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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갱신만 하면 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멀리 와버렸다.. 시간과 공간 모두..
내 목적지는 원래 라오스인데 어쩌다가 결국 태국이 되어버렸다.. 아주 싸다고는 할수 없지만 가성비 대비해서 맛있고 품질 좋고 신기한 물건과 음식들이 넘쳐나고 세계 곳곳에서 배낭 짊어지고 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에서 구경할수 있고 비록 가진것 없는 학생 신분이라 근사한 호텔에서 머무르진 못하지만 한방에서 이층침대 가득 놓인 곳에 누워서 대화도 나눌수 있으며 생전 경험해볼수 없었던 태국의 밤문화의 매력에 빠지다 보니 어느새 9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루방값이 170밧 밖에 안했고 더 머물러도 괜찮은 것 같았지만 외국에 혼자 관광지에 머무르다 보니 슬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3일째 되던 저녁에 숙소건물 1층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눈인사만 해왔던 인도인 직원이 "브러더"라고 말하면서 다가왔다.. 이유는 근처 좋은데 있다고 같이 가자는것이었는데 여자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겠으며 또 현지인들이 잘 아는곳에 가면 바가지도 안쓸것 같아 흔쾌히 응했다.. 그들의 업무가 거의 마친 시간인 밤 11시가 되어 인도 직원 두명과 나는 그들만의 의사소통을 해가며 택시를 타고 어느 거리에 도착했는데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인적 드문 곳이라 기분이 확 사라져 버렸다.. 밤거리의 여자를 찾느라 3명이 한꺼번에 만나기는 더더욱 어려웠고 이렇게 하는 방법마저 싫어서 내가 숙소로 돌아가자 했다.. 하지만 여기 나때문에 와서 걸으면서 땀흘리고 있고 또 한명은 오늘 여자랑 꼭 자야한다며 말했다.. 결국 나는 미안하다며 숙소가서 술한잔 사겠다 했고 또 한사람에게는 기다려 줄테니 혼자 가서 하고 오라고 했다.. 그녀석 하는말 "나 돈없는데.."..
결국 나는 내몫까지 3명의 술값과 여자비용 담당이었다는걸 느꼈다.. 외국인데다가 지금 외진곳에 나와 있기에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최대한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서 숙소로 돌아오긴 했지만 여기 더이상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다음날 아침에 방콕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둘러보고 싶었던 수상시장은 구경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랬든저랬든 난 왜 이리 여자랑 매치가 어려운걸까..
일기를 쓰고 있는 오늘은 화요일, 하지만 여행기의 시간으로 돌아가려면 3일전인 토요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방콕에서 주말에만 성대하게 열리는 짜뚜짝 시장을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카오산로드 여행자거리에서 시장까지의 거리는 대략 9킬로미터다.. 뚝뚝이와 택시는 100밧선이고 에어컨 나오는 파란 버스는 14밧, 창문 열고 다니는 일명 국민버스 3번은 무료다.. 체력과 더위에 강하다면 걷는것도 추천..

공짜버스라 그런지 기다리는 동안 3번버스는 잘 안왔다.. 그래서 에어컨 나오는 14밧짜리 524번을 타기로 결정했다.. 길만 제대로 알았다면 걸어갈려고도 했었다.. 버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카오산로드에서 내 발이 되어준 53번, 15번, 3번버스 잊지 않으마..

짜뚜짝 시장.. 과연 소문대로 대단했다.. 5일간이 휴업상태라 그동안 벼르고 벼뤘던 물건들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인듯 장사진을 이뤘다.. 먹을것 볼것 살것 뭐하나 대충 보고 지나갈 수가 없다.. 아무리 짠돌이라도 지갑 한번 안열고 시장 훝어보는 사람은 없을것같다.. 아니나 다를까, atm기기 앞에 줄서있는 사람들 환전하는 사람들 심심찮게 보였다.. 우리처럼 일찍 열고 늦게 닫을려고 하는것과는 달리 여기는 주말에만 열리는데다 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공식적인 시간이다.. 그런데도 북새통인 이유를 우리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풀가동이다..
직원 네명이서 밥도 한사람씩 제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먹는다.. 이런 가게가 몇군데 있는데도 두 줄로 서있다.. 시장 밖에서는 사방에서 시장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택시로, 버스로, 뚝뚝이로 지하철로 사람들을 계속 실어나른다.. 경제가 가라앉을 수가 없다.. 부럽다..

30분 가까이 기다려서 손에 쥔 여권케이스다.. 80밧.. 세상에 하나뿐인 희귀성이라 맘에 들었고 수작업으로 만들어진거라 맘에 들었다.. 사업아이템으로 필요로 하는 항목이 아닐런지.. 고객을 감동시키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영업시간이 주말에만 열다니, 그것도 하루에 8시간정도 만이다.. 이 넓은 시장을 어떻게 다 둘러본다냐.. 갖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때문에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데.. 좀처럼 지갑 열지 않는 나도 과일향기 폴폴 나는 비누 3개와 딸기 말린것 한봉지, 그리고 아이스커피와 여권케이스까지 양 손에 들었으니 짜뚜짝의 매력이란게 이런게 아닐까.. 구경했으니 사라는.. 세면 비누로 사용중인 과일향 비누가 너무좋다.. 그래서 방콕에 다시 갈까하는 생각도 든다.. 여자, 술 때문에 가는게 아니라 순전히 짜뚜짝에서 파는 비누를 더 사기 위해서..

길을 잃어버렸다.. 이럴땐 진정하는거 부터가 순서.. 그래서 일단 아이스커피 한잔 더 구매하고는 보도블럭에 앉았다.. 그리고 나서는 얼음까지 싹 비울동안 지나가는 버스 번호를 확인했다.. 음.. 이 도로가 아니군 하면서 이번에 네비를 켜 보았다.. 시장이 크고 입,출구가 많아 어디로 들어가고 나왔는지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정말 길 잃기 쉬운.. 네비를 켜고 걷다보니 길을 알려주는 방향의 반대편에서 지나가는 524번의 버스가 보여서 길을 건너고는 몇분 더 기다려서 카오산로드로 오는 이 버스를 타고 숙소로 올수 있었다.. 나처럼 도보여행객들은 어디에 도착하거나 출발하기전에는 네비게이션에 꼭 위치를 표시한후 돌아다니는게 우선인것 같다.. 그래야 원위치로 돌아갈 때 쉽게 길을 찾을수 있으니..

3월 2일 한국을 떠나 온지 딱 한달째다.. 먹고싶은것들이 너무 많아서 좀처럼 한국음식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숙소옆에는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식당과 여행사가 있었기에 한국에 있을때 항상 먹어왔었던 김치찌개가 갑자기 먹고 싶었다.. 뚝배기에 담긴 김치찌개와 반찬으로 나온 4가지 무침류가 정말 맛있었다.. 180밧 주고 먹을만 했던 김치찌개.. 술과 여자때문이 아니라 짜뚜짝시장과 이곳 김치찌개 먹으러라도 방콕에 한번 더 가야겠다.. 흐흐..

건더기 하나없이 깨끗하게 비우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을 많이 만날수 있었다.. 기상천외한 자세로 요가를 하는 젊은이도 보았고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서 계속 무언가를 적는 작가 분위기의 사람도 보았다.. 둘째날 저녁에도 식당에서 나는 여전히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선 맥주 한병 주문해서 마시면서 폰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살짝 고개를 들어 목운동 하는사이 보게 된 맞은편 자리의 두 젊은 서양인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를 정성들여 작업하고 있는지라 궁금해서 다가갔다..

두꺼운 연습장에다 그림과 글자를 예쁘게 그려내는 모습이었는데 내가 칭찬을 하자 가지고 있던 그림책을 꺼내 보여주었다.. 정말 자기가 그린거 맞다면서.. 여행을 다니며 자기가 경험한 일들과 사람들을 만나며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계속 모아두면 책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을듯 했다..

예정대로 이제 방콕을 떠날 시간이다.. 숙소를 나와 거리에서 커피를 파는 아주머니께 물어보았다.. 북부터미널로 가야하는데 몇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몰라서 헤매고 있다고 하니까 주변에 계시던 장사하시는 분들도 알려주셨다.. "3번 버스" 타면 된다고, 길 건너 반대편에서 오는 3번 버스를 타라고 말씀하셨다.. 인터넷에는 북부터미널로 가는 방법이 다양하게 올라와 있다.. 그래서 수첩에다 몇가지 적어놨었는데 다 필요없었다.. 왜냐, 어짜피 카오산로드에서 공짜버스인 3번버스만 타고 종점까지 가면 거기가 시내버스 종착지이었고 바로 옆이 북부터미널이었기 때문이었다.. 궂이 모칫역까지 지하철 타고 가서 택시나 뚝뚝이를 타고 북부터미널까지 갈 필요가 없던 것이다.. 버스를 탔다면 긴장의 끈을 풀고 한숨 자도 된다.. 누가 깨운다면 거기가 북부터미널이라고 생각하면 됨..
버스노선을 사람이 직접 써서 붙여놓았다.. 여행객들이 많이 오기에 보기 좋게 만들어 붙이는것도 어쩌면 괜찮은 일거리가 될듯하다..

난 매표소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는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장시간 가야하니까 제일 편한것으로 주세요.. 버스 요금과는 상관없으니 누워서 갈수 있는것으로 주세요.. 라고 했더니 버스 사진을 보여주셨다.. 제일 좋은거라며.. 나중에 버스를 타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냥 의자만 뒤로 젖혀지는.. 10시간 버스를 탔는데 허리가 너무 아팠다..

천장에는 노란바탕의 하얀숫자로 된 표시판이 130여개 달려있다.. 승차권에 적혀있는 숫자를 보고 본인과 맞는 플랫폼을 찾아가면 된다.. 좀 걸어야 할듯..

난 오늘이 태국의 민족 대이동이라 할수있는 명절이 다가온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오늘이 월요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터미널에 와 있는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늦게 출발하는 사람들은 이미 바닥에 자리잡고는 누워 잠자는 사람들 다반사다..

매표소가 많고 대체로 수작업으로 하다보니 좌석이 일치하지 않거나 중복된 번호도 한두개씩 나왔다.. 나는 d-1번이었는데 외국인인지라 제일 앞자리에서 튕겨나와 중간쯤 되는 자리로 이동했다.. 앞자리가 그나마 다리를 펼수 있어서 좋았는데..

버스에 앉아서 거리를 나타내 보았다.. 660km.. 위치상 비엔티엔과 가까웠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비엔티엔이다.. 어서 가고싶다..

오른쪽에 앉은 아저씨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는데 왼쪽에 앉은 아저씨가 자기 딸도 한국말 할줄 안다면서 말을 건냈다.. 15살된 딸은 아주 그냥 "exo" 광팬이었다.. 너무 좋아한다며 소녀시대랑 박진영, 양현석 매니져도 알고 있었다.. 한국을 좋아한다고 해서 뭘 줄까하다가 나는 5000원짜리 지폐 한장 건네주었다.. 왜 하필 천원짜리가 없었을까.. 오천원이면 하루 숙박비인데..
밤에 방콕을 떠난 버스가 다음날 오전 6시 50분경에 태국 북부의 작은 도시인 난에 도착했다..



난에서 빌린 오토바이다.. 하능혹에서 빌린 오토바이와 비록 비교하자면 일단 새거다.. 24시간 빌리는데 250밧, 6시간 빌리는데 10만킵과 비교자체가 성립이 안된다.. 오늘은 난에 온 첫날이라 한곳만 둘러볼 생각이다.. 본격적인 난의 여행은 내일이고 돌아보고나서 내일만일지 내일부터일지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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