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아짐씨의 좌충우돌 이야기(2)
휘리릭 쌩 사라졌다가
15분만 쉬고 들어올락했는디 아따 시간이 그만 쭈욱
늘어져 부렀소야...
자그만치 지고 들고 간 먹거리 보따리 다 때레 치우는디
나는 그저 말간 이슬 두어번 받어 묵은 거 밖에 없어라우.
오메 남정네들이 어찌나 잘 묵든지 집에서들 다 굶긴가
으짠가 째깐 짠합디다.
전반전이 끝나고 손 힘도 풀리고, 목도 풀리고, 이슬주
먹어갖고 눈도 풀렸능가 그것은 모르겄고...
쉬도 않고 목이 터져라 외쳐부렀는디도 그 웬수 똥그란 공이
맘대로 안되드란 말이요.
"여보! 으짜까... 후반전에도 이대로 하다가 끝나믄
이 많은 관중들 으짜까.... 여그서 다 자폭해야쓰겄네이..."
시간이 5분, 10분이 쏜살같이 가분디 사람 환장하겄습디다.
심장마비 걸린사람 속을 내가 알거 같습디다.
그 순간, 오메 저것이 므시여! "여보 여보 여보오~~~~~~~~"
김 두현의 고~~~~~~~~~~~~~~~~올~~~~
한 십년 감수 한 그 순간이 을매나 존지 기냥 없던 힘이
팔팔 되살어갖고 콩만한 녀석 보듬고 쌩 쑈를 해부렀는디
아마 티비에는 안 나가겄제? ㅎㅎㅎㅎㅎㅎㅎㅎ
맘 같어서는 7:0, 10:0 이기고 자픈디 고것이 다 내 욕심.
그래도 그래도 이것이 으디여. 담에나 더 잘해라 함시로
내 인생에 기분 짱이다 함시로 돌아오는디 일은 터져부렀제.
한시간이나 제끼고 있다가 사람들 모다 빠져나간 뒤에사
꾸물럭 꾸물럭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디...
6호선을 무사히 탔제라우.
워따 무건 짐짝같은 가방을 옆지기가 지하철 선반에다 터억
올려놉디다.
"와따 여보 3코스만 가믄 갈아타야 하는디, 기냥 지고
있제는..."
"사람 많은디 불편한께..."
콧노래를 부름시로 2호선을 타러 꾸역꾸역 사람에 밀려서
오르다가 옆지기 샛노래진 얼굴을 함시로
"오메, 내 가방..."
"뭐? 오메 오메 오메 나는 으째. 으짜까이"
거그서부터 머시 머신지 모르겄습디다.
2호선으로 6호선으로 우왕좌왕 긴급전화, 분실물센터
전화해도 안받고... 내리 세 식구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켁켁켁...
'오메 으짜까이. 내가 축구 보작해갖고 이 노릇을 으짠다냐.
돈은 므단디 오늘 또 찾어갖고 지갑 빵빵하게 누구 존일
시킬라고 그 짓을 했으까, 오메 카드는, 오메 주민증은...'
정신이 홀라당 나가분지 알었소
겨우 역무실을 찾아 꼴까닥 넘어가는 시늉으로 자초지종
야그를 했드니....
지금 도착할 역쯤에다 전화를 합디다.
"정확히 몇칸에 탔는지 기억나세요?"
"오메 몰라라우, 사람이 으찌나 많은지 숫자는 보도 않고
탓지라우."
옆지기 총알처럼 달려가서 내렸던 기억을 되살려갖고
총맞은 곰처럼 헐레벌떡 다녀와서는 " 7-2칸이요"
숨도 못 고르고 아까 기분 좋았던 그 모습은 사라지고,
비맞은 장닭같이 둘이 말도 못 꺼내고 있는디...
따르릉~~ 역무실 전화벨이 울립디다.
"아! 있어요? 까만 쌕가방에 빨간 핸드폰에, 지갑도?"
오메 오메 하나님, 부처님, 마리아님, 신부님 아니
대한민국 국민님 감사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탔었는디 그게 손이 안타고 13코스를
더 갔다고 하니 신통합디다.
그래갖고 파김치된 세 식구 자정이 다 되는 시간에
거그까장 가서 가방 찾고, 지하철 막차에 아슬아슬
백미터 달리기 선수같이 뛰어갖고 탔제라.
집이 온께 새복 1시 30분 ㅎㅎㅎㅎㅎ
내가 좋아 보러간 축구여서 나는 옆지기한테 말도
못하고, 옆지기는 본인이 가방을 잃어묵어갖고 코만
씩씩 부림시로도 암말도 못하고 둘이 피장파장...
집이 들어옴시로 그럽디다.
"그래도 다행이지이? 고맙다. 거그서 나한테 막 뭐라
했으믄 나 핑 돌아부렀으것인디 재욱이 데꼬 쫓아
댕김스로도 암말도 안해서.....ㅎㅎㅎ"
"긍께 조심해. 당신은 내 물건 어디 놓기를 잘한께"
하마터면 겁나 비싼, 아조 아조 비싼 몰디브전 축구를
볼 뻔 해부렀당께요.
여러분도 조심하시쑈이.
그란디 또 걱정이요. 안정환이가 다쳐서 두달은 못 뛴다
그랑께.... ㅎㅎㅎㅎㅎㅎㅎㅎ
내 긴 이야기 읽으시니라고 애쓰셨습니다.
여그서 후반전 끝낼라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못 말리는 아짐씨 애기사과 -
흐르는 곡 : 클론의 월드컵 송
<쩌그 밑에 사진속에 애기사과 있을지도 모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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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따메 숨차러~ㅎㅎㅎ 쩌그 저 짝에 보인다 보여 못말리는 아줌마 입 쩍 벌리고...
아이구~~~숨도 안쉬고 읽어부렀네 가방을 찿았으니 다행이네요..........
김두현이 아니여? 너무 멋있는 모습 참 좋다. 이런 이런 그렇게 정신없이 흥분하고 나면 본인의 물건들은 잘 잊어버리게 되어 있네요. ㅎㅎㅎ 그래도 찾았으니 다행입니다. 무던히 잔소리 안하고 따라다니며 기다려준 님의 인내심에 경의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가방을 못찾았으면 이 기가막힌 아짐씨의 이야기를 못들을뻔했네요.........ㅎㅎ
그 이름도 찬란한 애기사과님께 앞날에 축복만이 있기를 비나이다
우짜든지 가방을 찾아서 다행이고 재밌게 잘 읽어부럿소!!!
갑자기 가방 잃어버린 대목에서는 꼭 한 골 먹은 기분이 듭니다요. 내가 다 놀랬네. 애기사과님! 재미있고 건강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지갑 잃어버릴뻔 했구만!! 얼마나 놀랬을꼬!! 천만다행이네!! 사과야!! 늦게나마 결혼기념일 축하해!! 늘 행복하고...건강해야하고..알았지?
네네 감사 감사.... 이 아침 만나뵈도 인사 못하고 그냥 갑니다.
ㅋㅋㅋㅋ 그래두 찿었씅께 다행이요야~~~아~`따~~나가 가심이 떨려서 혼나 부렇네~~~대한민국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