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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1장, 지성은 벌써부터 엄마의 재혼을 바라고 있었다. 민사장과 같은 사람을 아버지로 모실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고 엄마를 위해서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성아! 너에게 또 한 가지 말을 해야 할 일이 있다.“ “............................” 지성은 말없이 어머니를 바라본다. 그런 지성을 보면서 정선은 쉽지 않게 말을 한다. “생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니?” “네!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뭐? 네가 그것을 어떻게?“ ”어머니! 제가 청사에 들어가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강승민 사건에 대해서 모든 것을 면밀하게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었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매우 시끄러웠던 사건으로 기억이 되고 있었습니다.“ “..........................” “제가 강승민 사건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아십니까? 강승민은 저와 동생인 지우를 낳아주신 생부입니다. 비록 버림을 받았다 할지라도 그는 우리를 낳아준 사람입니다. 어린 가슴에 얼마나 무섭고 떨렸는지 아마 아무도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랬구나! 알고 있었구나!“ 정선은 그 사건에 대해서 아이들이 모르고 넘어갔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 제가 왜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고 노력을 했는지 아십니까? 그런 사람의 핏줄을 이어받은 제가 얼치기로 이 법조계에 들어왔다면 제 존재를 누가 관심이나 가져줄까요?“ ”.........................“ “제가 생부에 대한 사건을 보면서 결심을 한 것이 바로 최고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성적은 물론이려니와 모든 것에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제 생부에 대한 것들이 제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지요.“ “엄마는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구나!” “저도 남들처럼 놀고 싶다는 생각이 왜 없었겠습니까? 친구들도 사귀면서 친구들이 하는 대로 모든 것을 함께 해 보면서 즐기고 싶은 생각이 왜 없었겠습니까? 허나, 그 친구들과 저는 생활이 달랐지요.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친구들하고 같은 행동을 하면서 즐긴다면 끝내 제 인생은 낙오된 밑바닥 인생을 살다 말겠지요.“ ”............................“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와 지우를 위해 고생을 하시는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자신에게 수없이 반복을 하면서 노력하고 또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 엄마도 너하고 지우가 얼마나 노력을 하며 공부를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너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기운이 나고 힘이 생겼지.“ “강승민에 대한 모든 사건들은 거의 확실하더라고요. 형기 오년의 임기를 마치고 출소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나는 네가 생부에 대해서 잊고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을 했다. 어떻게 내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그것이 내가 바라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정선은 새삼 지성이를 보기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 사건이 없었다면 생부에 대한 생각은 잊고 살았겠지요. 또한 무엇이든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결심도 없었을 것입니다. 최고수석 합격자 명단이 발표가 되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생부의 모습입니다. 어디선가에서 제 소식을 듣고는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할 것이라고.... 그리고 가슴아파하면서 통곡을 할 것임을 바라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지금 우리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나도 제대로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더냐?" “어머니! 제가 처음에 강승민이 어머니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불안했었는지 모릅니다. 행여 어머니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시고 그러시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했었니?“ ”네! 솔직히 저는 어머니가 다시 생부에게 돌아가시는 것을 반대합니다. 저희를 어떻게 버렸는지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으니까요. 여자 하나로 인해 가족을, 자식을 버리는 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랬었지. 참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그렇게 우리를 버렸다.“ “엄마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엄마를 이해하고 나니 참으로 엄마가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보통사람으로서는 그렇게 하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니? 먹고 살기 위해 내 둥지로 날아온 사람을 매정하게 내 칠 수는 없는 일이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듯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면 내가 하는 식당인줄 알면서도 그 자리마저 쫓겨날까 불안에 떠는 사람을 매정하게 내 친다는 것이 더 힘든 일이다.“ ”네! 정말 형편이 많이 어렵더라고요. 안사람은 아직도 병중에 있고 하나뿐인 아들, 지환이라고 하더라고요. 마음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하는 일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참으로 보기에도 안쓰럽더라고요.“ ”집안 사정까지 알아봤니?“ ”네! 다행이 지환이가 성품이 모질고 악착스럽지 못해서 그런지 불량배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못된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다고나 할까요? 허지만 저대로 방치했다가는 삶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다고 우리가 뭘 어떻게 도움을 줄 수가 있겠니?“ “어머니! 제가 법관으로서 한 젊은 청년이 망가져 가는 것을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조금만 누가 사랑으로 감싸주고 삶에 대한 희망을 준다면 정신을 차리고 살아갈 수 있는 청년이라는 생각이 요즘에 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정선은 지성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무래도 핏줄이기에 당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아이에 대한 문제는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너무 늦었으니 오늘은 그만 자자.“ “네! 안녕히 주무세요.“ 그러나 정선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지성이가 생부에 대해서 그렇게 소상하게 알고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어린 마음에 받았던 상처가 생각보다 크게 지성이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온다. 그러나 이제 지성이는 생부에 대한 미움과 원망보다는 같은 핏줄을 타고 난 이복동생의 앞날을 위해 걱정을 한다는 것이 안심이 되기도 한다. 가끔 승혜를 통해서 그 아이에 대한 말을 귀전으로 듣기는 했지만 승혜의 걱정이 보통이 아니었다. 학교공부는 아예 뒷전이고 할머니 때문에 밖으로만 나돌아 다닌다는 걱정과 함께 사람을 회피하는 성품을 늘 걱정하고 애를 태우던 승혜였다. 그러나 정선으로는 그 어떤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정선은 새벽이 되어 깜빡 잠이 들다 이내 눈을 뜬다. 또 다시 일찍 나가야 하는 아들을 위해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한다. “엄마! 주무시지 그랬어요? 아침은 청사에 나가서 사 먹어도 되거든요.“ “어디 그럴 수 있니? 세상에 하나뿐인 귀한 내 아들이 아침을 사 먹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가야 하루가 편안한 법인데 어미가 되어 아들이 빈속으로 출근을 하는 것을 어찌 보고만 있겠니?“ ”우리 엄마의 정성을 누가 따라올 수 있겠어요? 제가 결혼을 해도 이렇게 정성스러운 아침을 먹고 다닐 수 있을까요?“ ”사귀는 아가씨라도 있는 것이냐?“ ”아직은 확실한 것이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구나?” “어머니와 민사장님이 결혼을 하시고 나서 그때 자세한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이제 나도 며느리를 볼 때가 된 모양이구나? 서로 사랑한다면 엄마는 굳이 반대할 생각이 없다. 어떤 사람이든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진정으로 평생을 함께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축하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지성은 아직은 사랑하기 보다는 느낌이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출근을 하지 마자 대법원장이 사윗감으로 점찍어 두었다는 말과 함께 대법원장의 딸을 만났다. 생각보다 상당히 소탈하고 꾸밈이 없는 아가씨였다. 대단한 집안에서 자란 아가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박하고 꾸밈이 없고 소탈한 성품이었다. 남들이 흔히 다녀오는 외국유학도 다녀오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평범한 직장여성으로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지 않고 사는 것이 마음이 든다. 지성은 가끔 둘이 만나 서로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아직은 사랑한다는 감정보다는 느낌이 좋은 만나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지성은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별히 대법원장의 딸이라고 관심을 갖기 보다는 소탈하고 상대를 편안하게 해 주는 혜영에게 조금씩 마음이 끌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통의 평범한 직장여성답게 자가용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 퇴근을 하는 혜영은 차림새 역시 평범했다. 유명메이커가 아닌 동대문이나 남대문을 다니며 쇼핑을 하면서 검소하게 생활을 하는 박혜영은 누가 보더라도 서민층 딸의 모습이다. 시간이 나면 지성과 박혜영은 포장마차를 가서 함께 가락국수를 먹고 김밥과 떡볶이를 먹곤 한다. 그것은 지성이 원하는 것보다는 박혜영이 더 선호하는 것이다. 지성은 박혜영에게 자신의 가정에 대해서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편모슬하에서 성장한 것과 어머니의 재혼에 대해서도 말을 한다. “어머니가 대단하신 분이세요. 지금까지 홀로 살아오신 것만으로도 참으로 존경을 받으실 분이시죠. 지금이라도 좋은 분을 만나 남은여생이라도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정말 내 어머니라서가 아니라 세상에 자식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시는 어머니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이 좋으신 분을 만나시어 마음을 결정하신 것이 정말 고맙고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지요.“ ”왜 안 그러겠어요? 그런 어머니가 계셨기에 지금의 지성씨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어머니의 남은여생도 정말 행복해지셨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박혜영은 진심으로 지성 어머니에 대한 축하를 해 준다. 정선은 굳이 결혼식을 하지 않고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를 해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했으나 민영규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말을 한다. 자신의 신부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정선의 모습이 보고 싶고 영원히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자신의 영혼 속에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정선은 그런 민영규의 마음을 알고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을 하지만 화려하지 않게 소박하고 간단하게 하기로 합의를 본다. 지성이 역시 어머니의 결혼식을 환영한다. 두 분이서 그대로 합쳐지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시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당당하다는 생각을 한다. 민영규는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신혼여행 삼아서 미국에 있는 아들내외를 찾아보고 프랑스로 가서 지우를 만나기로 한다. 민영규의 아들은 아버지의 재혼을 적극 찬성하면서 직장생활로 인해 한국에 나올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또한 정선 역시 지우가 보고 싶고 걱정이 된다. 그런 정선을 위해서나 아들의 입장을 위해 그들은 한 달이라는 예정으로 출국을 할 계획을 세운다. 지우 또한 어머니의 재혼을 기뻐하면서 함께 참석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지만 어머니가 다녀가신다는 연락을 받는다. 두 군데의 가게를 위해서 그동안 지성이 시간이 나는 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물론 두 군데의 가게는 두 사람이 한 달 동안 없다고 해도 별다른 이상이 없이 착실하게 운영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지성은 두 분을 위해서 자신이 아들로서의 책임을 다 할 것임을 결심한다. 지금까지 어머니의 식당에 그 어떤 힘도 보태드리지 못했다. 어머니는 혼자만의 힘으로 지금의 대형식당을 이루어 놓으신 분이다. 어머니의 피와 땀과 모든 정성이 배여 있는 식당이고 어머니의 전부였다. 지성은 조금씩 어머니의 모든 혼이 배여 있는 식당에 관심을 갖는다. 글: 일향 이봉우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