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만이 유일하게 하는 것 입양.
엄마를 애타게 부르며 막무가내로 보채는 아기를 안고 서성이시며 난감해하시던 사강님은
무기력하게 아기가 하는 말을 되풀이해서 할 뿐이다. "엄마" "엄마" "엄마" ....
이제는 아기돌보기에 남다른 일가견이 생기셔서 울거나 보채는 아기들 전문이신 사강님도
어쩌지 못하는 것은 "엄마"를 찾는 아기다.
상황파악이 전무한 예지가 엄마를 부르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서럽기는 매한가지다.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엄마" 소리를 하는 것일까. 예지는 어떻게 "엄마"라는 말을 배운 것일까?
아기에 대해 의문이 꼬리를 물면서도 강한 충격은 아기에게 있어 "엄마"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하는 것이다.
아니 지구상 모든 인간들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엄마를 부르며 자지러지게 울면서 목욕을하는 예지를 보면서 불신이 더 많았던 위탁가정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서울영아일시보호소에는 위탁가정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이 어쩌면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화장실에 붙어있다.
이미 상처를 받고 태어난 아기에게 무조건적 사랑으로 보살펴 줄 수 있는 가정들이 있다면
나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개인적으로 난 그들이 살아있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고아수출국 1위라는 오명을 쓴적도 있다. 살기 힘들어 어쩔 수 없는 선택였다하더라도
이제는 국민소득 2만 8천달러 나라답게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지 않는 선진국으로 발돋음 할 수
있는 계기는 다른건 다 모른척한다하더라도 최소한 고아 수출국이란 소리는 듣지 말아야하지 않겠는가?
사랑이 충만한 위탁가정에서 생활한다면 아기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위탁가정도 가정나름이기에
시설 또한 손 놓고 있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어제는 뜨거운물이 나오지 않아 아기들 목욕을 모두 시키지 못했다고 보모선생들이 의논하는 것을 우연히 들으면서
영아원(서울영아일시보호소)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풍요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강남땅 지자제에서라도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서울영아일시보호소를 다녀와서.
봄을 부르는 비라고 하기에는 차거운비가 강풍과 함께 몰아치던 2월 네 째주 일요일날
서울영아일시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이 있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였지만 본의 아니게 1인4역을 해내느라 봉사활동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10여 분 늦게 역삼역에 도착했다.
초초하게 역삼역 출구를 나서며 강풍에 떠 밀려가듯 재빠르게 서울영아일시보호소
정문을 밀고 들어섰다. 혹시나 경비아저씨가 못 들어가게 할까봐 공손히 인사를 하면서
썰렁하기 그지 없는 가운실에서 분홍빛 가운을 입고 3층 다람쥐방으로 갔다.
3층에 있는 신생아방과 다람쥐방에는 예전부터 꾸준히 봉사활동하는 친구들부터
새로 온 친구들까지 많은 친구들이 아기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었다.
아기들 우유를 먹는 시간과 목욕시간에 맞춰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봉사활동을 가면 우선 아기들 우유 먹이는 일을 하게 된다.
우유를 먹는 아기침대로 얼른가서 왼손으로 아기 우유병을 가만히 잡아 주면서
오른손으로는 자그마한 아기 손을 살며시 잡았다.
실눈을 뜨고 부지런히 우유를 먹고 있는 아기가 마냥 기특하다.
열심히 우유를 먹는 건 분명한 데 우유병에 우유가 여간해서 줄지않는다.
단풍잎처럼 쫙 펴고 있던 아기손이 내 오른손을 꼭 잡으며 드디어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가볍게 흥분하면서 아기손에 힘이 들어간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던 우유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우유병 끝을 톡톡치며 설핏 잠들어가는 아기를 깨워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먹이겠다고 욕심을
부려보지만 보모선생은 아기우유병에 남아 있는 한 모금의 우유를 보더니 우유병을 가져갔다.
부모선생이 가져가는 우유병을 보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먹이겠다는 욕심을 들킨 것 같아
웃음이 툭 터졌다. 아기 침대에 있는 커다란 수건을 어깨에 얹어 놓고 트림을 시키기위해 아기를 안았다.
아기를 안고 서서 등을 쓰다듬어주면 트림을 훨씬 잘 하겠지만 왼쪽 어깨가 아퍼 아기를 안고 서
있을 수는 없다. 등을 최대한 기둥에 기대고 앉아 아기를 가슴에 안고 트림을 시켜본다.
트림을 시킬 자신이 없어 트림 할거란 기대조차 하지 안했는 데 보란듯이 큰 소리로 트림을 하면서
아기가 선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아기는 피에로처럼 팔자눈썹을 그리면서 빨갛게 얼굴이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울음보를 터트릴 기세다.우유 먹고 트림한다고 잠을 설쳐 기분이 영 안 좋은가보다.
차분하게 아기를 안고 마음으로 속삭였다. "너에게...사랑을 주려고 왔어 ..."
숨소리가 느껴지는 아기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다시 한 번 나즈막하게 속삭여본다...
잠이 달아난 아기는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벙긋벙긋 웃음꽃이 피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여기저기를 기웃기웃하는 예은이는 천생 모범생이다.
세상구경한지 갓 두 어달 되었지만 고개를 가누는 것은 기본이고 무릎에 앉혀 놓고
옹알이를 시켰더니 옹알이도 제법한다. "모범생 예은아" 말이 씨가 된다고 한다.
예은이는 분명 이 사회에 모범생이 될게 확실하기에 "모범생 예은이"라고 부르는 건 당연지사다.
먹고 자는게 본업인 아기가 잠이 오는지 연신 하품을 하고 있어 아기를 포근하게 감싸 안고 엉덩이를 토닥토닥거렸다.
아기방 청소를 끝낸 방배동성당 봉사활동친구분께서 아기를 돌보기위해 들어오셨다.
커다란 키에 반백의 머리 뒷짐을 지고 서성이시는 모습에서 어린시절 할아버지모습과 흡사하여
아득히 먼 어린시절이 떠 오른다. 시제를 다녀오시는 할아버지는 하얀도포자락 펄럭이시며
황토고갯마루를 내려오신다. 양손은 뒷짐을 지시고.
지난 달에는 청소만 하시고 가시더니 이 달에는 아기도 돌보고 계신다.
봉사활동친구들이 많이 와서 아기들과 1:1 맞춤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솔직히.
쌔근쌔근 곤히 자고 있는 예은이를 안고 있으니 하루종일 분주하게 돌아다녔던 피로가 몰려오면서
나도모르게 잠이 쏟아진다. 눈을 잠시 감고만 있어도 한결 피로가 풀리고 머리가 휜해지는 것 같다.
정들면 얻을 수 있는 묘약.
저녁을 먹고 온 보모선생이 아기들 목욕을 시키고 있다.
방이 어수선한 틈을 타 예은이도 잠에서 깨어났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모범생답게 잠에게 깨어난 아기가
그저 대견할 수 밖에 없다. 목욕을 끝낸 예은이를 커다란 수건으로 이불삼아 포근히 감싸안고 잠투정하느라
오만상을 쓰고 있는 아기 엉덩이를 토닥토닥거리며 잠을 청한다.
곤하게 자고 있는 아기는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한다. 처음 예은이를 볼 때는 예쁘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는 데 보면 볼 수록 예쁘다.
정들어 간다는 것은 예쁘다는 것과 정비례하는 것일까?
천사처럼 내 품에서 곤하게 자던 예은이가 눈에 선하다.
2015.2.22
NaMu
첫댓글 나무님글은 아기와 같습니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수고 많으셨습니다. 반가웠어요... 다음에 볼땐 꼭 식사도 같이 할 수 있기를요.. ^^
아직은....많이 서투른 데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테오님 하고 같이 봉사활동 할 수 있어서 마음으로 의지가 되곤해요.(어디에서나...이방인 같거든요.)그러게요..저녁도 먹고 해야 하는 데
일주일에 하루 쉬다보니 못다한 일 몰아하느라고 늘 바쁘네요ㅠㅠ
섬세하게 글을 써주시니
제가 봉사한 느낌을 갖게되네요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아프신건 좀 나으셨나요.
건강해지면...영아봉사에서도 뵙기로해요.^^
나무님의 글은 마음을 자극 하기에 가슴이 요동을 치는군요.
"단풍잎처럼 쫙 펴고 있던..."클라이막스처럼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수필의 진수를 느끼는것 같아요.
나무님의 글을 읽으며
천사처럼 저의 품에서도 곤히 자던 예슬(가명)이가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그렇죠^^
그래서..영아봉사활동하는 친구들은 꾸준히 오랫동안 하는 것같아요.
엄마의 품을 느껴본 아기는 다른 사람의
손길을 거부 하는 본능이 있슈 ㅎ.
나도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섬세한 후기 잘 봤어요.^^
그러게요.끊임없이 엄마를 부르면서 보채는 데
감당하기 힘드셨죠ㅠㅠ.
수고 정말 많이 하셨어요
앞으로도...쭉 봉사활동 같이 하기로해요^^
아가사랑이 묻어나는 글이예요..이고 보물이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으로 온 저들이
나무님이 그리는 천사들이 보고싶어 집니다..
시간 나실때 ...함 꼭 와 보세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후에 저도 참여 하고 싶습니다.
잘 봤습니다.^^
옙^^ 시간 나실때...영아봉사활동에서 뵙기로해요.
어린 애기안고 달래고,어루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ㅎ
아기방 청소를 하시느라 수고를 정말 많이 하시잖아요. 그~쵸
같이 봉사활동 할 수 있어서 감사드리는 맘 아시는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