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숲이 살아 있어 다람쥐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인사를 하고 나뭇잎이 반갑다며 살랑살랑 바람을 불어 일으켜주는
쉼터 같은 곳이야.. 만약 내가 지금도 꿈꾸는 거라면 제발 이 꿈이 영원히 깨지 않도록 소망한다.
긴 생머리에 검은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에 앳된 소녀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곳 바위에 걸터앉아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 물을 두드리듯 건드려본다.
그러자 실로폰을 두드리듯 맑은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 퍼져 아름다운 소리를 엮어냈다.
소녀는 눈부시도록 예쁘게 미소 짓곤 나풀나풀 춤을 추듯 눈을 감고 물속에 발을 넣어 간질이며 춤을 춘다.
그 모습에 숲 속 생물체들이 그 모습을 감상하는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짹짹거리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려준다.
소녀는 하얗고 고운 손을 들어 팔을 하늘 높이 뻗었고 그 손가락 마디마디에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도 너희와 어울리고 싶어 그럼 난 외롭지 않을 거야"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어 입을 연 소녀의 목소리는 그 어떤 누구의 목소리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청아하게 울렸다.
.
.
.
"꿈속에서도 만나게 될 거야.."
눈을 뜬 소현이 큰 눈을 깜빡이며 잠시 멍하게 있는듯싶더니 곧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안경을 집어쓰고 욕실로 향했다.
욕실로 향하는 길에 거실에서 잠을 자던 고양이가 깨어나 소현에게 잽싸게 와 안겼다.
"우리 소리 잘 잤어?"
고양이 울음소리 한번 들려주지 않고 그저 소현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비비적거리는 행동에 그저 소현은 귀여운지
'소리'라고 이름 지은 고양이를 쓰다듬는다.
한참 동안 고양이를 쓰다듬다 내려놓고 욕실로 들어가 제일 먼저 세수부터 하는 소현이다.
잠을 깨려면 일단 차가운 물을 틀어 얼굴을 푹 담그고 있으면 붓기도 빠지고 제법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푸하..."
오늘은 너무 제정신이 아닌지라 좀 오랫동안 잠수를 했나 보다. 코가 먹먹하다.
코끝이 빨갛게 변해서 소현은 마른 세수를 한번 한 후에 수건을 목에 걸고 부엌으로 향했다.
소리를 굶길 순 없으니까 말이다.
"소리야 밥 먹자~"
고양이 사료를 듬뿍 담아주니 잽싸게 와 코를 박고 먹는 모습에 귀여워서 살짝 미소 지으며 소리를 쓰다듬곤
자신도 뭘 먹긴 해야 했기에 간단하게 어제저녁에 사온 스프를 꺼내고 물을 끓였다.
요즘 체중조절이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배우가 되고자 한국에 왔고 지금은 홀로 서울에서 거주 중이다.
뉴욕에 있을 땐 아무래도 동양계고 한국사람이라 쉽게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기에 역시 조국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한국에선 자신을 관심 있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 요즘은 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쉬는 중이었다.
그런데 체중이 급격히 늘어서 애를 먹는 중이다.
하루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으니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가족이라고는 소리 너밖에 없어 그러니까 넌 절대 날 떠나지 마 알겠지?"
소현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소리는 작은 고개를 들어 귀를 쫑긋 세우고 소현을 바라본다.
그 모습에 소현이 작게 웃으며 소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
.
.
어둠이 빛을 덮을 시간 TV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한 기운이 감도는 거실에 멍하니 앉아 핫초코를 마시며
책을 읽는 소현이다.
이렇게 느긋하게 편히 쉬는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온몸이 나른했다.
소리가 소파 위로 올라와 소현의 다리 위에 눕는다. 그리 무겁지 않은 소리였기에 별말 없이 묵묵히 책을 읽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갑자기 너무 졸린다.
몸이 나른해서 그런가? 그래서 이대로 잠드는 것도 나쁘진 않다.
.
.
.
'할짝, 할짝'
무언가가 자신을 핥는 느낌에 간지러워 몸을 움칠 떠는 소현이 뭔가 이상했지만 역시 잠결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이렇게 자신의 목을 핥고 있을 만한 건 소리밖에 없었으니까.. 근데 소리가 이렇게
애정표현이 적극적인 고양이였던가?
자면서도 별생각을 다 하는 자신이 웃겨 픽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까지 흘려보낸다.
'주인님..'
따뜻한 무언가가 자신을 덮고 감싸오는 느낌에 눈을 뜨고 싶었지만 도저히 이 취한듯한 몽롱함에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그저 가만히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손'같이 느껴지는 낯설지만은 않은 느낌이 허리까지 파고듦을 느껴 이상하다 싶어 눈을 뜨고 싶은데
도저히 떠지지 않는 눈을 원망하며 힘이 다 빠져버린 몸을 축 늘어뜨리고 그저 그 느낌을 무시하는 수밖에 없었다.
'주인님....'
아, 내가 귀접 이라도 당하는 것일까? 이 생생한 느낌은 도대체 어떻게 하냔 말이다.
얼핏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설마 소리가 사람으로 짠 변신 해서 내게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싶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이뤄질 수 없기에 역시 귀접인가 보다 생각하며 무시하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귀접 이라기엔 너무 낯설지 않고 그렇다고 소름이 돋을 만큼 무섭지도 않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옛날에 헤어졌던 애인이 꿈에라도 나타난 것일까?
"읏...그만..!!"
신기하게도 눈을 뜨자 날 감싸던 따뜻한 온기도 사라졌고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뭐지..? 정말 내가 요즘 몸이 허해져서 가위라도 눌린 건가 싶다.
"하아...뭐야 나 느낀 거야?"
순간 아무리 애를 써도 떠지지 않았던 눈이 떠진 건 아마도 이상하게 허리 끝부터 올라오는 찌릿한 느낌에
전율 같은 것 때문이랄까?
그래, 나 꿈속에서 쾌감을 느낀 것이다. 나 요즘 남자에 목말라 있었나 보다.
"소리..?"
그런데 무릎에 누워있던 소리가 사라졌다. 어딜 간 거지? 혼자 깨서 집안을 누비고 다닐 거라 예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 책을 주워 책갈피를 꽂아놓고 뻐근한 몸을 두드리며 침실로 향했다.
벌써 새벽 3시가 넘었다.
.
.
.
간만에 친구들에게 연락이 와서 술자리에 나가야 했다. 뭐 쉴 만큼 쉬기도 했고 오랜만에 술자리를 빼놓을 순
없었으니까 말이다. 흔쾌히 약속을 잡고 준비를 하려고 드레스룸으로 들어섰다.
분명히 소리는 드레스룸 어딘가에서 어둠을 찾아 헤매고 있겠지? 푸흐흐-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참고
조심스레 소리를 불러보았다.
"흐음... 이쯤에서 나와야 하는 게 정상인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소리의 행방에 잠시 당황이 돼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소리가 있을만한
곳은.. 아! 그래 베란다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리~~"
정말 이상하다.
설마 소리가 이 아파트를 탈출해 가출을 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왜냐면 이 집은 17층에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을 리가 없지 않은가?
"씨.. 어딜 간 거야!!"
괜스레 불안해져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 그래도 일단 친구들과 약속을 어길 순 없어서 드레스룸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 고양이 녀석 이따 집에 와서 안 보이면 정말 울어버릴 테다.
.
.
.
-
하하... 내용이 참 뒤죽박죽 좀 엉망이죠?
그래도 나름 머리를 쥐어짜서 쓴 내용이기도 하고
아직은 1화라서 제대로 생각해 놓진 않아서 지금 복잡하네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세요. ㅠㅠ♡
+ 아, 다시 보니 장르를 잘 못 생각했어여;
퓨전판타지로 옮길게여!!!
첫댓글 흐애.... 소현 야해!! 꿈도 어떻게 그런 꿈을!!!! ㅋㅋㅋ 다음편 기대!!!!!!
과연 꿈일까여~~?? ㅎㅎ 감사합니다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