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논란에 휩싸인 가수 김흥국이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과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사고는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사거리에 일어났는데요. 김씨가 몰던 SUV 차량과 오토바이가 살짝 부딪힌 상황입니다. 문제는 양쪽 모두 신호를 위반한 데다 양측의 주장이 완전히 엇갈린다는 점입니다.
사고는 김흥국이 지난달 24일 용산구의 한 사거리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일어났습니다. 김흥국의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과 오토바이가 충돌하게 된 건데요. 양측 운전자 모두 신호를 위반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김씨의 SUV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깜박이를 켜고 기다리다 신호등이 적색신호인 상황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김씨의 차량은 이내 정지합니다. 좌측 차선에서 오토바이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후 오토바이가 스치듯 김씨의 차량 앞을 지나갑니다.
김흥국 측은 당시 별다른 시비가 없었고 사고가 난지도 모른 체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후 김흥국은 사고현장을 수습하지 않고 달아난 이른바 뺑소니 혐의로 경찰에 입건됩니다.
이에 김씨는 뺑소니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며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대방이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합의금을 노리고 뺑소니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오토바이 운전자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김흥국 측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오토바이 운전자는 김흥국과 직접 통화하며 “뺑소니 혐의가 적용됐을 때 대충 들어갈 돈이 최소 3500만 원이 들어간다. 난 그 돈을 나한테 줬으면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정강이가 찢어지는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사실 몰랐다는 김흥국 주장, 사실이라면
흔히 뺑소니로 불리는 도주치상죄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교통사고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피해자와 시기적절한 응급치료와 직결돼 있는 문제인 만큼 엄벌에 처해지는 범죄유형 중 하나입니다.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는 사고발생 시 즉시 정차해 구호활동을 할 의무를 지닙니다. △차를 세워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119에 신고하는 등 사람을 구호하는 행위 △피해자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행위 △경찰에 신고하는 행위 등을 모두 해야만 도주치상에 대한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인명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 없이 교통사고 현장을 이탈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김씨 측은 사고가 난지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도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충돌이 워낙 경미했기 때문에 미처 사고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의미인데요.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도주치상죄는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뺑소니 상황은 사고 발생을 인지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사고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거나 도주에 고의가 없다고 판단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인정되는 경우 도주치상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내립니다. 사고 발생을 몰랐다는 김씨 측 주장은 이런 경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법원은 피해자가 “그냥 가도 된다”는 취지로 말해 가해차량이 떠난 사건에 대해 도주치상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4월 광주의 한 삼거리에서 K7승용차가 제네시스 승용차를 충격한 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가해차량은 피해차량이 “알았으니까 그냥 가라”는 취지로 말하며 손짓을 하자 괜찮은 줄 알고 떠났다고 주장했는데요.
법원은 사고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 피해자의 반응을 살펴봤을 때 가해차량이 충분히 현장을 떠날만한 사유가 있었던 점을 감안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의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양측 모두 신호위반…사고 책임은?
이번 사고에 대해 경찰은 오토바이 운전자 역시 신호위반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운전자 모두 교통법규를 어긴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건데요.
통상적으로 양측 차량이 모두 신호위반을 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현저한 과실 △중과실 등의 여부를 따져 과실책임비율을 산정합니다. 현저한 과실로는 한눈팔기 등 전방주시의무 위반이 대표적입니다. 중대한 과실에는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졸음운전 등이 있습니다. 사고 피해자인 경우에도 교통법규 위반이나 운전미숙 등의 사고 유발 책임이 있다면 과실책임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고 달리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급유턴하는 택시를 피하려다 전치 1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대구지방법원은 오토바이의 과속, 운전미숙 등의 과실을 인정해 택시기사의 도주치상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판례는 택시기사에게 신호를 위반하는 등의 어떤 과실도 없었을 경우 내려진 판결입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상해정도와 사고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주치상 혐의를 판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