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보도를 어떻게 해독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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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하여, 리춘희 조선중앙TV 인민 방송원이 50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50일 만에 나와 김 위원장 사망 뉴스를 전하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부분 리춘희 씨가 68세로 연로하여 은퇴했거나 무대 뒤로 물러 난 것일 뿐 김 위원장의 사망과는 관련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일본 등에서 리춘희 씨가 사라질 무렵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지 않았나 하는 막연한 추측과 쿠데타 발발설 및 쿠데타 진압설 등 각종 음모론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일본 진보통신의 하나인 일본 레이버넷(노동넷)에 정기 칼럼을 쓰는 쿠로가네 코 씨는 리춘희 씨가 방송에 등장하지 않은 것은 중요한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최고 방송원인 인민 방송원인 리춘희 씨는 북한 최고 기관의 중요한 국가적 결정이나 최고 지도자의 동정 등을 보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은 50일 이상 북조선에서는 중요한 국가적 결정이 되지 않고 최고 지도자의 동정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즉, 리춘희 씨가 모습을 감춘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가 목격된 지난 9월 또는 10월 경이고, 리춘희가 10월 하순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즈음에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리춘희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병설이 나돌던 2008년에도 30여일 간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두달 동안 조선 중앙방송은 김정일 위원장은 김정은과 함께 군부대 시찰, 현지지도, 대사 접견 등을 이어나간 것으로 보도를 해왔다. 북한이 밝힌 사망 날인 17일 이틀 전인 15일에 마지막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을 일시를 밝히지 않은 채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 중앙TV는 19일 사망 사실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18일에도 김정일 위원장 관련 뉴스를 내보낸 상황이라 계속해서 비밀에 붙여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이 글은 일본 진보진영에서 김정일 위원장 사망 문제를 보는 시각과 대응방향을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아래는 쿠로가네 코 씨의 글 전문이다. |
김정일 조선 노동당 총서기의 사망 소식이 흘렀다. 하지만 나는 이 소식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12월 13일 조선중앙텔레비전 여성아나운서, 리춘희 씨가 50일 이상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 않다는 보도가 일본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 민족의상을 입고 거센 억양으로 북조선 정부의 공식 견해를 내외를 향해 발표하는 그 여자 아나운서이다. 언제 무렵부터인지 일본의 TV에서 완전히 친숙하게 되었다.
나는 이 뉴스를 본 직후 농반진반으로 배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무서운 것을 억측으로 인터넷에 쓸 수는 없지만, 김정일 사망 뉴스가 한동안 연내 또는 연초까지 계속될지도 몰라.”
명백한 “전조”
전조는 있었다. 11월말경,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보고 있던 나는 어느 하나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본 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올해 가을 평양에서 열린 북조선 공식 행사에서 단상에 있는 김정일의 쇠약해진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어떤 행사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그 인터넷 동영상도 지금 잘 찾을 수가 없지만, 시기로 볼 때 9월 9일 건국 기념일 또는 10월 10일 조선 노동당 창건 기념일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 때 김 위원장은 노인이 계단을 올라갈 때처럼 난간을 잡으면서 올라가 몽롱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종료 후에도 난간을 잡으면서 퇴장했다. 김 위원장이 넘어지지 않도록 바로 뒤에 서서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조선 인민군 간부의 모습도 비춰지고 있었다. 김 위원장이 난간을 잡지 않으면 일반적 보행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는 “이것은 더 이상 오래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첫머리에서 소개한 리춘희 씨의 50일 이상의 부재. 이것이 나의 “직관”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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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xinhuanet.com/video/2011-12/19/c_122446199.htm] |
리춘희 씨의 부재가 의미하는 것
리춘희 씨가 10월 중순부터 50일 이상 북조선의 뉴스 프로그램에 등장하지 않는 이 사실을 일본에서 최초로 발견해 국내 언론에 전달한 것은 재단법인 “라디오 프레스”다. 이 단체는 원래 1941년 외무성이 설치한 ‘라디오실’이 전신으로, 2차대전 후 재단법인으로 외무성에서 분리되었다. 주로 정보 통제가 어려웠던 공산권의 라디오 방송을 차단하고 그 기사를 번역 해설해 일본 국내 미디어에 흘리는 통신사다. 젊은 사람은 처음 듣는 이름일지도 모르지만,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될 때까지 닫힌 공산권의 정보를 일본에 전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신사로 독특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국내 언론은 모처럼 이런 귀중한 정보를 제공 받았는데, 일본의 여자 아나운서가 스캔들을 알리는 듯한 느낌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다루는 식으로 끝났다. 동서 냉전이 치열했던 1960~80 년대에는 “소련의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이 갑자기 방송을 중단하고 대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는 정보로부터 “당 서기장 사망”을 해독하는 등 라디오 프레스가 흘리는 정보에서 언외에 포함된 메시지를 이해하고 있던 일본 언론도 완전히 정보 분석 능력이 퇴화 해, 이번 라디오 프레스의 언외에 포함된 메시지를 해독조차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북조선 아나운서는 “방송원”이라고 불린다. 직위가 위쪽부터 “인민 방송원”, “공훈 방송원”, “방송원” 등 3가지 종류가 있다. “방송원”은 사실상 하급 방송원이다. 정부의 중요 정책, 최고 지도자의 동정, 중요한 국가적 행사 생중계 등 최고의 방송은 “인민 방송원”이 담당한다. 인민 방송원의 상당수는 조선 노동당 당원이다. 이것에 이어 중요한 방송은 공훈 방송원이 담당하고 그 이외의 일반 뉴스는 방송원의 담당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그 방송을 한 리상벽 씨도 인민 방송원이었다. 리상벽 씨는 이후 사망하고 현재는 리춘희 씨가 사실상 최고 방송원이라는 것이 북조선 감시자 사이의 일치된 관측이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사망을 리춘희 씨가 담당한 것은 이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표현을 하면, 북조선에서는 “뉴스의 중요도는 내용이 아니라, 누가 그것을 읽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는 단순한 정부의 선전 기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인민 방송원이 담당하는 방송은 ‘북조선 국민이라면 그것을 잘 듣고 정부의 정책을 이해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조선의 언론은 “평소 뉴스 캐스터가 휴가를 가면 대신 다른 캐스터가 읽으면 된다”라는 일본 언론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 언론이 이러한 스타일을 취하는 것은 “뉴스의 중요도는 내용이고 누가 그것을 읽는 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는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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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하는 리춘희 인민방송원] |
이러한 상황 속에서 리춘희 씨가 10월 중순 이후 50일 이상 조선 중앙TV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인민 방송원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방송이 50일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즉 50일 이상 북조선에서는 중요한 국가적 결정이 되지 않고 최고 지도자의 동정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일의 몸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인터넷 동영상에서 본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함께, 그러한 직관이 문득 내 머리를 지나갔다. 내 글의 앞 부분에서 배우자를 향해 한 말은 이러한 것을 근거로 했다.
“한 잎 떨어져 천하의 가을을 안다”라는 중국의 고사성어가 있다. 약간의 징후를 포착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으면 그것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보를 통제하고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는 상대를 알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은 징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러한 기술은 향후 기존 미디어가 괴사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정보 은폐에 대한 도쿄전력 대책에도 이 방법은 어느 정도 유효하다.
북조선은 어디로?
불확실한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북조선이 앞으로 어디로 향하는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김 위원장의 삼남 김정은 씨가 그 후임이라는 것이 북조선 정부의 ‘공식 견해’이다. 공식 발표되는 김정은의 경력에 따르면 그는 1983년생이다. 아직 20대인 김정은 씨가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상태의 북조선의 키잡이를 감당해 낸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다. 당분간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 군, 정부 각 기관을 장악하고 있던 김 위원장의 사망에 의해 이들이 모두 제각각 활동을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조선 인민군은 “당의 사병”라는 위치 그대로 반세기 넘게 활동 해왔다. 김일성주석-김정일위원장 시대에 “당”이란 사실상 주석과 국방 위원장 개인을 의미해, “당”을 잃은 조선 인민군이 누구도 통제되지 않는 폭력 장치로 다른 모든 계층 위에 군림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일본이 취해야 할 길은 정해져있다. 냉정하게 동아시아 정세를 볼 필요가 있다. 군사 도발에 도발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북조선은 벼랑 끝 외교를 반복하면서도, 마지막은 대화에 응하는 것 외에 길은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때를 위해 대화 창구를 열어 두어야한다. 국교 회복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국교가 없는 상대도 비공식 대화 채널이라면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꾸준한 대화 촉구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북조선의 핵개발은 큰 문제가 아니다. 일본 지배층의 대변 기관인 상업 미디어의 소란에 귀 기울여 장난스럽게 적대 자세를 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물론 핵 개발 보유는 인류 도덕에 도전하는 야만적인 모험이라고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한 일본이 북조선에 핵 포기를 강요하는 것은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일본은 그런 자격이 없고, 노다 정권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는 것이 먼저다. 북조선에 핵 포기를 강요하는 역할은 한국이 달성하면 된다.(중국과 미국은 스스로도 핵무기 보유국이며, 자신이 먼저 핵 군축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북조선을 설득하는 것은 무리이다. 북조선 핵 포기를 요구할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스스로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같은 민족,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가진 한국뿐일 것이다.)
과거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과 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상대가 신뢰할 일은 없다. 북조선에 대해서도 전쟁 책임을 일본이 제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참고 문헌본고 집필에 있어서는 “북조선 아나운서 화술의 비밀을 방송원 화술에서 분석한다”(아시아 방송 연구회 보고서 http://www.abiweb.jp/report/hwasul.htm)를 참고로 했다.
[출처] 일본 레이버넷
[원문] http://www.labornetjp.org/news/2011/1324338222085staff01
[번역] 참세상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