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 5월 4일까지 18박 19일의 에티오피아 일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12년부터 추진했던 여행이었지만 '에티오피아'라는 나라가 주는 매력이 덜 했는지, 혹은 제가 만든 일정이 부족했던지,
어찌되었든 매년 추진했었던 여행이 두 번이나 모객이 부족해서 출발을 하지 못했던지라 올해는 꼭 가 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3월에 나홀로 남미 여행중에 인스펙션 투어 공지를 올리고 에티오피아의 현지 회사 오너와도 메일을 계속 주고받으며,
드디어 저를 포함해 봄비2님,찬샘님, 무대뽀님 이렇게 네 명이 뜻을 모아 인스펙션 투어가 성사됐습니다.
단체 여행이 아닌지라 현지 여행 경비에서도 전혀 할인이 없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거의 전 일정을 4륜구동 차량으로 진행하면서
비용이 더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에 대한 호기심과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열정으로 참여해 주셨던 세 분께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여행 출발 당일 아침, 온 국민의 가슴을 찢어놓았던 세월호 침몰사건을 뉴스로 보면서 모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오후에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본 뉴스에는 전혀 다른 상황에 모두들 당황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인천 공항에서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로 떠나는 에티오피아 항공이 약 두 시간 정도 딜레이가 됐습니다.
홍콩을 거쳐 (비행기 안에서 약 1시간 정도 대기)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정도.
수속을 마치고 바로 호텔로 이동해 짐을 내려 놓고 가려고 했다가 다행히 호텔에서 방을 배정해 줘서 조금 쉬었다가
곧바로 아디스 아바바의 시내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해발 고도가 평균 2,3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위치한 아디스 아바바는 우기를 지난 시기여서 그런지 약간 건조했지만 햇볕은 강하고
20도가 넘지 않는 쾌적한 기온은 여행하기에 적당한 날씨였습니다.
에티오피아는 마지막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가 1974년에 쿠데타에 의해 축출되고 멩기스투에 의해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되기 전까지
3천년의 역사를 이어 오며 황제가 존속한 나라였습니다.
80개가 넘는 부족들이 모여서 살고 있고 일찌기 초대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깊은 역사가 숨쉬고 있기도 하죠.
한국전쟁 시 6천 명이 넘는 파병을 결정했던 에티오피아는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여전히 많은 에티오피아인들은 한국전쟁 얘기를 꺼냅니다.
봄비님 말씀대로 우리가 너무 빨리 잊은 것이지 에티오피아인들이 너무 오래 기억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마침 부활절을 며칠 앞두고 방문한 터라 국민의 43%가 정교회 크리스찬인 에티오피아인들의 깊은 신앙심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엔토토 산에서 부활절 전야 고난 주간을 맞이해 교회 안에서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옛 왕궁터를 방문해 봐도 놀라우리만치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입니다.

엔토토 산 중턱에서 바라 본 아디스 아바바



지금까지 아프리카 여행을 만들면서 나름 제가 가장 신경쓰는 것이 먹는 것과 자는 것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여행 경비에서도 항공료 다음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숙식에 대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장기 여행으로 갈수록, 그리고 여행지의 주변 인프라가 좋지 않을수록 최상위급은 아닐지라도 중급 이상의 숙소와 식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푹 쉬고 잘 먹어야 낮에 다니는 여행이 즐거울 수 있으니까요.
이번 여행에서는 숙박과 레스토랑 등은 모두 단체 여행에서 가려고 했던 곳으로 최대한 똑같이 어레인지해서 인스펙션 여행의 취지를 살렸습니다.
다만 인원이 적어서 식사 시에는 정해져 있는 똑같은 메뉴보다는 각자 메뉴판을 보며 원하는 것을 가격 제한 없이 시켜드시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지난 단체 여행에서도 몇 번은 이 방법을 써 봤는데 일반적인 한국형(?) 패키지 여행에 익숙하신 분들은 메뉴 보시는 것부터 힘들고
고르는 것과 음식 나오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니 힘들어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행을 와서 현지 식당에서 설사 고른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이것 또한 여행의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 금방 익숙해 지기도 하구요.
아디스아바바에서의 첫 식사에서는 점심식사가 늦어지기도 했고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라 세 명의 일행분들도 조금 당황해 하셨지만 며칠 만에 금방 원하시는 것을 잘 골라서 주문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안심이 됐습니다.
차후에 다른 여행에서도 15명 이하의 소수가 가는 여행에서는 원하는 메뉴를 골라 먹는 방법을 적당히 섞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저녁 식사는 에티오피아의 전통 부족들의 다양한 춤을 볼 수 있는 cultural restaurant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서 춤과 음악, 전통음식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전통식 인제라를 먹기 위해 먼저 손을 씻습니다.


에티오피아인들의 전통주 중에는 꿀을 섞어 만든 '허니와인'이라고 불리는 테지(Tej)라는 것이 있습니다.
요렇게 생긴 병에 넣어서 두 손가락으로 받쳐서 들고 마신다고 하네요.
맛은 쌉싸름하면서도 꿀 성분 때문인지 단 맛이 납니다.


드디어 나온 인제라 정식!
인제라(Injera)는 테프라는 곡식을 갈아서 물과 소금을 섞어 반죽한 뒤 약간의 발효를 거쳐 넓은 팬에 반죽을 얇게 펴서 구운 팬케잌같은 빵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약간 회색빛이 납니다.
인제라를 넓게 깔고 그 위에 채소나 육류, 콩 등으로 만든 여러 반찬들을 올려주는데 인제라를 적당한 크기로 찢어서 반찬들을 싸 먹습니다.
손으로 먹는 음식인데 식사할 때는 오른손만 사용하는 것이 예의라고 합니다.

에티오피아인들은 매운 맛도 좋아해서 고추나 마늘, 양파 등으로 양념을 만들기도 하는데 우리 일행은 식사 시 매번 매운 소스나
청량고추처럼 맵싸한 생고추를 썰어 달라고 해서 매운 맛은 실컷 즐기고 왔습니다.
한국보다 6시간이 느린 나라.. 아프리카의 시차를 적응하는 여행 첫 날은 아디스아바바 시내 투어와 전통 춤과 공연, 전통식을 즐기는
만찬으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이튿날은 아침부터 국내선으로 아디스아바바를 중심으로 북부 여행의 시작인 바하르 다르로 이동했습니다.
바하르 다르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호수, 타나 호수가 있는 곳입니다.
나일강의 발원지 중 청나일 강의 상류부인 아바이(Abay)강이 바로 이 곳 타나 호수에서 유출된다고 합니다.
타나 호수위의 37개의 크고 작은 섬에는 20개가 넘는 수도원들이 있는데 모두 16,17세기에 세워졌습니다.
당시 에티오피아 왕조는 유럽의 신식 무기로 무장한 포르투갈 군대의 지원을 받는 카톨릭의 남자 수도회인 예수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정교회 신자들에게 카톨릭으로 개종할 것을 강요했다고 합니다.
이를 피해 정교회 수도자들이 타나 섬 한가운데로 몰려와 수도원을 짓고 정착하기 시작해 지금의 타나 호수위의 수도원이 됐습니다.







수도원 내부의 벽화는 모두 자연에서 얻은 천연 염료로 채색이 돼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나 그리스, 이집트 등지에 있는 정교회와 맥락을 같이 하지만 독자적인 에티오피아 정교회로서 자신들만의 교황을 선출하는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역사는 서기 4세기 경 시리아에서 온 9명의 사제들로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 장난꾸러기 삼인방이 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라대서 쪼르륵 앉혀 놓고 찍어서 보여줬더니 까르륵~ 웃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더니 사진 찍었으니 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ㅠㅠ
돈이 없다고 하니 자기들끼리 한참 얘기하더니 그냥 가랍니다. ^^

시작과 끝, 알파와 오메가를 상징하는 예수님의 형상으로 둥글게 수도원을 건설했다고 합니다.
이 둥근 집의 형태는 사실 에티오피아인들의 전통 가옥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아직 관광업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에티오피아의 교회들도 5-6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문화재라기 보다는
지금까지도 많은 신자들이 계속 미사를 드리는 곳으로 소박하고 아담한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커피의 나라답게 구석 구석 어디를 가도 차려져 있는 커피 가게.
에티오피아에 와서 처음으로 분나(bunnaa)라고 부르는 에티오피아식 커피 가게에 들렀습니다.
뜨거운 오후의 햇살을 피해 잠시 커피 휴식을 취했는데, 관광객이 많이 들르는 곳이라 그런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커피 세리모니'
까지는 못 봤지만 그래도 아주 즐거운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숯을 피워서 향나무를 함께 태워 좋은 향을 풍겨 주는 것이 손님 접대의 예의라고 하네요.









마지막 남은 세 번째 수도원

이 수도원의 오래된 성경과 성화들을 보관하는 작은 박물관을 이 연세 지긋한 사제분이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투덜이 스머프'라는 별명, 혹은 애칭으로 불러드린 찬샘님은 왕성한 호기심과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돌아다니시는 에너자이저였습니다 ^^

성스러운 세인트 조지의 이름을 딴 세인트 조지 라거 비어...
우리 일행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신 성인의 품격이 있는 맛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자국 맥주가 많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씩 먹어보기로 했는데 세인트 조지 비어는 제 기준에서는 가장 무난한 맛이었던 것 같네요.
첫댓글 언제 내가 에티오피아를 갔다왔나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후기를 보니 그때의 현장에서 함께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치고 갑니다. 벌써 갔다온지 일주일이 넘었네.....
사진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있으니....
에티오피아 다녀 오신 후에도 무척이나 바쁘셨나 봅니다.
저두 어느새 한참 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