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 풀숲
몇 발짝 앞의 아득한
초록을 밟고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에 핀
메꽃 한 점
건너다보다
문득
저렇게,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한
것이
내 안에 또한 아득하여,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를 한번쯤
없는 듯 꽃 밝히기를
바래어 보는 것이다
― 이안, 「메꽃」 전문
▶메곳 : 메꽃. 들에 피는 나팔꽃 비슷한 오후에 피는 꽃. 소박하면서도 탐스럽게 보인다. 그 뿌리를 '메'라 하여 삶아서 먹으면 달고 구수하여 메떡도 만들어 먹는다. 예전에는 흉년의 구황식품의 하나로도 쓰였다
메꽃과 나팔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팔꽃은 외국에서 들어온 꽃이지만 메꽃은 우리나라 산천 어디에서나 스스로 자란다. 나팔꽃 잎사귀는 둥근 하트 모양이지만 메꽃 잎사귀는 길쭉한 쟁기처럼 생겼다. 들길에서 나팔꽃과 비슷한 연분홍 꽃을 만났다면 메꽃이라고 보면 된다. 시집살이로 고생하는 며느리를 “기름진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로 위로하는 조선시대 시조도 있다. 유흥준 교수는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메꽃과 호박꽃을 들기도 했다. 키 큰 명아주 줄기를 타고 메꽃이 한 송이 불을 밝혔다. 그 존재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한, 참으로 아득한 것이다. 무욕무취의 세계는 메꽃을 닮았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가만히 외우고 싶고 베끼고 싶은 65편의 시(안도현, 모악, 2022.)’에서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