선입견이나 미신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충동적인 군중들과 전부터 퍼져있는 나쁜 풍문들에 영향을 받아 여러분 자신의 명성을 심판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악행을 일삼는 자로 증명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해악도 우리에게 가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이 우리를 죽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를 해칠 수는 없습니다. [2,3-4]
☕ 유스티누스가 호교론을 쓴 목적이다. 정의로운 판단을 내려달라.
우리의 진술이 터무니없고 지각없는 말이라고 여겨지지 않도록, 우리를 고발한 내용들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낫겠습니다. 만일 그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범죄자로 처벌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그 누구도 그 내용들을 증명할 수 없다면, 참된 이성은 악의적인 소문 때문에 무죄한 사람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성은, 공정한 판단이 아니라 격정(激情)에 사로잡혀 고발하려는 사람들을 처벌하도록 권고합니다. [3,1]
☕ 죄없는 사람을 벌하는 것은 옳지않다.
시민들은 삶과 생각에 따라 선한지 옳은지를 판단 받아야 하고, 마찬가지로 통치자들은 폭력과 폭정이 아니라 자비심과 철학에 따라 판단 내려야 합니다. [3,2]
사실 선조들 가운데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통치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철학자가 되지 않고서는 그 도시가 번영하기란 불가능하다.”(플라톤, 국가론) 그러므로 우리 일에 으레 무관심한 이들을 대신하여, 무지한 그들이 저지르는 죄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과 가르침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반면 당신들은 이성에 따라서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좋은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만일 당신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하느님 앞에서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3,3-5]
☕ 거짓된 판결은 하느님의 심판을 면하지 못한다.
어떤 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그 이름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그 이름과 관련된 행위를 고려해야 합니다. 사실, 혐의가 씌워진 그 이름 때문에 우리가 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매우 좋은 사람들입니다(χρηστότατοι)*. [4,1]
☕ 조선시대 천주학쟁이는 무조건 죄인이었다.
㈜ : *Χριστιανόι(그리스도인)와 비교해서 사용되는 χρεστός는 “좋은”, “뛰어난”, “최고의”라는 의미를 갖는다.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χρηστότατοι(가장 선하고 가장 좋은 사람들)라 말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이름과 행위에 관해서 우리가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당신은 죄 없는 사람을 부당하게 처벌하여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만약 행위 자체로 사람들이 고결하거나 사악하다고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이름 때문에 칭송할 수도 비하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분의 법정에서는 고소당한 모든 이들이 유죄라고 판명되기 전에는 그들을 벌하지 않습니다. [4,2-4]
☕ 죄없는 사람을 벌주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물론 여기서 죄는 자연법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고소당했습니다만 사실 선의를 미워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4,5]
반면 만약 고소당한 이들 중 하나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혐의를 부인한다면, 여러분은 그를 놓아줍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잘못에 대해 어떤 증거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한다면 여러분은 그 고백 때문에 그를 처벌해 버립니다. 비록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는 사람과 부정하는 사람 각자의 삶을 검토하여 그들의 행위로부터 그들 각자가 어떤 사람인지 명백히 드러나도록 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어떤 이들은 스승이신 그리스도로부터 배반해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을 그만둬 버립니다.
[4,6-7]
☕ 죄의 잣대가 그리스도인인가, 아닌가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어떤 잘못된 것도 하지 않았고, 무신론을 따르지 않았다고 맹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우리를 냉철히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악한 악마의 채찍에 이끌려, 여러분이 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않은 채 우리를 부당하게 처벌합니다. [5,1]
예로부터 사악한 악마들이 나타나 여자들을 범하였고, 미숙한 이들을 꾀었으며, 겁에 질릴 환시들을 사람들에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악마들이 행하는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게 되었으며, 그것들이 사악한 악마라는 것도 모른 채 신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악마들이 알려준 이름으로 그것들을 불렀습니다. [5,2]
소크라테스가 진리에 근거한 이성적 판단으로 이러한 것들을 분명히 하여 사람들을 악마들로부터 해방시키려 했을 때, 그 악마들은 악행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용하여 소크라테스가 이상하고 새로운 신을 소개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가 기존의 신들을 거부하고 반종교적이라는 명목으로 그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5,3]
☕ 유스티누스는 소크라테스가 악마의 계략으로 죽임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신을 거부한다고들 말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믿는 이러한 신들을 거부한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지극히 진실하신 하느님, 정의와 지혜와 다른 덕행의 아버지이신 하느님, 지고선(至高善)이신 하느님을 우리가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러한 하느님과, 그분께로부터 오셨고 우리에게 이러한 것들을 가르쳐주신 아드님을 흠숭하고 경배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따르며 그분을 닮은 다른 천사들과 함께 예언의 영을 흠숭하고 경배합니다. 우리는 이성에 따라 진리 안에서 그분들을 찬양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배운 것을 정확하게 알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이것을 기꺼이 전합니다. [6,1-2]
어떤 사람이 유죄라고 판명되면, 그리스도인으로서가 아니라 범죄자로서 벌을 받아야 하고, 반면 어떤 사람이 결백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석방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7,4]
☕ 죄의 기준은 잘못의 유무여야 한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죽음을 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원하고 순수한 생명을 열망하고 있으며, 만물의 창조주이신 성부 하느님과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있고,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 고백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확신합니다. 그분을 따르려는 행동으로써, 하느님께 자신을 드러내고, 어떠한 악도 방해할 수 없는 곳에서 그분과 함께 머물기를 열렬히 바라는 사람은 이러한 것들을 얻게 되리라고 말입니다. [8,2]
☕ 그리스도를 부인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싶지는 않다.
죄인들의 육신은 자신의 영혼들과 함께,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천 년 동안만이 아니라, 영원한 형벌을 받을 것입니다. [8,4]
우리는, 인간이 신전에 만들어 세워서 신이라고 부르는 것들에게 예배드리기 위해서 많은 희생제물도 화관도 바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들이 영혼이 없는 사물들이며, 생명이 없고 신의 형상을 지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는 그분을 경배하기 위해 모방될 수 있는 그러한 형상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것들은 사람들에게 나타난 악마들의 이름과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9,1]
☕ 우상숭배는 악마를 숭배하는 것이다.
어떻게 장인이 하찮은 사물을 집어 그들(장인)이 가진 기술로 형태를 바꿔 그것들에 형상을 부여하고 신이라고 부르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여러분에게 더 이상 무엇을 말해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것이 비이성적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의 영광과 형상이 말로 표현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패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는 사물들에게 그분의 이름이 붙여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신상)을 만드는 장인들이 방탕하고,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수많은 악행을 일삼는다는 것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과 함께 일하는 젊은 여종들을 범합니다. 얼마나 어리석습니까! 부도덕한 인간이 경배될 신들을 만든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신상이 세워진 신전들에 그런 사람들을 경비로 두고 있습니다. [9,2-5]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분께서 인간으로부터 어떠한 물질적 예물도 필요치 않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선 ― 절제, 정의, 자애,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그분께 합당한 모든 것들과 같은 그분의 속성 ― 을 따라 행하는 사람만을 당신 현존에로 받아들이신다는 것을 우리는 배워 확신하였으며, 굳게 믿습니다. [10,1]
☕ 하느님께서는 물질적인 봉헌이 필요하지 않는 분이시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은 태초에 그분께서 인간을 만드셨던 것처럼, 우리는 그분을 기쁘게 하는 것들을 선택하는 이들은 그들의 선택 덕분에 부패로부터 자유롭고 그분과 친교를 나누기에 합당하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우리가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주신 이성의 힘을 통하여 우리는 그분을 기쁘게 할 일을 선택합니다. 그렇게 하여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확신을 주시고 우리를 믿음으로 이끌어주십니다. [10,3-4]
사악한 악마가 각 개인에 들어있는 악한 욕망(본성상 보편적이고 다양한)을 그것들의 협력자로 택하여 수많은 거짓말과 무신론이란 고소를 낳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10,6]
☕ 악마는 인간이 하느님께 가지 못하도록 파멸시킨다.
여러분은 우리가 하늘 나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여러분은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이야기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이 세상의 나라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는 또한 우리가 당신으로부터 심문받을 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한 것을 통해서도 명백히 드러납니다. 그렇게 고백한 것의 대가가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고백하였습니다. 만약 우리가 세상의 나라를 기다렸다면, 우리는 사형을 피하기 위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기다리는 것을 얻기 위해 발각되지 않도록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은 현세에 대한 것이 아니기에, 우리를 죽이려는 이들을 우리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든 우리 모두는 죽게 됩니다. [11,1-2]
☕ 그리스도인은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사는 사람이다.
모든 이들은 그들의 행업에 따라 영원한 벌을 받거나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모든 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영원한 불길에서 벌을 받을 것을 알면서 작은 악이라도 행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하느님께로부터 선한 것을 받고 징벌에서 구원되기 위하여 모든 면에서 스스로를 잘 다스리고 덕으로 자신을 가꿀 것입니다. [12,1-2]
여러분은 모든 사람들이 올바르게 행동하여 처벌할 사람이 더 이상 없어질까 걱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형집행자가 할 일이지 좋은 통치자가 할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이러한 것들 역시 사악한 악마들에 의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 악마들은 비이성적으로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희생제물과 협조자를 찾습니다. [12,4-5]
☕ 통치자는 죄인이 없으면 기뻐하기 보다는 오히려 불안해 한다.
지각없는 이들처럼 여러분이 진리보다 관습을 따른다면, 여러분이 가진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행하십시오. 하지만 진리보다 자신의 명성에 따라 사는 통치자는 사막의 약탈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12,6]
☕ 오늘날에도 자기 사욕만 챙기는 이런 위정자는 많다.
우리는 그를 낳으신 하느님 다음으로 그분보다 더 왕답고 더 정의로운 통치자를 한 사람도 알지 못합니다. 어느 누구도 비참함이나 질병, 불명예를 상속받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현명한 사람은 말씀이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하는 것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12,7-8]
☕ 진정 지혜로운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이다.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무신론자라고 주장하겠습니까? 왜냐하면 우리는 이 세상을 창조하신 분을 흠숭하고, 우리가 배운 데로 그분께서는 어떠한 제물의 피와 술과 분향도 필요치 않다고 말하며, 온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고,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며 그분을 찬양하기 때문입니다. [13,1]
☕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참된 신을 믿는 사람들이다.
첫댓글 그리스도인은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사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