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동학습 에세이
원동연
필리핀을 오기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나는 필리핀에 가는 게 좋았다. 항상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느낌을 받아서 나의 삶에 변화가 필요했다. 환경, 사람, 언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던 삶과는 다른 필리핀의 삶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 그곳의 뜨거운 햇볕, 징그러운 벌레 그곳의 언어가 어떻든 나는 필리핀이 설레었다. 하루빨리 필리핀이 가고 싶었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공항에서 내리자 뜨거운 햇볕이 느껴졌다. 공기의 느낌도 평소와 달랐다. 그제서야 필리핀이라는 게 실감됐다. 파란색 지프니를 타고 학교로 갔다. 처음 탈 때는 이 차가 안정한건지 가다가 사람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학교에 도착했다. 필리핀스러운 밴드의 음악이 우리를 반겨줬다. 모든 게 신기했다. 학교안에는 나무가 많았고 바로 앞에 기숙사도 보였다. 100일 동안 이곳에서 생활한다는 게 너무 설레고 기대가 됐다.
필리핀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샤워는 샤워기 수압이약하고 뜨거운 물이 나오지않아서 벌벌 떨면서 샤워를했다. 빨래는 당연히 손빨래다. 나에게는 필리핀 적응이 쉬웠다. 그동안 기대했던 필리핀이니 적응이 쉬운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근데 언어소통이 조금 어려웠다. 살면서 영어로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어서 필리핀 썜들과 소통을 할 때 뇌정지가 왔다. 분명 아는 단어들인데 막상 소통하려고 하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필리핀 생활초반에는 영어로 대화하는 게 좀 불편하고 어려웠다.
필리핀에 오고 나서 1주일 후 수업이 시작됐다. 여기도 수업방식은 선택 수업이었다. 처음보는 수업들인 만큼 신중하게 골랐다. 필리핀 수업은 필리핀 생활에 큰 기어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내가 고른 수업들은 다 내 마음에 드는 수업들 이었다. 구즁 거정 머움애 두눈 수업은 반다만가이다. 반다만가는 쉽게 말해 필리핀식 밴드이다. 처음보는 악기들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면서 박자를 완성하면 곡이 만들어지는데 그런 과정들이 너무 재밌었다.
필리핀에서도 부서 활동과 식솔회가있다. 한국에서는 3학년이 부서장을 하고 식솔회를 진행했지만 여기에서는 15기가 모든 것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점차 적응됬다.
이렇게 1분기가 마무리되어 갈 때 홈스테이가 왔다. 필리핀 와서 처음으로 두려웠다. 홈스테한 걱정이 많았다. 파트너와는 잘 지낼 수 있을지 환경적응은 잘할 수 있을지 등 걱정 덩어리였다. 근데 막상 가보니 편했다. 편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편했다. 마마파파가 우리를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10일 동안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보는 한국학생을 어떻게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주셨는지 정말 감사했다. 홈스테이를 필리핀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필리핀 사람들은 손님이 오면 아주 반갑게 맞이해준다. 꼭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나눠주고, 그리 좋은 물건을 바라지 않고 주어진 삶에 행복해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모습이 배울점이 많았다.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을 많이 받았지만 나는 받은 만큼 주지 못했다. 다시는 그런기회가 오지 않는 것을 알기에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다.
홈스테이가 끝나고 2분기가 찾아왔다. 이때는 필리핀에서 벌써 반이나 살았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필리핀에서는 논문과 비슷한 개인프로젝트라는 것을 했다. 나의 개인프로젝트 주제는 수줍음을 없애는 것이였다. 그동안 수줍음 때문에 놓친 관계가 많다고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수줍음을 조금이나마 없애고 15기 모두와 친해지고 싶었다. 15기 모두와는 꼭 친해지고 싶었다. 개인프로젝트를 하면서 안 친한 친구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항상 나에게 다가오기ㅣ만 기다렸지 다가가는 적은 처음이라 많이 어설펐다. 말을 하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에게 아무런 수줍음 없이 다가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랑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이 이미 다가왔던 것 같다. 수줍어서 그런지 마음을, 마음을 열지 않아서 그런지 다가오는 걸 피했던 것 같다. 지금 보면 그 때 왜 그랬지 싶다. 나도 분명 친해지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다. 다시는 후회하지 않게 앞으로는 내가 다가가야겠다. 친구들이 말을 걸어도 다 받아줄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나도 말을 걸어보고 대화를 오랫동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한 친구에게만 보여줬던 시끄러운 모습도 15기 전체에게도 조금씩 보여준 것 같다. 그만큼 15기가 편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많이 노력해서 15기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
필리핀에 있으면서 여행도 많이갔다. 스쿠버 자격증도 따고 아포 아일랜드, 시큐홀, 바이스, 다윈, 수영장을 갔다. 힘들 때 마다 간간히 여행을 가서 너무 행복했다. 비록 감기 때문에 돌고래는 보지 못했지만 바다속에서 아름다운 산호와 거북이를 보고, 수영장에서 기마전, 시큐홀에서 15M다이빙 이런 것들이 나중에 추억이 되고 그리울 것 같다. 후회 남지 않게 여행을 즐겨서 다행이다.
필리핀을 마무리 하려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필리핀 쌤들부터 시작해서 홈스테이 분들, 스쿠버 쌤, 또이또이도 그리울 것 같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받았다. 받은 만큼 보답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받았던 것들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잊지 못할 추억들이 너무나도 많이 생겼다. 15기와도 가까워 진 것 같고 예전보다 이야기도 많이 한 것 같다. 100일이 너무 빨리 지나갔지만 하루하루 들여다보면 정말 알찬 100일이였던 것 같다. 이번 필리핀 덕분에 많은 경험과 기회를 맞이했고, 그 덕분에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 항상 여행으로만 생각했던 필리핀이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추억이 쌓인 필리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