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外套) 압축리뷰 -2-
- 마침내 외투를 껴입고 자신을 초대해준 관리의 집으로 가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벌써 몇 해 동안이나 밤거리에 나와 본 적이 없었다.
밤거리는 활기가 있고 휘황찬란한 조명아래 미녀 허벅지, 세모꼴 수염 사나이, 온갖 밤 풍경이 새로웠다.
-이윽고 부 과장이 사는 집에 도착했다. 벽에는 갖가지 종류의 외투가 걸렸고 떠들석한 소음으로 환성들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외투를 칭찬하며 카드놀이에 몰두했으나 그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외투가 생긴 것에 대한 축하로 샘페인을 한잔이라도 마시고 가라며 붙들었다.
흥겨워진 속에 두어 잔의 삼페인도 마셨다. 그리고 현관 대기실에서 외투를 털고는 계단을 내려와 거리로 나섰다.
거리는 여전히 밝았고 밤거리는 요란한 인간군상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다소 좁은 거리를 빠져나온 그는 어쩐지 무시무시한 사막 같은 광장이 까마득한 지평선으로 느껴졌다.
경찰 초소의 불빛이 깜빡이고 있으나 불길한 예감이 들기라도 본능적인 공포로 좌우를 살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듯했다.
”아니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낫겠군.“
광장 끝까지 왔겠지하고 눈을 뜨는 순간 그의 코앞에 수염을 기른 사내들이 느닷없이 버티고 서 있었다.
” 흠 이건 내 외투가 아냐!“
외투가 벗겨지고 무릎을 가격당한 뒤 눈 속에 나가떨어져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춥다는 것과 외투가 없어졌다는데 실색했다. 고함을 쳐대고 경찰 초소로 달려갔지만, 욕설 퍼붓지 말고 내일 지서장을 찾아가라고 했다. 미쳐버릴 것 같은 심경으로 이튿날 우여곡절 끝에 본서 서장을 찾아갔으나 턱없는 무시의 절벽이 가로막았다.
이웃들은 이제 유력 인사를 찾아가 보라는 권유뿐이었다.
마치 기어 다니듯 유력 인사를 만났으나 엄격한 권위로 본질을 벗어난 비난으로 머저리가 되고 말았다.
”귀관은 지금 절차와 규범을 지키지 않고 누구 앞 인줄 알고 나데는가?“ 라고 흰 소리쳐 됐다.
일찍이 이렇게 호되게 상관급에게 당해 본적없어 까무라 칠 듯 분노했다. 페테르부르스크의 바람(?)은 그랬고, 그를 향해 휘몰아쳤다.
그는 대번에 울화가 치밀어 편도선이 부어올라 귀가 후 곧 침대에 드러 누었다. 의사가 왔으나 병세가 극도로 급속 악화 되어 답이 없다는 것.
그는 혼수상태에서 온갖 상황의 괴이한 주변의 인물들에 대해 미친 듯 지껄여 됐으나 외투라는 한가지 연결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끝내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유해는 묘지로 운반되어 매장되었다.
아무런 유산도 없었고 단지 가엾은 인생에 잠시나마 생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오로지 그 외투였다.
그가 소속된 관청에서도 사흘 후에나 그의 죽음을 알았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죽은 후 페테부르스크 장안에 외투를 강탈 당했다는 관리의 옷차림을 한 유령이 나타나기 시작, 어떠한 종류로 만들어진 외투라도 관등 신분 가리지 않고 몽땅 벗겨 버린다는 소문이 쫙 퍼져 공포를 자아내게 했다.
<살아 있는 것이든 죽은 것이든 그 유령이라는 것을 반드시 체포하여 본보기로 극형에 처하도록 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밤들은 유령의 정체에 대해서 뒤숭숭했다.
아카키-를 죽도록 힐란한 그 유력 인사도 가정을 원만하게 꾸리고 평범했다. 원래 나쁜 놈은 아니었지만 자기 관등에 과도한 신경을 썼다.
그가 열병으로 갑자기 죽었다는 보고를 받고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했다. 어느 날 마차를 타고 가까운 여성을 만나기 위해 기쁘게 이동하다 느닷없이 눈바람이 뿌리는 바람에 외투 깃을 나꿔채 돌아보니 작달막한 사내 그 ‘아카키 아카예비치’였다. 그는 죽음의 유령이었다.
”이제야 네 놈을 만났구나! 이제야 네놈의 목덜미를 잡았어! 내기 필요한 건 네놈의 외투다! 나를 위해 힘을 써 주기는 커녕 도리어 나를 꾸짖었겠다! 자, 이젠 네놈의 외투를 내 놓아라!“
그는 혼비백산하여 외투를 뺐기고 돌아왔다.
그날 이후 그 아카키 유령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고관의 외투가 유령에겐 꼭 맞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튼 그 후로 누군가 외투를 강탈 당했다는 소리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라고 끝난다.
* * *
「도스토예프스키- ‘우리는 모두 고골리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했다. 가난한 자에 대한 연민, 짙은 인도주의에 뿌리를 내린 러시아 문학의 횃불 같은 힘을 지녔다고 평가! 희극적 풍자적 리얼리즘은 오늘 날도 변함없이 답습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읽어 볼수록 마력을 지니며 읽혀지고 있다.
고골리는 1809 우크라이나 친츠이에서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어로 소극을 쓴 작가이기도 했지만, 교양도 없고 ‘종교적 광신자의 어머니로부터 지옥이나 악마에 대한 병적인 공포’를 물려받은 분위기에서 성장! 상당한 문제 소설을 발표! 종교적 정신적 혼란에 빠져 실의 속에 42세의 생을 마감했다.」
200여년 전의 당대나 지금이나 시대적 삶은- 여전히 주어진 척박함의 지배 속에 어디에서나 구원 없이 고단하다.-
End-
첫댓글 올만에 올리셨네요. 우선 '아카키아카키예비치' 이름부터 읽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음다.
니콜라이 고골, 처음 들어본 이름이지만 그의 소설 한 개 잘 읽었음다.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거기나 여기나 다 같네요. 올 겨울은 따땃하네요. 건강 놓지 마세요. 부산넘
늑점이 님!
그렇습니다. 하여튼 러시아 문학에서 등장 인물들의 이름에서 완전 주늑이 들고 맙니다!
고골의 영혼에게 이메일 보내서, '아카키아카키예비치'란 이름을 아예- 무례를 푹 무릅쓰고 읍소하여 -
'아까ZK(?)'로 단순화 하자고 허락을 받으면 어떨까 싶어요. 무시칸-독자의 넌센스를 용서를 구하면서~ㅋ
감사합니다. !
염려 마시고 '아까ZK'로 바꾸소. 만약 무슨 항의가 있느면 내가 책임질거요. 이제와서 허락은 무슨!! ㅎㅎㅎ 부산넘
겨울하면 외투.
외투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었지요. 한 때 우리나라도.
러시아의 #冬장군#이라면 전쟁사에서도 익히 알고 있듯이
러시아인의 겨울 외투는 삶의 목적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서민들에겐.
눈물 겨운 호소력에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노인들에겐 치명타 겨울이 다가 왔네요.
요즘 아~~주 저렴하면서 따뜻한 패딩이 연일 TV에 보입니다.
할 일 없는 방콕/할매 싼 패딩도 필요 없어서 채널을 바꾸었습니당.ㅋㅋ
외투? 로 폼 잡는 시기는 간 것 같아요. 온실처럼 따뜻하게 온도를 자동으로 맞춰 놓은 아파트에서
간혹 외출 때는 땃뜻하게 미리 예열해 놓은 승용차 타고 가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도 모두 따뜻한 실내
내려서 약속한 곳 카페나 식당 온풍으로 따뜻하니 외투가 필요해야지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