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도 잘 못하는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유치원에 간 사나이>,<트윈스>같은 코미디 영화를 히트시키자 그의 라이벌인 실베스터 스탤론은 자기도 코미디에 도전해 봐야 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렇다. 맨날 가까 총 쏘면서 대사라고 해봤자 '오케이 렛츠고!'같은 거나 하면서 어지간이 환멸을 느꼈음직도 하겠다. 그래서 출연한 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코미디 작품<오스카>다.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 그러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 역시 충분히 감이 잡힌다. <유치원에 간 사나이>를 보면서 관객들은 터미네이터, 코만도였던 천하무적의 아놀드가 유치원(보다는 어린이집) 조무래기들한테 초토화되는 그 황당함을 즐겼을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그러니까 셀링 포인트는 역시 아놀드 슈왈츠네거였던 거다. 하지만 이 영화 <오스카>에선 스탤론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그가 줄곧 나오지만)
그래도 영화는 묘하게 재밌다. 스탤론이 개과천선의 꿈을 품고 착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자꾸만 꼬여만 가는 이탈리아 마피아 두목을 연기하는 이 영화가 바로 시추에이션 코미디인 탓이다. <프랜즈>는 정말 웃기지만 짐 캐리가 나오지 않는다. 짐 캐리가 출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시추에이션 코미디인 것이다. 스탤론은 거의 웃기질 않지만 같이 등장하는 배우들은 만만치 않게 웃기는 연기를 해낸다.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좋은 코미디인데 스탤론이 깍아먹은 느낌이 드니 말이다.
좋은 배우들인 채즈 팔민테리(정말 끝내주는 <브로드웨이를 향해 쏴라>의 깡패역)나 마리사 토메이(역시 끝내주는 코미디<내 사촌 비니>나 최근의 <레슬러>)의 등장은 반가웠다.
이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스탤론은 코미디 영화로는 안 되겠다,라고 느꼈을 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스탤론의 유일한 코미디 작품은 아니지만 그것들도 흥행이 그저그랬다.(커트 러셀과 출연한 <캐시와 탱고>도 부분적으론 코미디였고, <엄마는 해결사>같은 영화는 해프닝에 가까웠다) 그래서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던 그는 레니 할린 감독과 함께 <클리프 행어>를 했고 다시 한번 그의 본령은 액션물임을 증명했던 것이다. 역시 한번 낙익찍히는 게 무섭다. 그런 낙인의 최대 수혜자이면서 희생자들이 스탤론, 아놀드, 부르스, 샤론 스톤 또는 샤말란 감독 같은 사람들이다. 어쩌겠는가. 딱 한명의 예외적인 인물이 있다. 액션스타로 각인됐지만 노후에 영화장인으로 거듭난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다. 예외는 반드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