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脂血症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지혈증(高脂血症)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진료환자는 54만명(2006년)에서 105만명(2010년)으로 나타나 최근 4년간 연평균 18.1% 증가하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23만1천명에서 42만5천명으로 1.8배, 여성은 30만9천명에서 62만7천명으로 2.0배 증가하여 여성 증가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진료비(診療費)는 2006년 930억원에서 2010년 2,199억으로 2.4배 증가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성별ㆍ연령별 인구 10만명당 진료현황을 살펴보면 남성은 60대(4,457명), 50대(3,732명), 70대(3,569명) 순이고, 여성은 60대(8,847명), 50대(6,740명), 70대(6,096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0-4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으나, 50-70대는 남성보다 여성이 1.7~2배가량 많았다.
고지혈증(高脂血症ㆍHyperlipidemia)이란 혈액 속에 지방(脂肪) 성분이 높은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혈장(血漿) 내의 총(總)콜레스테롤(cholesterol) 농도가 240㎎/㎗을 넘거나, 중성지방(中性脂肪ㆍtriglyceride) 농도가 200㎎/㎗ 이상이면 고지혈증이라고 한다. 고(高)콜레스테롤증(hypercholesterolemia)과 고(高)중성지방혈증(hypertriglyceridemia)으로 구분하여 진단할 수 있다.
고지혈증의 기준인 총콜레스테롤 240㎎/㎗는 미국의 MR-FIT 연구결과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총콜레스테롤이 190㎎/㎗ 이후부터 심혈관질환(心血管疾患) 사망률이 증가하기 시작해 240㎎/㎗에 이르면 사망률이 2배 높아진다. 이에 경계적 위험선을 200㎎/㎗으로 정했다. 인종적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한국인의 총콜레스테롤 경계적 위험선은 미국인보다 적은 190㎎/㎗이 합당하다고 국내연구에서 밝혔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속 지방 성분이 기준보다 높다는 뜻인데,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은 160㎎/㎗ 이상 높으면 문제이지만, 좋은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은 40㎎/㎗ 기준보다 낮은 것이 문제가 되므로 최근에는 ‘고지혈증’이란 용어 대신 ‘이상지질혈증(異常脂質血症ㆍdyslipidemia)’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고지혈증 검사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적어도 12시간 이상 금식(禁食)한 후 채혈(採血)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중성지방은 음식과 술의 영향을 받기 쉬워 식후 또는 알코올 성분이 체내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면 올바른 수치(數値)를 알 수 없다. 술은 적어도 3일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화학적으로 스테로이드계 화합물로 분류되며 흰색의 결정성 물질이다. 콜레스테롤은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에서 합성할 수 있으며 특히 간(肝)에서 많이 만든다. 콜레스테롤은 중성지방과 더불어 우리 몸의 대표적인 지방의 하나이지만 에너지원(源)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細胞膜)의 중요한 구성성분이며, 성(性)호르몬과 부신피질(副腎皮質)호르몬의 중요한 원료가 된다. 또 콜레스테롤은 지방의 흡수를 돕는 담즙산(膽汁酸)을 만드는 원료가 되고,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합성에 이용된다. 우리는 음식물을 통해 상당량의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며, 간에서 합성되는 콜레스테롤 양은 보상 메커니즘으로 조절된다. 즉 음식을 통해 섭취한 콜레스테롤의 양이 증가하면 간에서 콜레스테롤의 합성이 감소한다.
콜레스테롤은 혈액에 녹지 않으므로 혈액을 따라 이동하려면 지단백질(脂蛋白質)이라는 단백질 복합체에 달라붙어야 한다. 저밀도지단백질(低密度脂蛋白質, low-density lipoportein/LDL)은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간에서 조직과 세포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며 이곳에서 지단백질과 분리되어 세포에서 사용된다. 한편 고밀도지단백질(高密度脂蛋白質, high-density lipoportein/HDL)은 세포에서 소모되지 않은 과량의 콜레스테롤을 조직에서 다시 간으로 운반한다. 운반된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분해되어 담즙산(膽汁酸)이 돼 담도(膽道)를 통해 장(腸)으로 배출된다.
우리 몸이 콜레스테롤을 사용하고 남은 것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잉여(剩餘)콜레스테롤’이 몸에 쌓이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LDL-콜레스테롤은 혈중 총 콜레스테롤의 3/4을 차지하며 간으로부터 세포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고 신체 요구량보다 많을 경우 혈관 벽에 들어붙어 동맥경화(動脈硬化)를 일으킨다. 반면 HDL-콜레스테롤은 세포로부터 간으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여 혈관에서 잉여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므로 심장질환과 뇌졸중 예방 효과가 있다.
중성지방(中性脂肪ㆍtriglyceride)은 콜레스테릴 에스테르(cholesteryl ester)와 트리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를 포함하지만, 지금은 트리글리세나이드가 중성지방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성지방은 지방산(脂肪酸)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방산 3개에 글리세롤(glycerol) 1개가 합쳐진 것이다.
중성지방은 포도당(葡萄糖)과 더불어 세포의 중요한 에너지원(源)이며, 포도당보다 에너지 발생률이 높다. 인체(人體)에서 뇌(腦)와 적혈구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다른 장기(臟器)들은 대부분 중성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중성지방은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오지만 간에서 합성되기도 한다. 특히 탄수화물이 체내에서 중성지방으로 합성된다. 중성지방은 혈관을 통해 말초조직으로 운반돼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중성지방은 물에 녹지 않으므로 혈액 속에서 이동하기 위해 운반체(運搬體) 역할을 하는 지단백질(脂蛋白質ㆍlipoprotein)이 필요하다. 지단백질에는 가장 크면서 비중이 낮은 VLDL(very low density lipoportein), 그 다음이 IDL(inter-mediate density lipoprotein), LDL(low density lipoprotein) 순이며, 크기는 가장 작고 비중이 제일 높은 지단백질을 HDL(high density lipoportein)이라 한다.
중성지방은 90% 이상이 VLDL 속에 존재하며, 콜레스테롤은 대부분 LDL과 HDL 속에 있다. 중성지방은 말초조직에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지방세포(脂肪細胞)에 흡수돼 유사시에 대비해 저장된다. 특히 중성지방이 너무 많이 존재하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LDL을 더 강하게 만들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HDL을 무력화시킨다. 이에 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아도 동맥경화증이 생긴다.
고지혈증의 원인을 크게 나누면 지방을 과다 섭취하는 식생활, 운동부족, 유전(遺傳)적인 체질 등 1차적인 것과 당뇨병(糖尿病), 신장(腎臟)질환, 간(肝)질환, 내분비 이상 등 질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2차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식생활과 운동습관에서 칼로리 소비가 문제가 되어 비만(肥滿)으로 인하여 고지혈증이 흔하게 나타나며,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기름진 육류(肉類), 달걀노른자, 명란 등 알류, 새우, 오징어 등을 많이 섭취하면 고지혈증이 생길 수 있다. 술과 안주는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고(高)중성지방혈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지혈증 증세는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動脈硬化)가 생긴다. 동맥경화로 일부분 혈관이 좁아져 있을 때는 증세가 전혀 없으나 환자가 증세를 느끼게 되는 시점은 합병증(合倂症)이 발병한 시기이다. 동맥경화로 인하여 뇌혈관이 막히면 뇌졸중(腦卒中)으로 반신마비가 오며, 심장혈관이 막혀 생명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다리혈관 등이 막히는 말초동맥폐쇄질환 등이 생긴다.
치료는 다른 질환에 의해 이차적(二次的)으로 생긴 고지혈증의 경우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적으로 위험요인이 많지 않고 아주 높은 고지혈증이 아닌 경우에는 3개월 정도 적절한 식사와 유산소 운동, 금연(禁煙), 절주(節酒) 등 생활습관(生活習慣)을 바꾼 후 재검사를 하여 조절이 안 되면 약물치료를 하도록 한다. 한편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이 많거나,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너무 높은 경우는 약물치료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혈관을 막히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지혈증에 사용하는 약물을 총칭하여 ‘지질강하제(脂質降下劑)’라고 하며, 약물에는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는 스타틴계열,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며 스타틴 계열의 약과 함께 쓰면 추가적인 효과가 있는 에제티미브, 담즙산이 소장에서 재흡수 되는 것을 막아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콜레스티라민, 혈중 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HDL-콜레스테롤을 올려 주는 피브레이트제제 등이 있다. 나이아신(niacin)과 오메가3 지방산(脂肪酸)은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고지혈증을 예방하려면 비만이 되지 않도록 체중(體重)관리를 하며,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줄이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과일, 콩 등의 섭취량을 늘린다. 술은 중성지방혈증을 높이므로 절주(節酒)하여야 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은 올라가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은 떨어지게 된다.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하여 고지혈증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학교 보건학박사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