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장,
민영규는 결혼을 하고 바로 정선의 집으로 옮겨오기로 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집보다는 아직 아이들을 짝을 채워주지 못한 정선의 집이 더 편안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민영규가 살던 아파트는 그대로 문을 잠그고 비워두기로 한다.
지성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두 사람의 결혼을 모두 축하를 하는 축제의 분위기로 변한다.
승민은 전처의 결혼소식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것은 안도의 한숨인지 아니면 자신의 내부에서 무엇이 빠져나가는 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긴 한숨을 토해내는 승민이다.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지만 그것을 마음 놓고 나타낼 수도 없는 승민이었다.
“이제 우리 사장님도 여자로서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사시게 되었으니 정말 기뻐하고 축하를 해 드릴 일일세!”
“암!
여부가 있겠나?
그동안 민사장님이 우리 사장님께 들이신 공은 또 어디 적은 것인가?
참으로 그만한 분도 안 계시지.“
동료들은 두 사람을 위해 진심으로 축하한다.
“강씨!
당신은 아마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우리 사장님 같으신 분도 드물 것입니다.“
“네!
저야 잘은 모르겠지만 참으로 좋은 분이시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우리 사장님 결혼은 그 자식들이 더 나섰다는 말이 있던데.“
“왜 안 그렇겠나?
민사장님의 인품도 나무랄 곳이 없지만 가지고 계신 재산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귀찮게 딸린 자식이 있나 어디 한 곳도 나무랄 곳이 없는 분이시니 자식들도 당연히 민사장님을 좋아하지 않겠어?”
“그래도 자식들이 그렇게 나서기 쉽지 않은 일이지.
더구나 우리 사장님 아드님이 어디 보통분이신가?
이제 우리나라 법조계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실 분이신데 어머니의 재혼을 그렇게 적극 권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암!
그렇다마다.
옹졸한 자식들이면 자기들의 앞날에 흠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머니의 행복을 포기하라고 할 수 있는 일이지.“
”그러니까 그 어머니에 그 자식들이 아닌가?
보통의 우리네하고는 달라도 뭔가 다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승민은 동료들이 하는 말을 듣기만 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아직 아들인 지성이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아니, 그냥 다녀간다고 해도 알아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자식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이 정말 아버지로서 아무런 능력과 권한이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어?
저 차?
우리 사장님 아드님 차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동료들은 까만 승용차를 보면서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승민은 지성이의 차라는 말에 그만 몸이 얼어붙고 만다.
이제 비로소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들면서 움직일 수가 없다.
밖을 바라보면서 승민은 입안에 침이 마른다.
운전석의 문을 동료가 공손하게 열어 준다.
지성은 차에서 나오면서 수고한 사람에 대한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힐끗 승민이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린다.
아마 그것은 승민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승민은 지성의 얼굴을 마주 본다.
“아!”
승민은 가슴이 심하게 요동을 치는 것을 느끼지만 더욱 꼼짝을 할 수가 없고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안에서 정선이 나와 지성을 데리고 들어간다.
지성은 어머니가 안 계시는 동안 잠시라도 와서 들려볼 생각으로 모든 직원들에게 자신을 부탁하러 온 것이다.
지성이 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직원들이 환영을 한다.
“안녕하세요?
어머니가 안 계시는 동안 제가 이곳을 얼마나 올지는 저도 모릅니다.
허나 최대한 시간을 만들어서 들려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이 모든 것들을 알아서 다 해주시겠지만 불편한 사항들이나 필요한 것을 말씀해 주시면 어머니 대신 제가 해 드리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지성은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부탁한다.
그런 지성의 모습에 모든 직원들은 감격하며 환영한다.
지성은 그런 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모두들 지성과 악수를 나누면서 참으로 영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판사님과 악수를 나눈다는 것이 생각만으로도 흐뭇하고 만족스럽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렇게 안에 있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 정선과 함께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밖에 있는 주차요원들과도 인사를 나누기 위해 그들이 있는 대기실로 간다.
“아이구!
판사님께서 직접 이곳까지 오시다니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은 저희들이 드려야 하는 것이지요.
저희들을 잘 봐 주십시오.“
지성은 그들과 악수를 나눈다.
승민은 어쩔 줄 몰라 잠시 망설인다.
그러나 지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승민과도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눈다.
정선은 그런 지성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생부인줄을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행동을 하는 지성이가 믿음직스럽고 대견했다.
민영규는 마침 그들이 있는 곳으로 온다.
“우리 판사님께서 어려운 걸음을 하셨네!”
“아버지!
자식이 되어 이 정도의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두 분을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지성은 의식적으로 승민을 의식하면서 민영규에게 아버지라는 호칭을 쓴다.
물론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날짜가 잡히고 나서 지성은 그를 아버지라고 자연스럽게 부르며 더욱 가깝게 지내려고 시간을 만들곤 했다.
“아버지!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제가 모시겠습니다.
제 차로 가시지요.“
“그럴까?
우리 아들의 효도를 받아 볼까?”
“네!
이런 맛에 자식을 낳고 키운 것이 아닌가 싶네요.“
정선 역시 흐뭇해하면서 민영규와 나란히 차에 오른다.
민영규 역시 자연스럽게 그런 지성이의 효도에 흡족해 한다.
지성은 두 사람을 태우고 그곳을 떠난다.
승민은 가슴에 예리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온다.
“아!”
승민은 심한 통증으로 인해 잠시 몸을 휘청거린다.
자신이 친권을 포기한 자식들에 대한 미련과 아픔이 밀려온다.
무엇을 위해 자식을 포기한다고 했는지 알 수 없다.
“강씨!
어디 아파요?“
“아, 아니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땀을 흘리고 있으니 아무래도 어디가 아픈 모양이 아니요?”
“잠시, 그저 잠시 현기증이 났을 뿐입니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승민은 얼른 그 자리를 피한다.
“내가 무엇에 미쳤더란 말인가?
지금의 이 삶을 살아가려고 내 자식들을 포기했더란 말이던가?
아, 지성아!
그리고 내 딸 지우야!“
승민은 차마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부르지 못하고 아들과 딸의 이름을 부르며 밀려오는 통증에 시달린다.
승민은 퇴근을 하고 술집에 들려 술을 마신다.
온전한 정신으로는 견딜 수가 없는 통증으로 인해 술을 찾는다.
그들의 모습은 진정으로 행복해 보인다.
정선의 아름다운 모습과 지성이의 만족스러운 모습, 그리고 민영규라는 남자의 당당한 태도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그래, 행복해라!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이제부터라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거라.“
승민은 그렇게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민영규와 정선의 결혼식은 성당에서 거행이 된다.
성당을 다니고 있는 민영규의 제안을 정선은 흔쾌히 받아드리고 수락한다.
예식장과는 달리 엄숙하고 장엄하게 거행되는 결혼식이다.
많은 축하객들이 그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뻐해준다.
그러나 승민은 그 결혼식에 참석을 하지 못한다.
차마 자신의 눈으로 정선이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을 볼 수 없었고 지성이 또한 다른 남자의 아들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
성당은 정선의 식당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아 피로연은 정선의 식당에서 이루어진다.
승민은 결근을 한다.
지성은 승민이 결근을 하고 결혼식에도 피로연석에도 참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태연한 표정을 짓는다.
정선의 모습은 나이에 비해서 너무 젊어 보이면서도 참으로 아름답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정선을 위해서 만들어진 듯 정선의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
고 기품이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의 새로운 인생을 위해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남은여생을 아무런 걱정도 없이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공항으로 떠나는 두 사람을 지성이 직접 모셔다 드린다.
“우리가 없는 동안 고생이 많겠구나!
그러나 식당은 그리 신경을 쓰지 말고 끼니를 꼭 챙겨먹으면서 건강을 생각해야만 한다.“
“네!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좋은 여행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민영규와 정선은 그렇게 지성이의 배웅을 받으며 출국을 한다.
지성은 공항에서 바로 식당으로 돌아온다.
이제 거의 축하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직원들이 뒷정리를 하고 있다.
“판사님!
오늘 같은 날 강씨가 결근을 했습니다.“
지배인이 민망스럽다는 듯 말을 한다.
“평소 무척이나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인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결근을 해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아, 강씨 일이라면 제가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마 급하게 무슨 통증이 일어난 모양이더라고요.
제가 쉬시라고 말씀을 드렸지요.“
“그래요?
안 그래도 며칠 전에도 무슨 심한 통증이 오는지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땀을 흘리더라는 보고를 받기는 했지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당분간 아무런 말씀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건강이 첫째 아니겠습니까?“
“네!”
“지배인님!
오늘 너무 고생들이 많으셨습니다.
내일은 푹 쉬시도록 해 주시고 이것을 나누어 주시길 바랍니다.“
지성은 미리 준비를 해 두었던 봉투들을 내 준다.
그동안 수고를 해 준 모든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특별 보너스였다.
물론 지성은 승민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
그러나 승민이 참석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이곳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어머니의 결혼식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자신을 바라보던 승민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당혹스러우면서도 그리움과 참회에 대한 오묘한 표정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차마 앞으로 나설 수 없는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대한 아픈 모습이었다.
그러나 절대로 용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버림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성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지성은 아무도 모르게 지환이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그대로 지환이를 방치해 두었다가는 영원히 폐인으로 일생을 살아가야 할 정도로 지환이는 심한 정신적 질환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심한 우울 증세와 더불어 지환이는 모든 것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그 어느 것에도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자폐적인 증상이다.
지성은 자신과 핏줄을 나눈 지환이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후배를 통해서 지환이를 돌봐주도록 조치를 해 놓고 우선은 정신적인 안정을 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의 약물치료 또한 함께 병행을 해 나가고 있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잘보고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