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이었습니다.
제가 하는일이 꽃배달이니 주말은 일주일중 젤로 바쁜날입니다.
그러나 전 과감히 오전일과만 마치기로 했습니다. 센타장에겐 없는 조카 결혼식을 핑계삼았습니다.
평소 성실맨을 자처하는 제가 왜그랬었을까요? 예, 아시는 분은 벌써 아실겁니다.맞습니다 겨우내 기달렸던 프로야구가
개막이 된겁니다. 열성 롯데팬을 자처하는 저로썬 이 개막전을 놓쳐선 안되었던 겁니다.
시간에 맞쳐 집에 들어와서 경건하게 샤워를 해서 몸을 청결하게 하고 티브이앞에 젯상,..은 아니고 안주상을 준비하고
막걸리 두병 내려 앉히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개막식을 기다렸습니다.아,..아직 안주가 준비가 덜됐습니다.
주방에서 유니엄마가 뭔가를 주물럭 주물럭 거리고 있었습니다.
곧 그 주룰럭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우~와~ 이기 뭐꼬? 대구뽈찜 아이가,..은제 시켰는데?"
"시키기는,...먼저 언니가 댓짜로 사가 와설랑 엄마캉 같이와서는 먹었다 아입니꺼, 그때 쪼매 냄긴거라예,.."
"은제? 내한텐 말로 안했다 아이가,..됐따마, 먹음직 스럽네 묵자,.."
제법 양이 수북합니다.
해운대 신도시안에 대구뽈찜집이 있는데 원조는 대연동에 있습니다.
수북한 콩나물찜위에 갖은 양념에 버무린 얼큰한 자잘한 양파무침이 그야말로 수북히 나오는데 밑에 깔려있는 대구뽈찜
이 그야말로 신선합니다. 콩나물에 양파무침을 얻어서 대구살을 골라내서 한입 입에 넣으면 그야말로 소주안주가 따로
필요없습니다. 정말로 맛있습니다만 지면 관계상 자세한 맛 예기는 다음기회에,...ㅎ
근데 유니엄마는 밖에 볼일이 있다고 나간답니다.
불감청일지언정 고소원이라고(맞나?) 지발로 나가준데야,...아,..막걸리에 안주에 게다가 프로야구까정 하니
무에 부족한것이 있다고 붙잡겠습니까,..그래도 얼른 반기듯 하면 아마추어겠지요?
"닌 뭐한다꼬 이 중요한 순간에 다간다고 하노,..낸 이시간만 기둘렸고만,..꼭 나가야 하나?"
"미안하요,...언니가 엄마모시고 목욕가자 안합니꺼,..혼자는 힘들다고 하니 우짭니꺼"
"어쩔수 없제,...퍼뜩 갔다온나 마,..아,야구 끝날때까정은 온나?"
유니엄마가 나가고 난 바로 유토피아 모드로 들어갑니다.
아,.휴대폰 전원도 꺼놨습니다.
눈은 티브이를 보고 입은 연신 대구뽈찜을 탐했습니다.약간 콤콤한 맛이 나긴했지만 원래 맛이 이런가보다 하며
참 열심히 막걸리랑 먹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롯데,...우와~~~ 한화의 에이스,..아니 한국의 에이스나 다름없는 유현진을 셧아웃시켰습니다.
4대1 올해 이대호가 빠져서 은근 걱정했지만 왜려 타선이 더욱더 짜임새 있어진것같아서 올해 롯데,...
기대해도 좋을것 같습니다,...아 뵤~~~~
새벽부텀 설친데다 막걸리를 먹고 막상 프로야구가 끝나니 피로가 몰아닦쳐 언제 잠들었나 모르게 쇼파에서 깊은잡에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잔거같은데 갑자기 오슬오슬 추워지는겁니다.
쇼파에서 일어나서는 둘러보는데 어느새 창밖은 깊은어둠에 쌓여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여덟시가 되었는데 아직 집안은 저혼잡니다. 아니 제가 자면 꼭 제옆에서 같이자는 뚱이랑,..
근데 별스럽게 추웠습니다. 해서 보일라를 쪼매 올려놓곤 다시 누워잤는데,..누군가 막 흔들어서 깨웁니다.
"아빠,..뭐하는교,..와 보일라는 이리 올렸어예,방이 쩔쩔 끓는고만,.."
유니엄마가 막 돌아와설랑은 후끈한 집안온도에 깜짝 놀랐나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난 몸이 더 추워지는것만 같습니다. 게다가 속이 이상합니다 뭔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것만 같습니다.
그러다 난 더이상 참지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음,...좋은 저녁시간에 자세히 말은 몬하겠고,...
하여간 그 시간이후로 변기를 붙들고 사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먹은걸 확인만 하면 괜찮게요?
토사곽란,...예,밑으로도 물같은,...(상상하지 마세요, 아씨,..뭐라고 말도 몬하겠고,..)
한 두어시간 사투를 했습니다.남중엔 눈물을 질질 흘리며 더이상 나올것도 없는데 변기통 붙잡고 헛구역질만
했었습니다. 난생첨 그런 심한 고통을 겪은것 같습니다.
바들바들 떨며 안방침대에 간신히 누웠습니다.유니엄마가 체온을 제보니 39도가 넘어갑니다.
"아빠,...오늘 낮에 몰 먹었어예? 어데가서 이상한거 먹었고만은,..생각해보쏘"
그데 딱히 먹은게 없었습니다.굳이 있다면 새벽에 먹은 잔치국순데 그게 별 이상한점도 없었고 있었다면 벌써 탈이
났었을 겁니다. 아,...대구뽈찜,...약간 콤콤한 맛이 났었는데,...
"밖에선 묵은게 읎꼬,..아까 대구뽈찜이 콤콤하더만,..그거 은제꺼고,.."
"뭐락캅니꺼,..내가 냄새를 맡아보닌께 아무 이상도 없더만은,..."
"뭐락카노,...은제꺼고,..."
"월요일날 언니가 사온거라예,..부러 따로 담아가 냉장고에 넣어뒀고만은,..."
"그라믄 한 육일됐네,...? 아이고,..그걸 낼로 맥였나?,...헐~~~"
어제까지 꼬박 이틀을 자리보전 했었습니다. 체온이 도시 떨어지지 않더만요, 단디 속이 상했나 봅니다.
먹고 바로 잠을 안잤었더라면 쪼매 났을텐데 바로 잠들었으니 그 식중독들이 오만속을 긁어놓았었나 봅니다.
어제저녁까지 멀건죽으로 속을 달랬었습니다.
뭔가 쪼금 입자가 있는걸 먹었다치면 바로 화장실로 직행이니 먹을래야 먹을수도 없었습니다.
어제오후에 유니엄마가 퇴근한다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떻습니꺼,...열은 좀 내렸는교,...뭐좀 사가까요? 묵고싶은거 있으믄 말로 하이소,..."
"응 이제 열이 쪼매 내린거 갔다,...낼부터 일해야 하니까 뭘 먹긴 먹어야 할낀데,..."
"그라몬 삼계탕 하나 사갈께요,..그기 원기회복엔 좋다 안합니꺼 한 마리 사갑니데이,.."
잠시후 유니엄마가 신도시에서 잘한다는 삼계탕집에서 삼계탕을 싸왔습니다.그런데 한마립니다.
알쫍니다. 두마리 살 유니엄마가 아니지요,...
유니엄마가 식을새라 옷도 갈아입지않고 식탁에다 삼계탕을 차렸습니다.
그런데,...갑자기 한마리를 어찌 다먹겠습니까 한 이틀 멀건죽으로 속을 달랜연후라 반마리도 힘들겁니다.
유니엄마가 차려놓고 옷을 갈아입으러 방안으로 들어간사이 빈그릇에다 반을 덜어놓았습니다.
유니엄마가 다시 밖에 나왔습니다.
"같이묵자마,..낸 혼자 한마리 다 못먹겠다마, 여즉 죽만 묵다가 다 묵으면 체할꺼구만,..."
유니엄마가 싸온 용기에다 다시 그 반마리를 집어넣습니다 아니 넣으려고 했지만 내 강력한 경고로 멈칫합니다.
"니 모하노,..같이 안 묵으면 내도 안묵을끼다,..."
"낸 병원에서 묵고 왔어예,..이건 냄중에 뎁혀 묵읍시다,..."
갑자기 만화에서처럼 귀에서 코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것만 같았습니다.
"잔소리 말고 묵자고 않하나~~ 지금 같이 안묵으면 내도 확 싱크대에다 버릴끼다~~~"
까짖 삼계탕이 무어라고,...고딴걸 같이 몬먹겠다고 미련을 떠는 유니엄마,...
유니엄마가 쿨쩍이며 삼계탕을 먹습니다.
"아빠요,..이건 사랑이 아니라요,....이건 억지라요,..."
그러면서도 닭뼈를 쏙쏙 발라먹는 유니엄마,...아,...감격했나봅니다.
유니엄마가 다 먹는걸봐야 나도 먹겠다고 했더만 마지못해 먹는 유니엄마,...
나도 그때서야 한숫가락 뜸니다,....
그러면서 맘속으로 유니엄마에게 편지를 씁니다,...마음으로 쓰는 편지,...
당신은 감격했는지 몰겠지만 내로선 살고자 함이오,...
대략 추정해보면 지금 삼계탕을 안먹으면 당신은 분명 그것을 냉장고에 넣어두겠지,...
그러면 낼 아침에 내가 안먹으니 그것은 고대로 낼 저녁까정 냉장고에 있겠지,..
그러나 막상 낼 저녁이 되면 당신은 다른 저녁준비를 한다고 그 삼계탕을 까먹을 꺼요,..아, 당신을 탓할려고 하는게
아니라 누구나 그렇다 하오,..그러다 다음주 한 날 난 또 땡땡이를 치고 프로야구를 보러 일찍 들어올게요,...
당신은 또 내 막걸리안주를 찾는다고 냉장고를 뒤적일거요,..그러다 한 구석에 그 이상한 용기를 발견하게 될거고
그 뚜껑을 열어보곤 삼계탕 반마리를 보겠지,..아,..당신은 그걸 돈으로 환산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지않소,..
반마리 육천원,...그리곤 당신은 내용물을 흔들어보곤 곧 숟가락으로 닭다리 하나 들어선 냄새을 맡아보겠지,..
청국장을 된장이라고 박박우기던 당신의 후각으로,...별 이상이 없다고 느낀 당신은 문득 막걸리 안주로 양이 작다고
느끼겠지? 당근 당신은 먹다남은 냉동실에 삼겹살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팍팍 끓일게요,...
곧 당신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내게 그 요사무레한 물건 아니 안주를 차려주겠지,...
퓨전요리라믄서,....뭐 삼계돈탕이라고 해도 상관없소,..어차피 순진한 난 의심없이 그 물건,.아니 안주를 먹곤,..
또다시 변기뚜껑을 붙들고 돌아가실 엄마를 찾으며 고통에 몸부림을 칠거요,...
유니엄마,...이젠 제발 그러지 마시오,...아니, 그럴려면 울가족 모두 삼등분 아니 뚱이까정 사등분 해서 노나 먹읍시다.
왜 그런 퓨전요리는 나만 먹으라는 거요?
돌아버리겠네,...신바랄랄라,...쓰다보니 열받는구료,....
이만 마치겠소,..아, 맛있게 먹는 당신의 뒤통수를 가볍게 한번 쥐어박고 싶구료,,.사랑스럽게,...
아,..왜 보청기는 있는데 보후기는 없는가 모르겠소,....ㅋ
첫댓글 음식으로 고생도 하고 음식으로 부부간의 애정도 돈독히 하고...삼계탕 먹고 그냥 자지는 않았지요?
아이고,..간신히 몸을 추슬렸다 아입니까,...컴앞에도 오르지 못하는데,..무신,...ㅋ
그럼 삼계탕을 먹인 유니 엄마의 깊은 뜻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그냥 잤다는 겁니까?
보신탕을 먹여줬더라면 예기가 달라지는데요,.,.삼계탕은 효과가 없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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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님,..그저 참아야지요,..그거 있잖아요,..성격좋은 니가 참아라,..하는, ㅋ
맞습니다,그러다보면 부글부글 끓어오른던 속도 가라앉습니다요,..
웃음이 처방입니다요 그려,..ㅎㅎㅎ
우와 무지 고생하셨네.며칠더 속을 다스려야해요.
날씨가 더워지는데 다들 조심해야겠어요.화이팅!
장죽님,.,.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여간 음식,..조심해야 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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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님,..맞습니다. 속넓은 사람은 참을것도 없지요,...ㅎ
ㅎㅎ 고생 많이 하셨는데 글읽는 사람은 넘 재미있어요...
저는 중간 쯤 눈치 챘시유.ㅎㅎㅎㅎ
이젠 다 나으신 거죠?
이제야 속이 거뜬합니다.
하여간 아픈거,...이젠 안아펐습 합니다,...ㅋ
열열한 롯데팬 이군요, 그러나 여기 한화팬이 있읍니다
열심히 응원 하세요
제가,...유현진을 넘 좋아합니다.
롯데팬이지 한화를 싫어하는게 아닌지 아시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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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병원가시고 약먹으면 2일이면 되는데....
성격이 좋다고해야 하는건지.. 미련한 성격이라 케야하나ㅎㅎ.....
자랑거리 아닌데...제가 헷갈립니다...ㅎㅎㅎ
ㅎㅎ 넘 심했나>>..====333
스트레이트로 죽을 먹어본 저로선 국비님과 동질감,..아니 동지감을 느낌니다,..ㅋ
꼬출든남자님의 해학을 풀어내는 재미 ㅡ 아...물론 님께서 뒤비질 일이겠지만 ㅋ
우짜던 살아 나셨고, 글한줄 쓸힘은 생긴거고, 마눌님께서는 여전히 밥해 드릴꺼고...
힘쓰라 좋은건 남기실거고, 좋든싫든 자셔야 할거고, 어쩌면 올여름쯤에 한번더 변기 잡고 싸울일이 생길것 같다는...^^
휴런넘님,..다신 변기뚜껑 붙들긴 싫습니다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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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니님,..대연동 원조 충무뽈찜,...이젠 해운대 신도시에서도 먹을수 있습니다요,..함 오이소,..ㅎㅎㅎ
ㅎㅎ 야구보려고 일찍 들어오신 꽃남님에게 사랑스럽게 안주를 대령하시는 사모님...
천상... 천생연분이네요. 단지 후각이 조금 염려가 될뿐... 한참을 히죽이 웃고갑니다. ㅎㅎ
아,...정말 죽었다 살아났습니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