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곡성을 휘감고 하동을 지나 유유히 흐르는 보성강과 섬진강 주변은 유명한 강 주변답게 민물고기 요리가 다양한 게 이 고장을 찾는 매력이기도 하다.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는 미려한 자연경관에 요산요수에서 나오는 각종 먹거리로 풍부한 음식문화를 가진 남도에 온다면 꼭 한번 먹어봐야 할 진국중의 진국이 바로 민물고기 매운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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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멸종의 위기를 맞은 참게가 양식에 성공,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른쪽) catfish로 불리는 매기는 생명력이 강하다. ⓒ데일리안 | 그 중에서 구례, 곡성, 하동, 화계 등에서 유명한 것은 당연 참게탕이다.
참게탕은 참게탕 대로 전국의 미식가들은 물론이고 음식 맛 소문을 듣고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만큼 맛깔스런 탕 요리이다. 특히 화개 참게탕은 은어와 함께 섬진강의 별미 중의 별미로 손꼽혀 왔다.
참게(민물게)는 강이 오염되면서 멸종의 길을 걸어왔지만 유독 맑은 물을 자랑하는 섬진강에서는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화개의 어부들이 이른 아침이면 줄 배를 타고 나가 밤새 쳐놓은 통발에 걸린 참게를 끌어내는 모습은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자연보호의 목소리가 드높아졌고 멸종에 이른 참게를 보호하기 위해 최근에는 참게 양식으로 참게를 공급받고 있지만 가끔 자연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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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게와 매기로 끓여낸 탕. 일명 잡탕이라고 불린다. ⓒ데일리안 | 화개 참게탕에 대적할 만한 민물고기 매운탕으로는 쏘가리 매운탕과 빠가사리 매운탕이 있지만 매운탕의 진가는 역시 메기다.
메기는 찜의 재료로 인기가 많으며 특히 당뇨병이나 빈혈 등에 좋다고 한다.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고 비타민도 많이 들어있어서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유명하며, 국, 튀김, 구이, 훈제 등 요리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오염에 민감하지 않고 물이 깨끗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적응력 덕분에 우리나라 전 지역의 강에 두루 분포하는 것도 메기이다.
이 참게와 메기는 각각의 탕요리로 훌륭하지만 둘이 함께 만난 매운탕은 금상첨화,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는데 주말에 찾아간 곡성군 압록유원지 내 ‘새 수궁가든(061-363-4633)’이 이처럼 참게와 메기가 하나의 탕으로 식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참게와 메기가 들어간 일명 잡탕이라 불리는 매운탕은 투박한 질그릇에 진득하게 끓여낸 참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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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안 | 된장과 고추장을 듬뿍 풀고 푹 끓여낸 잡탕(참게 메기탕)은 민물 특유의 향취와 함께 시래기와 고사리 등 말린 나물과 감자를 숭숭 썰어 넣고 정성껏 끓여내 맛이 구수하고 제법 칼칼한 게 입맛을 확 살려준다.
뜨겁고 걸쭉한 국물에 야들야들한 메기살코기가 입안에서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껍질까지 꼭꼭 씹어 먹는 참게는 달콤하고 구수한 게 그윽한 맛을 자아낸다.
투박한 손맛으로 정성껏 잡탕을 끓여주는 ‘새 수궁가든’은 민물고기 전문점으로 주인장 김혜숙씨는 남도요리명장 콘테스트 수상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음식대회 타이틀을 거머쥔 상당한 내공의 실력자이다.
참게와 메기가 어우러진 잡탕으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면 어느새 이마며 콧잔등에서 송글하니 땀이 베어 나온다. 마치 몸 안으로 남도의 에너지가 가득 들어온 느낌이다.
잡탕과 더불어 민물고기 튀김 요리도 맛이 일품인데 수박향이 나는 은어튀김은 먹고 싶어도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서운해 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민물고기 튀김 요리로 서운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바로 빙어튀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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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싱한 빙어회도 맛있지만 갓 튀겨 고소하고 단백한 빙어튀김도 맛있다. ⓒ데일리안 | 메기와는 달리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빙어는 몸은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한 게 피라미와 비슷하나 훨씬 더 날씬하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빙어는 3~4월경이 산란기다.
빙어회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단백하고 고소한 튀김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파가 들어간 양념장에 찍어먹는 빙어튀김은 한입에 쏙 들어가 바삭한 식감의 즐거움도 제공한다.
갓 튀겨낸 빙어 튀김에 알큰한 소주한잔 곁들이고 만개했던 벚꽃 잎이 바람에 눈처럼 휘날리는 구례 곡성의 강변에서 정다운 지인들과 먹는 잡탕의 맛은 봄날의 추억처럼 기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충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