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0. 05;00
이 새벽에 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엊그제까지 꽁꽁 얼어 얼음으로 덮였던 망월천이 어느새 녹아
힘차게 흐른다.
봄이 바로 지척(咫尺)까지 다가온 모양이다.
나방이 한 마리가 빗줄기를 뚫고 내 앞을 지나 가로등을 향해
날아간다.
저놈은 모질었던 북풍한설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 지금까지 무엇을 먹고, 어디에 숨어서
살았을까.
아주 작은 나방이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준다.
날아가는 나방이를 보며
며칠 전 고향 친구로부터 '청설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을 했던 내용이 생각난다.
이참에 빠진 내용도 추가하고 복습도 할 겸 다시 정리를 해야겠다.
05;30
<2023. 2. 5. 10;44>
기홍이 좋은 질문일쎄!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설모는 다람쥐를 잡아먹지 않는다네.
청설모는 도토리, 밤, 잣 등 열매가 주식이며,
오히려 다람쥐가 개구리나 작은 뱀을 잡아먹는 등 공격성이
강하고,
청설모와 다람쥐는 활동영역이 서로 겹치지 않기에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정보라 할 수 있음.
이밖에도 내가 십수 년간 산(山)에서 스스로 자연을 공부하며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우고 알았던 상당 부분이 잘못된
상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몇 가지만 요점정리를 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하네.
1. 나무
1) 아카시아.
아마 상산초교시절 여름방학 숙제로 아카시아 씨앗을 채취해서
한 되씩 제출했던 기억이 날 거야.
'아카시아'는 일본나무다?
아카시아는 일본나무가 아니고 우리나라에도 없다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에만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시아는
아메리카 원산인 '아까시'일쎄.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에서 들여와 사방사업(沙防事業)용으로
심었기에 일본나무로 설움 받는 '아카시아'는 우리나라 꿀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하는 중요한 밀원(蜜源)이지.
2) 보리수
슈베르트 작곡의 '겨울나그네'에서
"♬성문 앞 우물가에 서있는 '보리수' 난 그 그늘아래서 단꿈을
꾸었네~~♪"라는 가사가 생각날 거야.
보리수나무에는 대추 비슷한 열매가 달리는데,
엄밀히 따지면 불교에서 해탈(解脫)의 나무로 알려진 보리수는
인도지역에만 있고,
우리나라에 있는 보리수나무는 중국이 원산인 '보리자'나무로,
번역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보리수나무로 굳어졌다고 함.
3) 리기다소나무
리기나소나무는 일본 소나무다?
이 또한 잘못된 상식일쎄.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는 솔잎이 2개요,
리기다소나무는 솔잎이 3개이며, 이밖에 해송이라 불리는 곰솔,
잣나무는 솔잎이 5개지.
리기다라는 말이 일본의 으찌, 니와 비슷하여 일본 소나무로 알고
있는데 실제 원산지는 미국이라네.
일본에서 개량한 솔잎 6개짜리 '고기다'가 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실제로 내가 확인하지는 못하였고,
참고로 세계적인 임학자(林學者)로 알려진 임목육종연구소의
고 현신규 박사가 개발한 '리기테다 소나무는 솔잎 3개이며 불과
추위에 잘 견디며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기에 미국 교과서에도
실렸다고 함.
미국 동북부에서 자라는 리기다소나무와 지중해산 테에다소나무를
인공적으로 교잡해서 개량한 리기테다소나무를 만든 고 현신규
박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기술자인 장영실, 허준, 우장춘과
함께 '과학기술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고,
1963년 미국 알렉산더 와일리 상원의원이 한국에 '기적의 소나무'가
만들어졌다는 보고서를 상원에 제출하였다고 전해진다.
여담(餘談)이지만 소나무는 늘 솔잎이 달려있는 상록수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솔잎이 매년 1/3 정도가 떨어지고 다시 1/3이
새로 나기에 4계절 늘 푸른 상록수로 대접을 받는 나무이지.
4) 라일락
봄부터 초여름까지 은은한 향을 품기는 '라일락'도 서양에서
들여온 외래종 나무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 나무임.
서양으로 나갔다가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수수꽃다리', '정향나무' 또는 '개회나무'로도
불린다오.
5) 구상나무
크리스마스트리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구상나무'도
우리나라가 원산이라 이름도 '코리언 구상나무(Korean Fir)'요,
진천에서는 무분별한 채취로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지만,
괴산에서 여전히 천연기념물로 관리하고 있는 '미선나무'도
우리나라가 원산인 토종임.
몇 년 전 한라산에 올랐을 때와 덕유산을 종주할 때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과정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바라
보며 안타까워 한탄을 했는데,
그 자리를 아열대성 나무인 '서어나무'가 서서히 장악해 나가고,
심지어는 수년 전 백두산에 오르다가 서어나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2. 새
1) 원앙새는 부부금슬(夫婦琴瑟)이 좋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매년 배우자를 바꾸는 바람둥이 새요,
2) 기러기는 백년해로를 하는 새로 평생 부부가 헤어지지 않으며,
동료가 부상이나 아플 때는 회복하거나 죽을 때까지 곁에서 보살펴
주는 의리의 새입니다.
3) 까마귀는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부모 까마귀가 죽을 때까지
곁을 지키는 효자새(孝子鳥), 즉 효도를 수반하는 반효조(伴孝鳥)
이고,
4) 까치는 동네사람의 얼굴을 다 기억하기에 간혹 낯선 사람이
동네에 나타나면 경계를 하느라 마구 울어대는 매우 영리한 새로,
까치의 종류로는 까치, 물까치, 어치, 때까치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때까치는 까치의 이름이 붙었어도 까치 종류가 아닌 참새목임.
5)'뿔논병아리'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며 키우는데 반하여,
'뻐꾸기'는 '개개비'나 '오목눈이' 새둥지에 알을 낳고 사라진다네.
개개비나 오목눈이가 자기 알로 알고 열심히 품으면 오목눈이나
개개비보다 뻐꾸기 알이 조금 일찍 부화하지.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경쟁자가 될 오목눈이, 개개비의 알을
밖으로 밀어서 떨어뜨리고 경쟁자 없이 먹이를 받아먹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이소(移巢)를 하게 됨.
이때까지 뻐꾸기 어미는 자기 새끼를 전혀 부양하지 않는 얌체새로
탁란(托卵)의 귀재임.
6) 소리가 괴상한 꾀꼬리,
쟁반에서 옥구슬 굴리는 소리가 난다는 꾀꼬리가 간혹 웩! 하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는데 이때는 고라니 울음소리와 비슷하여
정나미가 떨어짐.
3. 동물
1) 너구리
너구리가 사람에 달려들거나 물지는 않는가?
너구리는 원래 소심하고 겁이 많기에 조금만 위험하다고 느끼면
죽은 척을 해서 위기를 넘기는 동물임.
2) 멧돼지
멧돼지는 야행성이다?
멧돼지는 야행성 동물이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 위협을
느끼면서 야행성 동물이 되었다고 함.
3) 뱀
뱀은 독사류(毒蛇類)와 무독사류로 구분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무독사류는 알을 낳고 독사류는 새끼를 낳는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독사류는 알이 나오면서 바로 부화가 되기에 사람들은
새끼를 낳는다고 착각을 하는 거다.
또한 자기 어미를 잡아먹고 크기에 살모사(殺母蛇)라는 이름을
얻었다.
4) 사마귀
사마귀는 교미 후 바로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기에 교미를 끝낸
수컷은 빨리 도망을 쳐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니 참 신비로운
자연이다.
5)양(羊)이 순하다고?
온순한 동물의 대명사로 흔히들 '양(羊)이라고 하지.
그러나 양이 생각만큼 순하지 않고 서열싸움이나 사람에게
대들 때는 몹시 사납다고 함.
6) 독수리는 대머리다?
독수리는 주로 죽은 사체(死體)를 파먹는데, 이때 대머리가 먹이
활동에 유리하기에 독수리는 대머리가 된 거라네.
4. 식물
1) 갈대와 억새
갈대와 억새의 이름으로 봐서 갈대는 연약해 보이나 꽃과 줄기는
억세고,
억새는 꽃이 억세지 않고 아주 부드럽고 순하니 이름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임.
2) 가막사리와 까마중
도깨비 가시로 알려진 가막사리,
바지나 옷 등에 가시가 붙으면 떼기 힘들게 만드는 도깨비바늘 속
'가막사리'는 폐암치료제로 쓰이고,
열매를 먹을 때 입 주변을 시커멓게 만드는 '까마중'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하여 눈에 좋다고 알려짐.
3) 질경이
들과 산길에 무수히 자라는 '질경이'는 죽기 직전의 말에게 한 움큼만
먹여도 쓰러진 말을 거뜬하게 일어나게 한다는 차전초(車前草)로,
질경이를 달인 물로 양치를 하고 하루 세 번 나눠 마시면 '후두암'에도
좋다고 함.
농부들이 싫어하는 '쇠비름'이나 '달개비(닭의장풀)'도 보릿고개
시절 구황식물로 요긴하게 먹었으며,
4) 공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로 '산딸나무'가 있는데, 열매가
딸기 모양인 이 나무는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님을 매달았던 십자가
나무라네.
5) 냉이
사람들은 초봄에 싹이 올라온 냉이를 캐는데 실제로 냉이는 봄에
나오는 나물이 아니라 겨울이 시작되기 전 싹이 움터 엄동설한
(嚴冬雪寒)을 이겨냈기에 월동초(越冬草)로 불리기도 한다.
6) 겨우살이
한국 토종학자 최진규 선생은 겨우살이는 참나무나 뽕나무에
기생하는 상기목(桑寄木)을 먹어야 동맥경화와 고혈압, 항암효과가
있다고 하며
버드나무, 밤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는 부작용이 있어 먹지
말라고 하는데,
밤나무에서 열매를 맺으면 밤이라는 구황식물이 되는데 반해,
가지에 붙은 기생목인 겨우살이에는 독(毒)을 주니 이 또한 자연의
신비로 아이러니(Irony)하다.
7)이밖에도 금낭화와 산수국의 색깔이 변하는 것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낭화는 땅의 성분에 따라 산성토양이면 푸른빛을 띠고 알칼리성
토양이면 붉은빛이 선명하다.
산수국도 흙의 산도에 따라 변하는데,
흙의 성분이 중성이면 흰색, 산성이 높으면 청색, 알칼리성이 높으면
분홍색에 가깝다.
처음엔 흰색으로 피었다가 점차 푸른색이나 분홍색으로 바뀌는
이유는 안토시아닌이 합성되면서 색이 변하는 거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그냥 바라만 봐도 예쁜 꽃들에 스민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인간이
다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
8) 담쟁이
당뇨병에 좋다는 '담쟁이'덩굴은 소나무와 참나무를 감고 올라간
것이 약효에 좋고, 특히 수 십 년 묵어 팔뚝처럼 굵은 것이 약성이
강하며 바위 또는 시멘트벽을 타고 올라간 것은 독이 있어 쓰지
말라고 한다.
8. 황사
겨울에 날씨가 풀리거나 봄에 징그럽게도 날아오는 황사는
중금속 등의 함유로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지만 자연환경에서는
산성을 알칼리 성분으로 일정 부분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해
수질개선, 토질개선, 적조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함.
따라서 황사가 유난히 심한 해에는 농사가 잘 된다고 하며 경제
효과가 약 50조 원 정도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음.
9. 기타
기홍 친구 덕분에 복습도 잘했고,
내가 쓴 글이 공원관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소.
이밖에 식물도 감정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쓰고자 하였으나,
오늘 쓴 글이 너무 길어 다음에 쓰겠습니다.
2023. 2. 10.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