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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허 찌른 북베트남 ‘뗏 공세’… 월남전 판세 바꾸다 손자병법으로 푸는 세상만사 <11> 자신에 대한 무지를 경계하라
남베트남의 치안 책임자인 구엔 곡 로안 장군이 1968년 1월 구정공세 때 잡힌 북베트남 군인을 즉결처분하고 있다. AP통신 종군기자였던 에디 애덤스가 찍은 사진이다.
“미국이 1964년에 승리했다.” 이게 무슨 망발(妄發)인가? 미 정부가 69년 베트남 전쟁의 승패에 대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이미 5년 전에 미국이 북베트남을 이겼다는 결과가 나왔다니! 베트남 전쟁을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의 시각으로 예리하게 분석한 미국의 군사학자 해리 서머스 대령의 저서 『전략(On Strategy: A Critical Analysis of the Vietnam War, 1982)』을 보면 아주 흥미로운 얘기가 나온다. 69년 닉슨 행정부가 들어선 후에 전쟁 수행과 관련된 미국과 북베트남의 모든 자료, 즉 인구와 국민총생산(GNP), 병력 규모 그리고 함정과 전투기 대수 등을 국방부 컴퓨터에 넣고 “언제쯤이면 미국이 승리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던 것이다. 물질적인 역량으로 봐선 당연히 5년 전에 미국이 이겼어야만 했다.
존슨 대통령, 북베트남에 평화협상 제의 바로 이 즈음, 20여 년 전 프랑스군을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패배시켜 물러가게 했던 보 구우옌 지압(Vo Nguyen Giap·武元甲) 장군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대담한 작전을 구상한다. 바로 뗏(Tet) 공세, 즉 구정공세(舊正攻勢)였다. 그는 67년 가을부터 남베트남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민중 봉기를 유발시켜 일거에 남베트남 정부를 무너뜨리고 미군을 물러가게 한 다음에 베트남을 통일한다는 전략을 실천했다. 총공세는 68년 베트남의 음력 설인 1월 30일을 전후로 한 연휴 기간을 노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설 전날인 1월 29일에는 귀성 인파로 베트남 전역이 극도의 혼잡을 이뤘다. 이때 남베트남의 구엔 반 티우 대통령은 1월 29일 오후 6시부터 1월 31일 오전 6시까지 36시간 동안 일방적인 구정 휴전을 선포했다. 북베트남군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남베트남 군인 복장으로 대담하게 미군 트럭을 세워 사이공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사이공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무기와 탄약은 아이들이 미는 채소 수레 속이나 가짜 장례식을 꾸며 관 속에 넣어 운반하기도 했다. 사이공에서는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졌다. 붙잡힌 베트콩을 치안국장 구엔 곡 로안 장군이 거리에서 북베트남 군인을 즉결 처분하는 유명한 장면은 외신기자에게 사진으로 찍혀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했다. 우리가 손자병법을 생각하면 대체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어구가 ‘적과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명구다. 모공(謀攻) 제3편에 나온다. 주의할 부분은 ‘백 번 싸워 백 번 다 이긴다’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이나, 백 번 싸워도 지지 않는다고 하는 ‘백전불패’(百戰不敗)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적과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위태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이 점은 참 중요하다. 전쟁의 승리는 결코 적을 알거나 나를 안다고 해서 보장되는 게 아니다. 정보 습득은 단지 위태한 상황을 면하게 해주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고 싸움에서 이기려면 더 많은 것들이 충족돼야 하는 것이다. 승리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적을 너무 몰랐다. 눈에 보이고 계량화할 수 있는 전력에 집중했고, 눈에 보이지 않고 계량화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리고 그들 자신의 능력조차도 제대로 몰랐다. 압도적인 병력이나 강력한 첨단무기만 믿었던 것이다.
“이제껏 우리는 잘못했다. 정말 끔찍하게도 잘못했다. 우리는 다음 세대들에게 이유를 설명해줘야 할 빚을 지고 있다(Yet we were wrong, terribly wrong. We owe it to future generations to explain why).” 손자는 지피지기(知彼知己), 즉 적과 나를 아는 지식을 강조한 데 이어 두 가지의 경우를 더 언급했다. 적을 잘 모르고 나만 아는 경우에 이길 확률은 반이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하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그것은 바로 ‘적은 알지만 나를 모를 때’(知彼而不知己)다. 그렇지 않은가? 어쩌면 이런 경우가 가장 위험할지 모른다. 상대방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를 때 우리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고 비방하고, 미국처럼 상대방을 과소평가해서 자만하기도 한다. 임진년 음력 설날을 맞았다.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이다. 베트남의 구정공세를 생각하면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謀攻篇(모공편) 第三(제삼)
上下同欲者勝, 以虞待不虞者勝, 將能而君不御者勝. 此五者, 知勝之道也. 준비되어진 상태에서 미리 헤아리지 못한 적과 대적하면 승리한다. 장군의 능력이 뛰어나 군주가 통제하려 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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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