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단조로운 클래식 벨 소리가 울리고 소현은 언제나처럼 한쪽 손엔 커피를 한쪽 손엔 토스트를 잡고 있어서
전화받기가 조금은 곤란한 상황이다.
오늘부턴 어제까지만 해도 느긋했던 생활을 버리고 다시 일을 해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발버둥을 쳐봐도 현실은 현실. 부잣집 자녀도 아니기에 스스로 벌어먹고 살아야 했다.
토스트를 입에 물고 핸드폰을 꺼내 받았다. 물론 발음이 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상대방은 소현이 전화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말도 없이 1분가량을 침묵하다 소현이 누구냐 되풀이하니
그제야 입을 여는 듯했다.
'소현아..'
"..........민우니?"
알 수 있었다. 목소리만으로도 민우 목소리는 특유의 부드러움이 지나쳐 가끔은 내가 느끼하다고도 했던 목소리니까
몰라 듣는다면 그게 이상할 일이다. 민우가 내 번호를 언제 알아낸 걸까?
'어제 잘 잤나 싶어서'
"물론이지! 어젠 정말 고마웠어! 덕분에 편히 잘 잤어.. 그런데 민우야 나 궁금한 게 있는데.."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는 아니기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설마 민우가 내 옷도 갈아입히고 샤워까지 시켜줬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데.. 한번 사귀었던 사이라
물론 서로 볼 장 다 봤지만 그렇다 해서 헤어진 지금의 사이에서도 그런 일이 생겼다면
민우와 거리를 두는 것이 맞는듯싶었다.
'뭔데?'
"어제 말이야 나 현관문 앞에서 바로 쓰러진 것 같았는데 집엔 어떻게 들어 간 거니?"
'아..그거에 대해서 나도 얘기를 해보려고..'
"아니!! 아니다, 일단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내가 잠결에 문을 열었을 수도 있는 거고.. 일단 내가 정말 궁금한 건
어제 혹시 민우 네가 내 옷 갈아입혀 줬니? 그리고 이건 정말 혹시나 해서 말인데.. 씻겨주기도 한 거야?"
잠시 말없이 그저 듣기만 하던 민우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집에 함께 사는 남자가 있는데 내가 그런 일까지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남자....?
"무슨 말이야? 남자라니?! 게다가 함께 사는? 나 혼자 사는 거 너도 알잖아!"
'그럼 어제 그 남자는 누군데? 넌 어제 집앞에 다 와서 쓰러져 버리고 혹시나 해서 벨을 눌렀는데
어떤 남자가 나오더라고 설마 했는데 그래, 네 가족일 수도 있는 거니까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날 굉장히 경계 하더라고? 아무튼, 집착이 좀 심한 남자친구 같더라. 의외였어 나하고 사귈 적엔
절대 동거는 하고싶지 않다고 했으면서 함께 살 정도로 사랑하는 사인가 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소현은 잠시 대답도 못하다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제 내 집에서 낯선 남자가 나와서 날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는 거니?"
'그래'
"문까지 열어주고? 이미 안에서부터 있었단 말이지?"
'그런 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텐데'
"아, 아무튼 어젠 정말 고마웠어! 나 출근해야 하거든? 끊을게!"
서둘러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각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토스트를
꾸역꾸역 삼키며 달렸다. 지하철 역까지 왔지만 역시 택시를 타는 게 더 빨랐을지도 몰랐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정말 숨 막힐 정도다. 이래서 차를 하나 뽑아야 하는 건데..
그래, 민우가 장난 치는 걸 거야 아무리 귀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내 집에서 그것도 나와 소리만 사는 집에
낯선 남자가 내 애인 행세를 하면서 있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후우..."
골치 아픈 생각은 관두고 남은 커피나 빨리 마시자 생각하고
오늘은 부디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
.
.
"소현씨!"
"아, 응?"
"이거 회사 20주년 행사 참고서야! 놓고 갔더라?"
"어머, 정말 고마워! 이걸 놓고 갈 뻔했구나~"
"어이구! 소현씨 오늘 이상하다? 종일 멍 때리고? 이번 행사 정말 중요하다는 거 알지? 누구보다 소현씨가
열심히 해줘야 하는 거라고! 알지?"
"알지.. 고마워 나 다녀올게"
"그래! 몸조심하고!"
회사 동료를 등지고 서둘러 창고로 향했다. 회사 창고에는 이번 20주년 행사를 위해 준비해야 할 소품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참고하고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조금 으스스하다는 것만 빼면 참 좋은데 말이다.
게다가 소품이라고 한다면 귀신 탈이라던가 그런 것도 조금씩 보이기 때문에 참, 난감하다.
어쩌자고 마케팅부에 들어와서 고생을 사서 하는지 참 나 자신이 딱하다.
그래도 이런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정직원도 아닌 알바로 날 채용 해준 것도 참 고마울 따름이다.
다른 이들은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정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잔소리를 늘어놓을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정직원이 된다면 분명히 자유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물론 그럴만한 자격이 있긴 하겠지만 내 꿈은 일단 배우고 그 꿈에 더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어느 정도 일하다가 그만두고 싶을 때 쿨하게 그만두면 그게 더 좋은 거 아닌가? 회사에서 일하는 건 너무 따분하고 싫다.
사실 이 회사에 비리를 한가지 알고 있는데 그건 여직원들을 뽑을 땐 50%는 외모를 보고 뽑는다는 것에 있었다.
그래서 난 대학생들이나 한다는 회사 알바를 학교를 다니고 있지 않아도 쉽게 하는 거고 말이다.
내 외모가 워낙 훌륭하니까~ 아 정신 나갔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
.
"커피 마실래?"
알바라는 이유로 커피담당은 무조건 소현의 차지였다.
개인 책상도 없었을 뿐더러 물론 정식으론 아니지만 작게 하나 마련해 주긴 했다.
소현과 한 팀원 사람들은 거의 나이대가 소현과 비슷비슷했고 젊고 파릇파릇했다.
소현은 그런 이유로 이 회사가 마음에 들기도 했던 것 같았다.
"소현씨, 오늘 진짜 이상한 거 알아?"
"...하핫; 그래?"
"응~! 소현씨 오늘 진짜 이상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일은 무슨~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요"
"어떻게 신경을 안 쓰니? 얼굴이 완전 반쪽이네 반쪽이야!"
대답하기도 좀 그래서 그냥 한번 웃어주고 말았다. 이렇게 신경 써 주는 일은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너무 정들어 버리면 정직원도 아닌데 나중에 회사를 그만둘 때 많이 씁쓸할 것 같아서이다.
자리에 앉아 아까 전에 창고에서 체크한 여러 가지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문득 핸드폰이 계속 꺼져 있었단 사실을
알았다. 핸드폰을 꺼 놓으면 어떻게 하냐며 자신을 질책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키자마자 여러 곳에서 걸려온 부재중만 해도 7건이 넘었다. 영화사에서 연락 온 일인지도 모르는 건데
실수한 거다 지소현!
"여보세요? 실례지만 누구 신가요?"
'지소현씨?'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전화를 계속 해도 받질 않더군요 핸드폰이 꺼져 있던데'
"아 죄송하게 됬습니다. 실수로 전원을 꺼버렸었나 봐요.. 저 누구 신지.."
'PT에서 비서를 맡는 강시련 이라고 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전 웃분들 말씀을 전하는 일을 담당했으니 전해드리기만 할게요. 일단 전에 김 감독님과 오디션을 보신 적이 있으시죠?'
"네!"
'김 감독님께서 소현씨를 좋게 봐주셨어요. 다시한번 뵙기를 바라시는데 이번 주 금요일에 시간 나시나요?'
"물론이죠! 지금 당장도..!! 아... 네 금요일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감독님 연락처는 알고 계시죠? 그럼 금요일에 PT로 오세요'
"네! 수고하세요!"
그래 바로 이 느낌이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이 느껴진다. 성취감이다. 이것은 내가 무언가를 정말 원하는 그 무언가를
이뤄냈을 때야 느껴지는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그래 가까워지고 있는 거야.
회사에서 보너스를 받았을 때보다 더 기쁜 일이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부모님께도 연락을 드렸다. 하나뿐인 동생인 도현이에게도 연락을 했다.
그러다 소리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 싶어서 집에도 전화를 걸었다.
물론 소리가 전화를 받을 리는 만무하지만
'누구야'
헉!!!!!!!!!!!!!!!!!!!!!!
황급히 플립을 닫아버렸다. 도둑인가?! 설마 가..강도?!! 그럼 우리 소리는?!!!!!!
온갖 걱정들이 머릿속에 밀려와 죽을 맛이다.
잠깐, 그런데 강도라면 전화를 받을 리가 없잖아? 뭐지...?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들......
아까 분명히 민우와 통화 했을때....
'집에 함께 사는 남자가 있는데 내가 그런 일까지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럼 어제 그 남자는 누군데? 넌 어제 집앞에 다 와서 쓰러져 버리고 혹시나 해서 벨을 눌렀는데
어떤 남자가 나오더라고 설마 했는데 그래, 네 가족일 수도 있는 거니까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날 굉장히 경계 하더라고? 아무튼, 집착이 좀 심한 남자친구 같더라. 의외였어 나하고 사귈 적엔
절대 동거는 하고싶지 않다고 했으면서 함께 살 정도로 사랑하는 사인가 봐?'
.
.
"어제 내 집에서 낯선 남자가 나와서 날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갔다는 거니?"
.
.
.
-
안녕하세여! 이번 편은 정말 마음에 안 드네요..
아, 제대로 써야 하는데 ㅠㅠ 쉽게 안 써지네요 오늘은....
아무튼 재밌게 읽어주세요~~~
첫댓글 오옷! 소현이가 드디어 그 남정네의 정체를 알게되는건깜? ??ㅋㅋㅋㅋ
+_+늦었어요-ㅠ,,<..ㄱ- 다음편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