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여러 기적을 행하신 도시, '가버나움'을 빗대어 레바논의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제 작은 몸 하나
건사할 길도 막막하면서, 어쩌다 인연을 맺게 된 젖먹이 아이를 안고 이리저리 애쓰는 소년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것이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불법체류자 여성이 낯선 어린 소년을 돌보고, 그 여성이 불법체류자 검문으로 체포된 뒤에는 어린 소년이 남겨진 그여성의 젖먹이를
돌본다. 피부색조차 다른 젖먹이를 안으며 ‘내 동생’이라고 말한다. 그런 작은 기적이 있는 도시의 이야기였다.
주인공을 맡은 소년 배우는 시리아 난민으로,
베이루트 빈민촌에서 배달 일을 하다가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자기 나이도 모르고, 자기 이름도 쓸 줄 모르고,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아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고 했다. 조연 소년 소녀들도 마찬가지. 젖먹이 엄마 역을 맡은 배우도 실제로
불법체류자라서 촬영 도중 체포되기도 했다. 이 배우들은 대사를 외워서 연기한 것이 아니란다. 대본없이 그 상황에 맞는 말과 행동을
배우들이 알아서 했다고 한다.
“우린 벌레야, 기생충이야” 라는 외침도 그들의 삶에서 나온 것이리라. 사실 배우들의 현실은 영화보다 더 처참했다고 한다.
10여년간 빈민지역에서 살며 빈민운동을 했던 나조차도 영화의 장면이 참으로 비참해보였는데 그보다 더한 현실이었다니ᆢㅉㅉ
황석영의 단편소설 ‘아우를 위하여’ 말미에는 “여럿이 윤리적인 무관심으로 해서 정의가 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거야.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 우리는 너를 항상 기억하고 있으며, 너는 우리에게서
소외되어버린 자가 절대로 아니니까 말야.” 라는 구절이 있다.
어려운 이들을 기억하고,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사람’으로 존중하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윤리이고 정의일 것이다.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 피부색이
다른 이들에게도 그 윤리와 정의는 똑같이 가야 한다.
흔치 않은 아랍권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원래 배우였다는
나딘 카마르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우리가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살 자격이 없다거나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없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마음이 변화를 만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래, 조금씩 변화는 생길 것이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 올해도 열심히 뛰어야겠다.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장으로의 다짐, 그리고 한 사람의 민주시민으로서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