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춘천마라톤이다.
얼마나 설레고 손꼽아 기다렸던가?
토요일 오후 1시반 정각 대성관 앞. 춘천드림팀 4명은 부푼 기대를 안고 춘천으로 출발이다. 최고 190㎞/h를 상회하는 속도를 자랑하는 아반테엔진 자동차로 경부,중앙고속도로를 광란의 질주를 한다. 낙동강휴게소에 들러 휴식하고 카세트테잎 구입하면서도 춘천시에 입성하는데 4시간 걸릴뿐이다.주인할머니의 "쭉~~쭉~쭉" 안내만으로 잘도 찾아 만보모텔에 도착한다.
< 만보모텔 입구에서 기념 찰영>
타지에서의 밤이 막연히 들뜨는 건 어쩔수 없다. 소주 한잔이 간절하게 땡기지만 대사를 앞두고 꾹꾹 참는다. 컨디션 유지 차원에서 일찍 잠을 청했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설치는 사람들 때문에 잠을 설치고 만다.
대회일 아침 찰밥으로 든든하게 로딩을 하고, 운동장까지 가서 파워겔도 착실히 준비를 한다. 모든 준비가 끝났는데 아직 시간이 여유가 많다. TV를 보면서 긴장된 시간을 보내다 1시간여를 남기고 모텔을 빠져 나온다.
10분 거리에 있는 대회장에는 수많은 달리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회라기보다는 축제분위기이다. 금정달리미 4명의 전사들도 인파속으로 스며든다.
< 수염깎고 선글라스끼고 모자 푹 눌러쓴 우리의 봉달이>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기념찰영하고 물품보관하고 스트레칭하다보니 여유롭기만 하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고 바쁘게 서둘러야 한다. 파워겔 하나씩을 빨면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윤근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화장실을 찾아 헤메고 있다. 임강려씨는 마지막 조로 출발한다고 수지침으로 컨디션 업그레이드를 한다. 이러다보니워밍업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운동장 안으로 입장한다.
< 출발전 금정달리미 힘! 춘마드림팀! >
기록 순서대로 이성우씨는 B조, 철홍이는 D조, 이윤근씨는 E조, 임강려씨는 O조로 각각 자리를 잡는다. 아~~공은 울리고 출발이다.
출발∼5㎞ : 25'42"
5㎞까지 25분에 달린다면 성공이고 24분 이전에 통과한다면 실패한다는 생각으로 초반 오버페이스를 조심한다. 선수들이 워낙 많아 추월한다는게 쉬운것도 아니고, 초반 3㎞가 오르막이라 계획보다 더 늦어진다. 내리막에서 탄력을 받아 달린 결과 겨우 25분대로 5㎞지점을 통과한다.
5∼10㎞ : 23'46"(0.49'28")
손해본 1분을 만회하기 위해 스피드를 올린다. 의암호가 시야에 들어오면서 명불허전 과연 멋진 전경이 펼쳐진다. 호수 맞은편에서부터 인간띠를 형성하고 달리는 선수들과 어울어진 의암호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다. 코스가 너무 좋아서였나 큰 어려움 없이 잃어버린 1분은 만회한다.
10∼15㎞ : 24'47"(1.14'15")
코스는 멋지고, 기온도 춥지도 덥지도 않고 최적이다. 아무런 장애 요인도 없이 컨디션도 괜잖다. 이제부터 수비다. 이 스피드를 끝까지 유지한다면 목표달성이다. 12㎞부터 분당검푸클럽의 3시간 30분대 주자들을 따라 붙인다. 이후 34㎞에서 처질때까지 동반주를 펼친다.
15∼20㎞ : 24'45"(1.39'00")
곳곳에서 삼삼오오 길거리로 나온 주민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면서 달리기는 계속된다. 18㎞에서 E조 출발한 이윤근씨가 지나가면서 힘을 외친다. 서서히 가속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30㎞까지는 달릴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본다. 앞으로 12㎞는 체력으로 달리고 남은 12㎞는 정신력으로 달리면 된다.
20∼25㎞ : 24'44"(2.03'44")
24㎞에서 마지막 파워겔을 빨아 먹는다. 발바닥에 불이나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마라톤을 하는 선수가 발바닥 아프다고 못 달리지는 않는다. 발바닥의 통증 정도는 무시하고 계속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븐 페이스로 끌어주는 분당검푸페메 김주한님의 도움으로 기록은 잘 유지되고 있다.
25∼30㎞ : 25'01"(2.28'45")
26㎞의 춘천댐을 오르면서 체력이 떨어짐을 느끼기 시작한다. 30킬로 지점에서 이윤근씨를 만난다. 페이스 실패했다고 직감한다. 바로 뒤에서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라면서 "어~~ 빨리 왔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급하게 앞서 달려 나간다. 아무래도 1킬로 안에 다시 만나리라 의심치 않는다.
30∼35㎞ : 25'35"(2.54'20")
정신력을 발휘하면서 달려야 할 시점이다. 정신력이 약한건가? 34㎞에서 결국 20㎞이상 동반주를 펼친 10여명의 무리에서 처지고 만다. 목표기록이 물 건너 가고 있다. 4,5개월간 땀 흘리며 훈련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춘마드림팀의 남은 희망는 성우씨가 섭3하는것이다.
35㎞∼골인 : 40'03"(3.34'23")
35분 기록이라도 노려야 했기에 마지막까지 전력를 다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는 자꾸만 숙여지고 정신은 혼미해져 주위를 둘러볼 여유없이 오직 '얼마남지 않았다'는 주문만 외운다. 운동장 트랙에서 스파트를 하면서 결승선을 통과한다. 무슨힘으로 마지막까지 달렸는지 골인하고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면서 종아리가 뻣뻣하기까지 하다.
아~~ 이렇게 끝인가? 마지막 7㎞를 이겨내지 못한 아쉬움,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과 허탈감이 교차한다. 코스 좋고, 날씨 좋고, 컨디션 좋고, 응원과 진행 좋고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럽다. 다 좋아도 sub써티의 길은 너무 멀었다.
< 몸매는 무타이 류>
물품보관소에 도착하자 성우씨가 먼저 도착해 있는데 언뜻 보기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아뿔싸! 레이스가 어려웠다는 걸 한 눈에 알아 볼 수가 있다. 고관절 통증으로 겨우 완주했다고 한다. 금정달리미 최초 sub쓰리 탄생도 물건너 갔구나!
<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폼은 짱! >
윤근씨는 후반 12㎞ 스파트를 하여 25분대 기록을 달성했다. 분명히 퍼졌다고 생각했는데 안 보인다 했더니 막판 놀라운 스피드를 내었다. 지나치게 후반 안배를 한 탓에 오히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 죽을 인상을 해가면서 왜 달리지? >
회수차에 가봐야 하는건 아닌가? 걱정하면서 기다리기를 한참 만에 임강려씨는 밝은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다. 4시간을 넘기긴 했지만 마지막 주자로 출발해 수 많은 주자들을 추월하고 아무런 부상없이 멋진 첫 마라톤을 완주했다. 축하!!
< 무릅과 목도리 ??션 멋지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춘천드림팀의 5개월간의 춘천마라톤은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전멸이다! 아무도 목표달성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금정달리미 회원들에게도 자신에게도 부끄럽다.
< 메달 하나씩 달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
춘천대회는 역시 최고의 대회라 말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시내 어디를 가나 마라톤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춘천 시민들의 호의가 있어 더욱 그러하다.
기분 참 꿀꿀하네. 운동장을 빠져나가는 길에도 수 많은 주자들이 줄을 잇는다. 5시간 풍선도 지나간다. 우리팀은 완전히 침체된 분위기는 사우나까지 이어지고 다들 조용하다.
춘천의 명물 닭갈비 골목을 찾아 맛있는 음식과 소주(시원아님)로 2% 부족함을 채우기 시작한다.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고 소주가 몇 순배 돌아가면서 서서히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닭갈비의 맛과 친절한 서비스에 소주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쨍!쨍!??!
< 이것이 진정한 닭갈비다. >
춘천시내 거리도 거닐어 보면서 모든 임무를 마친 후의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몇 군데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새벽녘까지 즐거운 시간이 계속된다.
< 영화속의 주인공 처럼....정말 아니다. >
< 거의 인사불성.. 정신 못차리는구나 >
유흥의 결과는 다음날 아침 여행경비의 부도로 돌아오고 말았다. 특별 추경예산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식사도 소양댐 관광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자금관리 같은 일은 맡지 않아야 하는데... 앞으로라도 명심해야겠다.
< 우리는 소양댐을 보았다. >
< 춘천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막국수 >
로또분식에서 춘천에서부터 가져온 막걸리 한병마저 비우는 것으로 2박 3일간의 춘천마라닉이 끝난다. 달리기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고 여행의 즐거움과 추억만이 가득하다.
첫댓글 좋은 추억 오래오래 간직하고픈 걸 입니다. 춘마를 위한 준비과정이 대체로 알찾던 만큼 여세를 몰아 꾸준히 끝까지... 금정달리미 힘! 철홍씨 힘!!
수고많았습니다. 그동안 가을의 전설을 꿈꾸며, 지나온 날들이 아련한 가운데, 결실을 본 춘천 드림팀이 이제 막이 내리는군요. 멋진 추억을 만드시고 마라닉의 진수를 맛보신것 같습니다. 같이 하지 못한점 아쉽고 다음엔 같이 하도록 합시다. 아뭏던 수고 많았습니다. 금정달리미 히---ㅁ, 김철홍 화이팅.
춘마드림팀 여러분 5개월간 준비에서 완주까지 사고없이 무사히 귀향함을 축하드립니다. 기록이 문제가 아닙니다. 극한의 상항에서도 달려가는 여러분이 멋있군요. 개인적으로는 드림팀과 함께 하지 못한것이 아쉽네요. 수고 많았습니다. 김철홍 화이팅.
철홍씨는 달리기도 잘하고 글도 차분하게 잘쓰네요. 솔직하고도 담백한 표현이 참 좋습니다. 춘마를 위해 지난 봄.여름내내 이곡.금정.백양을 누비며 얼마나 땀을 흘렸던가? 과정이 좋았기에 결과에 연연할 필요없지요. 결과도 그만하면 데낄이네요. 멋진 레이스를 펼치고 오신 금정달리미 전사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과연 춘천 드림팀이라 할 만하오! 실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고 함께 한 동료들과 찐한 정을 나누고 멋진 추억을 간직하고 돌아 왔으니 그야말로 굼같이 환상적인 멤버라 생각되어진다. 모두들 수고하셨소! 이제 동마 드림팀으로 거듭 납시다.
춘마드림팀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힘~~
춘마드림팀의 무사귀환을 축하합니다. 그런데 해단식은 안합니까?