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누군가가 메일로 질문한 것에 대한 나의 답변입니다.
재미있는 일이라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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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중학교 3학년 여자 아이 인데요. 제 꿈이 치과 의사입니다. 바쁘시겠지만 조금만 시간을 내 주셔서 질문에 대답해 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대답해 주세요.
= 난 부천 중동에 개원한 교정치료 전문클리닉 원장입니다.
물론 대답해 드리지요...
아주 솔직하게...
>
> 1. 이 일에 종사한 지 몇 년이 되었습니까?
>
= 10년 정도...
> 2. 언제 이 일에 종사하기로 결심하였습니까?
>
= 대학4학년 졸업반 때...
그냥 이렇게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죠.
> 3. 현재 이 일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계십니까?
>
= 60% 정도...
> 4. 일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
= 교정치료...
난 교정전문의사라 교정치료만 합니다.
> 5. 어떤 경우에 가장 보람을 느끼십니까?
>
= 치료가 잘 되었을 때...
사실 요즘은 그렇게 보람을 느낄 만한 직업도 아니랍니다.
일반 국민들이 의사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지요.
> 6. 이 일은 다름 직업보다 어떤 점이 좋습니까?
>
= 돈벌이가 좀 되고, 나 혼자 하는 자영업이니까 자유롭기는 하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시간이 나지도 않습니다.
아침에 출근 저녁늦게 퇴근...
집에 오면 밥먹고 잠...
물론 그건 개원할 때의 얘기고...
취직한 의사는 일반 직장인과 같아요.
> 7. 이 일에 종사하기 위하여 무슨 공부를 몇 년 정도 하였습니까?
>
= 치대 6년, 대학원 2년, 전문의과정 3년...
그 외 하고 싶으면 유학...
각종 연수...
> 8. 무슨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따야 합니까?
>
= 치과의사면허... 당연한 거 아닌가...?
> 9. 이 직업에는 어떤 적성과 성격이 요구됩니까?
>
= 그런 거 별로 없음.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좀 꼼꼼하고 튀지않는 무난한 성격이면 좋습니다.
> 10. 이 직업의 발전 전망은 어떻습니까?
>
= 지금은 돈벌이가 제법 되니까 다들 하려고 하지만...
현재 이미 과잉상태이고...
앞으로도 10년 안에 지금의 두배 이상은 늘 것이기 땜에 별로일 겁니다.
앞으로 치과는 사양산업이라고들 하지요.
중 3이라면 15세인데...
치과의사를 할 수 있는 나이에 개원한다면 아마 지금의 세배 정도의 인원이 경쟁을 하는 상태일 겁니다.
수지타산이 맞을 지는 모르겠네요.
정말 이 일이 하고 싶은 거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잘 생각해보세요.
> 위의 질문은 숙제인데 개인적으로 또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 말씀드렸듯이 제 꿈이 치과의사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원하던 직업이에요.
= 솔직히 말해 초등학교 때부터 치과의사를 원했다는 것은 내가 보기엔 믿을 수 없는 이야깁니다.
대체 그 나이에 치과의사가 뭐하는 지는 알 수가 없답니다.
그걸 가지고 자신이 원하던 바라고 스스로를 확신시키지 마세요.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학생이 그렇게 자기자신을 속박하는 우를 범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랍니다.
돈벌이라는 점을 빼고 보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전형적인 3D직종입니다.
앞으론 의료사고로 인한 고통도 심할 거구요...
> 적성 검사를 했을 때에는 예술성이 나왔는데 전 정말 치과 의사가 되고 싶어요.
= 예술성하고는 별로 관계없습니다.
나 역시 그랬는데, 그런 성격은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적성검사는 다 그렇게 좋은 소리만 나옵니다. 당연한 거죠.
치과의학이라는 것은 전통적인 테크닉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겁니다,그 과정에 예술적 창의성이라는 것은 좀 맞지 않는 거에요.
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튀는 걸 좋아하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전통을 중시하고, 묵묵히 과정에 충실한 그런 성격이 오히려 좋죠.
> 제가 앞니가 부러졌는데 의사 선생님의 실수로 지금까지 잇몸이 시커매요.
= 그건 치과의사 잘못이 아닙니다.
이가 부러지면 치아가 시커멓게 변색해요.
잇몸이 변하는 것은 PFM이라는 걸 썼기 때문일 겁니다.
그것도 역시 당연한 거구요...
그렇지 않게 하려면 PFG나 세라믹 자켓을 쓰면 됩니다만...
이건 값이 비싸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가능한 비용이 싼 걸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에요.
> 사실 그것이 한이에요. 그래서 치과 의사가 되려고도 하고 또 제 이가 거의 다 썩어서 어마어마한 돈이 모두 이 치료비에 쓰였거든요. 어머니한테 꾸중도 많이 받고 미움도 받았지요. 그래서 어쩌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치과의사가 되려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사실 제가 주걱턱이에요. 정말 심한 주걱턱이지요. 남이 보기에는 제 모습이 답답해 보이나봐요. 전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없고, 그래서 친구들과 잘 친해지지 못하고 소극적이에요. 거울을 볼 때마다 정말 많이 울어요,,,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데 수술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감히 엄두는 못 내고 치과 의사가 되어 돈 많이 벌어서 턱을 고치고 싶어요.
= 물론 치과의사가 되면 턱수술 할 정도의 돈은 법니다.
그렇지만 일단 치과의학, 특히 교정학을 공부하고 나면 턱수술할 생각이 사라질 겁니다.
턱이 나온 게 심하다면 어절 수 없겠지만요...
치료하는 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다고 생각하시는데...
것두 일단 치과의사가 되고 나면 그런 생각 안들 겁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요... ^^;
> 제 성적은 전교에서 3%정도에요. 좀 잘하는 편이지만 인천이라서 우물 안 개구리일지도 모르지요. 또 치과 의사가 되려는 경쟁이 심해서 가끔 제 꿈을 포기하려고 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제 꿈을 확실히 정했답니다. 제게 좋은 조언 좀 해주세요.
>
= 어짜피 우리나라 현실에서 꿈을 포기할 이유도 없잖아요...?
수능보고 성적이 나오면 그에 따라 자신의 진로도 수정되는 법이지요.
경쟁이라는 것도 그 당시에 가봐서 가장 인기있는 학과에 가는 것이 경쟁이지요.
나만 해도 고3 때 가장 인기있는 과는 전자공학과와 물리학과였습니다.
내가 아마 학력고사 전국 570등인가 그랬었습니다.
난 서울대 치대 출신이지만 서울대에서 치대는 인기순위로 10등 안에 겨우 들 정도였어요.
지금은 어때요...?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