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 극장가를 가장 뜨겁게 달군 영화는 최동훈 감독이 제작한 ‘도둑들’이다.
이 영화는 지난 7월25일 개봉 후 불과 한 달 만에 관객 1,268만 명을 동원하여 이 숫자만으로도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롱런하면서 관객기록을 수립할지 알 수 없다.
이미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토론토 영화제 '월드 컨템퍼러리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고 하며, 토론토 영화제의 컨템포러리 월드시네마 부문은 전 세계 화제작만을 엄선해 보여주는 섹션인데,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아시아 경쟁부문인 카사 아시아 섹션의 폐막작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브루나이, 중국, 홍콩, 태국 등 아시아 8개국에 선 판매 되는 쾌거를 이뤄내는 등 주목하는 영화다.
영화 '도둑들'은 2004년 한국형 범죄 사기극을 완성하여 한국 장르 영화를 한걸음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범죄의 재구성’을 시작으로 전문 도박꾼들의 리얼하고 짜릿한 승부 세계를 스릴 넘치는 스토리 텔링과 개성 강한 캐릭터로 전국 68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2006년 ‘타짜’, 그리고 2009년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며 특유의 이야기 솜씨에 화려한 액션 연출력을 선보이며 연출력과 흥행성을 보인 최동훈 감독이 타짜 이후 6년 만에 제작한 범죄 액션 영화로서 15세 이상 입장가, 상영시간 135분이다.
영화는 김윤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오달수, 김수현 등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의 스타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는데, 과거 마카오 카지노에서 하룻밤에 88억을 땄다는 전설로 ‘마카오 박(김윤식 분)’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김윤식이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 숨겨진 시가 300억에 이르는 '태양의 눈물'이라는 이름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서 한국에 있는 절도범들과 중국의 절도범을 불러모아 범행을 공모한다는 스토리이다.
한국에서는 목적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이용하는 뽀빠이(이정재 분), 범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줄타기 전문 예니콜(전지현 분), 은퇴 말년의 연기파 도둑으로서 씹고 있던 껌을 범죄에 잘 이용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인 씹던 껌(김해숙 분), 그리고 순정파 신참 도둑 잠파노(김수현 분)을 홍콩으로 부른다.
여기에 중국에서 가담하는 도둑 4인방은 첸, 쥴리, 증국상, 죠니 등 4인이다. 첸은 1980년대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대표했던 액션스타이자 국민배우로 손꼽히는 임달화가 리더 첸으로 분장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인 금고따기 쥴리로는 이신제가,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배우 증지위의 아들이자 감독으로도 활약 중인 증국상이 소심한 총잡이 앤드류로, 행동파 총잡이 죠니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예니콜과 씹던 껌이 모녀 사이로 가장해서 신하균이 운영하는 미술관을 찾아가서 국보급 향로를 절취하는데 성공하는데, 뽀빠이와 잠파노도 핵심 역할을 한다.
하지만, 향로가 너무 고가이고 유명하다며 세간의 관심이 사라 질때까지 3년 동안은 감춰두어야 한다며 아쉬워할 때, 과거에 뽀빠이의 범죄 파트너였던 마카오 박이 태양의 눈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다이아몬드 절취 계획에 이들을 초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에 손에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열 수 있다고 하는 전설의 금고털이 펩시(김혜수 분)가 마카오 박의 초청을 받지도 않은 채, 교도소에서 출소하여자마자 홍콩에 합류하면서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만든다.
홍콩에 모인 한국과 중국의 절취범 일당 10명은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자는 마카오 박의 달콤한 제안에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하지만, 일당은 도둑의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편 각각 서로 다른 속셈을 갖고 나서서 예상할 수 없는 긴장감을 갖게 한다. 즉,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모든 계획을 지휘하는 인물 마카오 박부터 도무지 그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인물인데, 그런 마카오박의 뒤통수를 노리는 도둑 뽀빠이, 그리고 마카오 박에게 배신당한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펩시와 팀보다 눈앞의 현찰을 먼저 챙기는 애니콜, 그리고 한국 도둑들을 믿지 않는 첸과 중국의 도둑들은 서로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서 모였지만, 속셈은 서로 다른 자신만의 플랜을 세우기 시작한다.
보통 범죄자들이 은행털이와 같은 큰 범죄를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역할 분담을 하여 작전을 성공시키는 영화를 보통 '하이스트 영화'라고 하는데, 이제 어엿한 하나의 장르를 형성한 가장 가장 대표적인 하이스트 영화는 톰 쿠르즈로 대표되는 미션 임퍼서블(MISSION IMPSSSIBLE) 시리즈이다.
아무튼 이 영화의 재미는 맨 처음에 신하균의 박물관에서 향로를 훔치는데 성공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300억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영화의 전반부에 해당한다면, 후반부에서는 그 보석을 가지고 도둑들 끼리 쫒고 쫒기는 것이 줄거리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각자의 계산으로 끊임없이 서로를 속이고 속는데, 여기에 사랑과 음모 그리고 배신이 난무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스토리의 큰 줄기는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다양한 배우들의 캐릭터가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설정되어서 큰 재미를 준다는 점이다.
우선,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에 이어서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김윤석은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마카오박 역을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선보이고, '타짜', '정마담'으로 잊을 수 없는 팜므파탈 캐릭터를 창조해낸 김혜수는 펩시 역을 통해서 프로페셔널한 전설의 금고털이로 변신하면서 속네깊은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한다.
그리고 한국 팀의 보스로 출연하는 뽀빠이 이정재, 예니콜 전지현, 잠파노 김수현은 최동훈 감독과 첫 작품을 함께 하면서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줄타기가 장기인 애니콜 전지현은 그동안 ‘엽기적인 그녀’, '시월애'에서 처럼 명랑한 캐릭터이거나 청순한 캐릭터 두 가지였는데, 영화 '도구들'에서는 ‘엽기적인 그녀’의 명랑한 이미지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잠파노(김수현)가 예니콜의 줄타기를 도와주는 케이블 가이로 나오지만 그의 명성에 비하면 너무 단역인 것이 약간 아쉽다.
그리고 홍콩배우들의 연기도 국내 배우들의 액션과 다른 이질감과 함께 흥미를 갖게 해주었다.
둘째, 영화에는 러브 라인을 몇 개 설정해두었는데, 우선 마카오 박과 펩시의 러브 라인이고, 둘째는 애니콜과 순정파 잠파노의 관계, 셋째는 명실 공히 중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4인 중국 도둑의 리더인 첸과 씹던 껌과 예기치 않은 감정은 깊은 연륜의 연기 내공을 펼쳐 보인다.
무엇보다도 펩시는 4년 전 마카오 박, 뽀빠이와 함께 절도를 할 때 마카오 박의 외줄이 끊어져서 추락하고 연락이 되지 않자 홀로 훔친뒤 달아났다고 의심하면서도, 추락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 뽀빠이를 의심하면서도 마카오 박의 진심에 의문을 품고 있다. 결국 홍콩에서 마카오 박과의 대화에서 그의 진심을 알고 그와 급속도로 러브스토리가 진행된다.
한편, 잠파노와 애니콜은 서로간의 러브라인이라기보다는 잠파노가 일방적으로 예니콜을 사랑하는 모양새인데, 그는 예니콜이 결정적으로 체포될 위기상황에서 자신이 붙잡히면서 역할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