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그러하다. "사람은 운명대로 사는가?"
그런데 사실은 그 질문 자체가 불완전하다. 좀 더 완전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운명대로 '만' 사는가?"
결론적으로 답을 하자면 "예스 코렉트!"이다. 사람은 운명대로만 산다. 그런데
운명대로 살고 안 살고를 떠나서 운명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내
의지대로 노력으로 산다- 운운하는 부류들인데 난 그들을 이해하며 솔직히 대견해
한다. 아니 아름답고 매력도 느낀다. 저 순박함,단순함에 대한 인간적 끌림인 것이다.
한데.
사실은 이러하다. 운명은 존재한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시간은 미래로 흐르는가'
라는 자신의 책에 이렇게 주장했다. 요점만 적시하자면,
-다음 달 영국 연예 잡지 표지 모델로 누가 나오는 것은 이미 태초부터 정해져 있는
일인가? 그렇다. 운명은 존재한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의미가 달라질 건
없다. 왜냐면 운명이 존재하지만 미래는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코 알아 낼 수
없는 미래이므로 차라리 운명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달라질 게 없다.-
지구는 일 년 365일 태양을 공전하며 24시간 동안 자전한다. 지구에게도 지구의 운명이란
것이 있다. 지구가 만일 일평생 태양이나 돌고 있는 제 팔자가 엿같다고 어느날 목성 근처로
가 버리는 날, 지구 식구들은 어찌 되겠는가? 태양이 허구헌날 행융합이나 하고 자빠져 있는
제 처지가 꼴같잖다고 어느날 불끄고 절전을 확 해 버리는 날엔?
태양이나 지구 같은 어마어마한 생명체도 제 운명을 가지고 거기에 순응하며 사는데
지구에 착 달라붙어 기생하고 사는 쫍쌀만한 인간들이 제 운명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의지가 어쩌고 노력이 어쩌고 저째?
내 군대시절, 최 모 대위라고 있었다. 28살의 젊은 장교였는데 그는 역술의 대가였다.
평소 그 지역의 돗자리들, 팔순 노인 점쟁이도 새파란 28살의 젊은 장교를 찾아 와 굽신
굽신 배워 가곤 했었다. 어느날 그 장교의 중대 병사가 탈영을 했다. 그러면 당연히
상관인 대위는 헌병대에 탈영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한데 그 대위는 헌병대 보고 대신, 그
사병의 프로필을 보고 사주를 보는 것이다. 이 놈이 몇월 몇일 어디에 나타난다...그렇
게 점괘를 보고는 그 것을 탈영병의 부모에게 알린다. 어디 어디 나타날 것이니 잡아 오라...
그 점괘가 틀렸냐고?
틀렸으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는다. 난 평소 그 대위(이름을 알지만 밝히지 않음)에게
물었다. 사람은 운명 대로만 삽니까? 그러면 대위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 할 뿐이었다.
그는 약관의 대위였지만 장군들이 사적으로 불러 점을 보곤 했었다. 그가 우리 동기들
제대할 때, 점을 봐 준 적이 있다. 내가 너희들에게 해 줄 건 없고 점이나 한 번 씩 봐 주마...
그리하여 제대병들 한 명 씩 봐 주는데 모두가 경악을 하며 뒤로 자빠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신통했고 정확했다.
그렇다면.
운명대로만 사니 제 멋대로 살아도 되는 것인가?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만 피할 수는 있다. 어떻게? 운명을 앎으로써. 제 자신을 앎으로써. 내가 누구인지를
앎으로써. 빌 게이츠도 사주상으로는 굉장히 단명할 운이었지만 상위 운을 받아 저렇게
커 버린 것이다. 법률도 하위 조항 상위 조항이 있듯이 개인에게도 운명의 단계가 존재한다.
마치 시내버스를 타고 내려서 지하철로 갈아 타는 것 처럼, 뻔히 정해진 노선의 운명도 바꾸
어 탈 수 가 있는 것이다.그런 것은 開運法 이라고도 하고 의미는 다르지만 貴人法이라고도
한다. 앞서 태양이나 지구도 제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태양은 저러고
있고 지구 또한 이러고 있을까? 지구나 태양도 제 궤도를 점점 변화시켜 가고 있고 성질도
변하고 있으며 대우주 삼라만상은 변화하고 변한다.
운명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어떤 이는, 오라(AURA:생명체를 이루는 기의 파노라마)를 바꿈
으로써 가능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적선 등 선행을 통해, 어떤 이는 지혜로써 업을 지우며 업의
소멸과 함께 운명도 변한다고 하는데 모두 일리 있는 생각들이라고 본다. 다만, 그런 방법을 통
해 운명 자체가 변해 버릴까? 하는 점은 의문이 든다. 이미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가 없고 다만
避凶取吉이 가능할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타고난 기질이 그렇게 생겨 먹어선지 어릴 때부터 역을 공부하고 운명에 대해 탐구해 왔고
어떻게 하면 지랄 같은 운명은 피하고 섹시한 운명을 타고 갈 수 있을까... 죽어라 탐구해 오면서,
가끔은 사람들 점을 봐 준다. 돗자리 깔고 봐 주는 게 아니라 어디선가 누군가 죽는다 소리를 하면
그와 약속을 하고 만나서 안 죽는 법을 가르쳐 준다. 당신은 전생에 피자랑 찹스테이크를 너무 쳐 드셔서
지금 심장에 금이 간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심장 뛰게 하는 그 직장 당장 관 두고 당구장이나
차리시요...뭐라구요? 피자를 전생에 어떻게 먹었냐구요?...당신이 전생에 조선사람이라 착각하나
본데 당신은 피렌체 사람이었소...
한번은 내 친구들이랑 전남 완도에서 배를 타고 작은 섬에 간 적이 있었다. 섬에서 민박을 하는데 주인
할머니가 무지하게 친절한 것이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우리랑 전생에 무슨 연분이 있었는지
챙겨주는 음식이며 잠자리가 친절한 할머니 아니라 금자씨 같았다. 문제는 다음날!
생전 처음 보는 우리 더러 집을 봐 달라고 하면서 배를 타고 바다 건너 다시 버스를 타고 광주에 다녀 오겠
다는 것이다. 광주에 사는 딸을 보러 가시겠다며... 그런데 할머니가 자기 집을,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덜컥 맞기는 저 순박함이며 부처님 센터 거시기 같은 인덕의 경지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하여,
먼 길을 떠나신다는 할머니께 뭘 해드릴가 하다가 점을 봐 드리게 되었다.
한데 점 괘에 다음과 같이 나오는 것이다.
"折足하여 복공속이면 其形이 渥이라 凶하다"
풀이하자면 목을 베는 형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할머니께 이뢰기를 제발 오늘은 먼 길
떠나지 마소서... 간청하고 매달리고 붙잡았으나 기어이 떠나시는 친절한 할머니,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가시다 버스 급정차 시 앞사람 뒷통수에 얼굴을 부딛쳐 앞니 네 개가 사이좋게
흔들거렸고 몇몇은 빠져 나갔다... 하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운명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곰곰 생각해 보니 바로 '생각'이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내가 어느날 63빌딩에서 떨어진 담배꽁초에 머리를 맞았는데 이후로 하도 기분이 나빠 담배를 끊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시, 애초에 63빌딩 아래 서게 된 것은 내 생각이었던 것
이다. 결국 금연을 하게 된 것은 금연을 하자- 라는 생각이 아니라 63빌딩 아래에 서자-라는 생각이
작용했던 것이다. 운명은 그렇게 작용한다. 그러니 운명을 피하고 취하고 하는 방법은
바로 생각의 컨트롤일 것이다. 친절한 할머니에게 어떻게 하면 오늘만은 딸을 보고 싶지 않게 하는가,
하는 것이 피흉취길의 첩경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