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4일 목요일
기대가 많았던 '프라도 미술관'을 제대로 못 보고 온 게 애석해서 '피카소 미술관'은 정말 제대로 잘 봐야지 하는 맘으로 미술관에 들어섰다. 당연히 사진촬영은 금지고, 대신 편안하게 그림만 감상하는데 시간을 모두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가이드는 아주 열성적이고 내용도 맘에 들었다. 피카소 미술관에선 안타까워 하며 나혼자 그림 감상을 하러 다니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설명과 시간배정이 적절했다.
그림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도 '피카소'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게르니카' '우는 여인' '아비뇽의 처녀들' 등 큐비즘만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깜짝 놀랬다. '청색시대' '장미및 시대'의 그림들과 어린시절의 드로잉까지 보면서 그동안 중학교 미술책에만 머물렀던 '피카소'에 대한 내 상식이 아주 짧았음을 깨닫게 된 곳이기도 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피카소식으로 그린 그림들이 한 방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아주 흥미롭게 봤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리메이크, 변주한 새로운 그림으로 탄생되어 있었다. 특히 '시녀들'의 중앙에 있는 마르가리타 공주를 다양한 변형으로 그린 그림들이 가득한 방도 있었는데,카피본이라도 하나 사오고 싶었다. 색의 조화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스카프나 티셔츠 머그컵 등의 상품으로도 분명 있을 것이다. 꼭 하나 사가야지......
▲전쟁과 굶주림으로 인해 두려움에 떠는 엄마와 엄마 품에서 마냥 천진난만한 아기의 그림이란 설명에 그만 울컥했다. 이 그림 앞에서 팔에 돋는 소름으로, 목이 뻑뻑하게 아파오는걸 참으며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한참동안이나 서있었다. 그동안 피카소의 여성편력, 큐비즘만 알고 있던 터라 이 그림은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임종이 다가오는 시간에 엄마의 저 눈빛을 한 번 보라. 자신의 죽음 보다도 남겨질 아기에게 모든 연민과 걱정이 가득한 엄마의 시선, 아기에게서 죽음직전까지 단 한 순간도 벗어날 수가 없는 간절하고 애절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여기서도 또 한 번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었다. 엄마라면 누구나 저 여인이 되어 애절하고 간절한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피카소가 12세 때 그린 그림이란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저 노인의 고단한 삶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그의 천재성에 또 한 번 놀라기도 했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피카소는 도대체 누구였던가?
▲피카소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2002년 이상문학상을 탄 권지예의 '뱀장어 스튜'를 읽은 게 기억나 이번에 피카소 미술관에 가면 꼭 '뱀장어 스튜'를 봐야지 했다. 피카소의 그림 '뱀장어 스튜'는 그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쟈클린'에게 바친 그림이기도 했고, 그 그림을 모티브로한 책도 읽었던 터라 꼭 봐야지 했는데 이 곳엔 없는 그림이었다.
▲피카소 미술관으로 가는 길
▲피카소 미술관 기념품 가게 피카소의 '마르가리타 공주'의 그림이나 기념품을 사오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모든 물건들이 너무 비쌌다. 희망사항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며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혜인이가 독일 교환학생으로 있을때 스페인으로 여행다녀온 친구에게 받은 책갈피,오르골 등이 생각외로 비쌌던 것임을 여기 와 보고서야 알게 됐다. 미술관 안에 있는 기념품 가게라서 비쌀거라고 여기며 밖으로 나가면 주변 가게에 많이 있을거라며 그냥 나왔는데, 주변에 그런 가게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바로 버스로 가야 해서 좀 더 둘러볼 수도 없었다. 차를 타고 보니 그런 가게가 언뜻 보여 몹시도 아쉬웠다.
▲피카소 미술관 가는 길의 한 건물에 서 있는 마네킹이 묘하다. 뭘까?
▲아쉬움에 둘레둘레 주변을 둘러봐도 내가 찾는 싼 기념품 가게가 안 보인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1인용 승용차. 뭘로 가지? 전기? 휘발유? 궁긍하다.
▲바르셀로나 해변 오늘의 특식 '빠에야'를 먹기 위해 바르셀로나 해변으로 갔다. 덥고 습하고 지치고 해서 거의 다 먹어갈 즈음에 아차 사진!!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 찍긴 게을러져 가고,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엔 더더욱 도난에 주의 하느라 사진이 별로 없다. 그래도 아쉬운 몇 장이 추억을 더듬게 한다.
샤프란이 들어간 해물 빠에야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다. 스페인의 대부분 음식들이 거부감이 별로 없을 정도로 입맛에 맞기도 했지만 쌀이라는데 모든 사람들이 좋아라 했다. 일행 중 한 팀이 비싼 맥주를 모두에게 돌렸다. 그동안 여행 잘 하고 잘 지냈음을 자축하기도 하고. 나와 선희는 술을 한 모금만 마셔도 술 한동이는 다 마신 사람처럼 벌개진다. 맥주 한 모금에 우리 둘은 안그래도 더운 날씨에 빨깐 얼굴로 민망해 했다. 내가 본 선희 얼굴은 가관이었는데, 명옥이가 내가 선희보다 더 하다고 해서 아무 소리도 못 했다.
▲바르셀로나 해변의 카페 분위기가 꼭 해운대다. 우리는 달아오른 얼굴의 열기도 식힐겸 점심을 먹은 후 근처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로 갔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시켜먹으며 해변가에서 썬탠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임을 몹시도 아쉬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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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풍경화처럼 원문보기 글쓴이: agenes
첫댓글 피카소를 바라보는 아녜스님의 사진이 정말로 환상이에요. 마치 포스터를 보는 듯한..
ㅋㅋㅋ 환상요? 의외의 감동이 표정에 다 드러나 있나요?
@아녜스 김채경 네 아주 잘 드러나 있어요. 아주 멋진 피카소 전시회 포스터로 전혀 부족함이 없어요.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아녜스님의 여행기에 푹 빠져 들어갑니다. 찰라는 피카소 미술관을 걸어서 걸어서 어느 골목에 있는 겨우 찾아 갔는데 ..흑흑 가는 날이 장날이고 휴관이어서 관람을 못하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지금 아녜스님의 손끝으로 촬영한 사진으로 앉아서 귀경을 하다니 이거 정말 큰 행운이내요.ㅋㅋ 덕분에 피카소 미술관 구경도 잘허고...피카소의 초상화를 바라보는 아녜스님의 모습이 그의 마지막 연인처럼 보이네요 ㅋㅋ 머그컵을 사왔더라면 커피 마시러 영주까지 달려 갈텐데... 아쉽군요...
저런 못 보고 오셨군요. 골목 어딘가에 기념품 가게가 분명 있을거예요. 빨리 버스로 가야해서 제대로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미술관 내 기념품 가게는 상상외로 비쌌어요. 가격표 보고 헉!! 하고 손을 놓게 만드는 마력이 있더군요. 탐나는건 무지 많았고요.
공감입니다.
피카소 사진 밑에서 쳐다보는 사진이 일품입니다.
사진 찍어준 친구에게 꼭 전해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