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주사 맞는 사람 늘어난다는데..
"간기능ㆍ갱년기 개선에 효과"…검증안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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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의 한 병원에서 갱년기증상 환자에게 태반주사를 시술하는 모습 | | |
업무상 술자리가 많은 대기업 중역 정 모씨는 매달 한 번꼴로 간기능 개선용 태반주사제를 맞고 있다. 4년 전 피로감을 못이겨 병원을 찾았더니 '간이 많이 나빠졌다'며 의사가 태반주사제를 권했다. 정씨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데도 모든 간수치가 정상으로 나오고 피부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천 모씨는 1년 전 박피시술 후 피부 재생을 돕기 위해 태반주사제를 한 번 써본 후부터 2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고 있다. 천씨는 "피부에 탄력이 생겨 젊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2000년 초 국내에 도입될 당시 '회춘약' 또는 '만병통치약'으로 소문이 난 태반주사제는 부풀려진 소문만큼이나 효능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한쪽에선 눈에 보이는 증상 개선 효과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반면 한쪽에선 여전히 "의학적 검증이 불충분하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2005년 250억원대였던 태반주사제 시장 규모는 2006년 370억원, 2007년 450억원까지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530억원대가 예상된다. 시장에선 "과장된 효능이나 무조건적 폄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최고급 영양제로 안착한 단계"라고 보고 있다.
◆ 최근 3년 새 2배 규모 성장
= 현재 태반주사제 처방이 주로 이뤄지는 곳은 일반 내과나 통증클리닉, 피부과, 성형외과 등 개인병원들이다.
태반임상연구학회장을 지낸 함선애 라프레시아의원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만성간염이나 지방간으로 인한 만성피로 환자와 갱년기 증상 환자가 주로 맞고 있으며 드물게는 피부미용을 위해 맞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노화와 질병으로 기력이 쇠진한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사례도 간혹 있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박피시술 후 피부 재생을 위해 주로 처방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순수 미용을 목적으로 처방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태반에는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와 함께 각종 성장인자가 함유돼 있다. 이런 성분은 노화로 인해 손상된 세포를 재생시키는 데 탁월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유류 동물 가운데 출산 직후 어미가 태반을 먹어치우는 장면이 종종 목격되기도 한다. 이는 천적을 피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기도 하지만 탈진한 어미가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태반을 먹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태반주사제 종주국인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태반주사제 효능은 간기능 개선과 갱년기 장애 개선 두 가지다. 그러나 갱년기 장애 범위가 넓은 만큼 태반주사제 효능 또한 여러 증상에 미친다. 태반주사제 효과로는 항노화 작용, 피부 미백 효과, 피부 보습과 잔주름 개선, 갱년기 장애치료, 통증 완화, 피로 해소, 간기능 개선, 성기능 개선, 탈모 방지 등이 거론된다.
◆ 국내 40여 개 제품 나와
= 국내에는 현재 태반주사제가 36개 나와 있다. 태반주사제는 증상에 따라 간기능 개선용과 갱년기 장애 개선용으로 구분된다. 일본 제품 이름을 따 간기능 개선 쪽은 '라이넥' 계열, 갱년기 장애 개선은 '멜스몬' 계열로 불린다. 염산가수분해를 통해 만들어지는 멜스몬은 아미노산과 헥산만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라이넥은 염산가수분해 이전에 효소가수분해 한 단계를 더 거쳐 각종 성장인자를 함유하고 있다. 시판 제품은 멜스몬 계열이 27개, 라이넥 계열이 9개다.
라이넥은 1993년 녹십자가 일본에서 들여오면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지금은 일본 태반주사제 생산업체인 재팬바이오팜과 제휴해 국내에서 라이넥을 생산하고 있다.
간질환 치료 보조제로만 사용되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태반주사제는 2001년께 '회춘약'으로 소문을 타면서 수요가 늘어났다. 이후 2003년 멜스몬이 일본에서 수입되는 등 관련 제품이 우후죽순 출시됐다.
라이넥 계열과 멜스몬 계열로 구분되긴 하지만 효과가 엄격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함선애 원장은 "멜스몬을 써도 간기능 개선이 관찰되고 라이넥을 처방한 환자들은 피부가 좋아지는 등 효과가 겹친다"고 말했다.
주사제 외에도 일양약품 '프로엑스피', 광동제약 '파워라센' 등 드링크류가 6종 출시돼 있다. 한국마이팜제약이 생산하는 알약 형태 영양제 '이라쎈'은 사람 태반이 아니라 돼지 태반을 사용한 것이다.
◆ 한 번 주사 맞는 데 5만원 안팎
= 보통 태반주사제 처방을 결정하면 일주일에 두 번씩 총 10회 정도 맞는다. 함 원장은 "만성피로 환자가 10회 투여해 몸 상태가 회복되면 계속 맞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가격은 병원과 제품 종류에 따라 편차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회 투여에 10만원 이상 받는 병원도 있었으나 최근엔 3만~5만원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다만 태반주사제 외에 비타민, 감초주사 등을 섞어 복합처방하는 병원에서는 15만원 정도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태반주사제 효능은 아직 학문적으로 정립된 단계가 아니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태반주사제는 경험적 효과만 있을 뿐 의학적 근거로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불활성화를 거친다고는 해도 간염 에이즈 등 평소 검출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해서도 검증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함선애 원장은 "만성피로나 갱년기 장애 쪽에선 상당수 논문이 나왔고 피부 미백, 보습, 통증 억제와 관련해서도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몰라도 근거가 없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임이석 원장은 "태반주사제 효과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치료제로 이해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젊어질 수 있다거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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