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리학은 우리 삶터의 문제이다. 공간이 없는 삶, 터전이 없는 삶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지리학은 인간의 삶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삶과 지리를 함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학교 수업시간에 생겨난 지리학에 대한 편견들 때문이다. 지리 시간에 배우는 내용은 우리를 둘러싼 구체적인 삶이 빠진, 지나치게 추상화된 것들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 없이 이뤄지는 지리 수업은, 기호로 가득찬 복잡한 지도들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암기과목에 불과하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독자들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를 지리적으로 읽고 교감하고자 집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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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문지리학의 시선》 개정3판,
‘인문(human)’의 첫 단추인 인구 현상을 주제로 다룬 챕터를 추가
이번 개정판에서는 50쪽 이상의 새로운 내용을 보강하였다. “인구 현상의 공간적 전개”라는 이름으로 제9장을 새로 편성하였고 이 외에 책 전체에 걸쳐 문장 표현 교정, 의미 명료화, 일부 통계의 업데이트 등이 이루어졌다.
2005년 초판 이후 지난 개정2판에 이르기까지 우리 책은 지리학의 시선을 표상하는 핵심 개념들 중심의 인문지리서를 지향하면서 부족한 내용을 보강하고 체계를 다듬어 왔다. 그 사이 지리학은 물론이고 사회학, 조경학, 건축학 등의 인접 분야 독자들이 보여준 관심과 조언은 과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독자들이 종종 지적해준 것처럼 인문지리서를 표방했으면서도 ‘인문(human)’의 첫 단추인 인구 현상을 주제로 다룬 장(chapter)이 그간 없었다는 것은 우리 책의 한계였다.
인문지리학은 인문 현상의 공간적 전개에 주목하고 거기에 관여하는 지리적 과정과 원리를 탐구하는 분야이다. 이때 모든 인문 현상의 이해를 위한 출발점에 바로 인구 현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문 현상의 동인은 궁극적으로 인간이며, 인간에 대한 기본적 이해의 단초를 인구 현상이 제공한다. 인구 현상이 지표상에서 균등하게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과, 일견 동일하게 보이는 인구 현상이라 하여도 그것이 갖는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미래적 함의는 공간적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 인구 현상에 대한 지리학적 접근을 요청한다.
대개 우리는 ‘인구’라는 말을 들으면 인구센서스에 수록된 통계치나 관련 기관에서 그려낸 인구 그래프들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구’는 그런 추상적 차원의 현상이 아니다. 인구는 그냥 사람 수가 아니라 ‘특정 시기(시간)의 일정 지역(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로 정의된다. 시·공간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인구 현상은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우리는 제9장을 “인구 현상의 공간적 전개”라 명명하였고, 이 표제 아래에서 인구분포와 인구밀도, 인구이동, 인구구성, 인구변천을 세부 키워드로 삼아 이들의 공간적 변이와 지역적 차이를 설명하고자 했다.
공간과 삶의 대화, 《인문지리학의 시선》
지리학은 우리 삶터의 문제이다. 공간이 없는 삶, 터전이 없는 삶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지리학은 인간의 삶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삶과 지리를 함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학교 수업시간에 생겨난 지리학에 대한 편견들 때문이다. 지리 시간에 배우는 내용은 우리를 둘러싼 구체적인 삶이 빠진, 지나치게 추상화된 것들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 없이 이뤄지는 지리 수업은, 기호로 가득찬 복잡한 지도들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암기과목에 불과하다.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독자들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를 지리적으로 읽고 교감하고자 집필되었다. 저자들은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에 이르기까지 지리학이 우리의 삶과 관련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13가지 다양한 주제,
한국의 인문지리학에 맞는 한국의 사례
책은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3장에서 다루고 있는 지도는 지리학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형적인(?) 소재이다. 하지만 《인문지리학의 시선》에서 지도는 지리교과서에 등장하는 지도와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고지도부터 근대 지도, GI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도의 종류를 소개하고, 어떤 필요에 의해 이렇게 다양한 지도가 만들어지는지 알려준다. 한편 지도가 지닌 진실과 거짓, 객관과 왜곡의 문제들을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문지리학적 관점 역시 전달한다.
또한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전공자들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소 독특한 견해들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4장에서는 일본의 환경 철학자 와쓰지 데스로우의 풍토론을 재미있게 소개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강력한 왕권을 표현한 산물이라는 우리의 상식과 좀 다른 견해가 도출된다. 사막형 인간은 불규칙한 사막의 지형과 단조로운 환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오직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기하학적이고 질서 있는 경관으로서의 피라미드를 원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인문지리학 관련 저서가 대부분 외국책을 번역한 것이었던 데 반해, 이 책은 한국 저자들이 한국의 지리에 초점을 두고 집필하여 인문지리를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터로 끌어왔다. 전통 풍수지리 사상을 다룬 5장, 한국의 촌락지역을 해석한 6장, 한국 도시의 원형인 ‘읍성’을 분석한 7장이 그 대표적인 부분이다. 우리 공간을 우리 눈으로 보려 한 시도다.
보통사람이 재미있게 읽는 학술교재
인문지리학이라는 거대한 영역을 구조가 잘 짜인 이론에만 기대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공저자 4명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문지리학은 크게 인문학적 전통과 사회과학적 전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두 전통에 모두 정통한 학자는 찾기 어렵다. 각각 인문학적 전통, 사회과학적 전통, 지리교육과 지리적 지식의 필요성 등에 관심을 갖고 있던 4명의 저자는 2002년 이후 함께 공부방을 운영해 오면서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관심을 공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책을 집필하는 인연으로 발전하였다. 저자들은 각자 쓴 원고를 단순 조합하지 않고 최대한 융합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자신의 집필 부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원고까지 함께 확인하며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갔다.
정성을 쏟은 끝에 탄생한 책이었기에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많은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책이 되었다. 인문지리학에 대한 폭넓은 개설을 의도했기에 지리학·지리교육과 학생들, 전국의 지리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인류학, 조경학, 역사학, 사회학 등을 전공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까지도 참고하고 있다. 나아가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호기심을 가진 대중 독자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인문사회과학 전반의 최근 흐름과 지리학사에서 등장했던 주요 사상과 개념들을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담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가면서 지리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