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 수련생이 달마의 무술 拳法 익히는 少林寺 탐방기
매년 바다사랑회(회장:서대남)의 가을철 해외번개로 올 2018년에는 11.17일 부터 6박 7일 동안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덩펑시(登封市) 쑹산(嵩산)에 있는 소림사(少林寺/Shaolin Temple)를 탐방할 기회를 가져 수교 이전 부터 30년을 넘게 다닌 숱한 중국여행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관광길로 가슴 설레며 뱃길에 올랐었답니다. 이번은 수십 차례를 다니던 위해(威海)나 대련(大連), 청도(淸島)가 아닌 낯 선 곳으로 가장 먼 곳이기 때문이었지요.
황하의 상류, 하남성의 낙양은 기원전 770년에 처음 주나라의 수도이기도 했고 그 뒤 후한과 위 · 진 · 조 삼국 시대의 위나라, 그리고 서진과 북위, 수나라 때 양제와 무주, 오대 때의 후당 등 아홉 왕조의 수도가 되었기에 흔히 구조 고도(九朝 古都), 즉 아홉 왕조의 수도라고 불리기도 한 곳으로 이름 높지요. 특히 후한 시대부터 당나라까지는 장안(지금의 시안)이 정치 행정의 도읍지였고 낙양은 당시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크게 발전한 국제적인 도시로 기록되고 있기도 하고요. 언제나 그랬 듯 해기사 출신이 경영하는 바다투어(대표:노덕하) 여행사가 주관하다 보니 늘 마음이 편하고 상당 참가 인원이 자주 함께 하는 낯익은 회원들이기도 해서 전철과 택시로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하자 마자 서로가 반기며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떨며 가뜩이나 시끄러운 출국장이 중국인들이 다수인지라 더욱 시끄럽기 짝이 없기도 했었답니다.
그리고 인천서 중국으로 가는 뱃길은 대개가 20시간 미만인데 이번 처음 가는 목적항 연운항(連運港)까지는 22~24시간이나 걸리기에 혹시 멀미라도 할까 싶어 지레 겁먹고 오늘밤 서해바다 날씨와 물결이 어떨지 궁금증을 나누느라 왁자지껄 했었지요. 여행시 마다 최고령을 자랑하는 80대의 단골 J여사와 50대의 B씨를 비롯한 41명의 바다사랑회 남녀노소 회원들은 출국 미팅을 끝내고 나눠 준 명찰 목걸이를 차고 짧은 시간에 낯 선 회원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지요.
연운항훼리(사장:정상영)가 올들어 새로 지어 곱게 단장하여 신규 투입하게 된 길이 196m, 34,000톤급의 '하모니 윈강(Harmony Yungang)'호는 1,080명의 여객과 화물 376TEU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Ro-Ro선으로, 출국 절차를 끝내고 무건 캐리어를 들고 탑승한 손님들을 반갑고도 친절하게 맞아 줘 처음 가는 뱃길이라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4인이 한 방 쓰는 닭장선실(?)에 올라 여장을 풀고 나서 성급한 회원들은 우선 캔맥주를 마시며 갑판에 올라 가을 바다와 시선을 맞추며 심호흡을 하더군요.
선내 식당서 이른 저녁을 먹고 이내 어둑해지며 늦가을의 서정과 낭만이 가득한 밤바다, 서해의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인천대교와 앙상블을 이뤄 장엄하게 서녁으로 기우는 일몰의 스펙타클한 장관을 바라보며 모두가 머리를 스치는 뮤즈에 시심을 낚아 담으며 만년의 로맨티시스트가 되는 모습들이 참으로 정겨웠습니다. 드디어 밖이 칡흑으로 어둡자 울 식구만 공연장에 모은 바다투어는 노래자랑 팡파레를 울렸지요.
샹들리에 불빛이 현란하게 유혹의 신호탄을 올리고 대형 가요 모니터가 켜지자 한잔 술에 취기가 오른 여행객들은 그간 직장업무와 가사노동에 시달려 찌든 마음의 짐들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 다투어 마이크 쟁탈전을 벌이며 한맺힌 울분을 토하듯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세상과 한참 멀어진 밤바다 위에서 정신적 힐링이라도 하려는 듯 짜여진 일주간의 스케줄에서 촌각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아 즐거움 보다 안쓰런 모습이기도 했었답니다.
배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오후 2시쯤 연운항에 도착, 55인승 중국형 버스를 타고 한국어를 모르는 현지 가이드를 실은 후 첫 관광은 400년 전의 옛 고성을 간직한 '천하제일 마을'이란 태아장(台兒莊)의 야경이었고 제법 쌀쌀한 이국의 밤바람 속 야간 보행도 추억 더하기에 충분했으며. 여행 4일째는 아침 일찍, 드디어 대망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소림사를 찾는다는 기대에 부풀어 호텔 조식을 설치게 하는 디데이 였습니다. 한국엔 태권도와 택견, 일본엔 카라대와 유도가 있지만, 중국에는 수백가지의 무술 중에서 당나라를 건국한 태종, 이세민이 반란군 진압을 위해 낙양에 왔다가 포로가 되자 구출작전에 성공한 소림사 최정예 무예가 스님 13명의 찬사 이후 역시 소림무술은 세상 최고란 칭송을 받게 됐다네요.
현재 이곳 덩펑과 쑹산 일대에는 80개에 달하는 무술학교와 각급 수련생 6만명이 있고 소림사에만 3만명의 수련생과 지도하는 사범이 3천명이나 된다니 과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전국서 모여든 학생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및 대학교와 석 박사 과정 대학원 등 다양한 학제를 두고 있는데 본디 남인도 향지국(香至國) 셋째 왕자이자 승려로 북위(北魏)를 거쳐 쑹산 소림사로 와서 중국 선종의 창시자로 알려진 달마(達磨) 스님이 중국 불교가 권력층과 결탁, 대중과 유리되고 승려들도 수행을 등한시 하자 불교 근본이 참선을 통한 깨달음이란 것을 몸소 실천키 위해 9년동안의 말 한마디 없이 면벽수행에 정진하느라 온 몸이 쇠약해졌다는 것입니다.
이에 달마 스님이 기력을 되칮기 위해 수련을 시작하게 됐고 이것이 점차 무예로 발전하여 소림무술 쿵후(Kungfu)의 효시가 됐고 대를 내려오며 점차 다듬어져 현재 무예로 발전했단 겁니다. 근대에 이르러 무신의 경지에 이르러 무예 스타로 각광받는 이소룡, 성룡, 이연걸, 홍금보를 비롯한 원표, 견자단, 조문탁 등이 확실히는 모르지만 소림무술과 쿵후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위 효문제의 명으로 495년에 공사를 시작, 창건된 소림사는 왕조가 바뀔 때마다 증축을 거듭, 명 청대에 웅대해졌고 경내에선 특히 정교한 실내 벽화로 장식, 보존 상태가 좋은 천불전(千佛澱), 250개에 달하는 고승들의 사리를 담은 다양한 탑 모양의 묘소 타린(塔林), 산문(山門), 고루(鼓樓), 천주전(天主殿)과 대웅전이 있고, 수련생들 야외훈련 모습과 입장료를 받는 경내 공연도 흥미거리. 소림사 최 고수들이 출연, 맨손과 막대, 창을 이용한 무술 시범이 관중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지요.
다음 날은 우리나라도 TV 방영으로 널리 알려진 역시 중국 6대 고도 중의 하나인 하남성 개봉시의 카이펑푸(開封府)를 찾아 송나라 부패정치가를 엄정하게 처벌한 청백리의 표상, 포청천(包靑天)의 집무실을 견학, 죄상에 따라 참수를 하는 3개의 작두를 보고 엄중한 법치 흔적에 감명 받았답니다. 또 세번에 걸친 황하 범람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시가를 장택단의 청명상하도를 토대로 복원한 민속촌을, 마지막 코스로는 고전 명작 서유기(西遊記)의 손오공 고향 화과문도 가봤지요.
돌아오는 날까지, 중국국가 여유국이 선정한 10대 자연 풍광구 가운데 3위를 차지한 곳으로 안개가 피어 오를 때 가장 아름답다는 높이 68m 길이 2km에 이르는 협곡 홍석협과 높이 314m로 중국서 가장 높다는 천폭협이 있는 유네스코 지질공원 운대산(雲台山)이 기가 막혔고 드넓은 천연 소나무 숲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천연 소다로 각광 받기 시작한 '동해노천온천 호텔'의 하룻 밤은 자고 나면 떠난다는 석정을 달래려 만추의 이국땅에서 이별주를 미리 나누기도 했구요.
'80년대 말 적성국 중국과의 뱃길을 열기 위해 30년 전 홍콩, 텐진을 거쳐 베이찡을 드나들다가 '92년 8.24일 조어대서 짱쩌민과 노태우 대통령이 양국 수교 도장을 찍을 때 해운 심부름꾼으로 가방 들고 수행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가는 곳마다 중국의 놀라운 발전에 우리를 돌아보게 되네요. 23일 오후 5시 인천 도착 후에도 9년 동안 벽을 마주하고 앉아 말 한마디 없이 수행에 정진한 (寓止於嵩山少林寺, 面壁而坐, 終日默然.) 달마가 깨달은 선법을 익혀보고픈 생각은 왠일일까요? 내년 5월, 제24회 바다의 날 기념 일본행을 기대하며 바다사랑회 벗님들 건안을 기원합니다.
< 2018년 11월 23일 샌드페블 횡설수설 소림사탐방 여행기 >
하남성 등봉시 숭산 소림사 정문 앞에서 고양이 권법과 술취한 취권 권법을 연습하는 세 사람 모습 연운항훼리 소속 길이 196m, 34,000톤급의 '하모니 윈강(Harmony Yungang)'호는 1,080명의 여객과 화물 376TEU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Ro-Ro선으로, 2018년부터 취항을 시작한 신조 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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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샌드페블님!
특이한 번개 여행 이런것도 있구나 하며
배우고 배 멀미로 고생한 일도 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
숭산 신농산 운대산 과 더불어 소림사 관광도 거쳐온 추억이 새롭네요.
넓고넓은 연무장에서 많은 그룹마다 묘기에 가까운 강훈련을 하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뭔지모를 쨘한 느낌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지워지지가 않더라구요.
모두가 나름의 이소룡을 꿈꾸며....
코로나 이후 여행은 완전 포기(?) 그러면서 나이는 들어가고 이젠 사진으로나마 대리만족 해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