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4일 목요일
난 굳이 밥이 아니라도 괜찮다. 그럼에도 간만에 밥을 먹었더니 든든하고 나 역시 한국인임을 입이 먼저 알아차렸다. 패키지 여행의 좋은 점은 식당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타고 어디서 내려야 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그게 제일 편하다. 게다가 거추장스러운 짐들은 버스에 두고 내려도 되니 더더욱 좋고.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지 않아도 미리 예매를 다 해놓아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좋다. 친구들 말 대로 우린 먹여주고 재워주고 태워주면 이 더위에 최고라더니 자유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남아 있는 내게 날이 점점 더워지고 지치니 친구들 말 듣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 줄 생각을 해야 당연한 이치니까. 여유롭게 다닌다면 대신 내놓아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는걸 알면서도 미련이 남는게 정말 미련스러운 거다. 고로 우린 정말 좋은 여행을 하고 있단 생각이다.
얼마전 TV에서 방영한 '꽃보다 할배'에서도 몬주익 언덕을 걸어올라 가느라 힘들어 하는 걸 봤는데 버스로 올라가노라니 이 길을 걸어올라 간다는 건 설정이거나 너무 무리가 가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바르셀로나에 와서 '몬주익 언덕'을 안 가본다면 말이 안된다. '손기정' 이후 마라톤에서 처음 태극기를 휘날린 '황영조'를 어찌 기억하지 않겠나?
▲바르셀로나와 경기도 협약비 스페인에 와서 한글을 드문드문 접하게 되니 신기하면서도 자랑스럽다.
▲황영조 기념탑 모두가 기념할 만 한 곳에서 사진 한 번 찍기란 정말 어렵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며, 내 순서가 되면 재빨리 찍고 나와야 한다. 명소에서의 클리쉐라고나 할까? 저런 포즈로 찍어줘야 하는데 어색하게 머뭇머뭇거려선 더 웃기고 이상해진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지만 내가 나서서 폼을 잡고 찍자 이후로 모든 사람들이 같은 장소 같은 사진 다른 인물로 찍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여행의 재미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 우리나라의 올림픽 경기장 구경도 못 해봤는데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을 보니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서울 살면서 63빌딩 못 가 봤단 사람이나 나나 다를 바가 없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 넓은 인공 폭포수가 계단을 이루며 시원하게 떨어져 내리는게 더위를 말끔히 씻겨줬다. 눈을 뜨기조차 힘겨운 곳이지만 시원한 폭포수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여행객들이 많았다. 우리도 모두 여기저기 눈을 찡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원본보기를 하면 넓은 폭포수를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장 올림픽 경기장을 보노라니 관중의 함성과 황영조 선수가 마지막 힘을 몰아 저 트랙을 돌았을 당시를 상상해보며 자랑스러웠다. 잠시 이 곳에서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기념품 가게 구경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내 시선은 'FC바르셀로나' 기념품에 가게 되고,성인이가 좋아하 할 걸 생각하며 이것저것 만지작거렸다. 성인인 '레알 마드리드' 팬이라 했는데 'FC 바르셀로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번에 여행을 오며 느낀건데 그동안 성인이가 계속 애기한 것들을 제대로 귀담아 듣질 않은 게 판명났다. 어느 팀을 얼마나, 어떤 선수를 왜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아는게 없었다. 내 관심사가 아니니 얘기하면 그 때 뿐이었다. 미안하다 성인아..... 오늘 저녁에 일행들과 바르셀로나 시내를 다녀보기로 했는데 그때 'FC 바르셀로나' 유니폼도 하나 사야겠다.
▲바르셀로나 시티투어 버스 역시 바르셀로나 하면 가우디의 건축물이다. 시티투어 버스에도 가우디가 있다.
▲MNAC 까딸루냐 미술관
▲MNAC 까딸루냐 미술관
▲MNAC 까딸루냐 미술관에서 내려다본 시내 MNAC는 까딸루냐 국립 미술관인데 우린 미술관에 그림을 보러 온 것이 아니고 바르셀로나를 한 눈에 보기 위하여 이 곳에 왔다. 한 눈에 바르셀로나가 다 보이고 그 아래엔 분수가 멋지게 물을 내뿜고 있었다. 밤이 되면 야경 또한 멋진 곳이라고 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한 이 곳은 여행객들이 잠시 땀을 식히며 한가로운 시간을 가지기에 좋은 곳이기도 했다.
▲MNAC 까딸루냐 미술관에서 내려다본 시내
▲확 트인 바르셀로나 시내를 높은 곳에서 보고 난 후, 내려오는데 우연찮게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디서 왔냐? 한국에서 왔다. 너 한국 아냐? 오우 싸이? 강남스타일? 선희가 손목을 턱 교차하더니 '강남스타일'하며 말춤을 덜거덕덜거덕 추는게 아닌가? 젊은이들도 우리도 모두 웃으며 말춤을 췄다. '싸이'가 이?게 유명하구나. 어제 구엘공원 좌판에서 기념품 파는 남자도 한국에서 왔다니까 '강남 스타일' 하며 말춤을 추며 장단을 맞추었는데. 우리를 안다는게 신기하고 기분좋고 그랬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아래에서 본 MNAC 까딸루냐 미술관의 분수
▲MNAC 까딸루냐 미술관의 분수
버스는 그라시아 거리에서 우릴 내려줬다. 마치 명동 한 복판에 온 듯,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인솔자는 스페인 소매치기의 80%가 이 거리에 있다고 하니, 각별히 소지품 주의하라고 했다. 40분 후 버스가 우릴 태우러 올 동안 개인쇼핑 시간이 주어졌다.
여기서 난 큰 일 당할 뻔 했다. 키 큰 흑인들이 보따리에다 짝뚱 썬글라스 핸드백 등을 길바닥에 널어놓고 팔았다. 네 귀퉁이에 낙하산 줄처럼 줄을 달아, 경찰이 오면 확 움켜쥐고 달아나기 쉽게 만들어 줄을 쥐고 거리를 두리번 거리며 서있었다. 난 우리 일행을 눈으로 따라가는데, 덩치 큰 흑인이 왕방울 눈을 부라리며 힘껏 나를 확 밀었다. 그 힘에 나동그라져 지나가던 사람에게 콱 쳐박혔는데, 그 남자도 키 큰 흑인이었다. 눈을 부라리며 나를 되받아 확 밀어던졌다. 너무 얼결에 이리저리 던져지고 밀려서 보니 내가 일행을 눈으로 ?느라 그 좌판의 물건을 밟을 뻔 한 것이었다. 되받아 친 사람은 자기한테 오니 싫었던 거고. 너무 놀라고 무섭고 미안해서 'sorry'를 연발했다. 가슴이 두 방망이질 하고 선희는 '채경아!' 놀라서 부르고...... 만약 선글라스를 밟아서 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덜덜 떨리는 다리로 일행이 모이기로 한 곳으로 갔다. 그 이후 바닥만 자꾸 보게 됐다.
▲까사바뜨요
▲까사바뜨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버스에 올랐다. 아무일 없었음이 천만다행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또 가봐야 할 가우디의 건축물은 '까사바뜨요' '카사밀라'다. 저 곳을 보려면 많이 기다려야 하는데 저녁식사 예약시간이 다 되었고, 입장료가 너무 비싸고 해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외관을 보기로 했다. 가이드의 말로는 내부는 크게 볼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아쉽기는 했다. 차창으로 찍은 사진을 아쉬우나마 대신한다. 현재 이 곳은 추파춥스 회사의 소유물이다.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이 건물을 보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이 나오는 영화에 딱 어울릴것 같은 외관이었다.
▲마지막 만찬 이제 모든 일정은 끝이 났다. 마지막 만찬을 위해 일식 뷔페식당으로 갔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하고 입에 딱 맞는 요리들이 많이 있을까? 해산물을 좋아하는 우린 여러가지 꼬치구이를 맘껏 가져다 먹었다. 지금껏 먹은 중에 제일 많이 먹은듯 했다. 스페인에서 생선요리는 구이가 없었는데 그 점이 못내 아위운 터라 구운 냄새만 맡아도 식욕이 마구 용솟음쳤다.
저녁을 먹은 후 우린 호텔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바르셀로나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이후 일정은 여행사에서 주관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사건이 나도 책임을 본인이 지겠단 계약서까지 썼다. 여러 사람들이 팀을 짜서 호텔로 들어올 땐 택시를 타고 오기로 했다.
모든 일정이 끝났음에도 우리 가이드는 애살이 많은 한국 아줌마였다. 그라시아거리까지 우리를 안내 하겠다고 했다. 고마움에 보케리아 시장에 가서 가이드와 우리와 같이 간 일행들에게 커피와 음료수를 대접했다. 내가 몰래 먼저 가서 계산하고 왔더니 모두들 너무 고마워 하는 것이 아닌가? 10명인가? 그 정도 인원에 커피, 음료수 등의 값을 지불해도 20유로가 채 되지 않았는데 하도 고마워 하니 민망했다. 그만큼 보케리아 시장은 저렴했다.
보케리아 시장과 그라시아 거리는 바글바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소매치기 많다는 말에 아예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았다. 그래서 보케리아 시장이며, 그라시아의 활기찬 거리의 사진들이 한 장도 없다. 보케리아 시장엔 견과류 과일 하몽 젤리 등등 구경거리가 너무 많았다. 평소 하리보 젤리를 좋아해서 가끔 사먹는데 누군가 젤리를 사온 걸 보니 의외로 비쌌다. 100g 정도 되나? 10유로 조금 안 되게 주고 샀다니 난 여러 모양의 젤리를 사려다과 말았다. 천연과일로 만들어서 비싼거라고 했다. 조금 사올걸 그랬나?
▲FC 바르셀로나 유니폼 그라시아 거리에서 FC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샀다. 성인이가 어떤 선수를 좋아하느냐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제일 유명하다고 생각한 '메시'의 백넘버가 들어간 유니폼을 샀다. 이 곳에서도 한국에서 왔다니 판매원이 '오우!! 싸이, 강남 스타일!' 을 외치며 말춤을 추곤 했다. 우린 쑥스러워 못 하는데 선희는 또 맞장구 치며 말춤을 더거덕더거덕 추곤 했다. 노래 하나가 얼마나 파급력이 큰 지 보면서도 신기하고 실감이 안났다.
그라시아 거리는 구경거리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모자랐다. '타파스'를 꼭 먹어보고 오고 싶었는데 '타파스'는 구경만 열심히 하고 결국은 못 먹고 왔다.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돌아다녔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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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풍경화처럼 원문보기 글쓴이: agenes
첫댓글 밀치고 치는 게 다 상습적인 수작입니다. 우리도 그곳에서 당할뻔했어요. 흑인 한 사람이 갑자기 내 무릎을 탁 치면ㅅ 열쇠를 떨어뜨리더군요. 그렇게 주의를 분산시키는 사이에 소매치기가 들어 오는 겁니다. 여행중에 방심은 금물, 그렇다고 항사 ㅇ새가슴이 되면 여행의 기분이 안나지요. 방심을 하지말되 여유를 가져야 겠지요. 몬주익 언덕에 시티투어버스를 보니 그 버스를 타고 몬주익 언덕을 갔던 생각이 떠 오릅니다. 몬주익은 언덕은 참으로 감동적인 곳입니다. 그곳에 아녜스님 동상을 하나 더 세워야 겠네요 ㅋㅋ 한국의 여성 마라톤 아녜스 ㅋㅋㅋ
헉!! 수법이라고요? 전 제가 잘못 해서 혼난 줄만 알았는데. 가방을 손에 꼭 쥐고 있어서 다행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군요. 소눈 처럼 큰 눈을 마구 굴리며 인상을 쓰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수법도 날로 진화하는군요.
전에는 집시여인이 신문지를 확 펴들면 달려들어 포웅하는사이 지갑을 빼갈려다 들켰는데...
우리나라 육상의 역사를 바꾼 몬주익 꼭 가보고 싶군요.
네 꼭 가보세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달린 선수는 처음이잖아요. 애국심이 불같이 일어난답니다.
이런 이런 바르셀로나에 갔었는데 몬주익은 못갔네요. 이태리 팀이랑 가서 한국 에 대한 것은 정보가 없었어요. 다음엔 꼭 가봐야겠어요. 그리고 아녜스님 큰일 날뻔 했네요. 다행히 백을 꼭 쥐고 있었군요. 조심하셔야되요.
바보같았죠? ㅋㅋㅋ 그들에게 안 통했나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방만은 꼭 쥐고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