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초산장 이야기 1375회) 지칭개를 찾아서...
2025년 3월 17일, 월요일, 맑음
금요일에 산장으로 들어가서 일을 많이 했다.
나무들의 가지를 다 친 줄 알았는데
느릅나무가 하늘 높이 뻗어서 낮게 잘랐다.
나무가 너무 높게 자라면 감당이 안 되고
올라가서 자르다가 다칠 염려가 있다.
밭을 잘 골라서 씨 뿌릴 준비를 마쳤다.
부드러운 흙을 보니
마음이 촉촉하고 편안해진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내 발바닥에서도 뿌리가 나올 것 같다.
머위는 이제 한잎 두잎 실눈을 뜨고 있다.
인진쑥이 가지마다 새 잎을 달았다.
금방이라도 새처럼 날아오를 듯 하다.
모란도 보랏빛 새옷을 입고 나와 방긋 웃고 있다.
푸릇푸릇한 봄옷을 자랑하는 전호나물
우리 민족처럼 억압당해도 악착같이 살아나는 미나리가
차디찬 땅을 뚫고 얼굴을 내밀었다.
생명력이 대단한 금강초
날씨가 풀리기만 하면 제일 먼저 고개를 치켜든다.
더위지기 전에 쑥쑥 올라오는 패모
“내 연두빛 새옷 이쁘죠?”
방글방글 웃으며 묻는 초롱꽃
수줍은 새색시처럼 살그머니 올라오는
수선화
추운 겨울에도 불꽃처럼 피어나는
동백꽃
나도 늦잠은 안 잘래요,
부지런히 올라오는 눈개승마
작년의 각설이 올해도 또 왔네!
보랏빛 꽃이 이쁜 엉컹퀴
난 추위를 안 타요.
뭐가 춥다고 웅크리나요? - 방풍
지난주에 실금처럼 작은 모습이더니
어느새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부추
한겨울에도 변함없이 파란 싹을 보여준 마늘
토요일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려서
유여사가 데리러 왔다.
산장에 있어도 좋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편해서 좋고.
오늘은 등산을 하는 대신에
지칭개를 뜯으러 갔다.
자전거를 타고 원동 강둑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몰아치는지
바람을 안고 갈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방향을 바꾸어 금산리 강둑으로 갔다.
사실 원동에 가도 지칭개가 많지 않아
한참 찾아야 하는데
마침내 지칭개 군락지를 발견했다.
오, 이런 행운이!
역시 찾는 사람에게는 보이기 마련이고
두드리면 문이 열린다.
여기에는 기침에 좋은 곰보배추도 지천이었다.
이게 필요하면 이리로 달려와야지!
나도 원래는 지칭개를 안 먹었는데
친구 윤갑 씨가 맛있다고 권하기에
작년부터 먹어보니 내 입맛에 딱이었다.
쌉쏘롬한 맛이 입맛을 돌게 한다.
봄 춘곤증을 이기는 데는 최고의 나물이다.
게다가 효능이 장난이 아니다.
돈을 주고 사서라도 먹어야 할 만큼 귀한 나물이다.
이런 나물을 한 보따리 뜯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개선장군처럼 뿌듯했다.
<지칭개의 효능>
* 간 기능을 향상시킨다. 간경화에 탁월하다.
* 소염, 소독 작용을 한다.
* 피를 맑게 하며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이뇨 작용이 좋아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개선해준다
* 결석을 제거한다. 전립선 치료에 도움이 된다.
* 항암효과가 있다.
넥플릭스에서 일본 드라마
‘사자의 은신처’를 틈틈이 보고 있는데
착한 형에 자폐아 동생에다 학대당한 아이까지 들어와서
세 식구가 좌충우돌 살아가는 모습이 풋풋하다.
요즘 정해연 작가가 쓴 소설 <말은 안 되지만>을
읽었는데 참 희한한 내용이다.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은 동물로 변하지만
주인공은 말로 태어나서 곤욕을 치른다.
가족 모두가 돼지로 태어났기에
말은 말이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가족과 주위 돼지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다가
할 수 없이 말들이 모인 경마장을 찾아가는데
거기서는 왕따는 안 당하지만
죽도록 달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경쟁 사회를 풍자하는 이야기다.
이 책은 부피가 아주 얇고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다른 두 편도 재미있다.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가족이나 누군가 아픈 사람을 극진히 보살펴
다른 사람의 관심과 칭찬을 받으려는 증상을 말한다.
결말에 복선이 숨어 있어서
독자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친다.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
출처: 글나라 동화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凡草
첫댓글 알고있던 나물도 생소한 나물도 그 어린입들이 봄을 더 크게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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