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곳입니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만나는 접점이면서 유럽문화와 아프리카, 중동, 인도 문화 등이 교차하는 곳이지요.
지리학으로도 유라시아,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 4개 지각판이 만나는 ‘아나톨리안 단층대’가 국토를 가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터키는 이웃 이란과 함께 대규모 지진이 잦기로 유명합니다. 1999년 오늘(8월17일) 터키 북서부 코자엘리주(州)의 주도 이즈미트에서 리히터 규모 7.4의 지진이 일어나 1만7000명이 숨지고 4만4000명이 다쳤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겠지만 우리 정부는 방글라데시의 10만 달러보다도 적은 7만 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습니다. 이때 정신과 의사 이시형, 연극인 박정자, 방송인 박찬숙 등이 ‘터키의 아픔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동아일보 의학팀장이었던 저는 강북삼성병원의 이시형 박사에게 연락해서 ‘저희 신문사와 함께 돕기 캠페인을 펼치면 어떨까’하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 박사가 흔쾌히 응했습니다. 양측은 신문을 통해 13억728만 여 원을 모금해서 주한 터키대사관에 전달했지요. 대사관에 직접 접수된 돈을 합쳐 민간에서 모은 돈이 150만 달러여서 정부 후원금의 20배를 넘었습니다.
터키는 역사에 흉노, 훈, 돌궐, 위구르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나오는 민족입니다.
중국은 흉노족 덕분에 두 가지 문화를 낳습니다.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았고,
유학자들은 걸핏하면 마을을 침범해 처녀를 바치라는 흉노족의 요구를 거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음양오행설을 완성했지요.
또 중국에서는 위그르 족을 회흘(回紇)이라 불렀기에 이 민족이 믿은 이슬람교가 한자로 회교(回敎)가 되는 것 잘 아시지요?
터키 민족은 원나라 때 고려에 많이 들어왔는데 덕수 장씨의 시조도 이들 중 한 명입니다.
영화배우 장동건이 부리부리한 눈에 시원시원한 얼굴인 것은 위구르의 후손이기 때문이지요.
덕수 장씨를 아랍계라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터키인은 아랍계와는 다릅니다. 오히려 우리 민족과 오히려 가깝답니다.
터키는 한국전쟁 때 한국 지원군 5000명을 모집했는데 무려 1만5000명이 지원해 ‘형제의 나라’를 지켰습니다.
전쟁 뒤 복구에도 많은 활약을 했다고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전해에 케말 파샤가 일으킨 군사혁명의 영향이 컸다고 하니,
이래저래 터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터키인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한국인들이 터키의 파병사실도 모른다는 점에 실망했습니다.
게다가 국가재앙에 한국 정부가 ‘생색내기’에 그치려고 해서 한민족이 ‘배은망덕한 민족’이 될 뻔했죠.
이때 민간에서 후원의 열기가 일어났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에는 터키가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브라질에게 진 뒤 한국인들이 게임마다 터키를 응원해서 터키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죠. 3, 4위전이 끝난 뒤 두 팀 선수들이 손에 손을 잡고 운동장을 돌던 모습 기억나시죠?
한민족, 의리를 아는 민족이지요.
그것을 지키면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을 보니
의리는 사람의 본성인 듯합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도움을 줬던 분 중에 형편이 좋지 않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터키를 도울 때 많은 한국인들이 느꼈던 그 마음 다시 느낄 수 있으면 좋을텐데…. |
첫댓글 저도 월드컵때 이후론 잊혀져갔었네요..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