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스베버(1860~1920)는 20세기 독일의 위대한 사회학자, 정치학자로 칼 마르크스 등과 함께(물론 사상은 아주 다르다)손에 꼽히는 사람이다. 지금의 사회학 이론에 굉장한 영향력을 준 인물이다. 베버는 사회의 현상들에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개념화하였고 이 덕분에 사회학의 기초가 될 수 있었다. 막스베버의 시대는 세계 1차 대전 독일의 패전 이후 황제정이 무너지며 극도의 혼란기 속에 있었다. 이 속에서 막스베버는 시대의 변화를 깊게 생각하고 국가란 무엇인지, 그것을 유지시키는 좋은 정치와 정치가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사람이었다.
이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은 사실 <소명으로서의 정치>라고도 불린다. 직업과 소명은 의미 차이가 있다. 직업은 마치 돈벌이만 고민하는 느낌이 있는 반면 소명 사명, 달란트, 신념 등의 키워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막스베버는신의 부르심, 소명을 주장하던 칼뱅주의 개신교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고 또 이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막스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좀 더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막스베버가 젊은 학생들에게 했던 연설을 옮겨 적은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정치인들뿐만이 아닌 시민들에게도 어떤 정치인을 선출해야하는지 이야기 해주는 책일 것이다.
막스베버는 이 책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막스베버는 국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국가란 일정한 영토 안에서 정당한 물리적 강제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요구하는 인간공동체입니다.” 물리적 강제력이라 하니 무서운 인식 밖엔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말은 틀린 것이 없다. 인간에게 궁극적으로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고 자신을 그리로 가장 가깝게 만드는 것이 물리적인 위협이다. 따라서 강한 통제력은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제공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강세계 질서를 위한 ‘정당한’ 독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국가와 군대를 떼어 놓을 수 없고 전쟁과 같은 강제적인 폭력이 국가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 이것을 증명한다.
또 막스베버는 그러면 우리는 왜 국가에 복종하는가? 라는 질문을 이야기한다. 이에 그는 전통적(관습) 지배체제, 카리스마적 지배체제, 합리적 합법적 지배체제라는 이 3가지 개념으로 풀어낸다. 그중에도 카리스마적 지배체제에 강조를 둔다. “(카리스마적 지배체제는) 지도자의 순전히 개인적인 카리스마에 헌신하는 것에 의한 지배입니다…..(것이 중요한 이유는) 소명이라는 사상이 여기에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입니다.” 막스베버는 그저 의무감으로 지도자에게 헌신하는 것보다 ‘내적으로 소명을 받은’ 매력적인 지도자에게 헌신하는 것이 지속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정치라는 것이 의도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결과를 만들어내기에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지도, 나쁜 의도가 항상 나쁜 결과를 낳지도 않는다. 때문에 그로부터 좌절감과 무력감에 휩쓸릴 수 있지만 지도자를 보며 소명을 다시 보고 목표를 정할 수 있다고 막스베버는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카리스마적 지배체제만이 강조된다면 그 또한 균형을 이룰 수 없기에 전통적 지배체제, 합리적 합법적 지배체제를 함께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어떤 윤리를 가져야할까? 막스베버는 이것에 두 가지 윤리를 제시한다. 바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이다. 먼저 정치인에게는 굳은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정치가 옳고 그른지, 국민을 위한 것은 무엇인지등에 관해서 말이다. 확실하게 굳은 신념이 있어야만 결정들을 하고 부정부패에 흔들리지 않고 좌절도 극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정치는 의도대로 결과가 따르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결과든간에 책임질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옳은 신념으로 인해서 어떤 결정이 이루어졌는데 어떤 이해관계들이 충돌하여 전쟁이 이루어지고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자.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저는 내 신념대로 했을 뿐 제 잘못은 없습니다‘라고 해버린다면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언행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또 신념만 있는 것은 나만 옳다는 독선으로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맨 처음에도 말했듯 국가는 무력적 강제력을 독점하는 공동체다. 이러한 폭력을 다루는 양이 많아질 수록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피해가 더 커지기에 책임이 더욱 커져야 한다.
물론 신념은 각자 모두 다르기에 정치에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만 강조하며 귀를 닫으며 판을 가르고 서로를 공격하기 보다 열린 마음으로 듣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정치인은 정말 사랑스럽지 못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스 베버는 이렇게 힘든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기가 제공하는 것에 비해서 세계가 너무 어리석거나 너무 야비해 보이더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 그 어떤 일에 직면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의 ’소명‘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참 아름다운 이야기다. 막스베버가 논한 그 모든 것을 현실세계로 가지고 오기에는 부정부패가 먼저 보이고 좌절하고 무력해진다. 막스베버가 말한 정치가,정치인이 인간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빠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우리의 방향이 되고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삶의 의미이며 소명이고 낭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